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NEWS
-
정치인들의 정신장애인 비하발언 지나치다
▲ © 세종타임즈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정치인들의 비하발언이 잊히나 싶으면 터져 나와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이런 배경에는 평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제되지 않은 언어구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무심코 던지 돌이 개구리에 맞아 죽거나 치명타를 입히는 경우를 상정하면 될 듯싶다. 50만 환우들과 600만 명에 달하는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병마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가득이나 한평생을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한한 자괴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정신장애인 비하발언 일지를 살펴보면 지난 해 연말에 발단하여 연초부터 규탄집회가 열리며 장안을 뜨겁게 달궜던 것을 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해 12월 28일 오후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발대식 현장에서 내놓은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면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인가’ 싶을 정도로 보이는 그런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날 이해찬 대표는 ‘정신장애인’ 발언에 앞서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이 많아 저도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말하다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며 “제가 말을 잘못했다”고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애인단체들이 발끈하며 성토하고 나섰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올 1월 10일 전국 17개 지부 200여명이 국회의사당 앞을 찾아가 정신장애인비하발언을 강렬히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심지어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부적절한 비하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걷잡을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이해찬 대표는 결국 사과문을 냈다. 이해찬 대표는 “축사 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있다는 비유를 들었다”면서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사실 평소 자신의 성향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시 야당들도 장애인비하발언을 일제히 성토하는 논평을 일제히 내놓으며 부적절성을 강력히 성토하기도 했다.
문제가 또 터졌다. 박인숙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지난 16일(월) 청와대 앞 삭발식에서 자신이 의사라며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정신병자를 믿는 사람은 뭔가”라는 등등 부적절한 막말을 쏟아놓았다. 관련 단체들이 발끈하며 이는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행위로서 가족 앞에 즉각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작 자신은 소아과의사로서 정신분야 전공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마치 이해찬 대표의 비하발언을 성토하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형국이었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할 국회의원이자 의사인 공인이 오히려 편견 부추기며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막말로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환우,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분개했다. 나아가 박인숙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자질은커녕 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마저 갖추지 못한 인물로 국민들을 대표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성토하고 사과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박인숙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패이스북을 통하여 ‘정신질환 또는 장애를 가진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통하여 “조국장관과 그 가족의 끝없는 비리, 탐욕, 뻔뻔함, 거짓말, 불법, 편법에 너무 분개한 나머지 조국과 그 가족의 잘못을 지적하고 강조하려다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하게 되었다며 저의 이 잘못된 발언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역시 숙였다. 하지만 패이스북 사과의 수용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다.
여기에다 불을 지핀 유튜브 채널도 있다. 역시 성토대상이 되었다. 박인숙 국회의원의 정신질환자 비하발언과 관련 전국의 정신분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채널인 배승희 민영삼 유튜브 방송이 관련단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내놓아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유관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유관단체들은 배승희 민영삼 따따부따 유튜브 채널이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경 윤석열검찰과 관련한 방송 진행도중 배승희 진행자가 박인숙의원의 정신질환자 막말파문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근데 단체들 민주당 이해찬의원이 얘기할 때는 가만있고 한국당의원이 얘기할 때는 그렇게 하시는 줄 몰랐어요”라며 비아냥거리는 멘트를 하자 민영삼 진행자가 이를 맞받아 ”그것도 몰라요, 몰라요 조로남불“, 배승희 진행자 ” 하하하(조롱투로), 민영삼진행자 “ 그것도 몰라” 하면서 단체들이 마치 무슨 정치적 색깔을 갖고 있는 것처럼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하발언으로 즉각 사과하고 적절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단체는 이들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앞서 모두(冒頭)에서 밝힌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발언으로 해당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역시 뜨거운 감자이다. 정신장애인비하의 본질을 보지 않고 정치적 편견이 작동한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단체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사실 정신장애인 비하발언에 관한 한 여야정치인 불문이었다. 오산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의 막말 사태와 관련해서도 지난 7월 3일 오후 1시 경기도 오산시 성호대로에 위치한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산 사무실 앞에서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을 비롯하여 대한의사협회 최대집회장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신병원 개설과 관련 막말사태를 빚은 안민석 의원의 대국민사과 및 의원직 사퇴촉구 궐기대회를 갖고 강경투쟁입장을 천명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정신장애인 비하발언을 접하면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옛날부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한 치 혀가 사람을 죽게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이를 익히 잘 알고 지혜롭게 살았다. 이 말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무한한 교훈과 경각심을 함축의미로 담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지도층이자 공인이며 국민들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장애인들을 향한 부적절한 비하발언으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마음의 상처를 준다면 이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다. 비하발언을 내놓고 비난이 쏟아지면 마지못해 사과하는 그런 악순환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사과할 말을 왜 하냐는 비난이 거세다.
정신장애인들도 엄연한 유권자들이다. 이들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주인이다. 가족을 포함하면 6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간단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들은 감기처럼 질환을 앓고 병마의 고통을 이기고자 투병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모든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인권과 권익이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절실한 듯싶다. 이번 비하발언 사태는 무릇 공인은 이른바 ‘개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 언행을 조심하라는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2019-09-22
-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 © 세종타임즈
올 추석연휴가 빨리 온 탓인지 귀성 귀경 모두가 그야말로 가면서 오면서이다. 추석민심은 그야말로 절제된 분위기에 쌓여 있었음을 보게 된다. 들녘에는 곳곳에 쓰러진 벼들이 태풍 링링의 상처를 그래도 보여주고 있다. 곳곳에 공원묘원에는 예나 다름없이 성묘객들이 대거 몰려 큰 혼잡을 빚었지만 귀경을 서두르는 모습이 어딘가 추석분위기가 예년과는 달라진 듯하다. 혹자는 썰렁한 추석이라는 표현도 하지만 일찍 찾아온 추석이 풍요로움보다는 다소 분위기가 다운된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기야 추분이 오는 23일이니까 본격적인 가을은 조금 남아있다는 느낌도 있다. 아직은 그야말로 이른 추석마저 가을처럼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로 “가을이 왔으되 가을이 온 게 아니다”라는 느낌이다. 가을장마에다 태풍에다 이른 추석이 겹쳐 시절이나 주변이 여물지 못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벌써 9월도 절반을 지났다. 참으로 빠른 9월의 지나감이다. 2019년도 3개월 반 정도만 남아있다. 이제 2019년을 정리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유수같이 지나가는 세월을 잊은 듯 사회는 온통 갈등과 분열, 불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서민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추석연휴가 썰렁한 분위기와 흉흉한 민심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추석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각종 격렬한 집회와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늘 들끓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곳이 콧잔등 아물 날이 없으니 이를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애꿎은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왜 이다지 대한민국 정치가 늘 격동과 시련의 연속인지를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국민들의 삶을 생각하기 이전에 오로지 당리당략과 이념논쟁, 개혁논쟁만이 난무할 뿐이다. 행복한 사회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다.
내년도 4월 15일에 제 21대 총선이 시작되니까 불과 8개월여 앞이다. 벌써부터 물밑 선거전이 본격화되었다. 내년 출마예정자들은 지역에 내려와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내년 선거를 앞둔 여야의 기 싸움은 아마도 거의 필사적일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만큼 내년 선거는 여러 가지로 상당한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의 셈법은 아주 극명하다. 국민들의 이분법적인 대립과 분열도 우려된다. 정치권의 줄 세우기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선거가 과열은 넘어 극단적인 분열양상과 불신의 골을 깊게 하는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벌써부터 진영논리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각 정당들은 내년 출마자들의 경합으로 진통은 물론 늘 선거철마다 그렇듯이 이합집산도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은 정치도 추래불사추임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낙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5만 명이 증가해 증가폭이 2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업자 수도 역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고용이 회복된다면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확대와 제조업 회복 덕이라고 하지만 지난 해 8월 취업자 수가 3천명으로 고용쇼크가 나타났던 기저효과도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 문제도 있다. 취업자가 늘어난 산업은 17만4천명이 증가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그리고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농림어업 등 순이었다. 하지만 감소한 산업은 제조업, 도소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금융보험업 등에서는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어 취업자가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미흡하다는 반응들이다. 우리는 단순한 취업자 수에 요란을 떨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청년실업이 해소되었다는 말을 듣지를 못했다. 경제상황이 좋아져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추래불사추이다. 체감경기가 싸늘하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면 일시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작금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반응들이다.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느끼는 취업전선은 추래불사추이기 때문이다. 과일과 곡식이 여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가을다운 풍요로운 가을을 느끼는 여유로움이 호들갑 떠는 조급한 마음보다 더욱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손함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2019-09-14
-
양치기 소년이 던지는 메시지
▲ © 세종타임즈
이솝 우화에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접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누구나 동화책을 통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양을 치던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두 번이나 거짓말을 해 마을 사람들을 속여먹었으나 세 번째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거짓말로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모두가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내용이다. 어린이 동화의 재미와 재치를 더하고 있는 우화는 그야말로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많은 풍자와 교훈의 뜻을 의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피소포스(이솝)가 지은 우화를 말하는데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어쩌면 그토록 오늘날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양치기 소년 우화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알리는 교육 자료로 더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어른 사회에서도 역시 거짓은 불행은 자초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교훈적인 사례로 쓰여 지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서 한번은 속여 먹을 수 있지만 거짓말도 자주하면 이는 불신으로 이어져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결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도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거짓은 위선이요 참이 아니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을 올바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고로 거짓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사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리라.
그러면 거짓말을 누가 왜 하는지 살펴보면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잘못된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법적으로는 위증이자 사기이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통하여 양치기소년은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양과 마을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비극을 자초하고 마는 것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사필귀정(事必歸正),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승자박(自繩自縛), 어불성설(語不成說), 이율배반(二律背反) 등의 용어로도 적용이 된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지록지마'(指鹿之馬)와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포장기법과 억지가 등장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포장하고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게 된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2심에서 정신병원에 자신의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라는 죄명으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다시 말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최종심에 따라 지사직의 상실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거짓말로 패가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요즘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 표창장과 관련 검찰은 조국부인 정경심을 사문서 위조로 기소했다. 즉 거짓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위조라는 것은 그야말로 허위로 꾸민 것을 말한다. 총장은 상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임을 했다고 해달라는 등 갖은 이유를 갖다 붙이고자 목불인견(目不忍見) 사태를 자초하고 말았다는 비난이 거세다. 한마디로 거짓을 말해달라는 것인데 임기웅변으로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비겁함과 위선이 자리하고 있다. 장관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거짓을 꾸며 눈과 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를 둘러싸고 보이는 치졸한 행태가 너무나 수준이하이고 과연 교육자가 맞는가 싶다. 동양대학교 총장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마치 거짓을 감싸주지 않았다며 비난하고 당사자는 아니라는데도 위조가 아니라는 억지 강변을 늘어놓고 이를 포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참으로 교언영색이 아닐 수 없다.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거짓인 위조냐 아니냐이다. 당사자 총장이 아니라는데 왜 총장보고 거짓을 말하라고 강권하는지 모를 일이다. 1차 거짓에서 2차 거짓을 낳고 있다. 그 거짓에 동참하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속임하자는 것인데 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남을 속여 불법으로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불법으로 이익을 얻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는 사기죄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살았다. 바로 이솝우화인 양치기 소년의 교훈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개념도 이를 통하여 배웠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이다. 이런 교육을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의 국민들이다. 그러나 교육자나 사회지도층이 거짓을 말하고 이를 위장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자 한다면 이는 이른바 위선이자 사기이다. 양치기 소년과 같다.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위인에 다름 아니다.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는 도덕과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남을 잘 속이고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문제로 넘어간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사회적인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미 중증인 심각한 정신병적 증세를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기전과자들을 보면 똑같은 수법으로 지속적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을 늘 접하게 된다. 거짓을 말하는 자들은 거짓말이 양치기 소년처럼 습성화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거짓과 진실게임에서 승자는 분명 진실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거짓말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며 척결대상이다.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뜬 구름 잡는 헛된 행태는 추악한 죄악이자 범죄이다.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에 다름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의 자세는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 강렬한 메시지를 고대 그리스 양치기소년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해 교훈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2019-09-08
-
2019 가을단상
▲ © 세종타임즈
벌써 9월이다. 추석이 13일로 다가왔다. 올해는 추석이 참으로 빠르다. 오는 23일이 추분으로 본격적인 가을이지만 9월이 시작되면서 결실의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는 벌써 피어 가을을 먼저 알리고 있다. 달력을 보면 2019년도 이제 넉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참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과 순간들이 엊그제인 것 같이 지나가고 있다. 태풍도 잦았고 비도 자주 내렸다. 조석의 서늘함을 피해 무더위는 여름과 함께 물러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추석이 있는 가을은 빡빡한 삶 속에서도 풍요로움을 주기 때문에 모두가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의 넉넉함을 만끽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좋은 가을에 일부 대학가는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웬만한 일에는 들고 나서는 일을 자제하던 대학가에서 정치권의 인물을 꼬집어 집회를 열고 성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조국법무부장관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하여 이곳저곳에서 벌집 쑤신 듯이 난리가 아니다. 심지어 검찰마저 압수수색까지 나서자 국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다. 과연 그 진실이 정의롭게 밝혀질 것인가 아닌가가 이제 검찰의 몫이 되고 있다. 칼자루에서 칼을 뽑았다면 무엇인가 이유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들이다. 특히 사퇴압력이 거센 가운데 역설적으로 힘을 내세요라며 지지집단의 움직임이 등장해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순위 1위까지 올리는 것을 보고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모두가 가졌다. 여야나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엄청난 의혹에 휩싸인 인물을 두고 힘을 내라고 하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리는 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비정상과 편법과 탈법은 나라를 부패시키고 미래 동력을 앗아가는 악질적인 요소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정상적인 사회와 건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늘 귀가 따갑게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말인 즉 “악법도 법이다”란 말이다. 독배를 들고 삶을 마감한 이 유명한 말을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되새겨 보아야 할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법이 얼마나 세분화되어 잘 만들어졌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변천사를 거쳐 현실에 맞게 고쳐가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법과 질서가 살아있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이지 권력자가 법과 질서 위에서 군림하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요 독재로 가는 길이고 망국의 길임을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어린아이들조차 신호등을 지키고 준법정신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교육의 길이다. 하물며 법을 공부하고 법을 만드는 사회지도층들이 법과 질서를 우습게 알고 이를 무시하고 숨어서 교묘하게 탐욕스런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표리부동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육법전서 즉,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에 준해서 사회와 나라가 운영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고 나서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더 큰 범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 이전에 상식과 도덕,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행위는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누구보다도 법을 잘 지켜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법을 어겼다고 탄핵하고 단죄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고 단지 법을 어겼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잣대는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법의 잣대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들이댄다면 이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법 앞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 지도층이나 서민이나 낮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남용되고 있는 도로교통법도 요즘 인정사정이 없이 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과태료이다. 과태료(過怠料)란 행정법에서 일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가벼운 벌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부담해서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돈이다. 주차위반만 해도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 고지서에 꼼짝없이 돈을 납부해야 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는 참으로 황당하고 잠깐 사이에 3만 원 이상 9만원도 물어야 하니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먹고사는 서민들은 수시로 당하는 사례이다. 법을 어겼기 때문에 겪는 실물고통이다. 하물며 사회지도층들의 범범 행위나 탈법 행위야 말로 그에 상응한 무거운 책임이 더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법을 어기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연의 순리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게 된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2019년도 어김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그 누가 이런 순리를 거스를 수 있을까 싶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명심보감 천명편에 나오는 맹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공직자의 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도리를 따르는 것은 순리(順理)임에 분명하다. 법과 질서, 정의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는 역리(逆理)는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며 이를 거스르는 자는 결코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무수한 사례를 접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접하고 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범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역천자(逆天者)에 다름 아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는데도 여름이라고 주장하고 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무지몽매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자연의 순리를 삶속에서 터득하며 살고 있다. 가을 속에서는 지난여름 무더위와 태풍을 견디며 이겨낸 무수한 결실이 그 모습을 풍요(豊饒)라는 자랑스런 이름으로 보여준다. 진정한 결실이다. 쭉정이가 아닌 알곡으로 결실을 보여준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사실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것이다. 모든 일은 결국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죄를 짓고 살면 언젠가는 천벌을 받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가을이 왔는데도 가을이 아니라고 우겨대거나 흑백을 구분하지 못하고 낮을 밤이라고 하고 밤을 낮이라고 한다면 이를 정상적이라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연의 법칙과 자연의 순리가 무엇인지를 2019년 이 가을이 그 어느 해 가을보다 명료하게 깨닫게 하고 있다.
2019-08-31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시금 생각한다
▲ © 세종타임즈
이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단어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말이 되어 있다.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이 단어가 갖는 의미는 이른바 사회지도층 내지는 공인(公人)이 지켜야할 덕목을 가리킨다는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 noblesse oblige, 영어: nobility obliges)란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로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시 말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공인인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그야말로 아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역설적으로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런 책무가 주어졌음에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인인 사회지도층들은 점검만 들어가면 메카톤급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줄줄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인생을 살았기에 그럴까 싶기도 하다. 첫째 재산규모에서 놀라고 둘째 시정잡배를 방불케 하는 허상들이 그렇다. 특히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의 인사검증에서는 이른바 모든 속살이 국민들 앞에 드러나 결국 낙마하는 사례가 잦았다.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도덕적이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이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마디로 개망신을 당하고 속살만 보여준 채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들이 무려 기하인가 싶다.
인터넷 검색만 해보아도 너무나 많다. 부동산투기에서부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병역비리, 재산축적과정의 문제, 음주운전문제 등등 골든메뉴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났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병역비리 ▲세금탈루 ▲위장전입 ▲연구부정 ▲부동산 투기를 임명검증의 5대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임명이 강행됐다. 그런 일부 장관들이 지금 공직을 수행 중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금에 대한민국이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격을 놓고 엄청난 파문을 일고 있다. 장관후보자가 학교와 사모펀드 등 가족들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자녀들의 문제 등 각종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은 사실 자괴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까지 나서서 이를 성토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동안 대학가가 웬만한 사안에는 과거처럼 큰 목소리를 내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안의 중대성이 커지고 있다.
교수직도 내려놓고 장관 후보자도 사퇴하라는 촉구의 목소리이다. 특히 건국대 논문이랄지 장학금 수령문제, 입학의 전 과정들에 대한 자녀의혹은 한마디로 일파만파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심지어 고발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연일 언론의 주요 기사를 장식하며 장관후보자로서의 적격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회청문회가 열린다 해도 결코 녹록치 않은 검증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지도 자못 궁금하다. 그동안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임명이 강행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강행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낙마냐 강행이냐 이 두 가지 경우 수 모두가 그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이처럼 시끄러운 검증과정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언론의 집중포화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천명했다. 이 같은 말은 온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족했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국민들은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의 지지도도 충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국 임명 강행의 경우 수는 이런 말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것은 여야 정치논리를 떠나서 국민논리로 바라보아야할 중차대한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법을 다루는 법무부장관이 법논리를 떠난 의혹으로 회자에 정리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보여 온 조국후보자의 언행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비춰져왔기 때문에 그만큼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앞서 모두(冒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란 의미를 먼저 살펴본 이유는 사회지도층이야말로 바로 인생전반에서 이룩한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公人)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사람들은 평소 도덕적 흠결을 주의하며 극히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정잡배와 같은 의식으로 막 사는 인생드라마로는 사회지도층으로서 결격요인임이 자명한 것이다. 작금의 검증 문제는 이런 냉엄한 교훈을 모두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사회지도층으로 포장된 무수한 사람들이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그 허상을 드러내며 국민실망과 불신의 단초가 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지만 앞서 본 듯이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왜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허상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실망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조국후보자가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등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다는 것도 국민들에게 감흥은커녕 공허하게 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자신의 문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이를 교훈삼아 사회지도층들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인(公人)의 길에 나서지 말기를 권면한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보다 더한 인물들이 사회지도층이란 이름으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매화타령을 하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2019-08-24
-
갈등(葛藤)은 비극의 씨앗이다
▲ © 세종타임즈
야외 공원 벤치 위에 등나무와 칡이 서로 엉켜있는 덩굴 아래에서 더위를 식혔던 기억이 있다. 유독 대학캠퍼스에서 이런 휴식공간이 많다. 그늘을 제공하는 이 등나무와 칡의 엉킨 덩굴은 그 자체로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될 것이다. 시원한 휴식을 제공하던 자리가 그야말로 ‘갈등’이라는 사실이 묘한 느낌까지 던져준다. 이런 갈등을 풀이하는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참 재미가 있다. 현상을 표현하는 언어로서는 물론이고 그 상징적인 함축성이 어쩌면 그렇게 한마디로 명쾌하게 그려내는지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백과사전의 정의를 보면 ‘갈등(葛藤)’은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이며, 그 성질에 따라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크게 나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해서 ‘분쟁(紛爭)’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거나 또는 그런 상태로 정의한다.
‘갈등(葛藤)’의 한자어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 이다. 두 식물 다 덩굴식물인데,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반대이다.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한다. 칡이나 등나무는 같은 콩과 식물로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회현상이나 인간내면의 혼돈스런 모습을 빗대어 ‘갈등’이란 용어로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갈등’이란 용어를 다시금 살펴보는 이유는 바로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 두 글자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갈등의 사회는 늘 존재해 왔다. 그런 갈등 속에서 발전과 화합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극한대립과 끝없는 증오 그리고 아집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뒤얽혀 칭칭 감고 마이 웨이만 한다면 갈등은 자칫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좌우, 진보와 보수 논리로 이분법 사회로 치닫고 있다. 중도나 중용은 이 두 이념의 격돌로 인하여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이 사회혼돈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 불고 있는 친일이냐 반일이냐, 친미나 반미냐를 놓고도 뿌리 깊은 이념의 대립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8월 15일 수도한복판인 광화문에서 이런 모습의 현장을 목도했다. 한쪽에서는 성조기를 들고 한미동맹을 외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갈등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극한대립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게 극단적인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는지 무서울 정도이다.
요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 대기업들은 일본제 소재부품의 수출규제 적용으로 관련 제품을 구하지 못하면 제품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국산화단계가 아니어서 소재에 따라 5년 이상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대만, 중국 등을 기웃거리며 소재부품의 우회조달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하니까 일제 물건을 불매운동을 하면서도 수출규제를 풀라며 타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앞뒤가 좀 안 맞다. 틈만 나면 망발로 국민들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은 일본인 줄 벌써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는 점에서 일단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만심을 하며 타성에 젖어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지 못해 앉아서 당하는 형국이다. 국민들도 이런 정도로 수입의존도가 심각한 줄은 몰랐다. 한·일간의 갈등도 감정적인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혐오감과 증오심을 증폭시키며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자칫 상처뿐인 영광만 있을 수 있다. 분명 이 갈등은 정치적이자 외교적인 차원에서 냉철하게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문제이다.
요즘 홍콩사태가 심상치 않다. 홍콩의 시위가 촉발된 것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원인이다. 홍콩 정부가 지난 3월 말부터 추진한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시위는 지난 3월 100만 명이 모였던 시위에서 지금까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의 공항점거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의 무력진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홍콩의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홍콩 국제공항 점거 농성을 테러로 규정지은 상태로 차곡차곡 명분을 쌓아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10분이면 투입 가능한 선전에 무장한 수천 명의 무장경찰들을 대기시킨 상태다. 시위가 폭력 충돌로 치달을 경우 무력진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홍콩의 시위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갈등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무력진압이 시도될 경우 홍콩 사태로 인한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콩민주화의 길이 험로임이 분명하다. 갈등이 빚은 비극적 사태가 자못 우려되는 상황이다.
작금의 갈등 가운데 가장 백미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다. 무역갈등이자 무역분쟁이 아예 전쟁으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뇌관으로 지목됐던 10% 추가관세 조치가 연기되어 다소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이 3천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을 9월 1일에서 12월 15일로 3개월 이상 연기한 것이다. 미국은 무조건 미국의 요구조건을 모두 중국이 수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중국 측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이어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이제는 환율전쟁으로 비화했다.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환율조작국이란 미국이 2015년 재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4월,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나오는 것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년의 기한 동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기업들의 투자제한, 해당 국가 기업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를 통한 압박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양국의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은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대립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주고 있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으로 새우등 터지는 나라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갈등, 안보갈등, 경제갈등, 인사갈등, 이념갈등 등 많은 갈등 들이 산재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매우 크다. 정치적 갈등이 대립과 증오심을 부추기며 온 나라를 바람 잘 날 없게 만들고 있다. 경제갈등은 더욱 심하다. 경제가 어렵다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으니 도대체가 종을 잡을 수 없다. 시중에는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이 넘쳐나고 텅 빈 가게들이 늘어나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부딪히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7월 취업자가 29만 9천명이 증가하여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실업자도 5만 8천명이 늘어 무려 109만 명의 실업자가 나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9%로 7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제지표의 갈등구조를 보게 된다. 이렇듯 구석구석에서 갈등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갈등은 비극의 씨앗이다. 사회갈등과 이념갈등이 뒤엉키는 사회적 혼란은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대립과 반목을 멈추고 화합과 협력으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평화와 안녕을 이룩하는 길은 정신을 바로 세우는 내적 갈등의 치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정신이 바로 서야 나라는 물론 국제질서도 바로 선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2019-08-18
-
정보홍수 시대의 지혜
▲ © 세종타임즈
오늘날 컴퓨터, TV 등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각종 정보의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모르고 지내던 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의학상식에서부터 건강정보, 음식정보, 여행정보, 육아정보, 교육정보, 직업정보, 종교적 정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특히 이 가운데 눈에 띠는 정보는 음식에 대한 것들이다. 이른바 먹거리 정보에 대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인터넷, SNS상에서도 정보는 홍수시대이다. 디지털시대가 낳은 다채널 다매체시대의 현주소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와 SO/위성, PP종편, 보도, 홈쇼핑 등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사업자는 무려 ‘158개 사업자에 367개 방송국’이다. 이런 시대 나름대로 정보를 요리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정보의 노예가 되고 그릇된 정보로 인해 자칫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뉴스전달매체들이 급증하여 많은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하여 시시각각으로 전달되고 있다. 어떨 때 보면 종편들은 이른바 한물간 뉴스를 뒤늦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뉴스로 보도하니 수용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거 속보전쟁을 방불케 하던 지상파 방송들의 경쟁시대가 언제였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한동안 종편들이 속보나 특보, 단독보도를 남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아날로그 시절 일방통행식의 뉴스 전달로 주입식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시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맞아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못 전달된 정보들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어 있다. 조작적이고 가식적인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들의 불순한 의도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이다.
정보홍수시대의 백미는 그야말로 가짜뉴스 논쟁이다. 이른바 fake news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툭하면 써먹던 이 fake news 논쟁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점화되어 각종 사안마다 대립의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사안에서 더욱 심하다. 이런 논쟁의 중심에는 방송의 편파성 내지는 불공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정보수용자들이 알게 되면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지며 시청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지상파 뉴스의 시청률 저하는 바로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거 속보성 등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구가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리모컨으로 손가락만 누르면 채널이 팍팍 돌아가니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못지않게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시청률저하는 치명적인 적자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나 가짜정보로는 수준이 높아진 시청자나 구독자들의 환심을 사지 못한다. 이른바 외면의 무서운 결과만을 초래한다.
비만방송을 비롯하여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대식가인 비만개그맨들을 동원하여 엄청난 식욕과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어딘가 ‘아니올시다’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줌에 따라 혐오감마저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이른바 ‘먹방’이라고 일컫는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유명 쉐프들이 등장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가세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요즘처럼 먹는 방송이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서 비만 극복 프로그램을 만들어 비만을 극복하기 위한 식이요법, 운동요법, 심지어 처방에 가까운 비방에 이르기까지 양방과 한방 전문의, 식품전문교수, 연예인 들을 동원하여 방송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방송을 시작하면 주변 홈쇼핑채널에서는 ‘노니가 좋다느니 오메가3가 좋다느니 새싹보리가 좋다느니 프리바오틱스가 좋다느니’ 하면서 건강기능식품들에 대한 요란한 제품판매방송이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흔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방불케 하고 있다. 어떤 거래가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상호거래가 없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정보전달의 단면이다. 정보의 신뢰성을 넘어 정보의 포장으로 일반 시청자들의 주의와 관심을 끌어 특정이익을 창출해내고자 하는 의도된 방송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사의 구분이 무너져 내린 기교방송의 현주소를 보게 된다. 자칫 가짜정보(fake information)이란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보홍수시대를 맞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보를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우리 삶에 유익한 정보들도 너무나 많다. 이런 정보들은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여행정보, 교육정보, 건강정보 프로그램 등 유익한 프로그램이 무수히 많다. 특히 인터넷은 더욱 엄청난 정보를 전달하는 총아로 등장했다. 유튜브에도 1인방송이 넘쳐나고 월 소득 30억원대의 1인 채널도 등장했다. 6살 어린이 방송이 그렇다. 이런 정보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도 단순하게 맹신하는 자세가 아니라 이를 좀 더 바르게 보려는 나름대로의 분석적 시각을 넓혀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요즘 노인세대들도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인터넷을 통하여 무수한 정보를 접하는 그야말로 디지털실버시대에 살고 있다. 3∼4살 어린아이들도 스마트폰을 통하여 게임도 하고 율동도 따라하는 시대이다. 물론 언론 등 정보전달자들도 올바른 정보전달자세가 중요하지만 디지털 시대 이를 수용하는 수용자들도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정보홍수시대의 지혜이다. 가짜 메시지는 불신을 자초하지만 진짜 메시지는 무한한 신뢰와 공감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월 소득 30억원대의 유튜브 채널이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보홍수시대인 멀티미디어 시대가 참으로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9-08-11
-
시골집 단상(斷想)
▲ © 세종타임즈
그칠 것 같지 않던 장마도 때를 이길 수는 없었는지 볕이 들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밝은 햇살이 더없이 고마운데, 그렇다고 지난 장마가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시월이 되면, 경남 거창 남덕유산 자락에 둥지를 튼 지 2년이 된다.
장마가 한창인 때 잠깐 든 볕에 청양고추 7박스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었고, 해가 없으면 곡식이 영글지 않는 줄 알았던 초보 시골 사람에게 텃밭의 옥수수, 호박, 오이, 가지 등은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비가 오고 구름이 끼었다고 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우리들이 ‘옳다’고 확신하는 형상 뒤에 확실히 존재하는 불가지(不可知)한 세계를 우리는 아주 쉽게 ‘없다’고 단정한다.
내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나는 정말 아는 게 없다.
이곳은 해발 650m 고지대라서 비도 많이 오지만 안개도 잦다. 김승옥의 소설 첫머리가 연상되는 날이면 정말 안개는 수십만 대군이 진격해 오듯 거대한 안개 먼지를 일으키며 온 골짜기를 집어 삼킨다.
그즈음 태어난 지 일 개월도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밭에 나간 남편의 뒤를 밟아 기어코 우리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목숨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생명을 부여받은 것들의 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아직 이름도 없이 ‘나비’라 불리는 새끼 고양이는 5일 만에 몰라보게 건강해졌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분주하기 그지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기댈 작은 언덕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서 퍼덕이는 물고기에게 수만 리 밖 거대한 장강(長江)의 물이 무슨 소용이랴. 일단 작은 생명을 살려는 놓았는데 원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윌슨과 베리)는 무척 예민해져서 낯선 고양이를 볼 때마다 하악질이다. 말이 안 통하니 ‘공생(共生)’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편은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에 오늘도 걱정이 태산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말 ‘태산을 짊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청소를 하다 달력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7월 24일 ‘방울이 입양(?)’ 헉!
2019-08-05
-
희망을 향한 외침 “이 또한 지나가리라!”
▲ © 세종타임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유명한 말 중에 솔로몬의 말이 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는 말이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유대경전 주석서 미드라시(Midrash)에 나오는 경구다. 어느 날 다윗 왕이 전쟁에서 이긴 뒤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반지에는 “내가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주문했다. 세공사가 반지를 만들었으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세공인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솔로몬은 이렇게 적으라고 일러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이 대답한 바로 이 구절이 오늘날에도 감동적인 말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공했거나 승리한 순간에 이 경구를 보며 자만심을 경계하되 실패하고 낙심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다. 솔로몬의 이 유명한 말은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즐거움보다는 고통스런 순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서 더더욱 그렇다.
일본이 2일 각료회의를 열고 이달 28일부터 수출규제에 이어 마침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 기술 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 피해 최소화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여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당장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불러오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외경제연구원은 1일 자 보고서에서 전략물자관리원의 추정을 인용해 백색국가 제외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1,100여 개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상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4,898개에 달하나, 이중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민감한 품목은 1,100여 개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이중 대일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707개, 100%인 품목은 82개에 달한다며 규제대상 품목으로는 공작기계와 화학약품, 전자부품, 첨단소재 등이 거론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특히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화학약품)와 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이 유력하고, 일부 공작기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절차가 복잡해지고 중소기업 등 산업피해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수출 중단까지 가지 않아도 규제대상 품목의 수출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져 부품 등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의 관련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이미 수출규제에 들어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를 포함해 규제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경제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한·일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감정도 격화되고 있다. 이번 일본에 조치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들이 크게 줄어 항공편의 운항마저 줄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좌석 공급을 축소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LCC)들도 일본 노선 공급과잉과 여행객 감소 등을 이유로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벌써부터 일본의 조치에 맞서 일본여행상품, 제품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온라인상에서도 국내 ‘보이콧 재팬’, ‘NO(노) 재팬’과 비슷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한·일 국가 간의 문제가 국민감정으로 비화하며 앞이 보이질 않고 있다. 아마 역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일간의 상황이다. 대립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졌지 금방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기업들과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미리 대비했더라면 모르지만 갑자기 국산화를 앞당긴다고 해도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5년 이상 10년이 걸리는 작업을 당장하라고 한다면 우물에서 숭늉달라는 격이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이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차원의 대립이 간단치 않아서 이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곪아터진 한·일관계의 실상이 전면으로 떠오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일 경제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일감정에만 치우쳐 외교력을 상실할 경우 고립무원의 사태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도 헤쳐 나가야 할 사태임은 분명하다. 솔로몬에게 묻는다면 분명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할 것이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를 쏘아대고 있으니 한반도평화가 무색할 지경이다. 북한의 서슬 퍼런 행동에 국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북한 핵에다가 신형미사일에 신형방사포까지 발사하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평화를 외치고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사실상 종전선언을 주창하던 일들이 허상처럼 보이니 국민들의 마음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북한이 보여주는 행동에 따라 허겁지겁 대처하는 모습이 어딘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과연 지금 상황이 호전될지 악화될지 답을 할 때가 왔다. 가공할 핵을 보유한데다 미사일과 방사포를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며 펑펑 쏘아대고 있으니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미국은 점점 우리나라를 동맹에서조차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점차 우방이 사라지는 묘한 국제적 입지에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듯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처해졌는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환골탈태하는 과감한 변화가 없을 경우 자칫 각종 위기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이자 국민들이다. 무엇하나 신명이 나질 않는다. 정치는 대립과 반목의 연속이고 길거리에는 온통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슨 사단이라도 날 듯하다. 발전은커녕 정치,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사일과 방사포는 이틀간격 간격으로 펑펑 쏘아대니 앞날이 걱정이다. 허구헌 날 매화타령만 해대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만 하고 있다면 이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힘이 없는 평화는 허구라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허약한 체질로 동네북이 되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혹자는 솔로몬의 말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나가긴 하겠지만 이것이 비극의 나락으로 향하는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IMF위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서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에다 한국은행은 번갈아가며 경제성장률을 낮추느라 허겁지겁 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며 경기둔화와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중의 효과는 밋밋하다. 뭔가 추동력이 살아나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출산율도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산아가 또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통계청 ‘2019년 5월 인구통계’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2만 5300명으로 전년 동월(2만 8천명) 대비 2700명(9.6%) 감소했다. 5월 기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5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년 2개월째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해 0.98명에서 올해도 1명 미만이 확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인건수조차 2만 3,100건으로 마찬가지로 최저치로 기록되고 있으니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이 취업조차 어려우니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사회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올해 정부가 저출산대책에 1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그렇다.
이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경제성장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금 웬만한 곳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이미 시작되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미래의 동력이 상실되면 이는 곧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고 찾아오는 내일이 암울한 세상이라고 한다면 이는 고통이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작금에 혼돈스런 일련의 사태들을 접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좌절과 포기의 심정을 벗어나 아이의 진짜엄마를 찾아주는 솔로몬의 재판처럼 진정 헝클어진 난국을 타개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국민 모두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2019-08-02
-
진정한 언론의 자유
▲ © 세종타임즈
“인터넷언론은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11월 3일 국무회의에서 상시고용인력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의 등록을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시행령을 통과시켜 전격 시행에 들어가자 2015년 12월 28일 관련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하며 내놓은 반발 기자회견문이다. 당시 인터넷신문들은 한마디로 ‘비상사태’였다. 1년 유예기간을 두고 5인 이상의 상시 고용인력을 갖추지 못하면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서슬이 퍼렇게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 바로 정부였다. 열악한 인터넷매체들은 이를 갖추기 위한 자구노력에 부심했다.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이 났다. 일부는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인원 짜 맞추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체의 80% 정도가 5인 미만으로 운영해 온 인터넷언론들은 당시 유예기간이 지나면 등록이 취소되는 위기상황에 처해 갈팡질팡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인터넷언론의 기사품질 제고와 유사언론 행위, 어뷰징, 선정보도 등을 이유로 삼았지만 언론장악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을 샀다. 반헌법적이자 반민주주의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언론을 국가의 산하기관 쯤으로 여기는 행태는 헌법에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급기야 2016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는 5인 이하 언론사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2015년 등록규제를 통해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터넷 신문은 그 특성상 적은 자본력과 시설로 발행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5인 이상 상시고용의 경우만 언론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시행령 개정안은 그야말로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언론장악을 장악해 언론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치권력의 욕망과 셈법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그 마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인 듯하다. 그만큼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갖춘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며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제 4부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힘을 과시하고 있는 언론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종별 언론사는 2019년 5월 15일 기준으로 1만 8,969개에 달하고 있고 이들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은 2016년 이후 매년 5% 이상 성장하며 무려 2만 1,307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신문은 8,396개로 전체 44.26%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 뒤로 잡지가 5,264개인 27.75%, 기타 간행물 2,015개인 10.6.2%, 특수주간 1,704개인 8.98%, 일반주간신문 1,217개인 6.42%, 일반일간신문 307개인 1.62%, 특수주간신문 40개인 0.21% 순이다. 언론사란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통신사를 일컫지만 이제는 다수로 등장한 온라인 매체인 인터넷신문이 빠질 수 없는 언론사의 주요 매체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이다. 종이신문 매체수는 모두 더해도 3,268개이다. 이는 전체 17.23%로 인터넷신문에 비해 두 배 반 이상이나 적다. 위기상황이었던 지난 2015년 6,347개였던 인터넷신문은 2019년 5월 현재 8,396개로 4년 만에 무려 2,049개나 증가했다. 매년 500개 이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 신문의 증가는 인쇄와 유통채널을 갖춰야 하는 과거 신문의 개념과 달리 진입이 손쉬운 모델이 되었다. 더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콘텐츠와 비즈니스 구조의 다양성도 갖고 있다. 이미 SNS시대를 맞아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언론사로 등극하고 있다. 신생매체의 등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들도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에도 1인 미디어 채널이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이 등장해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참으로 다양한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을 통하여 디지털 시대의 진수도 만끽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향력마저 생겨 정치권력들마저 예사롭게 보지 못할 정도이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유명인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할 말 못할 말을 다하고 있다. “구독 눌러주세요”, “좋아요 눌러 주세요”, “이는 큰 힘이 됩니다” 하면서 이것이 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들이 아예 기자들까지 고용하여 본격적인 언론의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아예 고정출연자로 등장한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댓글에 화답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지만 생동감은 넘친다. 하지만 다중을 향한 정제되지 않은 언행과 망발 수준의 화법은 미디어로서의 결격 요인임은 분명하다.
언론사로서의 방송으로는 현재 공중파방송사인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MBC, SBS, iTV가 있다. 기타 EBS, 케이블TV가 있지만 특성화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도 등장하여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른바 종편PP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종편의 생명줄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물론 지상파도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사실상 이들 매체들은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와 SO/위성, PP종편, 보도, 홈쇼핑 등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사업자는 무려 ‘158개 사업자에 367개 방송국’이다. 방통위는 이들의 방송평가를 받아 재허가 및 재승인의 심사에 반영한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방송 자화상이다. 얼마나 수익성을 내는지도 관심사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해 KBS가 영업적자로 돌아서고 MBC는 영업손실이 1,237억 원으로 119%나 증가했으며 SBS 영업익은 95.1%가 축소되는 등 지상파 '빅3'가 저조한 경영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언론환경이 빚고 있는 격세지감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 인터넷언론들이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일방통행적인 정보전달에 의존하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이다. 무수한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그러다보니까 이제는 가짜뉴스(fake news) 논쟁도 극심한 시대이다. 진위여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신속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뉴스를 재단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그 무엇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론매체는 참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다면 이는 이미 언론사가 아니다. 언론사의 등록이나 허가문제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 없고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자칫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죽은 언론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매체가 많다고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생각해 볼 작금의 상황이다.
201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