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막이 내렸다. 야당은 대패를 했다. 여당은 민주당 163석과 시민당 17석 등 180석, 통합당은 비례정당을 포함해 103석을 차지했다. 집권여당이 국회의석 5분의 3을 차지해 개헌이외에 입법 활동의 독자적 권한행사가 가능한 막강 힘이 생겼다.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마이웨이’로 처리하고 독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역설적으로 야당은 그야말로 맥을 추지 못할 수도 있다. 자칫 견제 기능을 상실한 21대 국회의 기형적인 구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지금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모양새이다.
여당 쪽에서 흘러나오던 180석이 가능하다는 말이 현실화되자 모두가 놀라고 또 놀랐다. 이 정도로 압승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대패한 쪽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압승한 쪽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주어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26.69%로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21대 총선투표율도 66.2%로 지난 1992년 14대 총선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러진 선거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기록을 경신했다. 무섭고 두려운 정도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회자될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도 후유증은 남아있다. 동서가 나뉘고 호남과 영남의 지역분할구도가 명백해진 점이다.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 지역색이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선거결과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한민국지도가 나뉘는 것을 보면 마치 신 삼국시대가 도래한 듯한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아쉽지만 이번 선거가 불러온 현상이다. 이런 총선이후의 정국전개 양상이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선거라고도 불리는 이번 선거는 전 세계가 여러 가지 면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되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런 비상상황에서도 선거를 치르는데 놀랐고 그 결과에도 놀랐다. 우리 국민 스스로도 그 결과에 역시 놀라고 있다. 이런 정도일 줄이야 하고 있다. 일부는 아직도 인정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민주사회에서 언제나 존재하는 주장들이다. 분명한 것은 정국의 주도권이 여당으로 완전히 쏠릴 수밖에 없는 제 21대 국회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번 총선 결과를 떠나 분명히 되새겨야 할 점이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정치의 우선순위가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국민들의 삶의 행복을 지키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당이나 야당을 막론하고 모두가 국민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랏빛 총선공약들을 쏟아놓았다. 이는 곧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선거철에만 내놓는 거짓 공약이 아니라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일할 청사진이다. 이 약속은 꼭 지킨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에 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나선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무섭고 두려울 정도인 국민선택이 갖는 의미는 분명 안정된 나라, 안정된 국민들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압승에 도취하지 않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보다 겸손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배했다고 국민들을 위한 자기성찰을 게을리 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며 거듭 태어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향후 언제든지 그 위치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총선은 막을 내렸다. 당선자들은 지금부터 국민들을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작금에 코로나19 사태로 국민경제가 매우 심각하고 도탄에 빠져있다. 마냥 즐거워하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은 민생고에 허덕이고 있다. 구석구석이 난리가 아니다. 실직자들과 휴업자, 폐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헤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물론 기업도 극한 상황이다.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만 탓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나날이다. 우선 당면한 경제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몫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삶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하여 즉각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중단하고 난마처럼 뒤엉킨 경제 상황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은 국가와 국민,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모두가 손을 잡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한다. 총선결과에 매달려 일희일비하며 시간을 낭비할 그럴 때가 아니다. 모두가 대오각성하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뛰는 한국인이 되어야만 한다. ‘사후약방문’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총선은 끝났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먹고 사는 일 경제가 최우선이다. 모두가 국민의 삶과 국가의 추동력을 살리는 일에 총력전을 전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IMF경제위기의 뼈아픈 과거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