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NEWS
-
정보홍수 시대의 올바른 판단력
▲ © 세종타임즈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수용하기에 참으로 벅차다. 전달매체도 다양하고 전달기법도 다양하다. 과거 아날로그시대의 일방적인 정보 수용시대를 벗어나 디지털시대의 거대한 변화는 가히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만큼 사회 환경도 함께 변화해야 하는 시대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터넷과 휴대폰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면 모두 휴대폰 하나쯤을 들고 사는 세상이다.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심지어 노숙자들까지도 휴대폰을 들고 산다. 당연히 SNS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카카오그룹(KakaoGroup)은 카카오가 2013년 출시한 모바일 그룹 SNS이다. 국민들이 거의 사용하고 있는 SNS이다. 엄청나게 성장하여 카카오가 대한민국의 대기업, 이른바 재벌기업의 대열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치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듯이 말이다. 이런 세상이다.
정보홍수 시대가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몰라도 될 정보들이 쏟아지고 거짓정보들이 정제되지도 않은 채 무차별로 전달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릇된 정보를 통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개인의 신상 털기나 거짓정보를 흘리며 고통을 주는 경향도 다반사이다. 최근에는 미국대통령과 한국대통령의 통화내용을 모 국회의원이 공개하면서 이의 정당성을 놓고 이른바 여야, 정부가 나서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한번 토해낸 말은 요즘에는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로 퍼진다. 되돌리지 못한다. 고발사태도 빚어지고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고 있어 그 결말이 주목된다. 이런 정보의 전달은 주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단순한 팩트의 전달을 넘어 양쪽의 주장을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수용자들의 판단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자파이기주의에서도 수용태세가 달라진다. 그래서 양쪽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들이 요구한 정보라기보다 전달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의 경제지표나 강력사건 등도 충격적인 정보 내용을 담고 있다. 실업률 최고라는 발표가 이어지자 체감실업률과 경제 상황악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반응들이 많다. 전달되는 정보만을 가지고 그냥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 수치를 믿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굴지의 여론조사 업체의 여론조사 발표가 뭇매를 맞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언론사까지 나서서 여론조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해당 업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번 불신하면 그 여파는 간단치가 않다. 여기에서 우리는 올바른 정보전달이냐 아니면 조작된 정보전달이냐 하는 두 가지 갈림길에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보를 조작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할 경우 이는 엄청난 범죄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직도 여론조작의 드루킹 사건이 재판에 계류 중이고 안기부의 전직 간부들이 비슷한 혐의로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요즘에는 종합편성채널과 홈쇼핑채널을 통하여 엄청난 건강정보와 기능성 건강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말이 보조적인 기능식품이지 사실 치료를 장담하는 듯이 전달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골고루 잘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달되는 정보가 과연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는 별개의 논리이다. 과거 홈쇼핑에서 불량식품이 판매되어 난리를 피우던 기억도 존재한다. 홈쇼핑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서 쇳가루가 검출되어 비상이다. 그동안 수입제품이나 외국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문제가 국내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정보가 왜 이렇게 늦게 전달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기 엄마들의 분노가 충천하고 해당업체는 분유통 문제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마디로 외면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불신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이른바 브랜드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트위터, 밴드, 카카오톡을 통하여 개인신상을 비롯해 무수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한번 잘못 업로드된 정보들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온다. 문명의 이기(利器)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 식자층에서는 SNS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업적인 사람들에게서부터 사기행각을 벌이는 행위에 이르기 까지 교묘한 수법으로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은 불문가지이다. 공유되는 정보도 신선한 정보라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자기중심적으로 퍼 나르는 경향이 무척 심하다.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정보들도 많다. 어찌 보면 정보홍수 시대의 또 다른 공해요인이기도 하다.
가짜정보, 가짜 뉴스 모두가 한마디로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미디어의 발달이 가져온 부작용이기도 하다. 휴대폰이 일상화되자 보이스피싱이 난무하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수법도 다양하다. 거짓 정보를 흘려 선의의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게 한다. 이런 정보홍수 시대에는 국민계도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보를 올바르게 식별하는 능력과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오히려 흉기가 되어 해악을 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각자가 그릇된 정보나 가짜 뉴스 현혹되지 않도록 올바른 판단력과 시각을 갖추어 잘 선별하고 각별히 조심해 정신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시대임을 명심하자.
2019-05-26
-
문재인대통령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보고 싶다.
▲ © 세종타임즈
정치적 올바름(政治的-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은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종족·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특히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차별·편견을 없애는 것이 올바르다고 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도덕적 올바름, 정치적 정당성, 심지어 정치적 순결성 등으로 번역되어왔다. 심지어는 ‘순결성’이란 표현은 영어에 있지도 않다. 의역이라 해도 너무 지나친 창작이다. 사전에는 분명히 ‘correctness’명사로서 1.정확함, 정확성. 2.(행동의) 방정, 단정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political correctness”의 해석은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 정치적 공정함, 차별적 표현에 대한 과도한 반응으로 국한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파생한 숙어로 ‘emotional correctness 정서적 타당성’, ‘dress correctness 센스 있는 복장’ 등이 있다. 원래는 냉소적인 뜻이 포함된 이 단어는 레닌이 러시아 혁명 성공 이후 사용했다. 그러나 혁명의 영광도 잠시, 곧바로 시작된 내전과 외국의 군사 개입으로 인해 인민들의 궁핍이 극에 달하자 레닌은 자본주의 정책을 도입한다. 이럴 때 꼭 반발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레닌은 1920년 이라는 유명한 글에서 극좌파의 비현실주의(순수정치)를 비판할 때 이 용어를 썼었다. 그리고 1960년대 미국의 시민권 운동에서 “실천의 다짐”이라는 용어로 쓰였다가 1980년대에는 레이거노믹스에 좌절한 리버럴들이 이 말을 자조적 의미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이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다. 다양성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던 운동이 오히려 또 다른 전체주의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를 고르는 것에만 집착하는 이들을 'PC 경찰'(PC police)라고 부르면서 비꼬는 것은 기본이고, 이미 'political correctness'라는 단어 자체도 냉소적인 어감을 띄게 되었다.
플라톤의 ‘국가’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부유한 케팔로스에게 부자로 사니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본다. 케팔로스는 남에게 빌린 것을 갚을 수가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올바르게 사는 것이 별 것이겠는가?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주 단순한 사실이지만 상식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말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과연 올바름은 단순히 남에게 빌린 것을 갚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던 친구한테서 무기를 맡았는데 나중에 미친 상태로 와서 무기를 돌려 달라고 한다고 하세. 그러면 우리는 무기를 돌려주어서는 안 되며, 나아가 무기를 되돌려 주는 사람이나, 미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진실을 말해주려고 하는 사람도 결코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구나 말할 걸세.”(국가 331c) 소크라테스는 ‘무기의 비유’에서 오히려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올바르지 않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대부분의 상황은 단순히 한 가지 도덕적 원리에 의해 판단하기에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무기의 비유는 하나의 상황에 여러 도덕적 원리들이 상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 원리와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는 ‘살인을 하도록 방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덕 원리가 상충된다. 또한 플라톤은 정의란 더 강한 자의 이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를 볼라치면 자기만 올바름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바름의 정(正)을 두고 정치가 숨통을 막는다.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최대의 선(善)이 아니라 최소의 잘못이 아닐까.
아테네 민주주의의 황금기에 극단적인 갈등이 초래할 정치적 파국을 경고한 사람이 있다. 바로 비극작가이자 정치가였던 소포클레스다. 그를 통해 우리는 규범적 갈등에도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혜안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아테네 시민들이 무대 위에서 두 배우가 벌이는 논쟁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을 다니는 친구를 숨겨주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서부터 ‘국가를 배신한 사람을 가족이라고 감싸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고민에 이르기까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배우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곧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적 한계 속에서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관객들은 도무지 누가 옳은지를 판단할 수 없는 국면(aporia)에 다다른다. 지금 정치에 무관심하던 시민들조차 극단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바로 정치적 결단이다.
이제 박근혜전대통령의 죄도 어느정도 가려지고 구속기간도 740일이 넘어 섰다. 여당인 민주당은 내년 총선의 득실을 따질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통 큰 석방이 민주당의 이득으로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고 내년 총선의 선거판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더운 날씨에 여름에 잠시 내린 눈처럼 국민들은 신선한 뉴스를 듣고 감동해하고 행복하기를 기대해본다.
2019-05-22
-
무소유의 부자
▲ © 세종타임즈
오늘은 의사 장기려(1911~1995)를 얘기하려 한다. 얼마 전에 그에 대한 평전(지강유철작)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에 작은 병원 청십자 의원을 세우고 나라의 의료보험제도보다 10년 앞서서 '청십자의료보험' 시대를 열었던 사람이다.
장기려는 일제강점기에 경성의전(서울 의대의 전신)을 졸업하고 서른 살에 평양 기홀병원 외과 과장으로 가서 얼마 후 병원장을 지냈다. 해방 무렵 김일성대학 교수를, 나중에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대 의대와 서울 가톨릭 의대에서 외래교수를 지냈다. 김일성대학에서 영어 원서로 가르칠 만큼 영어 실력이 뛰어났다. 독학으로 공부한 러시아어 실력도 뛰어날 정도로 다양하고 준수(俊秀)했다.
특히 최근 장기려에 대한 평전에 의해 새로 밝혀진 만년의 ‘종들의 모임’ 활동은 그가 제도권 교회를 떠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하게 따른 신앙인이라는 점에서 비신도인 나도 놀랍다. ‘종들의 모임’이라는 이름도 장기려가 굳이 붙인 이름이고 사실 그 실체에 대해서는 인터넷은커녕 그 어디에서도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교단 이름도, 교회 건물도, 목회자 관사도, 교회 규칙도, 홍보활동도, 역사기록도 없이 2000년 동안 160여개 나라에서 선교해온 그 목회자들은 떠돌이처럼 살면서 자신들을 원하는 집에서 아이 어른 함께 모여 예배를 올려왔다. 그곳에 참석한 어느 목사가 그곳 사람들이 아무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아가자 장기려는 혼자말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넥타이를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 말씀 들을 자격 없지. 예수님이 넥타이 맸나?”
그곳 목회자는 어떤 신학교육도 받지 않고 목사니 신부니 하는 직함도 없이, 그냥 방을 빌려주는 사람들의 집에 살면서 스스로 밥하고 청소하며 세탁을 하고, 이동을 할 때에는 최저가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성경에도 없는 십일조라는 헌금은 물론 어떤 사례도 거부하며, 신도가 스무 명을 넘으면 다시 모임을 나누어 교회의 대형화가 아니라 중형화도 거부하고 철저히 작은 것을 추구했다. 또한 새로이 목회자가 될 젊은이를 위해 늙은 목회자가 밥하고 청소하며 세탁을 하고, 마찬가지로 목회자가 신도도 그렇게 대접하며, 목회자가 죽으면 모든 재산을 형제들에게 분배한다는 것도 우리의 목회자 숭배, 아니 절대 독재 풍토와는 정반대인, 그야말로 섬기는 자의 전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말이 아니라 삶으로 전도한다는 점이다. 바로 장기려 자신 말이 아니라 삶으로 빈민을 섬긴 또 한 사람의 예수였고, 게다가 그런 자신의 우상화를 철저히 경계하여 만년에 자기의 동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받으라”고 욕했다고한다.
특히 그는 거지, 행려병자, 간질 환자들을 먼저 섬긴 우리 시대의 의인(義人)이고 성자(聖者)다. 집에 구걸 온 걸인과는 겸상을 하고, 거리의 걸인에겐 외투를 벗어주었다. 어느 날인가, 거지를 만났는데 돈이 없었다. 그는 그냥 가다가 월급으로 받은 안주머니의 수표가 생각나자 돌아가서 그걸 거지에게 건네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책을 덮고 내 기억에 남는 또 하나는 1950년 12월 3일 차남만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오며 아내와 자녀 다섯과는 생이별했다. 늘 북쪽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혼자 살은 로맨티스트다. 그는 성실한 신앙인이었지만 돈과 권위주의, 파벌과 세습 같은 세속주의에 물든 교회를 떠났다. 76세 때 교단과 교회를 등지고 기독 신앙의 실천을 예배보다 중시하는 '종들의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생각나는 또 다른 얼굴. 서울 새움교회 이재우목사다. 폐지와 고물을 팔아 빈민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그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하늘 아래, 역사 위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 동서고금의 뛰어난 사람들의 삶이나 책을 아무리 읽어도 진실, 사랑, 정직, 소박, 봉사 그리고 모든 권력과 권위에 저항하는 자유 외에 달리 인간답게 살 길은 없다. 비오는 오늘 이재우목사에게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2019-05-19
-
최고의 실업률과 국민정신건강
▲ © 세종타임즈
지난 4월의 실업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가 124만 5천 명, 실업률은 4.4%, 체감청년실업률은 25.2%이다. 실업자 수는 1999년 6월 통계를 작성한 이후 4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실업률은 2000년 4월 4.5%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이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2015년 1월 관련통계 작성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제조업, 도소매업 취업자가 줄어 고용률이 떨어지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통계청은 분석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더욱 흥미롭다. 연령별 취업자 수는 30대에서 9만 명, 40대에서 18만 7천 명이 감소했다. 당연히 30대에서 50대까지 고용률도 감소했다. 도소매업이 7만 6천 명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그 다음이 사업시설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이 5만 3천 명, 제조업이 5만 2천명 순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33만 5천 명이 증가해 전 세대 중에 가장 많이 증가하고 고용률도 역시 상승했다.
여기에서 실업률 증가의 이유 중에 하나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드러나면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해 20만 명에서 38만 명으로 폭증하자 실업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말았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에 ‘취업준비자’로 분류됐던 이른바 ‘공시생’들의 실체가 그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난 해 3월에는 20만 명 수준이었던 올해 약 38만 명으로 17만 8천 명 가량 공시생이 늘자 이 숫자가 청년실업률로 포함됐다. 물론 그동안에도 공시생수가 30∼40만 명 정도의 잠재적 숫자임이 강조되어 왔음을 상기해야 한다. 올해 지방직 공무원 시험접수로 그 실체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의 취업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구직에 나섰다가 취업을 포기하는 이른바 니트족(NEET)인 ‘취업포기자’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1년 이상 장기 15~29세 청년 니트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는 분석도 이미 나와 있다.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란 말이 모든 실업의 의미를 상징한다. 이 말은 영국 노동정책에서 유래한 말이다. 영국도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모양이다. 이는 취업에 실패한 후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해 버리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에다 학교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직업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로 일을 할 의지도 일을 구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를 지칭하는 말로 쉽게 말해면 ‘백수’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어찌 보면 삶을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놀고먹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당사자들이야말로 정신적 갈등과 고통의 벽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 역학조사에서 우리 국민 중 4명 중 한명 꼴로 우울증과 불면증 등 각종 정신분야의 문제를 경험한 유경험자라는 분석이 이미 나와 있다. 당연히 공시생들의 정신건강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공시생중에는 장기간에 걸쳐 시험을 치루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10년 이상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제1회 서울시 공무원시험 추가채용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544명의 최종 합격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가 362명으로 전체 66.5%를 차지하여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8.1%(153명), 40대 4.6%(25명), 50대 0.7%(4명) 순이었다. 최고령자는 일반 행정 7급 장애인 모집 합격자로 59세였고, 최연소자는 20세(일반 행정 7급)이다. 얼마나 오랜 기간 공시생의 길을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 사례이다.
문제는 낙방생들이다. 장기간에 걸쳐 응시하다 보니까 낙방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취준생들의 공시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공시생들의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인원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모두 다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다보니 “대한민국에서 9급 공무원 들어가기가 하버드 대학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다. 오죽하면 바늘구멍 같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겠는가를 살펴보면 청년 취업현실과 정신적 고통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툭하면 ‘민생경제’, ‘서민경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 경제 상황을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되고 있다. 1997년 몰아닥친 IMF 경제위기 때 이후 지금까지 청년실업에 관한 한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분석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당시 20∼30대가 지금 40∼50대이다. 오늘날 민생경제의 중심인물들이다. 당시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20대이던 시절 너도나도 군 입대를 선택하던 세대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길거리로 나앉는 직장인들이 넘쳐나 청년취업을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시대였다. 나라와 사회, 경제가 뒤집혀진 혼돈의 상황에서 당시 젊은이들의 고통쯤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세월을 겪어왔던 서민경제의 중추 연령대인 40∼50대가 이제는 자식들에게도 청년실업이라는 고통을 대물림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경제현상이라고 한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경제현상으로 붙박이처럼 지속된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 불행이다. 당연히 나라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경제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덮어버리고 매화타령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경제의 상처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 IMF외환위기도 황당하게 자초했다. 그 고통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이 역사적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공장들이 문을 닫고,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온 나라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사회는 미래비전이 있을 수 없다. 화려한 수사로 상처 난 경제를 포장하고 덮을 일이 아니다. 모두가 냉철히 현실을 바라보자. 정신건강의 문제는 단순히 정신질환자들의 문제가 아닌 모든 국민의 문제가 되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경제문제가 분명 쟁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식으로 세월을 허비하는 어리석은 논쟁만 일삼아서는 안 된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작금에 최고의 실업률, 추동력을 잃고 있는 국민경제의 난맥상이 국민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행간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계치는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2019-05-19
-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신건강정책이 절실하다
▲ © 세종타임즈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각종 사건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발생사건에 따른 충격이 매우 크다. 이런 가운데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30대 남자에 대해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과 30년간의 전자팔찌 부착을 구형했다. 사실상 사회단절이자 중형이다. 검찰의 구형이유에는 심신미약이라는 점이 전혀 참작되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는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사를 살해했고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사망한 피해자를 발로 밟고 조롱한 박 씨는 살인 행위를 '사냥'이라고 말하며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가 장애를 앓고 있고 심신 미약이라는 이유로 계획된 범행에 수법까지 잔인했던 이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면 안 될 것"이라며 "잔인하고도 참혹한 박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가 저지른 범행은 죄가 맞지만, 그가 심신 미약에 이르게 된 것은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라 불우한 성장과정과 가정 폭력, 집단 괴롭힘 등 때문"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박씨를 방치한 죄는 그 자신만의 죄가 아니라, 정신질환자를 개인에게만 맡긴 사회의 책임"이라며 "법과 제도 정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험성을 인식하고 조치하는 것이 사망한 피해자가 바라는 일이라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박씨의 주거지 압수수색 및 과거 정신과 진료내역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를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으로 판단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모든 교훈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구형이유와 변론의 대강(大綱)이다.
연말연시 이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 속에 이른바 임세원법을 만든다고 정신분야 및 국회의원들은 요란을 떨었지만 한마디로 문제의 ‘정신건강복지법’은 제대로 손도 보지 못한 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다. 윤일규 의원 등이 당초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초안에는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막상 본회의를 통과한 법은 주요 쟁점들이 고스란히 빠져버렸다. 쉽게 말해 문제투성인 정신건강복지법의 누더기 조항들을 그래도 존속시켜가겠다는 것으로 임세원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해 버렸다. 문제는 이처럼 유야무야하는 사이에 고위험군의 정신질환에 의한 강력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여전히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건사고일지를 정리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경남진주에서 발생한 조현병 치료중단 질환자였던 40대가 저지른 행각은 황당하면서도 참혹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살인 등 혐의로 구속됐다. 5명을 살해하고 16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방화살인범 42살 안인득의 신상공개도 결정됐다. 안씨는 지난 4월 17일 오전 4시29분쯤 진주가좌주공아파트 4층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비롯해 5명이 숨지게 하고 1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그 잔혹한 행각에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현병의 치료중단이고 주민들의 신고가 묵살되었다는 점이다. 피해자 측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랫동안 가해자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의 조치가 없어서 관할 동사무소와 임대주택 관리사무소에 민원제기를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도 국가기관이 방치하면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국가책임이라는 것이다. 대처만 잘했더라면 새벽의 참극을 사전에 예방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는 사건이다.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에 이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역시 법과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바로 무리수를 두고 있는 탈원화 정책과 입·퇴원 제도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우후죽순처럼 잇따르고 있는 사건들이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4월 25일 오후 10시쯤 칠곡군 한 병원의 정신병동에 조현병 증세로 입원한 A씨(36)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같은 병실의 50대 환자를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조현병을 앓아오던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과 함께 집안에서 생활하다 지난 4월 30일 오후 5시5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 5월 6일 부산에서는 정신질환(조현병)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던 30대 남성이 흉기로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30대 남성은 이날 오전 2시 43분쯤 부산 수영구 한 마트에서 흉기를 훔쳐 마트직원과 택시기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남성은 조현병과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최근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꿈속에서 누군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며 병원 밖으로 나와 이런 행각을 벌였다.
또 지난 5월 7일 광주에서는 환청을 듣고 차에 불을 내고 또 다른 차를 훔쳐 달아난 혐의 등으로 경찰이 40대 남성(43)을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또 충북 충주시 한 원룸에서는 5월 9일 오전 4시 51분쯤 20대 조현병 환자 A씨가 경찰관과 구급대원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A씨의 부모로부터 "아들을 정신병원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동했다. 경찰과 구급대원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손과 얼굴 등을 다쳤다. 지난 해 벌어진 일이지만 자택 인근 슈퍼와 편의점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난동을 부린 20대 여성에게 인천지법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재판부는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불면증 등이 이 사건 각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최근 진주 방화·살인 사건을 비롯하여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관련 부처 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법무부는 5월 1일 보건복지부와 대검찰청, 경찰청과 실무협의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위험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수립하고, 범죄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해선 '행정입원' 등 방식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입원은 강제입원의 일종으로 정신질환자 행동이 자·타해 위험성이 의심되는 경우 이뤄진다. 경찰청은 범행이 중하지 않더라도 재범 우려가 높은 정신질환자에 대해선 응급입원 조치나 감정유치 신청 등을 적극 검토한다. 초동수사단계에서 정신질환 여부나 재범위험성 관련 자료도 수집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명령과 치료감호를 적극 청구할 계획이다. 치료감호 시설을 확충하고 치료감호·명령과 관련한 법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사실 요즘 진주 쪽에서는 조금만 이상하면 마구 잡아들여 이른바 건달들이 정신질환자로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해프닝 소식도 들린다.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일제 점검 및 대책 마련에도 나서는 모양새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해 일제점검을 시행하고, 경찰청의 반복신고사항 일제 점검 발굴에도 적극 협조하여 발굴된 대상자에 대한 사례관리 등 후속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신질환 치료 관리도 강화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탈원화 정책이 빚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기초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가하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센터에 관리 책임소재를 두고자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비자의 입원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는 사상누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건이 발생하면 호떡집에 불난 듯이 난리를 피우면서 임시처방전만 들고 나오다가 잠잠해지면 금방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입·퇴원에서부터 주거 및 재활과 사회복귀에 이르는 전반적인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공공의 안전과 정신질환자의 인권문제에 있어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는 곧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치료는 근절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로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감기나 질병을 앓고 있는 자식을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유독 정신질환만 따로 떼어 별개로 생각하는 것은 역차별 발상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입·퇴원을 쉽게 하고 치료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인권만 내세우다 치료를 중단하면 진주사건처럼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19일 제주 메종그랜드호텔 회의실에서 있은 사단법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의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의 정신건강제도 비교분석 학술포럼이 바로 우리의 정신건강정책이 나가야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 4월 30일 그랜드 하이야트인천 그랜드볼룸에서 WHO(세계보건기구) 제네바 본부 WHO서태평양지역사무소와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가 마련한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정신건강서비스를 위한 워크숍이 제시한 세계 각국의 정신건강관련 우수사례들이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루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 4명 중 한 명꼴로 정신질환 유경험자인 대한민국에서 정신건강은 매우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 소관을 법무부 소관으로 바꾸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실패사례는 이미 미국이 경험하고 있다. 이제 국민정신건강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효율적인 국민정신건강을 챙겨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신건강정책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2019-05-12
-
2019년 5월 단상(斷想)
▲ © 세종타임즈
신록의 계절이자 가정의 달인 5월은 푸르름만큼이나 평화로운 계절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듣기만 해도 따뜻함을 주는 의미 있는 날들이다. 곳곳에서 각종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지며 5월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그만큼 5월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다가선다.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5월의 노래로 어린이 날 노래를 손꼽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의 노래이자 내일의 희망을 키우는 우리 어린이들의 애창곡이다. 주옥같은 가사가 5월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한다. 노랫말이 참으로 아름답고 희망적이며 노래도 참 따라 부르기 쉽고 경쾌하다. 꿈과 희망이라는 긍정의 노래로 이만한 노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의 어린이 날 노래는 우리 모두의 노래이자 모든 어린이들의 구김 없는 마음을 함축한 5월의 평화 노래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자라나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나라의 일꾼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사랑으로 보살피고 이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성세대들은 우리 사회를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이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져 있다. 5월의 상징은 부정과 갈등, 대립과 암울, 증오와 사악함이 아니다. 긍정과 희망, 화합과 포용, 사랑과 관용, 평화와 선함이 넘치는 5월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따스함이 있고 푸르름이 넘치는 신록의 계절이 바로 5월이며 우리 모두가 5월을 예찬(禮讚)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효를 생각하게 되는 어버이날도 5월에 있다. 늘 심금을 울리는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어버이 날 노래인 어머님 은혜는 올해 더욱 새롭게 다가서는 듯하다. 분주하게 살면서 자칫 부모님과 소원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시기이기도 하다. 그나마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복이 함께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세월이 지나도 늘 평생 가슴에 담고 사는 부모님의 값진 희생은 노랫말에도 차고 넘친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이런 부모님의 절절한 마음과 값진 희생으로 키워온 자식들은 당연히 우리 사회와 나라를 위해 훌륭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때 그 하해와 같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꼭 성공출세하지 않더라도 평범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며 바로 그것이 부모님이 고대하는 자식의 오늘이자 내일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기성세대들은 어린이날 꿈과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 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이다. 과연 어린 시절 꿈꾸던 일꾼이 되어 있는지 한번 쯤 돌아보게 되는 5월이다. 우리 사회에 존경을 받고 가정에 충실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헌신하는 진정한 일꾼이 되어 있는지도 자신만의 거울에 비춰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한때 꿈을 키우던 5월의 어린이들이 나라의 일꾼이 되어 우리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5월을 맞았어도 곳곳에서 극심한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참으로 어지럽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신록의 5월이 갖고 있는 의미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사회상이다. 세종정부청사주변에는 각종 구호로 얼룩진 플래카드가 도배를 하고 있다. 서울 지방할 것 없이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회적 갈등이 극심하다. 경제의 어려움이 가정의 행복을 책임지는 가장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작금의 모든 상황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래도 눈이 부시게 푸른 이 5월에는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가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잠시나마 젖어 봄이 어떨까 싶다. 눈을 들어 높푸른 하늘과 산하를 보라. 5월 어린이의 푸른 꿈과 5월 어버이의 푸근한 사랑 마음이 곳곳에서 손짓하며 화답하고 있다.
2019-05-04
-
국민스트레스
▲ © 세종타임즈
요즘 국민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리가 아니다.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 광화문은 주말마다 집회와 시위로 늘 시끌벅적 하다. 전 분기 대비 1분기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수출부진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조와 수출, 실물경기 등 어느 곳 하나 경제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난파선이나 다름이 없다. 배에 물이 차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수수방관하다가는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은 뻔한 이치이다.
이런데도 국회는 공수처니 선거법 개정이니 사보임이니 하면서 속칭 ‘맞짱뜨기’로 격한 대립을 하고 있다. 국민들도 생소한 사보임이란 단어를 놓고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져보는 형국이니 치졸한 정치행각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싶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만 쟁취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정치권에는 차고 넘친다.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이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대립할 이유가 없다. 분명 이는 역사적인 심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행각들이다. 이 역시 국민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세 지역에서 발생한 황당한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면적이 여의도 면적(290㏊)의 6배가 넘는 1,757㏊에 달한다. 이번 산불로 고성이 집계한 피해규모는 이재민 413세대 959명으로 피해액은 2,198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성·속초지역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고성군 토성면 노송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산불 책임은 명확히 한전과 정부에 있다“ 며 한국전력공사가 책임을 완전히 인정하고 합당한 손해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병행할 뜻을 밝혔다. 산불원인도 한전 관리 소관인 전신주와 전선 등 송배전 설비를 산불 원인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관리부실이 아닐 수 없다. 이재민들의 고통과 황망한 처지가 엄청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정신적 배상까지 필요하다. 국민적 스트레스를 넘어선 고통과 분노이다.
연예인들의 마약투약문제와 성매매알선문제가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에 서 있던 승리라는 가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한류스타라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약투약혐의로 구속되면서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재벌 3세들의 마약투약 혐의도 사회적 파장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도덕불감증이자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상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연예인들의 원정도박문제 등이 문제가 되어 화면에서 사라지나 싶으면 어느 듯 다시 돌아와 희희낙락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사회적으로 지대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일회용 반창고 붙이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들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들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도 배신감과 스트레스를 더해주고 있다.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친 4월 17일 진주아파트방화 살인사건은 온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12살 여아와 엄마, 할머니까지 일가족이 참사를 당한 이 사건은 ‘편집증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42)이 저지른 흉악무도한 범죄로 기록되고 있다. 그 수법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는 조현병환자의 치료중단사태가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강하다. 경찰이나 행정기관에서조차 주민들의 민원을 묵살하고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가 빚은 참사이다. 경찰과 복지부, 지자체들은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이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선대책을 논의하고 법률을 개정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경찰청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지난해 말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 때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시 조현병환자로 인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4일 오전 9시 10분께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6층 복도에서 2017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A(18)군이 위층에 사는 할머니(75)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25일 오후 10시께 경북 칠곡군 한 정신병원에서 알코올중독과 조현병으로 입원한 환자 A(36)씨가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 B(50)씨를 평소 잔소리 한다는 이유로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이런 사고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탈원화 정책이나 법적 맹점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점 때문에 보건복지부 소관 정신질환자 문제가 법무부 소관으로 넘어가 앞으로는 공주치료감호소가 포화상태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정책을 실패한 미국의 과거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만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온통 부정적인 암울한 소식들이 곳곳에서 넘쳐나니 국민스트레스를 넘어 또 다른 정신적 폐해가 우려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너무나 어수선하고 혼돈스럽다. 행복하고 평화스러워야 할 봄날이 마치 살벌한 겨울철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무엇하나 신바람 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모두가 정신 차리고 우리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모든 분야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허상이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실한 정치와 행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9-04-28
-
정신질환자 탈원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 © 세종타임즈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갈지(之)자 정신질환자 탈원화 정책의 후폭풍이 참으로 거세다. 이번에는 조현병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42살 안모씨가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살인사건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출구에서 기다린 후 흉기를 휘둘러 5명의 무고한 주민을 살해하고 15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여기에는 12살, 18살 소녀들도 있다. 잔혹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온 나라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의 트마우마도 걱정된다. 2017년도 강남역살인사건과 지난해 연말 강북삼성병원에서 벌어진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사건이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전국 곳곳에서 황당한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에게서는 일종의 망상 증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안씨의 이런 피해망상 증상이 20세 전후에 심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후 악화되다 폭발했다는 경찰의 분석이다. 안씨는 2010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새진주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안씨는 사고장애가 중심이 되는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확한 범행내용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경찰은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흉악범죄를 자행한 자의 신상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접한 유가족들의 심경은 과연 어떻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정신질환자 모두에게 잠재적 범죄자로 무분별한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극악한 범행의 조짐이 사전에 수차례 노출됐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쉽게 열람할 수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당국이 사건 이후 비로소 안씨 정신병력을 파악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는데도 관계 기관의 합당한 조치가 없었고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것이 바로 유족들의 주장이다. 이번 진주사건 역시 안씨 주변이나 관계기관이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무고한 이웃이 희생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뒷북 행정’과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 여기에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진주방화살인방지법’이 나올까 싶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신고에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이후 현장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유족 등 피해자들의 의견에 따라 적정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다고 18일 설명했다. 진상조사는 과거 신고사건 처리절차와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초동조치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진행된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도 국가기관이 방치하면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경찰이 여기에만 매달릴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조건이 엄격해지고 탈원화로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심지어 경기도는 이 마당에 경기도립병원의 폐쇄까지 전격적으로 결정하며 진료환경개선은 커녕 정신의료서비스 환경을 송두리째 부셔버리고 있다. 더 나은 모범적인 의료환경을 구축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전횡적 행정행위라는 비난이 일각에서는 거세다. 나아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졸속 처리한 누더기법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법과 제도를 시행하면서 계속 유예기간만 늘려 임시방편으로 법을 시행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관련한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그 중 한명은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가진 2인의 교차진단 부분이다. 또다시 201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여 같은 의료기관 2명이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들만 정치인들이 던져놓은 누더기법의 뒤치다꺼리에 죽을 맛이다.
이미 19대 국회 말기 개정 현행법이 적법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유연한 의학적 판단과 적법한 법원의 판단을 도입하기 위해 윤일규 국회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이 대폭 손질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1월 25일 제출했다. 자·타해 위험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 제 47조의 심사기구가 비자의 입원 대신 외래치료명령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래치료명령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하여 외래치료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8일 공청회도 개최하며 야무진 법 개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임세원법이라고 명명한 이법은 당초 본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다.
지난 4월 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일부 개정법은 간단했다. 그 골자는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입원을 한 사람이 퇴원을 할 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에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그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 발견시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시군구청장은 필요한 경우 정신과전문의 진단 및 심사를 거쳐 외래치료지원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기준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15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1.434%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의 9.5배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입원으로부터의 인권보호, 탈원화를 통한 사회복귀 등 장밋빛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왜 우려하고 걱정하는 지는 작금의 ‘묻지 마 살인 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려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치료를 다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대거 쏟아져 나와 무슨 부작용과 사회적 파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른바 화약고 같은 잠재상황 때문이다. 법무부 법무연수원이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통계이다. 이 백서에 따르면 2014년 6천301명이던 정신질환 범죄자가 2015년에는 7천16명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5천357명, 2012년 5천378명, 2013년 5천937명이다가 2014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는 앞으로 치료감호가 끝나도 보호관찰을 계속할 수 있게 법이 강화되기는 했다. 무차별로 이뤄지는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탈원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이미 예고되어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우리는 잇따르고 있는 작금의 강력범죄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혹성을 띠고 있다는데 크게 우려한다.
탈원화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관리시스템이다. 개정된 법이 잘 시행되려면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병실에서 나와 갈 곳이 없다는데 문제가 많다. 전국에 정신재활시설은 서울 57, 경기 31, 충남 22, 대전 21, 경북 8, 기타 33개 등 모두 301개소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개정법 시행 당시에도 경기연구원의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탈원화, 지역사회 유입에 대한 대책보고서'에서 전국 중증정신질환자수는 51만5,293명인데 반해 국내 사회복귀시설의 수용정원은 7천여 명으로 1.4%에 불과해 사회복귀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 약 43만여 명 중 실제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 등록⋅관리되는 수는 7만 9천여 명으로 18.4%에 불과해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퇴원하는 중증정신질환자(조현병·조울증·우울증)를 돌보려면 주거 치료 서비스 시설을 3배 이상 크게 늘려야 한다고 한다.
지난 연말 온 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은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 사건에 이어 진주방화살인 사건은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멈추면 악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완치도 되지 않은 환자들을 6개월이라는 상한선을 묶어두고 즉시퇴원을 유도하고 있는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법인지를 명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중심의 관리 체계에서 예방ㆍ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했다. 우리는 1960년대 미국의 탈원화 정책이 범죄자를 양산했던 사회적 혼란과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환자관리시스템도 만지작거리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은 지를 차제에 점검해야 한다.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고 병의 인식이 부족한 환자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입원에서 퇴원에 이르는 과정에 불합리한 문제점 해소로 치료와 재활, 사회복귀 내지는 관리체계에 이르는 합리적인 선순환 사이클 정책과 현실적인 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신질환 문제해결과 강력범죄를 줄이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정의도 중증에만 국한해 있다. 참으로 ‘소도 웃을 일’이다. 이것은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이나 진주 방화살인 사건처럼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묻지마‘란 이름의 강력범죄의 부메랑이 되어 후폭풍을 일으키며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 당사자 및 가족, 의료기관, 학계 모두가 사심없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모르면 대만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라. 그리고 정치적 이념과 사리사욕의 검은 마음을 품으며 정치권은 물론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기생하며 탈원화를 명분으로 어쭙잖은 얄팍한 지식을 동원해 정신분야를 재단하고 괴롭히고 있는 정상모리배와 사이비들의 준동을 경계하고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2019-04-21
-
금강유역환경청,'일· 가정 양립 실천 서약식' 개최
▲ © 세종타임즈
[세종타임즈] 금강유역환경청은 4월15일 대전 서구 청사로 128 칼릭스빌딩내 청사에서 근무혁신을 위한 ‘일·가정 양립과 공직생산성 제고를 위한 실천 서약서’에 서명하였다.
이번 실천 서약은공직사회의 근무행태를 혁신하고 효율적이며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을 위해 집중근무제, 연가활성화, 행복한가정 만들기, 창의적이고 열성적인 공무원 노력등 11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이날 금강유역환경경청 전 간부공무원과 노조위원장이 참석하여 실천을 위해 다짐하고 서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승희 금강유역환경청장은 ‘휴식이 있는 삶을 통해 일과 삶이 조화로운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직원간의 소통 강화와자유로운 육아 등 친화적인 조직분위기조성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기를 당부’ 하였다.
2019-04-15
-
4.19혁명정신이 던지는 의미
▲ © 세종타임즈
자유와 민주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항거하던 4.19혁명이 올해로써 59주년을 맞았다. 비합헌적인 방법으로 헌정체제의 변혁과 정권교체를 결과하였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혁명(革命)으로 규정하여 이를 4월 혁명, 4·19혁명, 4·19 학생혁명, 4·19 민주혁명 등으로 불리었으나, 5·16 군사쿠테타 이후 군사정권에서 이를 ‘의거(義擧)’로 규정하여 일반화되었다가 문민정부(김영삼정부)가 들어서면서 ‘혁명(革命)‘으로 환원되었다.
4.19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은 오직 학생들의 항거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 정의감과 순수성이 넘치는 위대한 혁명으로 세계사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1960년 대한민국 4.19민주혁명이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과 1776년 미국독립혁명,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과 더불어 세계 4대 민주혁명으로 손꼽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에 이어 59주년을 맞는 4.19혁명, 또 32주년을 맞는 6월 민주화항쟁이 있다.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해 불의에 항거하던 위대한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초석이 된 위업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꽃을 피우게 된다.
올해 특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3.8대전민주의거’가 마침내 올해 3월 8일 국가기념식을 갖고 역사적인 의미를 공식화했다. ‘3.8대전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고등학교 학생 1,000여명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독재에 항거했던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대구의 ‘2.28민주의거’, 마산의 ‘3.15민주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을 인정받지 못해왔다. 올해 오랜 세월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해온 ‘3.8대전민주의거’의 국가기념식이 개최되고 충청권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당시 4.19혁명의 일련의 과정을 짚어보면 독재정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2.28대구 학생민주화운동에 이어 대전 고등학생의 3.8민주의거, 3.15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되어 마산에서 벌어진 3.15의거가 그 뿌리를 잇고 있다. 1960년 3월15일 제4대 정 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실시된 선거에서 자유당은 반공개 투표, 야당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 부정선거를 자행하였다. 이에 같은 날 마산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당국은 총격과 폭력으로 강제 진압에 나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고한 학생과 시민을 공산당으로 몰면서 고문도 가했다.
하지만 1960년 4월11일 1차 마산시위에서 실종되었던 김주열군이 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제 2차 시위가 다시 일어났다. 국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하게 되어 부정선거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다. 이것이 바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1960년 4월18일 고려대학교의 4천여 학생은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하여 봉화를 높이 들자"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세종로-태평로 일대로 진출해 시위를 벌였다.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한다. 평화행진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가던 중 폭력배 등 괴청년들의 습격을 받아 일부가 피를 흘리며 크게 부상당했다.
드디어 다음날인 1960년 4월19일 이에 분노한 전국의 시민과 학생이 총궐기하여 "이승만 하야와 독재정권 타도!"를 위한 혁명적 투쟁으로 발전한다. 독재정권은 총칼을 앞세워 무력으로 탄압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960년 4월25일 독재정권의 만행에 분노한 서울시내 각 대학 교수단 300여명은 선언문을 채택하고 학생, 시민들과 시위에 동참하였다. 1960년 4월26일 전날에 이어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운 대규모의 시위군중은 총격과 폭력으로 자행된 강제 진압과 무력에도 굽히지 않고 더욱 완강하게 투쟁했다. 결국 이승만은 대통령 직에서 하야했다. 사망 185명, 부상 1,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무고한 학생들 심지어 중학생까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련의 사건이었다. 바로 이 숭고한 희생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4.19혁명이 갖는 의미는 대구, 대전, 마산에서 전국적으로 번지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항거한 학생운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위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올해만큼은 그 의미가 더욱 배가되고 있다. 대전의 3.8민주의거도 4.19혁명의 연장선상에서 그 궤를 함께 하고 있어 그러하다.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일의 국가기념일 공포기념 4.19혁명과 열린 세계의 시’라는 심포지엄이 자유와 민주를 꽃피운 4.19 혁명의 위대한 정신문화를 조망하며 시와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충남대 명예교수인 송백헌교수는 ‘4.19혁명과 시인의 함성,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발표문에서 4.19세대 시인들 중에 인구에 회자되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라는 다음과 같은 시를 소개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수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시에서 신동엽은 4.19혁명과 동학혁명을 통해 민주의 끈질긴 생명력과 민주애의 열망을 확인하고 이것을 억압하는 모든 비본질적 요소들이 사라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송백헌교수는 설파했다.
올해 4월 19일에는 4.19혁명 세계 4대 민주혁명 대행진이 서울광화문에서 펼쳐진다. 민주화 산업화 융합 대축제도 함께 벌어진다. 영국, 미국 , 프랑스에서도 참가한다. 4.19혁명 제 59주년을 맞는 이번 4월은 이처럼 다채로운 이벤트행사로 그 위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모두(冒頭)에서 살펴보았듯이 무수한 학생들의 숭고한 피와 값진 땀방울을 밑거름으로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오늘날 바로 서서 걸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는지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한 4.19혁명정신을 상기해보는 4월이다. 침묵하는 시(詩)나 침묵하는 자유의지, 비겁한 외면은 분명 4.19혁명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