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겨내는 코로나의 봄

김헌태논설고문

2020-04-12 11:22:00

 

  © 세종타임즈

올 4월의 봄은 이름해서 ‘코로나의 봄’이다. 세상은 봄꽃이 만개하고 어김없이 계절의 봄은 찾아왔건만 봄을 맞는 마음은 그 여느 해 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강원도에 이어 제주도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난 유채꽃 들녘을 갈아엎어버렸다. 사람들이 찾아와 코로나19를 전파할까봐 아예 그 흔적을 없애버린 것이다. 평소 봄 같으면 아름다운 유채꽃의 장관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크게 붐빌 현장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한 호사를 누릴 여유나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여의도에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 길도 사람들이 몰릴까봐 아예 통제를 해버리는 모습이다. 이처럼 전국 어디에서나 올해는 봄꽃의 향연을 즐기기에 너무나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각 지역마다 사람이 모이는 각종 봄 축제가 모두 사라졌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가져온 파장은 이처럼 매우 크고 그 풍속도도 아주 달라져 있다. 코로나의 봄이 잔인한 4월을 더욱 잔인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우려곡절 끝에 중3과 고3을 중심으로 개학을 했지만 그것도 온라인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상초유의 개학이 시작되고 있다. 하염없이 개학을 미룰 수 없다는 교육당국의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개학 첫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서서히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이런 온라인 교육이 정착한다면 이것도 하나의 교육시스템으로 정착될 수도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인터넷 강의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이버대학도 존재하는 시대이다. 다만 성장기 학생들이 교육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인성과 사회성 등을 함께 키워나가는 학교생활이야말로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에서부터 중1, 고1 학생들이 새롭게 변화되는 교육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여러 가지로 고민해볼 여지가 남아 있다. 조만간 부분개학 등의 이슈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남미 등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결코 간단치 않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는 한 사회적 긴장감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봄날 가장 활기차고 희망이 넘쳐야할 교실과 학교운동장은 마냥 썰렁하기만 하다. 코로나의 봄이 교육 현장마저 이처럼 바꾸어놓았다.

 

그런가하면 제 21대 총선마저 역대 볼 수 없는 조용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거리에는 플랜카드와 벽보들이 나붙어 선거철임을 느낄 수 있다. 거리마다 후보들과 운동원들이 나서서 피켓을 흔들며 자신들의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이 펼쳐지고는 있다. 운동원들마다 마스크 일색이다. 후보들의 유세차량도 과거와는 너무 달라졌다. 후보들의 유세는 있지만 요란한 선거 송은 사라졌다. 선거전은 분명 있는데도 좀처럼 그 열기를 느끼기에는 선거양상이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다. 유권자들의 호응도도 떨어지고 있다. 얼핏 보면 무관심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에서는 연일 선거열기를 띄우느라 분주하고 후보토론회도 열리고는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냉담한 편이다. 벽보에 붙은 후보들의 면면도 무척 생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다보니까 인지도 높은 인물들이 그나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 선거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코로나 선거는 또 다른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바로 그것이다. 26.69%로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코로나 감염우려 때문에 각종 비상대비로 긴장감 넘치는 현장 분위기를 연출했는데도 그렇다. 특히 선거전마저 조용히 치러지면서 냉담할 것 같았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장으로 몰려 역대 사전투표율 최고를 기록한 것은 보고 모두들 놀라고 있다. 전남의 경우는 무려 36.77%를 기록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구가 23.56%로 가장 낮았지만 그래도 총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세종 32.37%, 서울 27.29%, 대전 26.93%, 충북 26.71%, 충남 25.31% 등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정도의 투표율이라고 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율도 26.06%보다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높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숙한 유권자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로나도 선거열풍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물론 4.15일 총선 당일 혼잡을 피해 미리 투표를 하고자 하는 코로나 우려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분명 그 높은 사전투표율이 총선 당일에도 이어질지도 궁금하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벌써 정당들의 셈법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아전인수 격 풀이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이다. 의외로 코로나 선거가 결코 외면의 선거가 아닌 감염우려를 딛고 나선 유권자들의 행렬로 오히려 더욱 뜨거워지는 역사적인 선거가 되고 있다. 냉담할 것 같은 유권자들이 정중동(靜中動)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고 그 숨결을 느끼게 하는 선거임이 분명하다. 여기에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하는 세대들로 있다. 특히 만18세들이 참여한 선거이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도 주목된다. 의외로 뜨겁다. 선거전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코로나 선거는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의 봄은 이처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봄이 실종된 세상인 듯 보이지만 계절의 봄은 찾아오고 꽃은 만개하였다. 유채꽃을 갈아엎어도 봄은 봄이다. 비록 온라인으로 개학을 했지만 그래도 화상으로 선생님도 만나고 학우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분명 개학은 개학이다. 우려했던 4.15총선의 시계도 오히려 더욱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다만 연일 전해지는 미국과 유럽의 감염소식과 사망소식이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진행형임을 느끼게 한다.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현장 의료진들의 사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감동과 자긍심을 더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확진자 0명’ 소식은 모두에게 안도감마저 던져주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 감소 소식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장기간에 걸친 피로감이 더해지고 사회적 긴장감마저 떨어지면서 아직도 곳곳에서 불안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방심은 금물이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 난리가 아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뉴욕의 경우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이 황무지란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유럽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다. 세계가 자칫 잔인한 4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황무지 같은 황량한 코로나의 봄 4월이 잔인한 달이 아니라 오히려 사전투표의 뜨거운 열기처럼 역경과 추운 겨울을 이겨낸 신록의 봄이자 희망을 향한 봄으로 승화되어 국난극복의 감동으로 다가서길 바란다. 역경을 이겨내는 코로나의 봄!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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