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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단상(斷想)
▲ © 세종타임즈
그칠 것 같지 않던 장마도 때를 이길 수는 없었는지 볕이 들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밝은 햇살이 더없이 고마운데, 그렇다고 지난 장마가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시월이 되면, 경남 거창 남덕유산 자락에 둥지를 튼 지 2년이 된다.
장마가 한창인 때 잠깐 든 볕에 청양고추 7박스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었고, 해가 없으면 곡식이 영글지 않는 줄 알았던 초보 시골 사람에게 텃밭의 옥수수, 호박, 오이, 가지 등은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비가 오고 구름이 끼었다고 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우리들이 ‘옳다’고 확신하는 형상 뒤에 확실히 존재하는 불가지(不可知)한 세계를 우리는 아주 쉽게 ‘없다’고 단정한다.
내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나는 정말 아는 게 없다.
이곳은 해발 650m 고지대라서 비도 많이 오지만 안개도 잦다. 김승옥의 소설 첫머리가 연상되는 날이면 정말 안개는 수십만 대군이 진격해 오듯 거대한 안개 먼지를 일으키며 온 골짜기를 집어 삼킨다.
그즈음 태어난 지 일 개월도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밭에 나간 남편의 뒤를 밟아 기어코 우리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목숨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생명을 부여받은 것들의 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아직 이름도 없이 ‘나비’라 불리는 새끼 고양이는 5일 만에 몰라보게 건강해졌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분주하기 그지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기댈 작은 언덕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서 퍼덕이는 물고기에게 수만 리 밖 거대한 장강(長江)의 물이 무슨 소용이랴. 일단 작은 생명을 살려는 놓았는데 원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윌슨과 베리)는 무척 예민해져서 낯선 고양이를 볼 때마다 하악질이다. 말이 안 통하니 ‘공생(共生)’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편은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에 오늘도 걱정이 태산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말 ‘태산을 짊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청소를 하다 달력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7월 24일 ‘방울이 입양(?)’ 헉!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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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향한 외침 “이 또한 지나가리라!”
▲ © 세종타임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유명한 말 중에 솔로몬의 말이 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는 말이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유대경전 주석서 미드라시(Midrash)에 나오는 경구다. 어느 날 다윗 왕이 전쟁에서 이긴 뒤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반지에는 “내가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주문했다. 세공사가 반지를 만들었으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세공인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솔로몬은 이렇게 적으라고 일러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이 대답한 바로 이 구절이 오늘날에도 감동적인 말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공했거나 승리한 순간에 이 경구를 보며 자만심을 경계하되 실패하고 낙심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다. 솔로몬의 이 유명한 말은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즐거움보다는 고통스런 순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서 더더욱 그렇다.
일본이 2일 각료회의를 열고 이달 28일부터 수출규제에 이어 마침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 기술 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 피해 최소화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여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당장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불러오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외경제연구원은 1일 자 보고서에서 전략물자관리원의 추정을 인용해 백색국가 제외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1,100여 개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상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4,898개에 달하나, 이중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민감한 품목은 1,100여 개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이중 대일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707개, 100%인 품목은 82개에 달한다며 규제대상 품목으로는 공작기계와 화학약품, 전자부품, 첨단소재 등이 거론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특히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화학약품)와 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이 유력하고, 일부 공작기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절차가 복잡해지고 중소기업 등 산업피해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수출 중단까지 가지 않아도 규제대상 품목의 수출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져 부품 등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의 관련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이미 수출규제에 들어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를 포함해 규제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경제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한·일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감정도 격화되고 있다. 이번 일본에 조치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들이 크게 줄어 항공편의 운항마저 줄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좌석 공급을 축소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LCC)들도 일본 노선 공급과잉과 여행객 감소 등을 이유로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벌써부터 일본의 조치에 맞서 일본여행상품, 제품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온라인상에서도 국내 ‘보이콧 재팬’, ‘NO(노) 재팬’과 비슷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한·일 국가 간의 문제가 국민감정으로 비화하며 앞이 보이질 않고 있다. 아마 역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일간의 상황이다. 대립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졌지 금방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기업들과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미리 대비했더라면 모르지만 갑자기 국산화를 앞당긴다고 해도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5년 이상 10년이 걸리는 작업을 당장하라고 한다면 우물에서 숭늉달라는 격이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이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차원의 대립이 간단치 않아서 이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곪아터진 한·일관계의 실상이 전면으로 떠오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일 경제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일감정에만 치우쳐 외교력을 상실할 경우 고립무원의 사태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도 헤쳐 나가야 할 사태임은 분명하다. 솔로몬에게 묻는다면 분명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할 것이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를 쏘아대고 있으니 한반도평화가 무색할 지경이다. 북한의 서슬 퍼런 행동에 국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북한 핵에다가 신형미사일에 신형방사포까지 발사하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평화를 외치고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사실상 종전선언을 주창하던 일들이 허상처럼 보이니 국민들의 마음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북한이 보여주는 행동에 따라 허겁지겁 대처하는 모습이 어딘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과연 지금 상황이 호전될지 악화될지 답을 할 때가 왔다. 가공할 핵을 보유한데다 미사일과 방사포를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며 펑펑 쏘아대고 있으니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미국은 점점 우리나라를 동맹에서조차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점차 우방이 사라지는 묘한 국제적 입지에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듯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처해졌는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환골탈태하는 과감한 변화가 없을 경우 자칫 각종 위기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이자 국민들이다. 무엇하나 신명이 나질 않는다. 정치는 대립과 반목의 연속이고 길거리에는 온통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슨 사단이라도 날 듯하다. 발전은커녕 정치,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사일과 방사포는 이틀간격 간격으로 펑펑 쏘아대니 앞날이 걱정이다. 허구헌 날 매화타령만 해대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만 하고 있다면 이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힘이 없는 평화는 허구라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허약한 체질로 동네북이 되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혹자는 솔로몬의 말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나가긴 하겠지만 이것이 비극의 나락으로 향하는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IMF위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서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에다 한국은행은 번갈아가며 경제성장률을 낮추느라 허겁지겁 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며 경기둔화와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중의 효과는 밋밋하다. 뭔가 추동력이 살아나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출산율도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산아가 또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통계청 ‘2019년 5월 인구통계’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2만 5300명으로 전년 동월(2만 8천명) 대비 2700명(9.6%) 감소했다. 5월 기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5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년 2개월째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해 0.98명에서 올해도 1명 미만이 확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인건수조차 2만 3,100건으로 마찬가지로 최저치로 기록되고 있으니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이 취업조차 어려우니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사회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올해 정부가 저출산대책에 1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그렇다.
이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경제성장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금 웬만한 곳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이미 시작되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미래의 동력이 상실되면 이는 곧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고 찾아오는 내일이 암울한 세상이라고 한다면 이는 고통이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작금에 혼돈스런 일련의 사태들을 접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좌절과 포기의 심정을 벗어나 아이의 진짜엄마를 찾아주는 솔로몬의 재판처럼 진정 헝클어진 난국을 타개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국민 모두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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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언론의 자유
▲ © 세종타임즈
“인터넷언론은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11월 3일 국무회의에서 상시고용인력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의 등록을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시행령을 통과시켜 전격 시행에 들어가자 2015년 12월 28일 관련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하며 내놓은 반발 기자회견문이다. 당시 인터넷신문들은 한마디로 ‘비상사태’였다. 1년 유예기간을 두고 5인 이상의 상시 고용인력을 갖추지 못하면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서슬이 퍼렇게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 바로 정부였다. 열악한 인터넷매체들은 이를 갖추기 위한 자구노력에 부심했다.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이 났다. 일부는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인원 짜 맞추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체의 80% 정도가 5인 미만으로 운영해 온 인터넷언론들은 당시 유예기간이 지나면 등록이 취소되는 위기상황에 처해 갈팡질팡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인터넷언론의 기사품질 제고와 유사언론 행위, 어뷰징, 선정보도 등을 이유로 삼았지만 언론장악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을 샀다. 반헌법적이자 반민주주의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언론을 국가의 산하기관 쯤으로 여기는 행태는 헌법에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급기야 2016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는 5인 이하 언론사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2015년 등록규제를 통해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터넷 신문은 그 특성상 적은 자본력과 시설로 발행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5인 이상 상시고용의 경우만 언론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시행령 개정안은 그야말로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언론장악을 장악해 언론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치권력의 욕망과 셈법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그 마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인 듯하다. 그만큼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갖춘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며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제 4부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힘을 과시하고 있는 언론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종별 언론사는 2019년 5월 15일 기준으로 1만 8,969개에 달하고 있고 이들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은 2016년 이후 매년 5% 이상 성장하며 무려 2만 1,307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신문은 8,396개로 전체 44.26%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 뒤로 잡지가 5,264개인 27.75%, 기타 간행물 2,015개인 10.6.2%, 특수주간 1,704개인 8.98%, 일반주간신문 1,217개인 6.42%, 일반일간신문 307개인 1.62%, 특수주간신문 40개인 0.21% 순이다. 언론사란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통신사를 일컫지만 이제는 다수로 등장한 온라인 매체인 인터넷신문이 빠질 수 없는 언론사의 주요 매체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이다. 종이신문 매체수는 모두 더해도 3,268개이다. 이는 전체 17.23%로 인터넷신문에 비해 두 배 반 이상이나 적다. 위기상황이었던 지난 2015년 6,347개였던 인터넷신문은 2019년 5월 현재 8,396개로 4년 만에 무려 2,049개나 증가했다. 매년 500개 이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 신문의 증가는 인쇄와 유통채널을 갖춰야 하는 과거 신문의 개념과 달리 진입이 손쉬운 모델이 되었다. 더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콘텐츠와 비즈니스 구조의 다양성도 갖고 있다. 이미 SNS시대를 맞아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언론사로 등극하고 있다. 신생매체의 등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들도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에도 1인 미디어 채널이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이 등장해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참으로 다양한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을 통하여 디지털 시대의 진수도 만끽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향력마저 생겨 정치권력들마저 예사롭게 보지 못할 정도이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유명인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할 말 못할 말을 다하고 있다. “구독 눌러주세요”, “좋아요 눌러 주세요”, “이는 큰 힘이 됩니다” 하면서 이것이 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들이 아예 기자들까지 고용하여 본격적인 언론의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아예 고정출연자로 등장한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댓글에 화답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지만 생동감은 넘친다. 하지만 다중을 향한 정제되지 않은 언행과 망발 수준의 화법은 미디어로서의 결격 요인임은 분명하다.
언론사로서의 방송으로는 현재 공중파방송사인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MBC, SBS, iTV가 있다. 기타 EBS, 케이블TV가 있지만 특성화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도 등장하여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른바 종편PP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종편의 생명줄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물론 지상파도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사실상 이들 매체들은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와 SO/위성, PP종편, 보도, 홈쇼핑 등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사업자는 무려 ‘158개 사업자에 367개 방송국’이다. 방통위는 이들의 방송평가를 받아 재허가 및 재승인의 심사에 반영한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방송 자화상이다. 얼마나 수익성을 내는지도 관심사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해 KBS가 영업적자로 돌아서고 MBC는 영업손실이 1,237억 원으로 119%나 증가했으며 SBS 영업익은 95.1%가 축소되는 등 지상파 '빅3'가 저조한 경영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언론환경이 빚고 있는 격세지감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 인터넷언론들이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일방통행적인 정보전달에 의존하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이다. 무수한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그러다보니까 이제는 가짜뉴스(fake news) 논쟁도 극심한 시대이다. 진위여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신속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뉴스를 재단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그 무엇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론매체는 참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다면 이는 이미 언론사가 아니다. 언론사의 등록이나 허가문제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 없고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자칫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죽은 언론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매체가 많다고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생각해 볼 작금의 상황이다.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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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의 좌절메시지
▲ © 세종타임즈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일컬어 이른바 ‘취준생’이라 칭한다. 대상연령을 15세부터 29세까지로 이 연령층을 대상으로 청년층의 경제동향을 분석해 발표한다. 이번에도 통계청이 ‘2019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 취준생이 무려 71만 4천명으로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이 준비하는 분야를 보니까 일반직공무원이 약 22만 명인 30.7%로 그동안 늘 회자되어 왔던 대로 역시 가장 많았다. 이는 10명 중 3명이 이른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이었다. 이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가 24.8%, 언론사·공영기업체 9.9%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시험 준비생의 규모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컸다. 문제는 졸업을 하거나 중퇴한 이후 취업을 못한 청년이 무려 154만 1천명으로 이 역시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청년층 907만 3천명 중 취업자나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 등 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는 468만 3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 7천명이 줄었다. 여기에 취업준비자는 앞서 밝힌 대로 71만 4천명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15.3%를 차지했다. 그나마 이들은 취업준비라도 하고 있지만 나머지 85.7%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취준생을 제외하면 무려 396만 9천명에 달한다. 이들을 아예 취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청년층 중 최종학교 졸업(중퇴)자는 483만 5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7천명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329만 5천명이 취업자였고 나머지 154만 1천명이 미취업자로 2007년 관련 통계발표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취업자의 미취업 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이 86만 1천명으로 전체의 55.9%를 차지해 1년 전보다는 1.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1년 이상은 6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44.1%를 나타냈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의 비율은 16.9%(26만 명)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면 미취업 청년들은 무슨 활동을 하고 있을까? 물론 ‘직업교육과 취업시험준비’가 38.8%로 가장 많았지만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이 21.6%로 거의 33만 3천명에 달하고 있다. 나머지 13%인 20만 명이 여전히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졸업을 하고도 3년 이상이나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2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396만 9천명의 청년들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졸업 후 미취업청년들 가운데 33만 3천명이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까 같은 선상에 있는지 아니면 부모가 재산이 많아 그냥 먹고 살고 있는 지 여러 가지로 궁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취업활동과 취업, 그리고 구직활동과 구직이 과연 작금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데이터에서 보듯이 무수한 청년들이 경제일선에 나서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젊음이라는 소중하고 황금 같은 시기에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마디로 ‘무위도식(無爲徒食)’을 한다는 말인데 오죽하면 이런 응답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취업전선에 나섰다가 자포자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아할 뿐이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이 공시생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집중화에 대해 걱정의 눈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가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런 형극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젊은이 말고도 400만 명 가까운 젊은이들은 무슨 연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자로 분류되고 있는지 이 역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근 들어 대한민국 유력 정치인의 자살을 접하면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삶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고 있다. 과거부터 유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숨겨진 암울한 실상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삶의 희망을 상실하고 자포자기하며 절망한다면 이는 삶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고를 비관하는 일가족 집단자살에서부터 공시생 자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불행한 사태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희망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꿈은 무엇인지를 우리 젊은이들은 묻고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출산율도 최저이고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있으니 과연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난마처럼 엉클어졌는지를 냉철히 짚어보아야 한다. 비록 전공분야를 찾지 못했지만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여 뜻을 이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현실 앞에서 자칫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유력인사들의 자살사건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는 요즘이다. 냉혹한 취업전선에 나섰다가 자칫 자포자기하며 좌절하는 취준생들과 무위도식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넘쳐나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아니다. 기성세대들과 정치지도층들은 이를 깊이 성찰하고 나라와 국민,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깊은 고뇌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진정한 눈물이 절실한 시점이다. 13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한 청년 취업준비생들과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취업포기 청년들이 던지는 강렬한 함축 메시지가 담긴 ‘2019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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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國民)’이 ‘궁민(窮民)’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 © 세종타임즈
어학사전에 궁민(窮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궁민이란 단어가 있다. 그 뜻은 ‘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을 일컫는다.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또는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 바로 국민(國民)인데 발음도 공교롭게도 ’궁민‘이다. 그러니까 국민(國民)과 궁민(窮民)은 같은 발음선상에 있지만 그 의미만 달리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가난한 사람‘을 세궁민(細窮民)이라 하고 ’세ː궁민‘이라고 발음한다.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흉년에 궁민을 구제할 목적으로 마련한 비상미 저축제도가 바로 ’의창(義倉)’이다. 여기에 궁민이 등장한다.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줬다가 추수 때 이자를 붙여 거둬들이는 빈민구제 기관이었다. 평년에는 백성으로부터 곡류(穀類)를 여분(餘分)으로 징수하거나 유지(有志)로부터 기부를 받아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倉庫)이다. 수(隨)나라 때 시작되어 당(唐), 송(宋), 청(淸) 때에도 널리 설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태조(太祖)가 설치한 ‘흑창(黑倉)’을 고려(高麗) 성종 5년에 ‘의창’으로 개칭(改稱)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조선시대에 계승되어 16세기 초까지 계속되었다. 궁민(窮民)이 된 국민(國民)을 위한 빈민구호기관으로 사실상 오늘날 복지제도와 국민연금을 연상시킨다. 하여튼 역사적으로 궁민문제는 나라의 큰 구휼(救恤)의 문제였다. 즉 백성들이 흉년 등으로 곡식이 떨어지거나 가혹한 형벌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에서 백성들의 처지를 생각하여 구제했음을 엿볼 수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마치 춘궁기(春窮期)를 맞은 듯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최저임금 문제,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남북문제 등 많은 혼돈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좌충우돌로 몰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약해진 한국경제의 대표적 요인의 하나로 지목된 내년도 최저임금의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결론이 났다. 살펴보면 2020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2.87% 오른 금액이다. 인상률로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로 분석되고 있다. 그 만큼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 13차 전원회의에서 한 결정이다.
내용을 보면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최저임금안인 시간 당 8,590원이 최저임금위원 27명 중 15명의 표를 받았다. 근로자위원이 제시한 8,880원(6.3%)는 11표를 받았고, 1명은 기권했다. 최저임금 1만원의 실현을 주장하는 노동계는 노동존중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해소는 완전 거짓구호가 되었다고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금번 최저임금 결정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런 결정을 볼라치면 그동안 1만 원대를 향해 향하던 최저임금이 경제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인상이 아니었느냐 하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돈을 벌지 못하는데도 돈을 주라는 것은 경제논리도 아니고 시장경제도 아니고 이른바 모순경제, 억지경제에 다름이 아니라는 지적이 강한 이유이다. 그러니 아예 알바생 조차 고용하지 않고 가족들이 나서고 영업시간마저 줄여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과거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오죽하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면서 폐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걱정해야 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240원 2.87%는 지난 해 10.9%가 올랐던 것에 비하면 크게 꺾인 것으로 엄혹한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고 과연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시 키우고 추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저런 경제여건이 생각보다 살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조차 우리나라 목표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4%∼2.5%로 낮추고 있고 해외투자은행이나 국제 신용평가사들로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둔화에 기준금리인하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또다시 2.5%에서 2.3∼2.4%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하튼 정부나 경제전문가들도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여러 가지 액션을 통하여 부정적 메시지로 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일본과의 대립과 충돌이 글로벌 경제시대에 걸맞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심각 이상이다. 삼성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이 비상사태이다. 잘 나가던 삼성이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하다. 재벌 총수들이 일본을 향하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인 뾰쪽한 묘수가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강경대응과 장단기 대책이라는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기업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대립과 충돌이 빚은 이번 사태는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새우등 터지는 대립양상이 살벌하다. 일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뽑아들고 수출규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을 찾아가고 미국을 찾아가도 그 해법은 보이질 않고 있다.
그동안 주요 부품들의 일본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동차부품까지도 그렇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정말 몰랐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대한민국의 상징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일본의 소재수출규제에 맥을 못 출 정도였다고 생각하니 국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 심지어 배신감마저 들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도 그동안 무사안일한 자세로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그동안 미흡하고 부족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등한시하고 눈앞에 이득만을 챙기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길을 도대체 왜 외면해 왔는지를 묻고 싶다.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럽다. 만약 앞으로 일본이 소재부품을 계속 대 주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반도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싶다. 이렇게 허약한 체질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영향을 함께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들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세상에 내놓아도 대기업들은 콧방귀도 안 뀐다는 말은 이미 업계에서도 파다하다. 세계적인 것을 제안해도 그렇다. 이런 풍토에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눈치만 보며 늘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지금도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수한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며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왔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가 팽배하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조 5천억 원으로 이는 잠정실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회성 수익을 빼면 5조원 중반으로 실적은 1분기에 이어 ‘살얼음판’이라는 것이다. 수익성 부진상태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반도체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 자명하다. 대안부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가다가는 무슨 일이 날 것만 같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품의 핵심이 타격을 입는다면 과연 그 길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득이나 서민경제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수출경제의 기둥이 흔들리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있으니 이러다가 일본 발 제 2의 IMF체제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 아닌지 시중에서는 불안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반일 감정을 내세우며 대책없이 대립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도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무슨 일을 추진함에 장단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대처해야지 ‘막고 품는 식’으로 일본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너무나 수준이 떨어진다. 우리의 힘, 국력을 키우고 대적을 하던지 해야지 그저 반일감정에만 의존하여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어리석음은 용기도 아니며 지혜도 아니다. 그저 만용이며 허풍일 뿐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왜 이런 고통과 시련이 닥치는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침체된 경제에서 먹고살기에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국민들의 허탈한 눈망울이 보이지 않는가 묻고 싶다. 무엇하나 제대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따로 국밥이 되고 있다.
과연 요즘 대한민국이 ‘정상성’을 갖추고 있는 나라인지 조차 궁금하다. 정치는 무엇이고 국민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소식들은 국민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것들로 넘쳐난다. 때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조차 헷갈린다. ‘정직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 국제적으로 환영받는 나라’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이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아쉬울 때는 국민들을 위해 낮은 포복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國民)이 되길 원하는가? 대한민국 궁민(窮民)이 되길 원하는 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일관계, 심지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도 솔로몬의 지혜로 풀어나가는 용단과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국민(國民)들이 춘궁기(春窮期)가 아닌데도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궁민(窮民)이 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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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가 던지는 메시지
▲ © 세종타임즈
코리안 몬스터 메이저리그 류현진 선수가 시즌 10승 통산 50승을 달성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6년만이다. 1987년 3월 25일 생으로 올해 32살이다. 신장 190센티에 113kg의 투수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은 2013년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니까 26살에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는 한마디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영욕이 점철된 메이저리그의 드라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지만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 제안을 받아들인 류현진은 올해 1790만 달러(한화 약 207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올해 연봉대비 4.8배의 활약으로 팀 동료인 코디벨린저와 함께 기여도와 가치 그리고 가성비는 가히 압도적으로 평가된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오전 10시 10분(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5-1로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시즌 10승 통산 50승을 달성한 것이다. 류현진 10승은 4전 5기 끝에 거둔 성과다. 지난 5일(한국시간) 기준으로 17경기 10승2패 평균자책점 1.73의 류현진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3.1로 팀 내 투수들 가운데 최고 수치를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로 따져봐도 류현진은 투수 4위이다. 1998년 7월의 투수로 선정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에 이어 21년 만에 한국인 투수로서 5월 이달의 투수로 등극하는 영광도 누렸다.
데뷔 7시즌 만에 박찬호(124승), 김병현(54승)에 이어 역대 코리안 빅리거 세 번째로 통산 50승(30패)도 달성했다. 류현진(32·LA 다저스)은 2013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가장 화려한 전반기를 보냈다. 10승 2패 평균자책점(방어율) 1.73. 평균자책점 1위, 삼진/볼넷 비율 1위(9.90), 다승 공동 3위, 이닝 당 출루 허용률 2위(0.91), 이닝 당 투구 수 2위(14.47) 등등. 투수 활약을 나타내는 지표 대부분 상위권에 올라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14승(8패)을 올리면서 10승 투수가 되며 화려하게 등극했다. 이듬해 다시 14승(7패)을 올리며 다저스의 핵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5년 왼 어깨, 2016년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성적이 뚝 떨어졌다. 2017년에 25경기에 나와 5승(9패)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처음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2017년에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것도 불안정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반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7승(3패)이었다.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의 구위가 회복할 확률은 7% 정도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들조차도 그 수치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류현진의 성공적인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했다. 전문의들도 놀라고 있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활과 재기에 성공했다.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온 국민들이 류현진의 재활의 과정을 노심초사 지켜보며 쾌유와 전성기를 고대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류현진의 올해는 개막전부터 달랐다.
류현진은 올해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3월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와 올 시즌 첫 승(6이닝 1실점)을 거뒀다. 5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는 6년 만에 자신의 빅리그 두 번째 완봉승을 기록하고 5월에만 5승을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0.59로 활약했다. 생애 처음 ‘5월 이달의 투수’로 뽑혔다. 미국 전역에 중계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이에 힘입어 올스타전 선발투수로도 선정됐다. 10일 예정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MLB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를 대표해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생애 첫 ‘별들의 무대에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 감격적인 스토리이다. 자랑스럽다.
올해 20승을 하고 싶다던 류현진은 자신의 전반기 점수를 99점을 주었다. 모자라는 1점은 지난 콜로라도 경기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이하는 아니다. 모자라는 1점은 국민들이 주고 있다. 100점이다. 10승을 위해 승수를 추가하는데 한 달이 걸렸지만 5번째 도전 만에 기어이 10승을 달성하고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국민들은 10승을 갈망했지만 스스로는 조바심을 내진 않고 침착하게 대처해 왔다. 마운드의 모습처럼 생각도 듬직하다. 20승 이상도 보인다. 이 경기 전까지 통산 596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던 류현진은 개인 통산 600탈삼진도 달성했다. 이런 자랑스런 한국인 류현진에게 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류현진은 인터뷰에서도 겸손함이 돋보였다. “경기 시간도 다른데 많이 시청해주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후반기에도 전반기처럼 몸 관리 잘해 시즌 끝까지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선 류현진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의지는 오늘의 류현진을 더욱 굳건한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앞서 언급한 놀라운 기록들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겨루며 부상의 불운을 딛고 일어선 류현진의 오늘은 그래서 더욱 값지게 다가선다. 26살의 류현진이 보낸 메이저리그 6년의 결산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번 올스타전 선발투수로서도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 값진 메시지를 던지는 류현진 선수가 있어 요즘 짜증스런 정치를 잠시 잊게 되고 국민들은 그나마 엔돌핀이 솟아 행복하고 즐겁다.
20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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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급제 폐지와 활동보조서비스 허상행정
▲ © 세종타임즈
정부는 지난 6월 25일 31년 만에 장애인정책이 바꾸게 됐다며 야심찬 정책을 발표했다.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주요 골자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로의 전환은 장애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31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장애인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장애인의 욕구·환경을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19~’23)」,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18~’22)‘에 따라 추진 중인 장애인 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와 접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이 과정에서 정책 당사자인 장애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과 소통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는 1988년 의학적 심사에 기반을 두어1~6급의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됐다. 이런 방식은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장애계에서 제기해 왔다. 이에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계부처 시행준비단,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등 관계부처 공동준비 및 장애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추진방향을 모색해왔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바로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의 지원체계가 장애등급으로 대표되는 공급자 관점에서 정책개발·집행이 용이한 체계였다면, 새로운 지원체계는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의 주요내용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종합조사 도입, 전달체계강화의 3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장애등급이 폐지되더라도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구분함으로써, 종전에 1∼3급 중증 장애인에게 인정되어 오던 우대혜택은 유지되도록 한다. 종전의 1∼3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4∼6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장애인이 심사를 다시 받거나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장애등급 폐지에 따라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되어 왔던 141개 서비스 중 12개 부처 23개 서비스의 대상이 확대된다.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변경됨에 따라 건강보험료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 경감이 확대되고,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도 단계적으로 확충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주목되는 조항이 있다. 장애인 욕구·환경 등을 고려한 서비스 지원을 위해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도입한다. 종합조사는 장애인 서비스의 지원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서비스 신청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특성,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종합조사는 7월 1일부터 활동지원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의 4개 서비스에 우선 적용되고,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 소득 및 고용지원 분야의 경우 서비스 특성에 맞는 종합조사를 추가 개발하여 각각 2020년과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새로운 종합조사 적용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평균 지원시간이 확대되고 이용자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지원시간이 현행 120시간에서 127시간+α(서비스 감소자 보호조치)로 변경된다. 종합조사 도입을 통해 최중증 장애인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상대적으로 지원시간이 적었던 장애유형의 급여량을 확대하여 장애유형 간의 형평성 있는 지원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월 최대 지원시간도 현행 441시간(일14.7시간)에서 480시간(일16.0시간)으로 확대 변경되고 활동지원서비스 이용 시의 본인부담금도 최고 32만29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인하되어 장애인들의 부담도 최대 50% 경감된다.
그동안에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중장애인인 9만4천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신체활동에서부터 가사활동 및 이동보조까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그만큼 가족들의 부담도 줄여주고 있는 복지서비스로 그야말로 중중장애인들의 수호천사제도이다. 하지만 수혜 장애인숫자는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 3급 이상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늘 장애인들의 불만과 서비스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해 왔다. 물론 새 제도 시행으로 이를 확대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지자체들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8년 전국의 등록장애인은 258만 6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 5,138만 여명의 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년층 장애인이 120만 6482명으로 전체 46.7%를 차지하고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임을 감안할 때 137만여 명의 등록장애인 중 불과 6.8% 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대전광역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 기준으로 대전의 등록장애인은 7만2,927명이다. 이는 전체 149만인구의 약 4.9%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서구가 48만4천명의 인구 중 4.3%로 2만1,071명으로 시 전체 28.9%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다음이 동구, 유성구, 중구, 대덕구 순이다. 인구대비 장애인수는 동구가 월등히 많다. 시 전체 두 번째 장애인수를 기록한 동구는 22만9,071명 인구 중 장애인수는 만4,718명으로 6.4%를 기록하고 있어 인구대비 장애인수가 단연 1위이다.
장애인 수를 통해 바라본 심각한 문제점은 활동보조서비스제도가 여전히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대전시 동구청을 비롯해 일선 구청의 전근대적인 장애복지행정이 마치 시혜정도로 여기고 있어 활동보조서비스기관 확대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등급제 폐지 및 활동보조서비스 확대에 전혀 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장애인계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대전의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은 장애인이 가장 많은 서구가 6개, 중구 5개, 동구와 유성구 4개 대덕구 3개 등 모두 22개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7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1년 본격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의 현주소이다. 그러니 활동보조서비스가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요즘에는 기관선정에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재단법인인 사회복지법인까지 등장하고 지자체는 수요자인 사단법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들마저 기관선정을 배제하고 있어 활동보조서비스 취지는 물론 서비스 확대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전체 실상을 살펴보면 등록장애인 중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수는 3,932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5.3%에 불과하다. 3급 이상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2만8,566명으로 분류해도 불과 13%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최상의 중중인 1급 장애인6,166명의 63%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중중장애인들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별로도 더욱 그렇다. 서비스를 받고 있는 3,932명 가운데 서구가 1,118명으로 가장 많고 동구 746명, 중구 654명, 대덕구 581명 순이다. 특히 인구대비 가장 많은 장애인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 동구의 경우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전체 만4,718명 장애인 가운데 746명으로 불과 3% 장애인만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장애복지행정을 펼쳐야 할 지자체가 가장 소극적이며 폐쇄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등 장애인정책변경과 장애복지행정의 미래비전을 준비하는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확대되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그때서야 허겁지겁 뒷북 행정이 요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보건복지부도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등록 후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전체 무려 64.2%에 달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정책의 허상이자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이런 저런 불이익을 받아왔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정부가 정책 변경을 선언하면서 현재 장애인연금에만 시행 중인 ‘서비스 수급희망 이력관리’를 올해는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수당에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를 했지만 과연 준비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 추진하는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뒤늦게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위한 지자체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 주재 17개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가 지난 6월 27일 개최됐다. 김강립 차관은 “이번 제도 개편과정에서 장애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정책은 위로부터 일선 지자체, 주민자치센터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장애인계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발표하는 시간에도 일부 지자체들은 이를 역행하는 행정에 골몰하며 활동보조지원기관 선정을 갈망하는 수요자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를 배제하고 있는 형국이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장애인정책변경에는 그야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 단체들에게 서비스 제공기관의 문호를 활짝 열고 함께 진정한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 및 지자체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함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수요자인 당사자단체를 외면하고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들이 활동보조서비스까지 섭렵하려 들고 이를 부추기는 행정이 존재한다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장애인정책의 서비스 변화는 장밋빛 청사진이나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장애인계는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정책 변화의 옳은 길이다.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복지는 사회복지와 분리되어야 한다. 서울시를 비롯해 대전광역시 등 각 광역단체들은 장애인과를 만들어 장애복지행정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선정은 장애인단체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장애인계의 목소리 결집도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장애인권익은 이제 수요자인 장애인들 스스로가 쟁취해야 한다. 31년 만에 바뀐 장애인정책변경은 바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시행이라는 뜻을 정부가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바로 잡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일선 지자체도 열린 행정자세가 절실하다. 앞으로 활동보조서비스신청이 대거 몰릴 경우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대책이 없을 정도로 미흡하다. 수요자 중심을 외면하고 많은 장애인들을 서비스 사각지대에 방치하며 활동보조서비스의 허상을 보여주는 일선 지자체 행정의 전형을 대전시 동구청의 사례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두루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강조하건데 수요자 중심으로 31년 만에 장애인정책과 제도가 전면 개편되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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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살인을 조망한다
▲ © 세종타임즈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후기 인상파의 거장, 1853∼1890)가 자살할 때 사용했다는 리벌버 권총이 프랑스 파리 경매에서 2억 원에 낙찰됐다. 위대한 화가의 비극적인 삶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자살이냐 아니냐는 것도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반 고흐 기념관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녹슨 리벌버 권총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이 됐고 마치 반 고흐가 이 권총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여하튼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베토벤도 자살을 생각했다. 1800년 대 베토벤은 청각을 잃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신이 내린 운명을 슬퍼하며 ‘하일리겐슈타트’라는 도시로 요양을 떠난 베토벤은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써 내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그가 이 때 삶을 마감했더라면 교향곡인 ‘전원’과 ‘합창’이라는 생애 최고의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때 우리 사회도 행복전도사로 명성을 날리던 사람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유명 야구해설가도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목도하며 충격을 받았다. 유명연예인들의 자살 소식도 자주 접해 왔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는 그동안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10만 명 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2016년 25.6명에 비해 1.3명(5.1%)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지만 여전히 노인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8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2016년도 장애와 건강통계’ 및 ‘2017년 기준 보건의료 질 통계’를 토대로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사망원인과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다. 정신장애인의 조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1,613명으로 전체인구 조사망률 549명보다 3배가량 높았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서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이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각서도 발견되어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을 한 것으로 경찰을 보고 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에는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부모는 빚 수천만 원에 시달렸다는 유족의 진술이 나와 경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취약계층 생계비관형 자살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사회복지 정책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난도 함께 존재한다. 지난 5월 최근 일어난 '의정부 일가족 3명 사망 사건'은 가족 간의 갈등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사건으로 생활고로 인한 동반 자살이라는 지적이다.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자살을 벗어나 노인, 청소년, 가족단위의 자살이 독버섯처럼 번지는 현상은 참으로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매년 공시생들의 자살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가지로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무척 걱정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주소이다.
여기에다 인명경시의 풍조까지 만연되어 있다. 이런 충격의 와중에는 제주도 펜션에서 발생한 고유정(36살)의 전 남편(36살) 살해사건이 있다. 이 사건의 잔혹성에 국민들은 아연실색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신도 발견하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 행각을 벌인 피의자 고유정의 모습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인면수심의 잔혹성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찬성 2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을 정도이다. 엄벌에 처해 달라는 것인데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유족들마저도 시체유기 현장을 함구하고 있는 변명과 진술거부에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자 일말의 반성도 없는 사악함이 극치를 이룬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심지어 10대들까지 황당한 살인 행위를 벌였다. 지난 6월 19일 약 2달에 걸친 상습·집단 폭행으로 친구(18세)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든 ‘인면수심’ 10대 4명이 살인혐의로 검찰로 넘겨졌다. 그 내용을 볼라치면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물고문도 하고 피해자 알바비 75만원도 빼앗았으며 노예 부리듯이 심부름을 시켰다. 피해자 몸을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찍었다. 주먹질과 발길질로도 모자라서 우산, 철제목발 등이 휘어질 정도로 번갈아가며 폭행하다가 살해했다. 피해자의 몸은 시퍼런 멍뿐이었다. 혼자 차가운 방바닥에 2일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끔찍한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의 전말이다. 친구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소년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감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안이 매우 중하기 때문으로 제주도 사건에 이어 충격과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벌어진 조현병 치료중단자 안인득(42)의 진주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은 5명이 숨졌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속적인 피해망상과 분노가 빚은 참사이다.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 등에 이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런 사건들을 넘어 이제 사회지도층의 인격살인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의 평안한사랑병원이 병원 개설허가와 관련 최근 여당 모 국회의원이 할아버지부터 3대에 걸쳐 한 지역에서 정신질환자를 진료해온 정신과의사에게 "이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주민들이 겪은 고통, 분노, 에너지를 다 합치면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자기재산을 다 털어놔야 할 것" 등이라는 발언을 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모든 것은 법과 질서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발언자체는 거의 시정잡배들의 수준이다. 사회지도층들이 주어진 힘을 믿고 정제되지 않은 막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준다면 이는 인격살인에 다름이 아니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자신의 인격수준을 거꾸로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자살과 살인의 마각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극단적인 삶의 모습과 흉포화해가는 살인의 모습이 국민들을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악랄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회지도층의 인격살인행위도 척결해야 할 악습임이 분명하다. 어둠과 부정을 벗어나 빛과 긍정의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모두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너무나 난마처럼 얽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의 모습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분명 아니다.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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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청소년 월드컵과 국민 기분
▲ © 세종타임즈
요즘 스포츠가 국민들의 우울한 기분을 다소나마 해소시키고 있다. 그 백미는 단연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의 신화를 만든 청소년 대표 팀이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비록 준우숭을 차지했지만 장하고 장하다. 가득이나 힘겨워하던 국민들에게 모처럼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했다. 결승전은 전국에서 온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2002년 월드컵이 다시 돌아온 듯 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자부심을 북돋아 준 월드컵 결승은 참으로 값진 의미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이 드높이고 있는 코리아라는 브랜드의 가치는 계량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청소년 대표팀이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결승은 온 국민들의 일요일 한밤중 밤잠을 빼앗아 버렸다.
우선 국민들의 엔도르핀이 팍팍 돌게 해 그야말로 모처럼 활짝 웃으며 기분 좋은 순간을 만끽했다는 점이 더욱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치를 하는 기성세대들의 우거지상과 고약한 언행에 비하면 그 감동은 극과 극이다. 진실성이 결여된 채 한 자락 두 자락 깔며 틈만 나면 불확실성을 부축이고 반목하며 오로지 권력욕에만 집착하는 정치의 표리부동과 두 얼굴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툭하면 파업을 하면서 그야말로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는 것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스포츠는 늘 정정당당함과 멋진 승리의 감동을 던져주는 산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여기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정치도 이에 걸맞게 축구의 반만큼이라도 국민감동을 주는 변화가 아쉽다.
모처럼 축구에 열광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것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금의 우울한 것들을 정리해 보면 경제는 수출부진에다 체감경기까지 좋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취업률이 높아졌다는 최근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으나 시중에 반응은 시큰둥하다. 극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취업률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취업률 증가 어딘지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생 40만 명 시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툭 떨어진 매출에 제조업들은 그야말로 초죽음이다. 자영업자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책자금을 받는다면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나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고금리 자금에 허리가 휘고 있다.
민심이 흉흉하고 유튜브에는 온갖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방송에 젖어 있다. 기존의 뉴스보다 시청률이 높은 곳도 있다.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아 기득권 언론들의 작위적인 뉴스로는 국민들을 호도하거나 감동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굵직한 사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빅이슈가 되고 있다. 이른바 대형 사건사고들이다. 사실 세상사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니 요즘은 뉴스를 접하기도 무섭다는 여론들이다. 각종 잔혹하고 황당한 살인사건까지 잇달아 참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다. 살인사건도 참 잔인하기 그지없다. 36살 여자가 제주도 펜션에서 전 남편을 죽여 시체를 잔인하게 바다에 유기하지를 않나, 출소한 동생이 옥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친형을 죽이질 않나, 조현병 환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여 멀쩡한 차량을 들이받아 예비신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야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고 아프게 하고 있다. 얼굴과 신상까지 공개된 제주도 살인사건 피의자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끼고 있다. 그 살인의 동기나 이유를 불문하고 인면수심의 비애 그 자체이다.
여기에다 헝가리 유람선사고는 사고 희생자들의 유해가 수습되고 일부 희생자 유해가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인양된 유람선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참사 실종자 3명은 아직까지 찾지를 못하고 있다. 7명만 구조되고 23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헝가리 다뉴브 강 유람선 참사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고로 국민들의 충격이 가시질 않고 있다. 가득이나 이런 저런 불미스런 사건사고들로 국민들의 기분이 측 쳐져 있는 가운데 정치는 틈만 나면 진흙탕 싸움만 일삼고 있으니 도대체가 신명이 나지를 않고 있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정치(政治)라는 글자가 쌈판과 극단적인 대립의 상징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민주주의에서 민주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다 전달되는 뉴스를 보면 신문이나 방송이나 할 것 없이 암울한 소식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심지어 생후 7개월 된 영아를 6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은 참으로 비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술 마시고 게임하면서 지냈다고 하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 가 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련의 강력사건들을 보면 인면수심의 극한을 보는 듯하다. 기분도 좋지 않고 잠자리도 뒤숭숭할 정도이다.
그나마 숨 막히는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돌파구와 청량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뿐이다. 이미 추신수 선수가 200홈런으로 아시아출신 선수 중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여기에 류현진 선수가 9승을 달성하며 10승 11승 승승장구의 토대를 마련하며 5월의 선수상까지 수상하여 기염을 토했다. 그 기라성 같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제치고 받은 상이라 더욱 값지다. 최지만 선수도 펄펄 날고 있고 콜업된 강정호 선수마저 홈런포를 쏘아대며 국민들을 기분 좋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36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뤄내고 결승까지 진출하여 최고의 주말을 선사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경기 내용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장전까지 최선을 다해 이뤄낸 기적 같은 승리는 전 국민들을 열광의 분위기를 몰아넣었다. 밤잠을 설치면서도 16일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새벽 시청률은 최고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날이며 기분 좋은 날이며 모처럼 온 국민이 하나가 된 날이었다. ‘네편 내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
이런 스포츠가 없으면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싶다. 신나는 일이 없는 요즘에 축구를 포함해 야구 등 스포츠 모두가 그야말로 이 무더운 여름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짜증스런 정치에다 비실거리는 경제가 국민들의 기분을 잡치고는 있지만 그나마 스포츠가 있어 위안이 되고 있다. 요즘 축구만큼만 신나는 일들이 생긴다면 그 얼마나 사회적 분위기가 좋아질까 생각도 해 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이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에서 최고 모습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 축구 청소년들의 앳된 모습이 값지고 멋지고 자랑스럽다. 기쁨을 선사한 대한민국의 선수들에게 무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기분 좋은 소식, 감동적인 소식을 전하는 우리 청소년 축구 선수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엿보게 된다. 요즘 스포츠는 국민들의 기분을 긍정으로 확 바꾸어버리는 마법을 연출하고 있다. 호주머니가 비었어도 신바람 나는 요즘이다.
20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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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여사를 추모하며..
▲ © 세종타임즈
이희호 여사는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 학사를, 렘버스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석사)을 다시 스카릿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석사를 마친 재원이었다. 한편 남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약 30년간 역대 군사정권하에서 납치·테러·사형선고·투옥(6년)·망명(10년)·가택연금 등의 온갖 고초를 겪었으나 군사정권에 끝까지 맞서 민주화운동을 강력히 전개함으로써 대중적인 카리스마를 얻었으며 세계적으로는 한국의 인권투사로 널리 알려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동초’(忍冬草)·‘한국의 넬슨 만델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4차례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의 지론인 남북화해 정책을 꾸준히 펼쳐 대외적 명성을 높였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화와 인권, 남북화해 정책의 공로로 2000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회고해보면 이희호 여사 없이 김대중 혼자만이였다면 아마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1962년 5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이희호 여사의 나이는 마흔 살, 그보다 두 살 아래 연하인 김 전 대통령은 어린 두 아들에 노모가 있는 정치 재수생이었다. 이 여사는 훗날 자서전에서 “김대중과 나의 결혼은 모험이었다. 운명은 문 밖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거세게 노크했다”고 전한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에서 그분과 운명적 만남은 가시밭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겪은 6년의 감옥 생활, 10년의 망명과 연금 시절을 함께 견뎠습니다. 생전 이 여사는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라디오를 통해 남편의 사형 선고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옥중의 남편을 생각하며 매일 편지를 보내고, 겨울에도 자신의 안방에 불을 넣지 못하게 했단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남편 ‘김대중’을 떼 놓고 ‘이희호’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자신의 일생만으로도 여성 운동가로도 손색없는 삶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6·25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1952년. 여성문제연구원 창립 멤버로 실무를 도맡았고 1959년 YWCA 총무로 일하며 본격적인 여성 인권 운동에 나서기도했다. 그의 첫 캠페인은 ‘혼인신고를 합시다’였다. 왜냐하면 많은 여성들이 혼인 신고도 없이 살다가 쫓겨나는 일이 흔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DJ 정부 시절 ‘여성부 창설’ ‘모성보호 3법 개정’ ‘여성 장관 4명’과 ‘첫 여성 대사’ 임명 등을 놓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여성정책의 절반은 이희호 여사 몫”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두 달 전인 지난 4월엔 장남 홍일 씨도 먼저 떠나보냈다. 홍일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당시 이 여사가 입원 중이었지만, 상태가 위중해 장남의 별세 소식은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이제 이희호 여사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접고 남편과 아들의 곁으로 돌아가면서 이제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희호 여사는 두 가지 유언을 남겼다. “첫째는 국민들께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시겠다고”고 말했다. “두 번째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유언했다”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 하고,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일을 계속하다가 소천했다. 모든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영면하시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축복을 다시 부탁해본다.
201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