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총선이 막이 올랐다. 선거일은 4월15일이다.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우여곡절 끝에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었다. 이번처럼 혼란스러운 선거전이 과거에 있었는가 싶기도 하다. 하나는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비상시국이고 다른 하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따른 위성정당의 탄생이다. 이 모두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다. 중국 우한에서 촉발한 폐렴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국을 비상사태로 몰았다. 불과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총선을 치룰 것이냐 연기할 것이냐 그 귀추가 주목되었지만 여하튼 일정은 변함없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동안 각 정당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유·불리 셈법에 골몰해 왔다. 사실상 정상적인 선거운동도 엄청난 제약을 받아왔다. 공식적으로 막이 오른 본 게임도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는 그다지 녹록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혼란스럽다. 바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제도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급조된 위성정당의 출현이다. 여야 주요정당들은 비례대표를 확보할 목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국민들 앞에 내놓았다. 이것을 위하여 선거법을 개정했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그동안에도 비례대표가 있었는데 이것과 지금의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다른 점이 과연 무엇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가득이나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이 이를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정말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존망의 갈림길을 걷고 있는 자영업자과 소상공인, 심지어 기업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전국 곳곳에서 아우성이고 몸부림치는 현장들이 넘쳐난다. 천만 원이라도 긴급 코로나 자금을 받으려고 소상공인지원센터에 새벽부터 긴 줄을 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당장 생계가 절박한 이 시점에서는 그 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도 한참 밀린다. 그러니 모를 수밖에 없다. 단지 이미 실패한 제도라는 것만은 느끼고 있다.
혼란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례투표용지가 무려 48.1센티미터에 참여정당이 35개나 확정되어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오를 투표용지가 아닐까 싶다. 결국 전자개표가 어려워 수작업개표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이런 모습은 다당제를 표방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무색하다. 이렇게 많은 정당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다당제이다. 다만 국회의원의석수만 없을 뿐이지 기실 그렇다. 분명 유명무실한 정당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들도 생소한 정당들이 많다. 여기에다 급조정당까지 포함하면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아들면서 ‘악’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코미디 아닌 코미디이다. 투표용지를 다 읽어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그러다 보니까 비례투표용지 앞 번호를 차지하기 위하여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 꼼수까지 등장하며 추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사실 시작도 전에 실패작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선진정치도 아니고 정치발전도 더더욱 아니다. 다당제를 표방하며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인 추진세력들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급조된 위성정당의 출현조차 계산도 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셈법과 헛발질로 뒤늦게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었다. 듣도 보도 못한 급조된 정당에 투표를 하라는 선거운동이 과연 올바른 정치행위인지부터 국민들에게 답을 해야 하는 이번 선거이다. 수준 낮은 정치행태에 국민들은 참으로 허탈해하고 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이 땅의 주인이자 유권자인 국민들의 심경이 그렇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도 사실상 실패작이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면서 정작 머리에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여 왔기 때문이다. 툭하면 단식투쟁을 하면서 정치 쇼를 벌인 결과가 이러할진대 과연 국민들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를 냉철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가득이나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20대 국회에서도 흉내만 내고 잠시 국민들이 잊고 있는 사이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모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며 무보수명예직으로 바꾸어 봉사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범국민운동 전개도 필요하지 않을 까 싶다. 21대 국회도 19대나 20대 국회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대한민국은 자칫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21대 4.15총선이다. 그동안 무수한 광화문집회와 대립, 갈등, 반목의 모습들이 과연 어떤 양태로 표출될지는 미지수이다.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나와 봐야 안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투표율이 그 결과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176곳의 공관 중에 이탈리아 등 17국 23개 공관에서의 재외선거도 무산되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유권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쉽지 않아 선거운동 자체가 활동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후보자에 대한 인물파악도 쉽지 않다. 누군지도 모른 사람이 갑자기 등장하여 표를 달라고 하는 형국이다. 유권자들의 혼돈은 비례대표 못지않게 후보자 투표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자칫 ‘신종 묻지 마 투표’,’신종 깜깜히 투표‘가 되지 않을 까 우려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국에 이런 상황에 처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역대 최악의 선거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번 21대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뽑게 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30석의 비례대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되고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기존 병립형 배분방식을 따르게 되는데 최소 3%이상의 정당득표율이 나와야 의석을 배분받게 된다는 점이다. 참 복잡한 셈법을 적용하는 선거제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조된 위성정당의 출현되었다. 그야말로 정당투표로 싹쓸이 게임에 올인하는 거대정당들의 꼼수가 작동되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이런 선거판이 되고 있으니 총선이후 향후 정치판의 이합집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선거전후 대한민국 정치판의 이합집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선거철마다 간판을 어김없이 바꾸어 달고 있다.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개그프로에 나올 법한 일이 실제가 되어 51.9센티미터의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가 자못 궁금하다.
민주주의의 선거는 분명 축제이자 신성한 것이다. 선거도 당연히 공명정대하게 깨끗이 치러져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심판이자 나라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이지만 이런 중요한 선거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에다 기형적인 선거법 제도 하에 치러지는 최악의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유권자인 국민들의 몫이다. 선거연령도 만 18 세로 낮아졌다. 이들이 갖고 있는 파급력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선거연령 하향과 일부 지역 재외선거 무산 등이 갖는 변수가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표율도 그 셈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4월15일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느냐 확산되느냐 하는 문제가 맞물려 있다. 여기에 개학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이지만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의 국민의 선택은 향후 정치권력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대한민국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인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본다. 1948년 5월 10일 제헌의회선거 이후 72년 가까이 이어온 국회의원 선거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냉철한 선택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이번 선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