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NEWS
-
말과 글
▲ © 세종타임즈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는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교수(Noam Chomsky)는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두뇌 속에 특별한 “언어 습득 장치(LAD:Language Acqisition Device)”를 가지고 태어남으로써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12~13세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사라진다고 주장하였다. 이 학설이 언어학 발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언어습득장치이론’이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촘스키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언어(言語)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과 글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이나 글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화자(話者)가 있고 이를 전달받는 청자(聽者)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매스컴의 발달로 신문 방송이나 인터넷, SNS등 소통채널이 다매체 다채널로 다원화되어 정보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것은 전달되는 정보의 진실성이다. 이른바 진실커뮤니케이션이다. 언어라는 소통수단을 통하여 거짓을 전달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한다면 이는 개인이건 대중이건 수용자들의 거부감과 신뢰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심스럽게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흔히 들었던 우리 속담이지만 열거를 해보자. 말만 잘 하면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 나름으로 사뭇 달라진다는 말로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실천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말만으로 해결하려 듦을 이르는 말로 “말로 온 동네를 다 겪는다.” 말을 삼가야 함을 경계하는 뜻의 말로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과 글은 그 속뜻을 잘 음미해 보아야 한다는 말로 “글 속에 글 있고 말 속에 말 있다.” 미욱하고 고집스러워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과는 더불어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로 “담벼락하고 말하는 셈이다.” 가정에 말이 많으면 살림이 잘 안 된다는 말로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라는 속담들이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말과 글의 중요성을 함축의미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아날로그시대가 가고 디지털시대 그야말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맞았다. 일방적으로 주입식 정보를 접하던 시대가 아니고 이른바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떤 메시지가 인터넷이나 SNS에 전달이 되면 그 반향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곧바로 여론이 형성된다. 여론조작도 중범죄로 다루어지는 시대가 됐다. 요즘은 심지어 유튜브나 페이스북, 아프리카 TV등을 통하여 1인 미디어 시대를 맞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엄청 변했다. 휴대폰도 이른바 5G 시대를 개막하여 초스피드시대를 맞고 있다. 정보혁명을 넘어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봉화대에서 연기를 피워 메시지를 전달하고 말을 달려 급한 소식을 전하던 시대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시대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상파중심의 방송시대에서 종편과 인터넷방송, 유튜브 등의 등장으로 방송도 새롭게 재편되었다. 기존 지상파 중요뉴스 시간대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를 말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뉴스전달이나 의도적인 뉴스로는 수용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가 이상하면 다른 매체를 통하여 확인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이를 다시 다중에 전달하기 때문에 뉴스 접근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정보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시대인 것이다. 말과 글이 넘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공인의 말과 글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참으로 조심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고 만다. 이른바 설화(舌禍)인데 이는 혀를 잘못 놀려, 수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관심을 끌어들여 당하게 되는 화(禍)의 총칭하는 말로 역사적으로 그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 정치인의 노인폄하발언으로 노인들이 등을 돌리고 정치생명이 위협받았고 모 정치인은 장애인비하발언으로 개망신을 당했다. 어떤 아나운서는 ‘지혜있는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인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낙산낙수’로 말했다가 어느 날 화면에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친 특혜논란에 휩싸인 모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제 아버지를 물어뜯는 인간들 특히 용서할 수 없다"며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고 해서 세간의 논란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한번 붙어보자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모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참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언어로는 결격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요즘 정치인들의 수준낮은 말과 글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열거한 속담들이 어쩌면 이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지 기가 막힐 정도이다. 언어습득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어느 할아버지가 한동안 함께 살다 분가한 장남과 함께 6살 손녀가 오랜만에 찾아오자 이런 흔한 질문을 던진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할아버지가 좋아?”, 손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거 할아버지에게 얘기 못해요! 슬퍼할까봐!” 할아버지는 껄껄 웃고 말았다. 그러나 참으로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6살 어린아이도 아빠, 엄마가 좋다고 하면 할아버지가 상처를 받을까봐 깜찍하고 지혜가 넘치는 이런 배려의 말을 하고 있다. 6살 어린아이도 이럴 정도인데 성인이고 사회지도층인 인사들이 쏟아 내놓는 수준 낮은 언행은 오히려 낯이 부끄러울 정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말을 배워가는 어린아이만도 못한 말과 글로 추한 심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라치면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첨단 시대의 SNS로 자기 PR시대를 맞았지만 잘못 활용하면 설화(舌禍)로 이어지고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공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언제나 언행과 몸가짐을 바로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함부로 말과 글을 쏟아낸다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은 바로 말의 소중함과 진실성, 신뢰성을 함축하고 있다. 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바로 6살 어린아이의 지혜로운 소통장면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성격이나 언행이 가탈스러우면 남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말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한다. 그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부드러운 언행과 상대를 배려하는 ‘말과 글’이 더 소중하다. 국민 앞에 나서는 사회지도층이나 공인, 특히 국회의원, 정치인들은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한 ‘말과 글’이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언어구사에 있어 기본과 정도(正度)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시절 자신의 언어습득장치를 다시금 바로 점검해 정상소통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말과 글은 곧 자신의 품격이자 인격이기 때문이다.
2019-04-06
-
국민들은 좋은 뉴스를 바란다
▲ © 세종타임즈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6이닝 4피안타 8K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지난 2001년 박찬호 선수가 개막전 투수로 나서 승리한 이후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개막전 투수로 나서 완벽한 피칭으로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짜증스런 날들이 이어지는 작금의 대한민국 분위기에 모처럼 류현진의 호투와 승리는 짜릿한 쾌감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더욱이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애리조나 크레인키에 신승을 거둬 류현진의 건재함을 개막전부터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소 우려했던 마음을 일시에 거둬들이게 한 경기는 국민들에게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류현진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저스 타선도 펄펄 날았다. 키케 에르난데스와 작 피더슨이 각각 홈런 두 방씩 때려내는 등 무려 홈런 8개를 기록했다. 이는 1988년 메츠와 지난해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6홈런을 경신한 신기록이라고 한다. 류현진이 잘 던지니까 타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홈런 경쟁을 벌이듯이 시원시원한 홈런 퍼레이드를 펼쳤다. 모처럼 짜릿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게 되었다. 류현진 선수의 당당함과 승리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참 기쁜 소식, 좋은 소식으로 모처럼 국민 청량제가 되었다. 야구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특별한 좋은 소식이 없는 작금의 나라 분위기 속에서 신선하게 다가섰다. 아쉽게 패했지만 피츠버그의 강정호도 2타점 역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인상적인 개막전 경기를 펼쳐 기대감에 부응했다. 한국선수들의 쾌투에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국민들이었다. 지난 3월 29일 새벽의 소식이다.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했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장판이다. 정치는 여야가 늘 반목과 대립으로 한시도 콧잔등 아물 날이 없다. 틈만 나면 폭로전과 과거 적폐 청산에 혈안이 되어 가득이나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틈만 나면 유명인사의 성추행 폭로전이니 버닝썬이니 하면서 온통 난리가 아니다. 유명가수가 구속이 되고 수사선상에 올라 추한 모습들을 화면을 통해 보고 있다. 국회 장관청문회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온통 시끌벅적했다. 한마디로 “털면 먼지가 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싶다. 일반 국민들의 통념으로도 인정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장관을 하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측은하기까지 하다. 국민들 앞에 모든 속살을 드러내 놓고 “죄송하”다“, ”송구하다“며 사퇴는커녕 그냥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니 도대체 청문회는 무엇 때문에 하는지 국민들의 식상함이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다 도를 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민원청탁성 ”아부형‘ 청문회 발언들이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본질을 흐려도 너무 흐리고 있으니 낯이 뜨거운 것은 바로 해당지역구 주민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석기 시대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치판이 그야말로 나쁜 뉴스의 산실인 듯싶다. 사회적으로도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이나 사회 유력인사, 지도층들이 골든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용두사미가 되어 유야무야 해버리고 만다. 과거 구원파 문제에서도 골프채를 주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루머와 정치인들의 연루문제가 터져 나왔으나 이 역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겼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이나 직권남용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여 난리를 피우더니만 이제는 또 잠잠하다. 재판에 계류 중인 각종 불미스런 사건들도 소모적인 논쟁과 잡다한 폭로 전 속에서 진실게임의 백미를 장식하고 있다. 대한민국호라는 배안에서 크고 작은 불티가 이리저리 튀면서 마치 호떡집 불난 듯 난장판이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들이 사라지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저출산에 앞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지난 해 13세 이상 국민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년 전보다 3.8%포인트 하락한 48.1%를 기록해 급기야 50%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미혼 남녀 10명 중 겨우 2∼3명 남짓만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산율마저 0.98명으로 추락해 3년 빨라진 저출산 재앙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13년간 저출산에 152조 7천억 원을 썼고 고령화 대응에 116조 7천억 원을 사업비 등으로 투입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곧 결혼이다. 미혼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출생아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러 변화에 맞춰 투트랙 대응을 정부는 천명하고 있지만 본질을 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주거안정을 기해야 하며 양육제도가 현실적일 때만이 저출산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회용 대책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을 늘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참으로 숨 막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남북문제, 남남갈등, 이념대립 등 산적한 현안 들이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있다. 국민경제는 체감경제에서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전 아이파크 시티 청약경쟁률은 무려 202대1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출을 규제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고는 하지만 부동산은 역시 부동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대변인도 빚내서 개발예정지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나서는 정도이니 알만 하다. 장관 후보자들도 부동산 알부자들이 비일비재하니 도대체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공인이건 아니건 온통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누구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싶다. 서민들의 가슴만 먹먹해질 따름이다. 이제는 서민 흉내를 경계해야 할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매화타령’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적폐 중에 적폐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 무서워할 줄 모르는 정제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은 공인자격을 사실상 잃어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프랑스 격언으로서 지도층으로서 걸맞은 도덕성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노블리즈 오빌리주’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무엇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는 요즘에 프로야구라도 개막되어 다행이다. 이런저런 암울한 소식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때 그나마 프로야구에 몰입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정신건강을 되찾는 것도 또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에 들리는 저 멀리 메이저리그의 한국선수들의 낭보는 아침을 신선하게 했다. 모처럼 참 좋은 뉴스를 접한다. 앞으로도 배드 뉴스(bad news)가 아니라 좋은 뉴스(good news)가 더 많아져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마음이 바로 온 국민의 마음이자 힘겨운 일상을 딛고 걸어가는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들려온 류현진 선수의 승리투혼에 환호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바로 이런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2019-03-29
-
프로야구 개막이 던져주는 메시지
▲ © 세종타임즈
드디어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2019 KBO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 날 23일 창원NC파크, 부산 사직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구장 등이 전석 매진됐다. 2009년 개막일 역대 최다 관중 흥행 기록(9만6,800명)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제 7개월간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 대장정이 펼쳐진다. 2019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엔트리는 무려 267명이나 등록했다. 37년 역사의 변화를 보여준다. 23일 오후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를 비롯해 2019 프로야구 개막일 창원·사직·광주·잠실 등이 매진된 가운데 만원 관중은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을 반기며 응원가를 합창했다. 또 개막 홈런포가 작렬할 때마다 열광했다. 그동안 묵었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통쾌한 순간들이었다. 이것이 프로야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에 시작되었으니까 올해로써 3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돌이켜 보건데 당시 창설준비는 개막 한해 전부터 시작되었다. MBC청룡(서울),롯데 자이언츠(부산), 삼성 라이온즈(대구), OB(대전), 해태 타이거즈(광주), 삼미슈퍼스타즈(인천)로 모두 6개 구단이었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 개막전이 펼쳐졌다. 원년 우승팀은 OB베어스가 차지를 했지만 85년에 연고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옮겼다. 여러 가지 변화 속에서 지금은 두산 베어스(서울), LG 트윈스(서울), 키움 히어로즈(서울), KIA 타이거즈(광주), 한화 이글스(대전),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NC 다이노스(창원), SK와이번스(인천), kt wiz(수원) 등 10개 구단으로 늘어났다.
프로야구가 갖는 매력은 단순히 승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내용에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9회 말 투 아웃에 투 스트라이크의 패색이 짙은 경기도 역전승을 거두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 짜릿함과 통쾌함은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른바 열광 그 자체이다. 이런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애로애락을 선사하는 프로야구이니 만큼 인기가 식을 리가 없다. 프로야구 원년에는 국민들의 정치적인 시선을 프로야구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냈다. 그러나 출범의 배경이야 어땠든 지금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되고 베테랑 선수들의 몸값이 무려 100억 원대를 웃돌고 있으니 원년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한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이다. 세계적인 기량을 선보인 것이다. 늘 일본에 비해 한수 아래 인 것처럼 느끼던 한국이 일본을 격파할 때의 통쾌함과 국민적인 열광은 정말 대단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우승이랄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어찌 보면 야구한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유소년들이나 청소년 야구도 저변 확대가 잘되어 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이다.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서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땀 흘린 선수들과 지도자 분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난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19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이 열렸다. 46살의 일본 선수 이치로가 2연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19년간 한 시대를 풍미하며 무려 3,089안타의 금자탑을 이룬 일본의 야구 영웅 이치로 선수의 '아름다운 퇴장'에 일본 열도는 물론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위대한 선수의 퇴장이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관중들이 보내는 기립박수는 노장 선수의 아름다운 은퇴에 대한 감동과 감사의 박수였다. 눈시울을 적시는 동료선수들의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서기도 했다. 스즈키 이치로는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1992년 일본 프로야구 구단 오릭스에 입단한 스즈키 이치로(46)는 94년부터 7년 연속 타격왕 자리에 오르며 일본 야구의 전설로 기록됐다. 미국 진출 첫해인 2001년에는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고, 작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8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이치로만이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곧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의 나라 선수이지만 참 부럽고 훌륭하다.
프로야구 세계에서 보이는 이런 모습들은 참으로 멋지다. 우리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도박과 음주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다. 유능한 선수들이 퇴출되는 불운도 겪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바야흐로 프로야구가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올 시즌에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한국프로야구도 한층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지도자들도 멋진 경기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름다운 퇴장이 무엇인지를 이번 프로야구시즌을 통해 교훈적으로 배우는 장이 되면 어떨까 싶다. 이것이 바로 프로야구 개막이 던져주는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2019-03-23
-
종편 건강방송 이대로 좋은가?
▲ © 세종타임즈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0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많은 우려 속에 지난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하며 등장했으니까 올해로써 8주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중심의 방송계 지평이 확 달라졌다. 기존의 방송 3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뉴스편성에 패널을 등장시켜 생동감을 넘치게 하고 다양한 시각을 시청자들이 접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치적 편향성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음도 숨길 수 없는 대목이다. 그만큼 종편의 영향력이 커졌고 심지어는 정권교체의 단초를 제공할 정도로 그 위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지상파 중심의 우리나라 방송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주역들로 평가된다. 지상파뉴스 시청률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기도 하지만 당연히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종편들의 종횡 무진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은 기존 지상파의 안이한 프로그램 제작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24시간 틀어대는 종편 방송의 시간대의 여유는 기존 지상파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프로그램 제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뉴스전달에 있어서도 다양한 패널들을 등장시켜 뉴스의 맛을 더하며 생동감을 더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막기식 패널의 등장이나 편협하고 잡다한 분석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더하기도 했다. 채널을 돌리면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다니던 고정패널들의 똑같은 견해를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들어야 했다. 요즘은 새로운 패널들이 등장해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종편에서 배척을 당하는 패널들도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종편들의 눈치전쟁이다.
하긴 종편 4사 모두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난 2017년 조건부 재승인으로 2020년까지 허가연장을 받았다. 특히 TV조선의 경우는 방송프로그램의 기획, 편성, 제작 및 공익성확보계획 점수에서 딱 50%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50% 미만은 재허가 거부대상이었지만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6개월 단위로 점검하여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승인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강화된 심사제도에 따른 것이다. 과거 수도권 지상파 경인방송이 재승인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어찌 보면 종편들이 시한부 생명을 사는 듯이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막강한 힘도 엿보게 된다. 정치적인 힘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종편들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종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각종 건강방송이다. 채널마다 프로그램명은 다르지만 비만을 비롯해 현대인들이 고질적으로 접하고 있는 각종 질병에 대한 상식과 극복 사례, 건강보조식품 등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종편을 통하여 국민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종편의 건강방송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이용한 치졸한 건강방송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편 4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모든 질병과 관련된 건강방송의 프로그램을 참으로 대단한 열정을 들여 제작방송하고 또 이에 좋은 식품이나 성분, 효능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노니가 좋다느니, 프리바이오틱스가 좋다느니, 모링가가 좋다느니 등등 마치 치료제나 완벽한 처방처럼 의사나 전문가, 심지어 병원까지 등장시켜가며 이른바 소개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이니까 백세건강을 바라는 사람들 또는 고통 받는 질환자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다. 공익적인 정보로 시청자들은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새이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재래시장에 관련 식품이 동이 나고 값이 오를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종편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수용심리를 이용하며 상업주의로 흐르고 있다. 종편의 건강방송을 보면서 채널을 홈쇼핑 쪽으로 돌리면 어딘가에서 어김없이 쇼호스트들이 나와 관련 건강보조식품을 침을 튀기며 광고하며 팔고 있다. 다시 말해 종편과 홈쇼핑의 합작품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종편의 건강방송이다. 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홈쇼핑의 제품장사를 위해 종편이 나서고 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요즘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다. 종편들이 교묘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니가 좋다고 하니 시중의 다른 노니제품들마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불량제품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노니제품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쇳가루가 나와 시중을 벌꺽 뒤집어 놓았다. 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품생산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에는 어떤 건강보조식품이든 정상적인 제조와 유통과정을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범람하는 건강정보에 기인한 탓이기도 하다.
종편이 출범할 때 엄청난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편협한 보도태도나 지나친 상업주의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사실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종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계의 판도변화를 이끌고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공익을 위장한 상업주의를 표방한다면 이는 종편 방송프로그램의 공익성 확보라는 측면에 위배되지 않을 수 없다. 종편 4사가 모두 2020년까지 조건부재승인을 받은 이유는 아직도 종편이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채널이 많은 것이 좋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장사꾼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아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방송도 마찬가지이다. 모름지기 종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바른 생각과 올곧은 자세, 국민을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방송은 공공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2019-03-16
-
‘3.8대전민주의거’의 역사적 재정립
▲ © 세종타임즈
지난 2017년 국가기념일로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해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령으로 11월 공포된 ‘3.8대전민주의거’가 마침내 올해 3월 8일 국가기념식을 갖고 역사적인 의미를 공식화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3.8대전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 등 1,000여명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독재에 항거했던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대구의 ‘2.28민주의거’, 마산의 ‘3.15민주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나 그동안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을 인정받지 못해왔다. 이런 차원에서 오랜 세월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해온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식 개최야말로 매우 큰 역사적 의미를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3.8대전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받기까지 대전·세종·충청도민과 유관기관단체, 지역정치권들의 성원과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평가절하가 됐던 ‘3.8대전민주의거’가 역사적 사실과 숭고한 민주정신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역사에 큰 역사적 기록으로 우뚝 설 수 있어 대전시민·세종시민·충청도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나아가 온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3.8대전민주의거’ 기념식이 59주년의 타이틀을 당당히 내걸고 국가기념일 제정이후 첫 번째로 ‘2019년 3월 8일’ 대전시청 남문 보라매 광장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무총리까지 참석하여 개최된 것은 참으로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잃었던 역사를 다시금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이고 뜻깊다.
대전충청권 최초의 민주화학생운동이자 4.19혁명의 기폭제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3.8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기념사업도 이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정부기념식으로 첫 번째 열린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영원히 기리게 된다는 점에서 지역적 환영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 숭고한 뜻을 기리는 작업은 광범위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 때를 맞춰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행사와 특별강연도 구 충남도청 식장산홀에서 기념사업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져 그동안 잊었던 민주화학생운동의 참뜻을 조망하며 의미를 더했다. 앞으로 역사적 사료 등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정돈이 되어 기념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념관도 당연히 건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학계 등은 물론이고 국가보훈처도 더욱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나 묻혀있어 아직도 그 숭고한 민주주의의 참뜻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념식과 함께 당시의 모습이 재현되었을 때 우리는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당시의 위대하고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며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금자탑을 이룬 ‘3.8대전민주의거’는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로 대한민국 중심인 대전에서 그 기치를 높이 들게 되었다. 그동안 4.19혁명만을 단순히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를 촉발시킨 도화선이 바로 3.8대전민주의거라는 연장선상에서 그 숭고한 학생정신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폭넓은 학생운동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훌륭한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이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인정받게 되었는지는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3.8대전민주의거’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당시 학생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찾아 그들의 유공을 되찾아 주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다가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한사람이라도 빠짐없이 찾아서 그 유공에 보답해야 한다. 59주년 만에 맞는 기념식이 갖는 의미는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역사를 바로 세우고 기릴 수 있는 날을 되찾았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안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시금 정비하여 위대한 정신이 널리 회자되어 민주주주의 역사에 자랑스럽게 기록되어야 한다. 대전과 충청권에서는 59주년 기념식 날을 모두가 감동적으로 접했다. 이제 매년 3월 8일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모두가 ‘3.8대전민주의거’의 위대한 정신을 뜨거운 마음으로 기념하는 날로 승화시켜나가며 우리 후손들에게 영속되길 염원한다.
2019-03-10
-
야누스의 계절, 봄
▲ 김은희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 세종타임즈
시작
올해도 어김없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되었다.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 문득 1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재뉴어리(January)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문을 지키는 로마의 신(神) 야누스(Janus)에 근거하여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의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하필 1월과 야누스를 연결 짓게 되었던 것일까?
야누스는 문의 앞뒤를 지키기 위해 두 개의 얼굴 – 때론 네 개의 얼굴이기도 하다 – 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야누스’ 하면 자연스럽게 ‘이중적인 인간’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중적인 인간과 1월이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내 생각은 이렇다. 1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다. 시작의 순간에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시작과 설렘과 두려움 - . ‘시작’이 갖는 이러한 양면성이 아마도 한 해의 시작인 1월과 야누스를 연결 짓게 했을 터이다.
그래서 2019년 봄,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내게 봄은 또 다른 ‘야누스의 달’이다.
역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로 가고, 나무는 꽃이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버려야 얻는다’는 이 역설의 진실을 앞에 두고, 나아가기 위해 버릴 것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봄이 시작되는 3월
이제 막 각자의 인생의 문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공지능이 우리네 인생을 좌지우지 해버리게 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 각자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꿈이요? 우리는 밥벌이가 가능한 기술과 기능, 지식을 습득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요.”라고 우리들은 대답한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작가 김훈의 말처럼 ‘밥벌이의 어려움’은 그것대로 우리가 기꺼이 견뎌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니, 그것을 포기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뭔가 미진한 느낌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밥이 곧 삶의 의미’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밥을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갈등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순간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삶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어느 날 문득 ‘버려서 얻는’ 역설적 물의 자세와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쓴 ‘경설(鏡設)’이라는 글의 한 대목을 접하며 어렴풋이나마 그 뼈대를 세워보려 했던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 삶의 유연성
물은 끊임없이 아래로 흐른다. 흐르다가 넓은 곳을 만나면 소(沼)를 이루기도 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이는 물의 겸손 즉 자기 낮춤에 주목하지만, 내게 물은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삶의 유연성’으로 읽힌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게,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나게 물은 그릇과 하나가 된다.
적자생존이 무엇인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환경 적응력의 또 다른 표현 아닌가. 가장 가까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가늠자를 찾는다.
화이부동(和而不同) - 화음(和音)
그런데 여기서 하나 명확히 해 둘 점이 있다.
물이 환경에 맞춰 제 모습을 바꾼다고 ‘물’이 ‘물이 아닌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규보의 글을 빌리자면, 거울에 잠시 먼지가 덮였다고 그 밑의 본바탕까지 흐려지지 않는 것처럼…
합창을 들을 때면 난 늘 같은 느낌을 갖곤 했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이 가져다주는 전율이었다. 처음 기타를 잡고 코드를 배우며 소리를 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음(音)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멋진 신세계!
그 때 나는 다짐했다. 조화를 이루되 같지 않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되 조화를 꾀하는 삶이 만들어내는 그 놀라움을 잊지 말자고…
맺음말
나는 이제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작은 요청 몇 가지를 하고자 한다.
물처럼 환경에 잘 적응하되 ‘나’를 잃지는 말자.
타자(他者)를 인정하는 삶이 ‘나’를 무화(無化)시키는 것이 아님을 알자.
강물이 강을 버리듯 지금까지 유지해 온 ‘자기중심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맞잡은 손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
이런 나를 ‘오롯이 간직하고 싶은 나‘로 늘 가슴에 품고 서로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삶 속에서 나를 높이자.
봄 ! 3월 !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2019-03-09
-
고귀한 희생
▲ © 세종타임즈
올해로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이다.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제주 등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는 기념식과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한 세기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한민국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은 올해 더욱 새롭다. 천안시는 기념우표 1만 7,000장을 발행하여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삼일절 아우내 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은 유관순열사가 당연히 떠오른다. 1919년 기미년 삼일절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졌던 곳이다. 올해도 100년 전 유관순 열사가 참여한 '아우내만세운동'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장터 현장에서 횃불행진으로 재현됐다. 이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땅 이 강산을 지키고 민족정기를 되살려 왔기 때문에 그 역사적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1919년 3월 1일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사에 위대한 날로 기록되고 있다. 독립선언서 모두(冒頭)에는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 언)하노라.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라고 명시되어 있다. 참으로 명문인데다 고귀한 정신이 담겨 있다.
유관순열사의 애국정신과 고귀한 희생,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훈이 3등급(건국훈장 독립장)에 머물러 왔으나 드디어 올해 1등급(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격상했다. 1962년 독립운동 업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으나 이제 1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추서되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화여자 고등보통학교 1학년에 불과한 어린 나이의 유관순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과 독립운동 업적은 3.1 만세 운동과 함께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1902년 12월 16일 생으로 1920년 9월 28일 향년 18세로 옥중에서 순국했다. 체포, 수감 그리고 고통스런 참형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에 항거했다. 영원한 민족의 누나인 유관순열사이다.
우리는 순국선열을 생각할 때 열사와 의사, 지사라는 말은 하게 된다. 나름 의미가 다르다. 국가보훈처의 정의를 보면 열사는 맨몸으로써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는 사람이고 의사는 무력(武力)으로써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을 일컫는다. 이른바 이준열사, 유관순열사이다. 그리고 안중근의사, 윤봉길의사, 이봉창의사 등이다. 애국지사는 그야말로 나라를 위하여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이바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독립유공자(獨立有功者)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말한다. 이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 선양하고 민족정기와 민족단결을 고취하며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대업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2년 1월 29일, 한국독립유공자협회(韓國獨立有功者協會)가 설립되었다. 2018년 기준으로 국가보훈처가 서훈한 독립유공자는 약 1만 5,000명이다. 독립유공자 명단을 보면 1급 대한민국장이 31명(올해 유관순열사가 1등급으로 상향), 2급 대통령장 93명, 3급 독립장 805명(유관순열사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4급 애국장 3,886명 등으로 독립유공자와 후손에게는 국가에서 보장하는 예우가 있다.
우리는 이런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오늘을 이룰 수가 있었다. 불의에 항거하고 민족정신을 이끌어온 위대한 인물들이다. 어떠한 예우로도 그 값진 희생을 갚을 길이 없다. 박은식의 기록에 따르면 3.1운동 당시 2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7,509명의 순국자가 발생했다. 3.1운동은 민주, 평화, 비폭력 정신으로 우리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에 보여준 쾌거이다. 학생, 청년, 농민, 여성이 모두 참여한 전 민족적, 대중적 운동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었다. 임시정부는 서울·연해주·상하이 등지에서 세워졌다가 1919년 9월 상하이로 통합된다.
가해자인 일본이 35년간의 갖은 수탈과 인권침해, 징병 등의 잘못을 아직도 제대로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는 너무나 대조된다. 위안부에 대한 사죄도 마다하고 있는 일본이다. 오히려 3.1운동의 희생자수에 대해 반발을 하고 나서고 있다. 참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역사는 기록되고 역사는 가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본은 가해자로서의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일제 36년은 만행의 역사이다. 3.1운동의 함성은 그래서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고스란히 남아 영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분열과 반목, 대립을 멈추고 진정한 애국애족의 정신으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나라사랑과 겨레사랑정신으로 승화시켜나가야 할 순간이다. 그래서 100주년의 의미는 더욱 뜻깊다할 것이다.
2019-03-03
-
국민혼돈의 시대
▲ © 세종타임즈
대한민국의 혼돈상황이 심상치 않다. 서민생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정치는 그야말로 마이동풍, 아전인수시대이다. 서로가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오로지 정권욕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날로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노동, 교육, 심지어 언론환경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분야에서 갈지자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애꿎은 국민들만 냉가슴 앓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에서도 정제되고 못하고 즉흥적이며 삼류 소설 같은 수준이 자주 돌출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새해 들어서 국민들은 우리 경제 현실이 조금이나 나아지려나싶어 정부나 정치권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갖은 이슈를 갖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투쟁시대를 열고 있다. 드러나는 사태들도 치졸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전은 그야말로 철천지원수들의 싸움판형국이다. 새우등 터지는 것은 일선 생활현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고 있는 행태에 국민들은 이미 신물이 날 지경이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 동방의 등불이라는 나라가 눈만 뜨면 쌈판이니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터져 나오는 모든 지표마다 기록을 갱신하며 매화타령 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만 증폭되고 있다.
통계청 발 각종 경제지표가 터져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국민들이다. 툭하면 “최고, 최대, 최악, 최초”이다. 실업자 문제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입학과 졸업 시즌이 겹치는 요즘이 더욱 이런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1월 실업률은 4.5%로 실업자는 지난 1년 전보다 20만 4천명이 늘어난 122만 4천명에 달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고용부진까지 겹쳐 여하튼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47배로 나타나 지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23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3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32만 4,000원으로 10.4% 증가해 역시 통계를 낸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 폭으로 커졌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면서 근로소득마저 36.8% 감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좋게 말해 ‘소득양극화’지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다. 중산층이 무너져 내린 나라이다.
그런가 하면 가계 빚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빚내서 사는 나라이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주택자금과 생활자금 대출에 이르기 까지 부채공화국이다. 지난 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534조 6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것이다. 천문학적이다. 증가속도는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증가율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양극화가 사상 최대이자 최악이니 당연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벌이가 시원찮은 가계들이 빚을 갚을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사채까지 감안하면 더욱 심각해 늘 빚더미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의 피폐한 삶을 엿볼 수 있다. 고령빈곤도 심화되어 소득하위 20% 가구주가 평균 63세라는 분석도 나와 저소득층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이니 소득주도성장이니 하다가 경제한파, 경기침체현상이 쓰나미처럼 국민들을 덮치고 있다. 지난해는 연말이라고 하던 말을 “올해는 나아질 것이다“라고 막연히 말하는 가하면 36개국가중 4개국만 집계해서 ”OECD국가 중 성장률 1위이다“라고 뻥튀기하며 뚱딴지같은 소리로 개망신을 자초하는 정치인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타나는 지표마다 암울한 소식인데도 남의 탓이고 전 정권 탓이고 기다리면 된다는 식이니 정말 국민들은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괜찮다고 하니 무엇이 괜찮다고 하는지 마이동풍도 도가 넘고 있다. 경제는 교만한 정치인들의 싸움질 대상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존권 문제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어려운 국민들의 현실을 외면하며 “달려라 똥 구루마(수레의 일본어)!” 외쳐 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나라이다. 지난 해 무려 25조라는 세금을 더 거둬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대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어렵다는데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나라모습은 정상적이랄 수 없다. 이율배반의 모순이다.
국민경제가 날로 꼬이다 보니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조차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온통 난리가 아니다. 인위적인 일자리가 아닌 자연스럽게 경제가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야 그것이 정상적인 흐름도이다. 최저임금타령, 소득주도성장 타령에 멍들고 있는 대한민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언론에 이르기 까지 곳곳이 곪아터지고 있다는 비난도 존재한다. 좌우 이념논쟁도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이 시대 가치관과 국가관 자체도 진통이 심하다. 정권욕에만 사로잡혀 국민들을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너무 오랜 세월 지쳐가고 있다. 마이동풍, 아전인수의 정치가 바로 국민혼돈의 근원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국민혼돈의 시대가 어디까지 갈지 참으로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볼라치면 지금이야말로 대오각성하는 국민운동과 정신개혁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9-02-23
-
젊은이는 무한한 성장 동력이다
▲ © 세종타임즈
올해 이건영 신입생도 등 172명이 입교하는 해군사관학교에서는 2월 15일 감동적인 제 77기 입교식이 치러졌다.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입교식에 등장한 이들 미래 리더들의 늠름한 모습은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제 71기 공군사관학교 209명의 신입생도들도 14일 보라매의 길을 나섰다. 조국의 간성의 길에 나서기 위해 숱한 경쟁률을 뚫고 입교한 사관생도들의 제복이 이렇게 멋지게 다가선 적이 없었다. 입교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자식들의 늠름하고 자랑스런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아직도 사관학교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는 대한민국의 안위와 미래를 짊어지는 차세대 리더들을 배출하는 믿음직스러운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올해 입교식에서 보여준 신입생도들의 우렁찬 젊음의 함성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성장 동력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관학교 입교생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라와 겨레, 땅과 바다, 하늘에서 조국 수호의 간성인 차세대 리더의 길로 그 대장성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사관학교 신입생도들의 늠름한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내일을 엿보게 된다. 올해 유독 더욱 멋지게 다가선다.
한 편에서는 이런 자랑스런 모습을 보게 되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안타까움을 보게 되는 이율배반의 모습이 근자에 존재한다. 입학과 졸업 시즌이 겹치는 요즘이 더욱 이런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실업률은 4.5%로 실업자는 지난 1년 전보다 20만 4천명이 늘어난 122만 4천명에 달해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고용부진에다 지난 해 1월 취업자증가폭이 컸던 기저효과까지 겹친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지만 여하튼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취업자감소가 두드러지고 도소매숙박업의 감소도 지속되고 있다. ‘청년고용률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졸업이 취업이 아니라 졸업이 곧 실업인 나라꼴이 되었으니 젊은이들의 마음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졸업을 늦추는 경우도 대학마다 다반사라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취업준비생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54만 명이라고 한다. 15세에서 34세 청년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2019년 현재로 따진다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상황을 놓고 보면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동안 54조원의 일자리 정책 자금은 온데간데없이 말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는 두고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는데 실업자천국이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정부 역시 호떡집에 불이 난 것 같다. 지난 1월 고용참사인 지표를 보고 난리가 아니다. 지난 13일 '제 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 6차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불끄기 대책을 내놓았다. 늘 내놓는 가장 손쉬운 골든 메뉴인 공공기관 일자리가 또다시 등장한다.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를 늘려가겠다“며 "올해 원래 계획했던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는 2만 3천명인데, 2천명을 확대해 모두 2만 6천명의 정규직 직원을 새로 뽑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시설 안전이나 재난 예방 분야 등 안전 분야 인력을 우선 확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청년들이 일자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채용 규모도 작년(1만 6천명)에 비해 2천명쯤 늘린다는 것이다. 민간투자프로젝트도 제시했지만 재탕, 삼탕용이라는 지적이다. 공공부분의 경우는 그야말로 단기처방용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현실을 볼라치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심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가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고, 청년실업이고, 고용안정이고, 일자리 대책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에 관한한 수출한국과 선진국 도약이라는 말과는 별개로 아이러니하게도 겉도는 형국이다. 늘 일선 현장에서는 경제 한파의 소용돌이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른바 체감한파는 더 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숱한 세월을 이런 저런 이유로 무수한 풍파를 겪으면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힘든 역경을 헤쳐 왔다. 당시 20∼30대들이 지금은 40∼50대가 되었다. 이들의 자녀세대들이 또다시 실업과 고용참사라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혹독한 사회경제상이 대물림하는 한국정치경제사의 현주소를 볼라치면 참으로 비감할 뿐이다. 빈익빈부익부는 당초 IMF 외환위기 당시 우려했던 대로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쉽지 않다. 구석구석 자생력과 추동력을 잃고 있으니 이것이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투자할 광장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경쟁률에 한숨 쉬고 무수히 헤매다가 찾은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한 곳이 다반사이니 결혼이고 출산이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난리를 피우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안 맞는다. 이런 엇박자 행정과 정치가 과연 예산만 쏟아 붓는다고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면 착각 중에 큰 착각이다. 정부부처나 곳곳의 행정기관들은 업무를 알만하면 담당자들이 바뀌고 새로 시작하고 이런 행정행태가 이어지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 아닐 수 없다. 이곳저곳에서 엇박자가 나니 청년들이 뛸 광장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고 있다. 청년 취준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일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공시생 규모는 무려 40∼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공시생이 공무원이 될 확률은 1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9급 공무원 시험이 하버드대학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그것도 미국에서 나올 정도이다. 지난 2010년 이후 대졸 실업률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도 이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취업문제와 실업문제는 구조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특히 그렇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졸업이 곧 실업인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엄청난 불행이자 미래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광장을 제공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할망정 고통을 물려주는 나라꼴이 되어서는 어불성설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뛰어야할 광장을 찾지 못하고 암울하게 모습으로 헤매기 시작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도들의 반짝이는 희망의 눈망울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제라도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민간기업체들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모든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사관생도들의 멋진 모습처럼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하고 힘차게 걸을 수 있도록 그들의 광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이야 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무한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사관생도처럼 멋진 모습을 만들어 주자.
2019-02-16
-
갈지(之)자 걸음 걷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절차
▲ © 세종타임즈
법률안 발의는 헌법 제 52조에 의하여 국회의원과 정부가 할 수 있다. 바로 의원발의 법률안과 정부발의 법률안이다.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는 10인 이상으로 하되 대표발의의원 1인을 명시하고 정부발의법률안은 대통령명의로 한다. 이에 따라 법률안의 제정과 개정과정은 법률의 입안과정과 국회의 심의의결과정, 법률안의 정부이송 그리고 대통령의 공포로 발효된다.
법률안의 제정과 개정절차에서의 첫 번째 단계인 의원발의 법률안을 만드는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국민의 여론이나 민원을 통하여 입법의 제정 및 개정의 필요성을 국회의원에게 알리고 또한 국회의원이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전문가 등에게 의뢰하여 의원의 법률안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국회 법제실의 검토를 거친 뒤 대표 발의자를 포함하여 의원 10인 이상이 찬성 발의로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 심의의결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국회의원은 법률안 발의 전에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관계전문가과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이는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발의되는 법률안의 문제점과 맹점을 짚어보며 가장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부발의안도 마찬가지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의 과정이 역시 중요하다. 졸속입법의 허점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2016년 제 19대 국회는 정부발의안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정신건강복지법 )을 졸속처리했다. 공청회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입맛에 맞는 일부 인사들만 제한적으로 추려 요식적 과정만 거쳤다. 관련 이해관계인들의 여론이나 의견이 대부분 배제 내지는 누락된 채 발의되어 당사자 대표와 의료관계인, 학계관계자들이 당시 보건복지위원들과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원들에게 허점 투성인 개정 법률안의 졸속처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전달하며 정신보건법 개정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국민정신건강 10개년 계획을 표방하며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은 당사자나 전문가들의 간곡히 청원을 외면한 채 19대 국회 말 법사위에서조차 일사천리로 졸속 심의 처리되고 본회의의 요식절차를 거쳐 지난 2017년 5월 30일 전격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라는 개정취지와는 달리 강제요건만을 강화하고 탈원화 이후 돌봄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추진되어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우려하던 탈원화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입법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시행 2년도 채 되지 않아 단두대에 올랐다. 시행초기부터 이해관계인들의 개정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외면당한 채 임시방편의 법적용이 이뤄져 오히려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교차진단 문제도 당초 법안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입원적합성 심사 등 입원절차의 문제점도 심각하게 제기되어 왔다. 법에 명시된 2인 이상 교차진단은 준비미흡으로 2년째 표류하고 있다. 탈원화 유도를 위한 정책이 지역사회나 중간 돌봄 시설이나 주거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해 사회복귀 환경개선은커녕 오히려 각종 살인 사건발생이 잦아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회적 문제점과 편견문제 등이 심각히 제기됐다. 급기야 지난 해 연말 고 임세원교수가 진료도중에 정신질환자에 의해 피살당하는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민적 충격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말았다. 졸속 입법화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낳은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매우 거센 이유이고 재개정 이유이기도 하다. 부실한 공청회는 물론 각계 전문가나 이해관계인들의 간곡한 청원을 외면한 채 졸속 처리한 19대 국회 말의 산물로서 복지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드디어 2월 8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는 이른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가 정신관련 각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다양한 주제발표와 의견들이 개진된 가운데 우려의 시각도 팽배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통해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든다며 안전하고 차별 없는 정신건강치료 및 지원체계, 재원대책 등이 제시했지만 구석구석 많은 문제점이 노정됐다. 사법입원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폐지, 준비가 미흡한 재탕의 탈원화 및 개방형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탈수용화 문제 등이 여전히 쟁점화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신질환자들의 인권 문제 등을 강조하면서도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차별 진료와 재정대책에 대한 파격적인 해결점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제시된 내용들도 기존에 제기된 내용들이 재탕, 삼탕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탈원화와 탈시설화를 촉진하는 방향이 골든 메뉴로 여전히 제시되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정신건강 시스템의 추진을 지속화하려는 탁상공론 우려도 제기됐다. 장애인복지법의 정신장애인과 개정법의 정신질환자의 양립개념에 대한 명쾌한 정리도 미흡했다는 평가이다.
특히 모두(冒頭)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번 공청회가 뒷북 공청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윤일규 의원 등 14명 의원이 1월 25일에 이미 19대 국회 말기인 지난 2016년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이 개정된 현행법이 적법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며 대폭 손질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유연한 의학적 판단과 적법한 법원의 판단을 도입하고 있다. 주요 골자 중에 하나는 중증질환자로 국한된 현행법의 정신질환자 개념을 경증정신질환자도 포함할 수 있게 보다 넓은 의미로 변경했다. 또 사실상 치료기능이 없는 정신요양시설을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삭제하여 일정한 유예기간 동안 개방형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인 이상 교차진단도 상호독립성만 유지하도록 한 내용 등이다. 공론화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여기에다 정신질환 이해관계자들은 당사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개정법안은 여전히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 투성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또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는 탈원화 및 개방형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탈수용화 문제들이 입안될 경우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의 거센 반발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공청회도 입안된 법안이 제출된 이후에 요식절차만을 갖춘 채 진행되어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가득이나 기존 정신건강복지법이 졸속 입안되어 엄청난 시행착오와 부작용, 혼란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렇다. 물론 뒤늦었지만 개정추진에 따른 공감대는 형성되고는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의원 발의 후 공청회는 순서나 절차가 뒤바뀌었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후속 공청회에서도 보완점이 다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청회나 여론수렴과정이 요식적인 절차로만 생각하고 일부 의견만 수렴하는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된다면 이 역시 졸속추진이라는 역사적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세원법 입법은 그 유지와 취지에 걸맞게 안전한 치료환경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해소, 차별 진료 해소, 사회복귀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이 순리적으로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안 발의 후 공청회 개최라는 일련의 추진과정을 보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왜 이처럼 갈지(之)자 걸음을 걷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다양한 여론 수렴이 너무 중요하고 지난 19대 국회의 어리석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기본상식을 벗어나는 법 개정 절차에서 보여주는 불신과 우려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국민 전체를 위한 진정한 선진 정신건강시대를 맞을 수 있다.
201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