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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탈원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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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갈지(之)자 정신질환자 탈원화 정책의 후폭풍이 참으로 거세다. 이번에는 조현병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42살 안모씨가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살인사건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출구에서 기다린 후 흉기를 휘둘러 5명의 무고한 주민을 살해하고 15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여기에는 12살, 18살 소녀들도 있다. 잔혹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온 나라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의 트마우마도 걱정된다. 2017년도 강남역살인사건과 지난해 연말 강북삼성병원에서 벌어진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사건이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전국 곳곳에서 황당한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에게서는 일종의 망상 증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안씨의 이런 피해망상 증상이 20세 전후에 심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후 악화되다 폭발했다는 경찰의 분석이다. 안씨는 2010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새진주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안씨는 사고장애가 중심이 되는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확한 범행내용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경찰은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흉악범죄를 자행한 자의 신상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접한 유가족들의 심경은 과연 어떻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정신질환자 모두에게 잠재적 범죄자로 무분별한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극악한 범행의 조짐이 사전에 수차례 노출됐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쉽게 열람할 수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당국이 사건 이후 비로소 안씨 정신병력을 파악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는데도 관계 기관의 합당한 조치가 없었고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것이 바로 유족들의 주장이다. 이번 진주사건 역시 안씨 주변이나 관계기관이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무고한 이웃이 희생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뒷북 행정’과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 여기에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진주방화살인방지법’이 나올까 싶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신고에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이후 현장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유족 등 피해자들의 의견에 따라 적정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다고 18일 설명했다. 진상조사는 과거 신고사건 처리절차와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초동조치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진행된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도 국가기관이 방치하면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경찰이 여기에만 매달릴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조건이 엄격해지고 탈원화로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심지어 경기도는 이 마당에 경기도립병원의 폐쇄까지 전격적으로 결정하며 진료환경개선은 커녕 정신의료서비스 환경을 송두리째 부셔버리고 있다. 더 나은 모범적인 의료환경을 구축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전횡적 행정행위라는 비난이 일각에서는 거세다. 나아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졸속 처리한 누더기법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법과 제도를 시행하면서 계속 유예기간만 늘려 임시방편으로 법을 시행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관련한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그 중 한명은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가진 2인의 교차진단 부분이다. 또다시 201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여 같은 의료기관 2명이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들만 정치인들이 던져놓은 누더기법의 뒤치다꺼리에 죽을 맛이다.
이미 19대 국회 말기 개정 현행법이 적법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유연한 의학적 판단과 적법한 법원의 판단을 도입하기 위해 윤일규 국회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이 대폭 손질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1월 25일 제출했다. 자·타해 위험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 제 47조의 심사기구가 비자의 입원 대신 외래치료명령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래치료명령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하여 외래치료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8일 공청회도 개최하며 야무진 법 개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임세원법이라고 명명한 이법은 당초 본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다.
지난 4월 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일부 개정법은 간단했다. 그 골자는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입원을 한 사람이 퇴원을 할 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에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그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 발견시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시군구청장은 필요한 경우 정신과전문의 진단 및 심사를 거쳐 외래치료지원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기준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15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1.434%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의 9.5배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입원으로부터의 인권보호, 탈원화를 통한 사회복귀 등 장밋빛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왜 우려하고 걱정하는 지는 작금의 ‘묻지 마 살인 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려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치료를 다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대거 쏟아져 나와 무슨 부작용과 사회적 파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른바 화약고 같은 잠재상황 때문이다. 법무부 법무연수원이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통계이다. 이 백서에 따르면 2014년 6천301명이던 정신질환 범죄자가 2015년에는 7천16명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5천357명, 2012년 5천378명, 2013년 5천937명이다가 2014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는 앞으로 치료감호가 끝나도 보호관찰을 계속할 수 있게 법이 강화되기는 했다. 무차별로 이뤄지는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탈원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이미 예고되어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우리는 잇따르고 있는 작금의 강력범죄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혹성을 띠고 있다는데 크게 우려한다.
탈원화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관리시스템이다. 개정된 법이 잘 시행되려면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병실에서 나와 갈 곳이 없다는데 문제가 많다. 전국에 정신재활시설은 서울 57, 경기 31, 충남 22, 대전 21, 경북 8, 기타 33개 등 모두 301개소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개정법 시행 당시에도 경기연구원의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탈원화, 지역사회 유입에 대한 대책보고서'에서 전국 중증정신질환자수는 51만5,293명인데 반해 국내 사회복귀시설의 수용정원은 7천여 명으로 1.4%에 불과해 사회복귀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 약 43만여 명 중 실제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 등록⋅관리되는 수는 7만 9천여 명으로 18.4%에 불과해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퇴원하는 중증정신질환자(조현병·조울증·우울증)를 돌보려면 주거 치료 서비스 시설을 3배 이상 크게 늘려야 한다고 한다.
지난 연말 온 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은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 사건에 이어 진주방화살인 사건은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멈추면 악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완치도 되지 않은 환자들을 6개월이라는 상한선을 묶어두고 즉시퇴원을 유도하고 있는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법인지를 명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중심의 관리 체계에서 예방ㆍ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했다. 우리는 1960년대 미국의 탈원화 정책이 범죄자를 양산했던 사회적 혼란과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환자관리시스템도 만지작거리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은 지를 차제에 점검해야 한다.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고 병의 인식이 부족한 환자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입원에서 퇴원에 이르는 과정에 불합리한 문제점 해소로 치료와 재활, 사회복귀 내지는 관리체계에 이르는 합리적인 선순환 사이클 정책과 현실적인 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신질환 문제해결과 강력범죄를 줄이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정의도 중증에만 국한해 있다. 참으로 ‘소도 웃을 일’이다. 이것은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이나 진주 방화살인 사건처럼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묻지마‘란 이름의 강력범죄의 부메랑이 되어 후폭풍을 일으키며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 당사자 및 가족, 의료기관, 학계 모두가 사심없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모르면 대만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라. 그리고 정치적 이념과 사리사욕의 검은 마음을 품으며 정치권은 물론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기생하며 탈원화를 명분으로 어쭙잖은 얄팍한 지식을 동원해 정신분야를 재단하고 괴롭히고 있는 정상모리배와 사이비들의 준동을 경계하고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20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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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유역환경청,'일· 가정 양립 실천 서약식' 개최
▲ © 세종타임즈
[세종타임즈] 금강유역환경청은 4월15일 대전 서구 청사로 128 칼릭스빌딩내 청사에서 근무혁신을 위한 ‘일·가정 양립과 공직생산성 제고를 위한 실천 서약서’에 서명하였다.
이번 실천 서약은공직사회의 근무행태를 혁신하고 효율적이며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을 위해 집중근무제, 연가활성화, 행복한가정 만들기, 창의적이고 열성적인 공무원 노력등 11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이날 금강유역환경경청 전 간부공무원과 노조위원장이 참석하여 실천을 위해 다짐하고 서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승희 금강유역환경청장은 ‘휴식이 있는 삶을 통해 일과 삶이 조화로운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직원간의 소통 강화와자유로운 육아 등 친화적인 조직분위기조성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기를 당부’ 하였다.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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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정신이 던지는 의미
▲ © 세종타임즈
자유와 민주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항거하던 4.19혁명이 올해로써 59주년을 맞았다. 비합헌적인 방법으로 헌정체제의 변혁과 정권교체를 결과하였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혁명(革命)으로 규정하여 이를 4월 혁명, 4·19혁명, 4·19 학생혁명, 4·19 민주혁명 등으로 불리었으나, 5·16 군사쿠테타 이후 군사정권에서 이를 ‘의거(義擧)’로 규정하여 일반화되었다가 문민정부(김영삼정부)가 들어서면서 ‘혁명(革命)‘으로 환원되었다.
4.19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은 오직 학생들의 항거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 정의감과 순수성이 넘치는 위대한 혁명으로 세계사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1960년 대한민국 4.19민주혁명이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과 1776년 미국독립혁명,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과 더불어 세계 4대 민주혁명으로 손꼽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에 이어 59주년을 맞는 4.19혁명, 또 32주년을 맞는 6월 민주화항쟁이 있다.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해 불의에 항거하던 위대한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초석이 된 위업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꽃을 피우게 된다.
올해 특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3.8대전민주의거’가 마침내 올해 3월 8일 국가기념식을 갖고 역사적인 의미를 공식화했다. ‘3.8대전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고등학교 학생 1,000여명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독재에 항거했던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대구의 ‘2.28민주의거’, 마산의 ‘3.15민주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을 인정받지 못해왔다. 올해 오랜 세월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해온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식이 개최되고 충청권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당시 4.19혁명의 일련의 과정을 짚어보면 독재정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2.28대구 학생민주화운동에 이어 대전 고등학생의 3.8민주의거, 3.15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되어 마산에서 벌어진 3.15의거가 그 뿌리를 잇고 있다. 1960년 3월15일 제4대 정 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실시된 선거에서 자유당은 반공개 투표, 야당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 부정선거를 자행하였다. 이에 같은 날 마산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당국은 총격과 폭력으로 강제 진압에 나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고한 학생과 시민을 공산당으로 몰면서 고문도 가했다.
하지만 1960년 4월11일 1차 마산시위에서 실종되었던 김주열군이 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제 2차 시위가 다시 일어났다. 국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하게 되어 부정선거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다. 이것이 바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1960년 4월18일 고려대학교의 4천여 학생은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하여 봉화를 높이 들자"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세종로-태평로 일대로 진출해 시위를 벌였다.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한다. 평화행진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가던 중 폭력배 등 괴청년들의 습격을 받아 일부가 피를 흘리며 크게 부상당했다.
드디어 다음날인 1960년 4월19일 이에 분노한 전국의 시민과 학생이 총궐기하여 "이승만 하야와 독재정권 타도!"를 위한 혁명적 투쟁으로 발전한다. 독재정권은 총칼을 앞세워 무력으로 탄압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960년 4월25일 독재정권의 만행에 분노한 서울시내 각 대학 교수단 300여명은 선언문을 채택하고 학생, 시민들과 시위에 동참하였다. 1960년 4월26일 전날에 이어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운 대규모의 시위군중은 총격과 폭력으로 자행된 강제 진압과 무력에도 굽히지 않고 더욱 완강하게 투쟁했다. 결국 이승만은 대통령 직에서 하야했다. 사망 185명, 부상 1,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무고한 학생들 심지어 중학생까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련의 사건이었다. 바로 이 숭고한 희생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4.19혁명이 갖는 의미는 대구, 대전, 마산에서 전국적으로 번지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항거한 학생운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위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올해만큼은 그 의미가 더욱 배가되고 있다. 대전의 3.8민주의거도 4.19혁명의 연장선상에서 그 궤를 함께 하고 있어 그러하다.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일의 국가기념일 공포기념 4.19혁명과 열린 세계의 시’라는 심포지엄이 자유와 민주를 꽃피운 4.19 혁명의 위대한 정신문화를 조망하며 시와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충남대 명예교수인 송백헌교수는 ‘4.19혁명과 시인의 함성,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발표문에서 4.19세대 시인들 중에 인구에 회자되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라는 다음과 같은 시를 소개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수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시에서 신동엽은 4.19혁명과 동학혁명을 통해 민주의 끈질긴 생명력과 민주애의 열망을 확인하고 이것을 억압하는 모든 비본질적 요소들이 사라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송백헌교수는 설파했다.
올해 4월 19일에는 4.19혁명 세계 4대 민주혁명 대행진이 서울광화문에서 펼쳐진다. 민주화 산업화 융합 대축제도 함께 벌어진다. 영국, 미국 , 프랑스에서도 참가한다. 4.19혁명 제 59주년을 맞는 이번 4월은 이처럼 다채로운 이벤트행사로 그 위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모두(冒頭)에서 살펴보았듯이 무수한 학생들의 숭고한 피와 값진 땀방울을 밑거름으로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오늘날 바로 서서 걸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는지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한 4.19혁명정신을 상기해보는 4월이다. 침묵하는 시(詩)나 침묵하는 자유의지, 비겁한 외면은 분명 4.19혁명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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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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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는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교수(Noam Chomsky)는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두뇌 속에 특별한 “언어 습득 장치(LAD:Language Acqisition Device)”를 가지고 태어남으로써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12~13세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사라진다고 주장하였다. 이 학설이 언어학 발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언어습득장치이론’이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촘스키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언어(言語)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과 글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이나 글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화자(話者)가 있고 이를 전달받는 청자(聽者)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매스컴의 발달로 신문 방송이나 인터넷, SNS등 소통채널이 다매체 다채널로 다원화되어 정보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것은 전달되는 정보의 진실성이다. 이른바 진실커뮤니케이션이다. 언어라는 소통수단을 통하여 거짓을 전달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한다면 이는 개인이건 대중이건 수용자들의 거부감과 신뢰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심스럽게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흔히 들었던 우리 속담이지만 열거를 해보자. 말만 잘 하면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 나름으로 사뭇 달라진다는 말로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실천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말만으로 해결하려 듦을 이르는 말로 “말로 온 동네를 다 겪는다.” 말을 삼가야 함을 경계하는 뜻의 말로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과 글은 그 속뜻을 잘 음미해 보아야 한다는 말로 “글 속에 글 있고 말 속에 말 있다.” 미욱하고 고집스러워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과는 더불어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로 “담벼락하고 말하는 셈이다.” 가정에 말이 많으면 살림이 잘 안 된다는 말로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라는 속담들이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말과 글의 중요성을 함축의미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아날로그시대가 가고 디지털시대 그야말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맞았다. 일방적으로 주입식 정보를 접하던 시대가 아니고 이른바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떤 메시지가 인터넷이나 SNS에 전달이 되면 그 반향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곧바로 여론이 형성된다. 여론조작도 중범죄로 다루어지는 시대가 됐다. 요즘은 심지어 유튜브나 페이스북, 아프리카 TV등을 통하여 1인 미디어 시대를 맞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엄청 변했다. 휴대폰도 이른바 5G 시대를 개막하여 초스피드시대를 맞고 있다. 정보혁명을 넘어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봉화대에서 연기를 피워 메시지를 전달하고 말을 달려 급한 소식을 전하던 시대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시대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상파중심의 방송시대에서 종편과 인터넷방송, 유튜브 등의 등장으로 방송도 새롭게 재편되었다. 기존 지상파 중요뉴스 시간대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를 말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뉴스전달이나 의도적인 뉴스로는 수용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가 이상하면 다른 매체를 통하여 확인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이를 다시 다중에 전달하기 때문에 뉴스 접근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정보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시대인 것이다. 말과 글이 넘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공인의 말과 글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참으로 조심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고 만다. 이른바 설화(舌禍)인데 이는 혀를 잘못 놀려, 수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관심을 끌어들여 당하게 되는 화(禍)의 총칭하는 말로 역사적으로 그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 정치인의 노인폄하발언으로 노인들이 등을 돌리고 정치생명이 위협받았고 모 정치인은 장애인비하발언으로 개망신을 당했다. 어떤 아나운서는 ‘지혜있는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인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낙산낙수’로 말했다가 어느 날 화면에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친 특혜논란에 휩싸인 모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제 아버지를 물어뜯는 인간들 특히 용서할 수 없다"며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고 해서 세간의 논란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한번 붙어보자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모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참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언어로는 결격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요즘 정치인들의 수준낮은 말과 글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열거한 속담들이 어쩌면 이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지 기가 막힐 정도이다. 언어습득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어느 할아버지가 한동안 함께 살다 분가한 장남과 함께 6살 손녀가 오랜만에 찾아오자 이런 흔한 질문을 던진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할아버지가 좋아?”, 손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거 할아버지에게 얘기 못해요! 슬퍼할까봐!” 할아버지는 껄껄 웃고 말았다. 그러나 참으로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6살 어린아이도 아빠, 엄마가 좋다고 하면 할아버지가 상처를 받을까봐 깜찍하고 지혜가 넘치는 이런 배려의 말을 하고 있다. 6살 어린아이도 이럴 정도인데 성인이고 사회지도층인 인사들이 쏟아 내놓는 수준 낮은 언행은 오히려 낯이 부끄러울 정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말을 배워가는 어린아이만도 못한 말과 글로 추한 심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라치면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첨단 시대의 SNS로 자기 PR시대를 맞았지만 잘못 활용하면 설화(舌禍)로 이어지고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공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언제나 언행과 몸가짐을 바로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함부로 말과 글을 쏟아낸다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은 바로 말의 소중함과 진실성, 신뢰성을 함축하고 있다. 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바로 6살 어린아이의 지혜로운 소통장면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성격이나 언행이 가탈스러우면 남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말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한다. 그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부드러운 언행과 상대를 배려하는 ‘말과 글’이 더 소중하다. 국민 앞에 나서는 사회지도층이나 공인, 특히 국회의원, 정치인들은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한 ‘말과 글’이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언어구사에 있어 기본과 정도(正度)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시절 자신의 언어습득장치를 다시금 바로 점검해 정상소통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말과 글은 곧 자신의 품격이자 인격이기 때문이다.
20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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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좋은 뉴스를 바란다
▲ © 세종타임즈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6이닝 4피안타 8K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지난 2001년 박찬호 선수가 개막전 투수로 나서 승리한 이후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개막전 투수로 나서 완벽한 피칭으로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짜증스런 날들이 이어지는 작금의 대한민국 분위기에 모처럼 류현진의 호투와 승리는 짜릿한 쾌감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더욱이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애리조나 크레인키에 신승을 거둬 류현진의 건재함을 개막전부터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소 우려했던 마음을 일시에 거둬들이게 한 경기는 국민들에게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류현진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저스 타선도 펄펄 날았다. 키케 에르난데스와 작 피더슨이 각각 홈런 두 방씩 때려내는 등 무려 홈런 8개를 기록했다. 이는 1988년 메츠와 지난해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6홈런을 경신한 신기록이라고 한다. 류현진이 잘 던지니까 타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홈런 경쟁을 벌이듯이 시원시원한 홈런 퍼레이드를 펼쳤다. 모처럼 짜릿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게 되었다. 류현진 선수의 당당함과 승리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참 기쁜 소식, 좋은 소식으로 모처럼 국민 청량제가 되었다. 야구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특별한 좋은 소식이 없는 작금의 나라 분위기 속에서 신선하게 다가섰다. 아쉽게 패했지만 피츠버그의 강정호도 2타점 역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인상적인 개막전 경기를 펼쳐 기대감에 부응했다. 한국선수들의 쾌투에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국민들이었다. 지난 3월 29일 새벽의 소식이다.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했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장판이다. 정치는 여야가 늘 반목과 대립으로 한시도 콧잔등 아물 날이 없다. 틈만 나면 폭로전과 과거 적폐 청산에 혈안이 되어 가득이나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틈만 나면 유명인사의 성추행 폭로전이니 버닝썬이니 하면서 온통 난리가 아니다. 유명가수가 구속이 되고 수사선상에 올라 추한 모습들을 화면을 통해 보고 있다. 국회 장관청문회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온통 시끌벅적했다. 한마디로 “털면 먼지가 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싶다. 일반 국민들의 통념으로도 인정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장관을 하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측은하기까지 하다. 국민들 앞에 모든 속살을 드러내 놓고 “죄송하”다“, ”송구하다“며 사퇴는커녕 그냥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니 도대체 청문회는 무엇 때문에 하는지 국민들의 식상함이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다 도를 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민원청탁성 ”아부형‘ 청문회 발언들이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본질을 흐려도 너무 흐리고 있으니 낯이 뜨거운 것은 바로 해당지역구 주민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석기 시대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치판이 그야말로 나쁜 뉴스의 산실인 듯싶다. 사회적으로도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이나 사회 유력인사, 지도층들이 골든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용두사미가 되어 유야무야 해버리고 만다. 과거 구원파 문제에서도 골프채를 주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루머와 정치인들의 연루문제가 터져 나왔으나 이 역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겼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이나 직권남용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여 난리를 피우더니만 이제는 또 잠잠하다. 재판에 계류 중인 각종 불미스런 사건들도 소모적인 논쟁과 잡다한 폭로 전 속에서 진실게임의 백미를 장식하고 있다. 대한민국호라는 배안에서 크고 작은 불티가 이리저리 튀면서 마치 호떡집 불난 듯 난장판이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들이 사라지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저출산에 앞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지난 해 13세 이상 국민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년 전보다 3.8%포인트 하락한 48.1%를 기록해 급기야 50%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미혼 남녀 10명 중 겨우 2∼3명 남짓만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산율마저 0.98명으로 추락해 3년 빨라진 저출산 재앙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13년간 저출산에 152조 7천억 원을 썼고 고령화 대응에 116조 7천억 원을 사업비 등으로 투입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곧 결혼이다. 미혼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출생아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러 변화에 맞춰 투트랙 대응을 정부는 천명하고 있지만 본질을 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주거안정을 기해야 하며 양육제도가 현실적일 때만이 저출산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회용 대책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을 늘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참으로 숨 막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남북문제, 남남갈등, 이념대립 등 산적한 현안 들이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있다. 국민경제는 체감경제에서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전 아이파크 시티 청약경쟁률은 무려 202대1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출을 규제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고는 하지만 부동산은 역시 부동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대변인도 빚내서 개발예정지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나서는 정도이니 알만 하다. 장관 후보자들도 부동산 알부자들이 비일비재하니 도대체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공인이건 아니건 온통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누구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싶다. 서민들의 가슴만 먹먹해질 따름이다. 이제는 서민 흉내를 경계해야 할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매화타령’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적폐 중에 적폐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 무서워할 줄 모르는 정제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은 공인자격을 사실상 잃어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프랑스 격언으로서 지도층으로서 걸맞은 도덕성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노블리즈 오빌리주’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무엇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는 요즘에 프로야구라도 개막되어 다행이다. 이런저런 암울한 소식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때 그나마 프로야구에 몰입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정신건강을 되찾는 것도 또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에 들리는 저 멀리 메이저리그의 한국선수들의 낭보는 아침을 신선하게 했다. 모처럼 참 좋은 뉴스를 접한다. 앞으로도 배드 뉴스(bad news)가 아니라 좋은 뉴스(good news)가 더 많아져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마음이 바로 온 국민의 마음이자 힘겨운 일상을 딛고 걸어가는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들려온 류현진 선수의 승리투혼에 환호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바로 이런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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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이 던져주는 메시지
▲ © 세종타임즈
드디어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2019 KBO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 날 23일 창원NC파크, 부산 사직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구장 등이 전석 매진됐다. 2009년 개막일 역대 최다 관중 흥행 기록(9만6,800명)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제 7개월간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 대장정이 펼쳐진다. 2019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엔트리는 무려 267명이나 등록했다. 37년 역사의 변화를 보여준다. 23일 오후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를 비롯해 2019 프로야구 개막일 창원·사직·광주·잠실 등이 매진된 가운데 만원 관중은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을 반기며 응원가를 합창했다. 또 개막 홈런포가 작렬할 때마다 열광했다. 그동안 묵었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통쾌한 순간들이었다. 이것이 프로야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에 시작되었으니까 올해로써 3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돌이켜 보건데 당시 창설준비는 개막 한해 전부터 시작되었다. MBC청룡(서울),롯데 자이언츠(부산), 삼성 라이온즈(대구), OB(대전), 해태 타이거즈(광주), 삼미슈퍼스타즈(인천)로 모두 6개 구단이었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 개막전이 펼쳐졌다. 원년 우승팀은 OB베어스가 차지를 했지만 85년에 연고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옮겼다. 여러 가지 변화 속에서 지금은 두산 베어스(서울), LG 트윈스(서울), 키움 히어로즈(서울), KIA 타이거즈(광주), 한화 이글스(대전),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NC 다이노스(창원), SK와이번스(인천), kt wiz(수원) 등 10개 구단으로 늘어났다.
프로야구가 갖는 매력은 단순히 승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내용에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9회 말 투 아웃에 투 스트라이크의 패색이 짙은 경기도 역전승을 거두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 짜릿함과 통쾌함은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른바 열광 그 자체이다. 이런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애로애락을 선사하는 프로야구이니 만큼 인기가 식을 리가 없다. 프로야구 원년에는 국민들의 정치적인 시선을 프로야구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냈다. 그러나 출범의 배경이야 어땠든 지금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되고 베테랑 선수들의 몸값이 무려 100억 원대를 웃돌고 있으니 원년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한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이다. 세계적인 기량을 선보인 것이다. 늘 일본에 비해 한수 아래 인 것처럼 느끼던 한국이 일본을 격파할 때의 통쾌함과 국민적인 열광은 정말 대단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우승이랄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어찌 보면 야구한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유소년들이나 청소년 야구도 저변 확대가 잘되어 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이다.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서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땀 흘린 선수들과 지도자 분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난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19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이 열렸다. 46살의 일본 선수 이치로가 2연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19년간 한 시대를 풍미하며 무려 3,089안타의 금자탑을 이룬 일본의 야구 영웅 이치로 선수의 '아름다운 퇴장'에 일본 열도는 물론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위대한 선수의 퇴장이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관중들이 보내는 기립박수는 노장 선수의 아름다운 은퇴에 대한 감동과 감사의 박수였다. 눈시울을 적시는 동료선수들의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서기도 했다. 스즈키 이치로는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1992년 일본 프로야구 구단 오릭스에 입단한 스즈키 이치로(46)는 94년부터 7년 연속 타격왕 자리에 오르며 일본 야구의 전설로 기록됐다. 미국 진출 첫해인 2001년에는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고, 작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8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이치로만이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곧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의 나라 선수이지만 참 부럽고 훌륭하다.
프로야구 세계에서 보이는 이런 모습들은 참으로 멋지다. 우리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도박과 음주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다. 유능한 선수들이 퇴출되는 불운도 겪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바야흐로 프로야구가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올 시즌에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한국프로야구도 한층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지도자들도 멋진 경기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름다운 퇴장이 무엇인지를 이번 프로야구시즌을 통해 교훈적으로 배우는 장이 되면 어떨까 싶다. 이것이 바로 프로야구 개막이 던져주는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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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건강방송 이대로 좋은가?
▲ © 세종타임즈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0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많은 우려 속에 지난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하며 등장했으니까 올해로써 8주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중심의 방송계 지평이 확 달라졌다. 기존의 방송 3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뉴스편성에 패널을 등장시켜 생동감을 넘치게 하고 다양한 시각을 시청자들이 접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치적 편향성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음도 숨길 수 없는 대목이다. 그만큼 종편의 영향력이 커졌고 심지어는 정권교체의 단초를 제공할 정도로 그 위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지상파 중심의 우리나라 방송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주역들로 평가된다. 지상파뉴스 시청률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기도 하지만 당연히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종편들의 종횡 무진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은 기존 지상파의 안이한 프로그램 제작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24시간 틀어대는 종편 방송의 시간대의 여유는 기존 지상파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프로그램 제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뉴스전달에 있어서도 다양한 패널들을 등장시켜 뉴스의 맛을 더하며 생동감을 더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막기식 패널의 등장이나 편협하고 잡다한 분석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더하기도 했다. 채널을 돌리면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다니던 고정패널들의 똑같은 견해를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들어야 했다. 요즘은 새로운 패널들이 등장해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종편에서 배척을 당하는 패널들도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종편들의 눈치전쟁이다.
하긴 종편 4사 모두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난 2017년 조건부 재승인으로 2020년까지 허가연장을 받았다. 특히 TV조선의 경우는 방송프로그램의 기획, 편성, 제작 및 공익성확보계획 점수에서 딱 50%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50% 미만은 재허가 거부대상이었지만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6개월 단위로 점검하여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승인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강화된 심사제도에 따른 것이다. 과거 수도권 지상파 경인방송이 재승인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어찌 보면 종편들이 시한부 생명을 사는 듯이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막강한 힘도 엿보게 된다. 정치적인 힘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종편들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종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각종 건강방송이다. 채널마다 프로그램명은 다르지만 비만을 비롯해 현대인들이 고질적으로 접하고 있는 각종 질병에 대한 상식과 극복 사례, 건강보조식품 등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종편을 통하여 국민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종편의 건강방송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이용한 치졸한 건강방송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편 4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모든 질병과 관련된 건강방송의 프로그램을 참으로 대단한 열정을 들여 제작방송하고 또 이에 좋은 식품이나 성분, 효능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노니가 좋다느니, 프리바이오틱스가 좋다느니, 모링가가 좋다느니 등등 마치 치료제나 완벽한 처방처럼 의사나 전문가, 심지어 병원까지 등장시켜가며 이른바 소개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이니까 백세건강을 바라는 사람들 또는 고통 받는 질환자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다. 공익적인 정보로 시청자들은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새이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재래시장에 관련 식품이 동이 나고 값이 오를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종편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수용심리를 이용하며 상업주의로 흐르고 있다. 종편의 건강방송을 보면서 채널을 홈쇼핑 쪽으로 돌리면 어딘가에서 어김없이 쇼호스트들이 나와 관련 건강보조식품을 침을 튀기며 광고하며 팔고 있다. 다시 말해 종편과 홈쇼핑의 합작품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종편의 건강방송이다. 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홈쇼핑의 제품장사를 위해 종편이 나서고 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요즘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다. 종편들이 교묘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니가 좋다고 하니 시중의 다른 노니제품들마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불량제품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노니제품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쇳가루가 나와 시중을 벌꺽 뒤집어 놓았다. 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품생산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에는 어떤 건강보조식품이든 정상적인 제조와 유통과정을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범람하는 건강정보에 기인한 탓이기도 하다.
종편이 출범할 때 엄청난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편협한 보도태도나 지나친 상업주의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사실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종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계의 판도변화를 이끌고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공익을 위장한 상업주의를 표방한다면 이는 종편 방송프로그램의 공익성 확보라는 측면에 위배되지 않을 수 없다. 종편 4사가 모두 2020년까지 조건부재승인을 받은 이유는 아직도 종편이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채널이 많은 것이 좋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장사꾼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아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방송도 마찬가지이다. 모름지기 종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바른 생각과 올곧은 자세, 국민을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방송은 공공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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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대전민주의거’의 역사적 재정립
▲ © 세종타임즈
지난 2017년 국가기념일로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해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령으로 11월 공포된 ‘3.8대전민주의거’가 마침내 올해 3월 8일 국가기념식을 갖고 역사적인 의미를 공식화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3.8대전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 등 1,000여명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독재에 항거했던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대구의 ‘2.28민주의거’, 마산의 ‘3.15민주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나 그동안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을 인정받지 못해왔다. 이런 차원에서 오랜 세월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해온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식 개최야말로 매우 큰 역사적 의미를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3.8대전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받기까지 대전·세종·충청도민과 유관기관단체, 지역정치권들의 성원과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평가절하가 됐던 ‘3.8대전민주의거’가 역사적 사실과 숭고한 민주정신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역사에 큰 역사적 기록으로 우뚝 설 수 있어 대전시민·세종시민·충청도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나아가 온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3.8대전민주의거’ 기념식이 59주년의 타이틀을 당당히 내걸고 국가기념일 제정이후 첫 번째로 ‘2019년 3월 8일’ 대전시청 남문 보라매 광장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무총리까지 참석하여 개최된 것은 참으로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잃었던 역사를 다시금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이고 뜻깊다.
대전충청권 최초의 민주화학생운동이자 4.19혁명의 기폭제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3.8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기념사업도 이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정부기념식으로 첫 번째 열린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영원히 기리게 된다는 점에서 지역적 환영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 숭고한 뜻을 기리는 작업은 광범위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 때를 맞춰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행사와 특별강연도 구 충남도청 식장산홀에서 기념사업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져 그동안 잊었던 민주화학생운동의 참뜻을 조망하며 의미를 더했다. 앞으로 역사적 사료 등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정돈이 되어 기념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념관도 당연히 건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학계 등은 물론이고 국가보훈처도 더욱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나 묻혀있어 아직도 그 숭고한 민주주의의 참뜻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념식과 함께 당시의 모습이 재현되었을 때 우리는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당시의 위대하고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며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금자탑을 이룬 ‘3.8대전민주의거’는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로 대한민국 중심인 대전에서 그 기치를 높이 들게 되었다. 그동안 4.19혁명만을 단순히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를 촉발시킨 도화선이 바로 3.8대전민주의거라는 연장선상에서 그 숭고한 학생정신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폭넓은 학생운동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훌륭한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이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인정받게 되었는지는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3.8대전민주의거’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당시 학생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찾아 그들의 유공을 되찾아 주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다가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한사람이라도 빠짐없이 찾아서 그 유공에 보답해야 한다. 59주년 만에 맞는 기념식이 갖는 의미는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역사를 바로 세우고 기릴 수 있는 날을 되찾았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안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시금 정비하여 위대한 정신이 널리 회자되어 민주주주의 역사에 자랑스럽게 기록되어야 한다. 대전과 충청권에서는 59주년 기념식 날을 모두가 감동적으로 접했다. 이제 매년 3월 8일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모두가 ‘3.8대전민주의거’의 위대한 정신을 뜨거운 마음으로 기념하는 날로 승화시켜나가며 우리 후손들에게 영속되길 염원한다.
20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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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계절, 봄
▲ 김은희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 세종타임즈
시작
올해도 어김없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되었다.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 문득 1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재뉴어리(January)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문을 지키는 로마의 신(神) 야누스(Janus)에 근거하여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의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하필 1월과 야누스를 연결 짓게 되었던 것일까?
야누스는 문의 앞뒤를 지키기 위해 두 개의 얼굴 – 때론 네 개의 얼굴이기도 하다 – 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야누스’ 하면 자연스럽게 ‘이중적인 인간’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중적인 인간과 1월이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내 생각은 이렇다. 1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다. 시작의 순간에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시작과 설렘과 두려움 - . ‘시작’이 갖는 이러한 양면성이 아마도 한 해의 시작인 1월과 야누스를 연결 짓게 했을 터이다.
그래서 2019년 봄,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내게 봄은 또 다른 ‘야누스의 달’이다.
역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로 가고, 나무는 꽃이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버려야 얻는다’는 이 역설의 진실을 앞에 두고, 나아가기 위해 버릴 것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봄이 시작되는 3월
이제 막 각자의 인생의 문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공지능이 우리네 인생을 좌지우지 해버리게 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 각자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꿈이요? 우리는 밥벌이가 가능한 기술과 기능, 지식을 습득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요.”라고 우리들은 대답한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작가 김훈의 말처럼 ‘밥벌이의 어려움’은 그것대로 우리가 기꺼이 견뎌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니, 그것을 포기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뭔가 미진한 느낌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밥이 곧 삶의 의미’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밥을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갈등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순간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삶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어느 날 문득 ‘버려서 얻는’ 역설적 물의 자세와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쓴 ‘경설(鏡設)’이라는 글의 한 대목을 접하며 어렴풋이나마 그 뼈대를 세워보려 했던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 삶의 유연성
물은 끊임없이 아래로 흐른다. 흐르다가 넓은 곳을 만나면 소(沼)를 이루기도 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이는 물의 겸손 즉 자기 낮춤에 주목하지만, 내게 물은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삶의 유연성’으로 읽힌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게,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나게 물은 그릇과 하나가 된다.
적자생존이 무엇인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환경 적응력의 또 다른 표현 아닌가. 가장 가까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가늠자를 찾는다.
화이부동(和而不同) - 화음(和音)
그런데 여기서 하나 명확히 해 둘 점이 있다.
물이 환경에 맞춰 제 모습을 바꾼다고 ‘물’이 ‘물이 아닌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규보의 글을 빌리자면, 거울에 잠시 먼지가 덮였다고 그 밑의 본바탕까지 흐려지지 않는 것처럼…
합창을 들을 때면 난 늘 같은 느낌을 갖곤 했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이 가져다주는 전율이었다. 처음 기타를 잡고 코드를 배우며 소리를 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음(音)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멋진 신세계!
그 때 나는 다짐했다. 조화를 이루되 같지 않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되 조화를 꾀하는 삶이 만들어내는 그 놀라움을 잊지 말자고…
맺음말
나는 이제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작은 요청 몇 가지를 하고자 한다.
물처럼 환경에 잘 적응하되 ‘나’를 잃지는 말자.
타자(他者)를 인정하는 삶이 ‘나’를 무화(無化)시키는 것이 아님을 알자.
강물이 강을 버리듯 지금까지 유지해 온 ‘자기중심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맞잡은 손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
이런 나를 ‘오롯이 간직하고 싶은 나‘로 늘 가슴에 품고 서로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삶 속에서 나를 높이자.
봄 ! 3월 !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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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희생
▲ © 세종타임즈
올해로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이다.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제주 등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는 기념식과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한 세기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한민국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은 올해 더욱 새롭다. 천안시는 기념우표 1만 7,000장을 발행하여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삼일절 아우내 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은 유관순열사가 당연히 떠오른다. 1919년 기미년 삼일절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졌던 곳이다. 올해도 100년 전 유관순 열사가 참여한 '아우내만세운동'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장터 현장에서 횃불행진으로 재현됐다. 이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땅 이 강산을 지키고 민족정기를 되살려 왔기 때문에 그 역사적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1919년 3월 1일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사에 위대한 날로 기록되고 있다. 독립선언서 모두(冒頭)에는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 언)하노라.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라고 명시되어 있다. 참으로 명문인데다 고귀한 정신이 담겨 있다.
유관순열사의 애국정신과 고귀한 희생,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훈이 3등급(건국훈장 독립장)에 머물러 왔으나 드디어 올해 1등급(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격상했다. 1962년 독립운동 업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으나 이제 1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추서되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화여자 고등보통학교 1학년에 불과한 어린 나이의 유관순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과 독립운동 업적은 3.1 만세 운동과 함께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1902년 12월 16일 생으로 1920년 9월 28일 향년 18세로 옥중에서 순국했다. 체포, 수감 그리고 고통스런 참형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에 항거했다. 영원한 민족의 누나인 유관순열사이다.
우리는 순국선열을 생각할 때 열사와 의사, 지사라는 말은 하게 된다. 나름 의미가 다르다. 국가보훈처의 정의를 보면 열사는 맨몸으로써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는 사람이고 의사는 무력(武力)으로써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을 일컫는다. 이른바 이준열사, 유관순열사이다. 그리고 안중근의사, 윤봉길의사, 이봉창의사 등이다. 애국지사는 그야말로 나라를 위하여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이바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독립유공자(獨立有功者)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말한다. 이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 선양하고 민족정기와 민족단결을 고취하며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대업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2년 1월 29일, 한국독립유공자협회(韓國獨立有功者協會)가 설립되었다. 2018년 기준으로 국가보훈처가 서훈한 독립유공자는 약 1만 5,000명이다. 독립유공자 명단을 보면 1급 대한민국장이 31명(올해 유관순열사가 1등급으로 상향), 2급 대통령장 93명, 3급 독립장 805명(유관순열사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4급 애국장 3,886명 등으로 독립유공자와 후손에게는 국가에서 보장하는 예우가 있다.
우리는 이런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오늘을 이룰 수가 있었다. 불의에 항거하고 민족정신을 이끌어온 위대한 인물들이다. 어떠한 예우로도 그 값진 희생을 갚을 길이 없다. 박은식의 기록에 따르면 3.1운동 당시 2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7,509명의 순국자가 발생했다. 3.1운동은 민주, 평화, 비폭력 정신으로 우리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에 보여준 쾌거이다. 학생, 청년, 농민, 여성이 모두 참여한 전 민족적, 대중적 운동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었다. 임시정부는 서울·연해주·상하이 등지에서 세워졌다가 1919년 9월 상하이로 통합된다.
가해자인 일본이 35년간의 갖은 수탈과 인권침해, 징병 등의 잘못을 아직도 제대로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는 너무나 대조된다. 위안부에 대한 사죄도 마다하고 있는 일본이다. 오히려 3.1운동의 희생자수에 대해 반발을 하고 나서고 있다. 참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역사는 기록되고 역사는 가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본은 가해자로서의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일제 36년은 만행의 역사이다. 3.1운동의 함성은 그래서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고스란히 남아 영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분열과 반목, 대립을 멈추고 진정한 애국애족의 정신으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나라사랑과 겨레사랑정신으로 승화시켜나가야 할 순간이다. 그래서 100주년의 의미는 더욱 뜻깊다할 것이다.
201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