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결국은 비상시국선언이라는 국면을 맞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서 선포됐다.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금융 분야의 위기에서 비롯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급박한 상황임을 강조한 것이다.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도 했다. 지금의 비상상황이 단순히 코로나19 사태만으로 빚어진 것인지는 사실 의문이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발표했다. 긴급경영자금 12조원을 신규 지원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등도 지원한다고 한다. 요즘 경제파탄상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박한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비상시국을 선언했는데도 국민들의 감흥은 생각보다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경제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구노력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미국이 눈에 뜨인다. 트럼프 미국행정부가 코로나 19 펜데믹에 대응하고자 1조 2,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아직은 검토 중이지만 미국인 개개인에 2,000달러의 현금보따리를 안겨주는 방안이다. 당초 1,000달러에서 두 배 규모가 늘었다. 현금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슈퍼부양책도 내놨다. 5,000억 달러 가운데 3,000억 달러는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대출로 쓰인다고 한다. 이는 항공업계와 숙박업계 등에 투입되는데 규모와 속도 면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의 부양책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부 광역단체장들 사이에 국민 1인당 100만원씩 나눠주자는 주장도 나오긴 했다. 실제 전주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5만 명 정도에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취약계층들이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실직자들까지 급증하고 휴·폐업사태가 도미노현상이 되어 잇따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발 입국자들을 금지하는 나라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려 170개국 이상이나 증가했다. 한마디로 세계로 향한 발까지 꽁꽁 묶였다. 인천공항을 보면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당연히 항공사들과 협력업체들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상황이 참으로 최악이다. 코로나19 확진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언제 끝날 줄 모르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역유입 확진자들의 소식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를 머뭇거리면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이에 코로나19 확산사태를 빚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런 사이에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대한민국 입국자들에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진자가 줄어들 기세를 보이기만 하면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대서특필하고자 안달을 하는 형국이다. 아직도 곳곳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코 방심하지 말고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방역과 재난 책임자들조차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국민들에게 잘 하라고 하니 이게 무슨 난센스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조차 마스크 착용 불편을 감수하며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에 철저하게 조심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무책임하고 볼썽사납다.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전 세계 170개국이 넘는 나라들이 자국민보호를 위하여 빗장을 걸어 잠갔다. 심지어 우의를 다지던 감비아마저 그렇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부터 밝혀야 한다.
확진자가 무려 8,600여명을 넘어서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소규모 집단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음성, 양성을 따지면서 제때 치료조차 받지 못한 17세 청소년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황당사태까지 빚어지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초기 대응을 잘한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야말로 모범사례이지 어떻게 초기에 빗장을 열어놓은 대한민국이 모범사례라고 호들갑을 떠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태에 의료진과 국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데도 우물에서 숭늉 마시려는 자화자찬 의식이 너무 지나쳐 속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상시국이 선포되었으면 그만큼 비상시국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포자기한 듯 냉담한 반응이다. 돈을 푼다는데 정착 시중에 나가보면 정부의 발표와 전혀 다르다. 요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자금 대출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정착 돈을 쥐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또 회생절차를 밟거나 신용등급문제 등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하여 포기해야 한다. 이른바 집행속도마저 너무 늦다. 말로만이 아닌 체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란 이럴 때 나와야 하는 것이다. 평소처럼 대출절차를 밟아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특단의 대책이 아니다. 사후약방문과 같은 긴급처방은 처방이 아니다. 오히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식당이 텅 비고 오가는 손님조차 뚝 끊어진 가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인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싶다. 다 무너지고 나중에 받는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말 곳곳이 난리가 아니다. 판로를 찾지 못하는 강원도 감자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출하조차 못한 양식장의 장어가 하염없이 커가는 현실 앞에서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수산업마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는 식당들이 많다 보니 곳곳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도미노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런 작금의 비상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말로만 비상시국이라고 하고 대처를 신속히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멸을 자초하는 길이다. 이른바 사후약방문식의 우유부단한 대처자세는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미국처럼 특단의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던지 아니면 체감할 수 있는 긴급대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마스크 대란 같은 혼돈이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 뒤늦게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통화스와프가 체결되긴 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여전히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주식시장의 관리와 환율관리도 살얼음판이다. 코스피지수가 급락해 일주일 사이에 무려 339조원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 세계의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는 코로나19 비상사태이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이 모든 나라가 난리가 아니다. 이란도 상상을 초월한다. 비단 대한민국의 일만이 아니다. 중남미에서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심지어 관광객들마저 내쫓고 있다. 대한민국 혼자서 독야청청 하는 시대가 아니다. 방역이건 경제건 오만한 자세는 금물이다.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교만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상시국인 코로나19 사태를 국민들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 거짓발표와 오만과 만용과 아집은 국민들을 지킬 수 없고 감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고사리 손길로 마스크를 전달하는 진실한 어린이들의 마음들이 그나마 가뭄 속에 단비 같이 느껴진다. 취약계층에게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각종 단체들의 훈훈한 미담도 감동으로 다가선다. 당진의 한 파출소에서도 익명의 천사가 마스크를 말없이 기부하고 갔다. 물론 노인요양원에 이를 전달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곳곳에서 크고 작은 미담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애정신을 실천하는 의료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소식도 전해진다. 아름다운 모습이자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천사들이다. 이들이 오늘의 방역현장을 지키며 비상시국을 이겨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그 어떤 행위도 이 위난시기에는 멈추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많은 공무원들이 전국에서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정자나 정부도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세계적인 모범사례라고 호들갑을 떨며 자화자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자칫 촐싹거린다고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 있다. 자랑할 일이 있으면 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 해도 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만 방역과 경제, 교육, 민생 등 모든 것이 헝클어진 이 비상시국을 슬기롭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허세를 버리고 정신을 차리는 것이야말로 코로나 19 비상시국의 바른 대처자세임을 직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