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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시대의 민심
고물가시대를 맞아 서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생필품에서부터 시중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그만큼 팍팍한 경제활동이 되고 있다. 당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위축은 음식점 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른바 손님이 뚝 끊어진 것이다. 혹독한 코로나19 사태를 견뎌왔는데 이제는 장사도 되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시중의 경기는 활기를 잃고 있다. 심지어 부산지역에서는 대형마트의 폐업 사태도 빚고 있다. 전국의 주요 관광지도 숙박업소와 호텔, 콘도 등이 치명타를 입고 문을 닫고 있거나 개점휴업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건설업체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건설업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4월까지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의 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 지식 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 정정, 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187곳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등록통계를 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총 12곳(종합건설사 2곳, 전문건설사 10곳)의 건설사가 부도처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상승, 수주 경쟁 및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의 도산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침체, 고금리 기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가 계속되면 건설업계 전반이 쇠퇴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경제 불황 속에서 서민들은 더 값싼 물건을 찾거나 음식을 찾아 긴축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국내보다 값싼 해외직구 거래사이트를 찾아 물건을 구매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가볍게 알고 정부가 헛발질하다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어린이 사용 제품 △화재 등 사고 우려가 있는 전기·생활용품 △유해 성분 노출 때 심각한 위해가 우려되는 생활 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당연히 민심이 들끓고 정치인들마저 나서 비판하는 게시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며 '국민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발표 사흘 만에 사실상 대책을 철회했다. 정부가 국가인증통합 마크, 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와 관련해 "법 개정 여부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애초에 발표한 정책에서도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 전면 금지 차단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흘 전 정책 설명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발뺌을 한 것이다. 잘못했으면 잘못한 것이지 견강부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날로 추락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물가시대 값싼 물건을 구매하려 안간 힘을 다하는 서민의 구매 활동까지 봉쇄하려던 정책 추진은 ‘국민선택권’이라는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사흘 만에 좌초한 것이다. 경제난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이다. 서민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 나라 경제를 생각하기는커녕 규제나 금지 등 부정적인 정책이나 대책에 급급하며 국민을 힘들게 하니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흘 만에 끝난 촌극이지만 서민들을 향한 어리석은 규제는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저항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해 치솟았던 지방 도시의 아파트 시세도 급락하면서 소유자들의 아픔이 크다. 거래도 한산하고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인 지방 도시에서는 고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집값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등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도 지역별로 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묘한 수치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체감 시세는 간단치 않다. 대구지역에서도 아파트값 폭락 사태와 미분양사태가 빅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증으로 건설경기의 침체도 심각하다. 전국 곳곳의 재건축 재개발 분담금 사업장에서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공사마저 중단되는 현장이 나오고 있다. 치솟는 분담금, 공사비는 결국 공사 중단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돈을 대준 금융권도 위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건설경기는 자칫 부도 도미노 현상을 낳지 않을까 우려한다. 청약저축이 무색할 정도로 분양시장도 얼어붙어 있으니 건설경기도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투기를 억제하여 부동산값 안정화를 위해 시도한 투기 과열 지역과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이 많이 해제됐다. 주택시장의 하락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고물가 경기 침체’를 일컫는 말이다.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인데 미국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안겨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인 미국의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닮아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급격하게 오른 물가는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봉급이 그만큼 오르거나 벌이가 쉬운 시대가 아니다. 과일, 채소, 외식비까지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먹고 마시는 비용을 줄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득에 변화는 없는 상황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이 식비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장바구니 물가에서부터 고물가를 체감하고 있으니 당연히 값싼 물건을 사고 부담되는 음식점이용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서‘천원의 아침밥’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원의 김밥’, ‘천원의 빵’ 등 이 시대가 낳은 먹거리 풍속도다. 편의점의 값싼 도시락 등도 인기다. 국밥 1만 원 시대 구내식당 정보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값싼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값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일요일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동대문 일요시장의 모습에서 서민 경제의 실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고물가시대 소비 절감은 기존 음식점들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년 새 3배 이상으로 뛰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개인사업자 부문 대출 총액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연체 금액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9,870억 원)보다 37.4% 급증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폐업도 역대 최대인데다 폐업 비용 때문에 폐업조차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처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백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누구의 책임이고 무엇 때문인지 모른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민은 황당하기만 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고 큰소리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렇다고 하면 정말 낯이 가렵지 않을 수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노인빈곤율이 40%에 달하며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도 놓친 적이 없는 나라다. 민생을 챙긴다는 위정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경제부터 제대로 살려놓고 큰소리쳐라. 추하게 국민 괴롭히며 권력을 휘두르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소리 없는 눈물과 아우성이 국민 고통으로 다가서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민심은 천심이다. 값싼 해외직구로 눈을 돌려야 하는 작금의 민심이 무엇 때문인지를 직시해야 한다.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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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인 인구정책 부처 신설
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인구정책을 주도하던 저출산고령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됐지만, 실행력 있는 업무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인구정책 부처 신설은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2명으로 재작년 0.78명보다 낮아졌고 심지어 0.4분기에는 0.6명까지 무너져 내렸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38개국 중에서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출산율의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출산율을 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절벽에 맞닥트리고 있지만 말로만 저출산 대책이지 실제 출산율은 나락을 걷고 있다. 정부부서에는 지금도 1억 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는 설문조사나 하며 애드벌룬을 띄우는 한심한 발표나 하는 실정이다.
양육과 주거 교육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대책을 다 내놓고 젊은이들의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실재 피부로 와닿는 정책이 되지 않고 정책을 위한 정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세태가 되었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기초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는데도 출산만 유도한다고 저출산이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래서 16년 동안 280조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 모양이 된 것이다. 결혼에서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어 있으니 경제력이 없는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부총리급 장관을 임명해 무게 중심을 더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실행력이 높이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과연 출산율 반등의 해법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놓고도 백약이 무효인 양 합계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했다. 인구절벽이라는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며 대한민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지방에는 소멸도시가 생겨나고 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지방 도시에는 젊은 세대들이나 어린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한 해 41만 명 이상이 생겨나고 있다. 내년에는 20% 인구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이제 노인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50년 후에는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이라는 경악스러운 발표도 나와 있다. 인구도 3,600만 명대로 인구 5,000만 명 시대도 오는 2041년에 깨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통계청의 분석이 아니라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방소멸을 넘어서 국가소멸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 석학의 섬뜩한 경고도 이미 나와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 대한 진단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단이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처방이 마련되어 치료가 이뤄져야 함에도 치료는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그동안에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 없는 것으로 대책을 위한 대책에 그쳤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수는 지난 3월 1,002만1,413가구로 사상 처음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41.8%에 이른다. 저출산·고령 사회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인구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슨 제안을 해왔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무엇을 해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보고서와 책자만 만들어 탁상공론만 일삼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인구문제를 빌미로 국민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하염없이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방침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저출산은 주거, 육아, 일가정 양립, 노동, 수도권 집중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한 부처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대응기획부에서는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행력 있는 정부 조직으로 자리매김할지는 자못 궁금하다. 그동안 인구 전문가의 조언도 많았고 예산투자도 많았지만, 오늘날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최악인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감놔라, 배놔라’식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게 잘 아는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의 인구정책을 논하고 있었다면 벌써 출산율이 높아졌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업 위주로 정책이 추진되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부터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 관련 정부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구 부처 신설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구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할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이는 당연한 논리다. 국가비상사태나 다름없는 한나라의 인구정책을 추진하는 부서가 뜬구름만 잡는 탁상공론만 일삼는다면 이는 국가역량을 소모하는 행태로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인구정책부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미 국가 추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이는 벌써 노동인구의 부족 현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일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농번기에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은 금값이 된 지 오래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들 없이는 공사가 중단될 정도다.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가 비단 근로 현장뿐만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이 줄어들어 폐교가 급증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병력감소로 이어져 국방력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사회 전반에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이 처한 이런 인구문제 상황에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사실상 국가비상사태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저출산 대책으로 많은 대책을 공약으로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국가 문제는 단순히 인기 영합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부처 간 통합 관리 기능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양육 관련 현금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연간 1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걱정부터 하지만 이는 우선순위를 모르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위기를 벗어날 때이기 때문이다. 16년 동안 280조를 쏟아부은 나라가 위기 상황에서 필요경비를 쓰는데 예산 타령을 하는 것은 오히려 더 이상하게 들린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식이 되어서는 아무것도 될 일이 없다. 사회부총리가 이끄는 인구정책 부처를 만든다고 발표했으면 이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재탕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바라는 부처 모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인구문제를 갖고 정쟁이나 하고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과거 예비군 훈련장에서 산아제한을 한다며 정관수술을 강요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저출산의 악몽에 시달리는 나라가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인구문제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이제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현실에 투영되어 젊은 세대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해 행복한 가정들이 꾸리고 어린이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밝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다시 탄생해야 한다. 이런 기초환경 마련을 위해 저출산대응기획부가 신설된다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하고 마땅히 총력을 쏟아야 한다. 거버넌스 (governance)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방적인 정부 주도가 아니라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이 함께 참여해 공동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국정운영 방식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국가비상사태인 저출산 문제에 관한 한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이나 정쟁, 우유부단한 추진 자세는 절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과 출산율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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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단상
신록의 계절인 5월이다.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사랑과 평화의 기운도 넘친다. 만물이 약동하고 푸르름을 더하는 산하의 모습이 계절의 여왕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이 5월과 함께 한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 같다. 각종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져 사회적 분위기도 흥겹다. 부모들과 손을 맞잡고 다니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롭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힘겹다 하지만 5월만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긍정의 의미를 던져준다. 어린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어버이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5월은 올해 더욱 정겹게 다가서는 것 같다. 사실 코로나 19로 인해 5월이 실종되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올 5월은 더욱 자유로움이 배가되는 듯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린이들의 얼굴도 사라졌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게 지냈는지 환한 얼굴에서 엿볼 수 있다. 저출산 나라여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겹친다. 곳곳에 차고 넘쳐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으니 저출산의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요즘 미래의 희망이자 나라의 추동력인 어린이를 접하면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의 탈피를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사회는 우리 사회의 풍속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1명당 1억 원을 현금으로 주는 방안에 대한 정부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약 63%가 '출산 동기 부여가 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일 온라인 정책 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지난달 17∼26일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는 1만3,640명이 참여했다. 여성이 57.2%, 남성이 42.8%였고 기혼자가 58.8%, 미혼자는 41.2%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60.5%)가 가장 많았고, 40대(14.4%), 20대(13.7%), 50대(5.4%), 60대 이상(5.7%), 10대 이하(0.2%) 순이었다. '최근 사기업의 출산지원금 1억 원 지원 사례와 같이 정부도 출산한 산모나 출생아에게 파격적 현금을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고 물은 결과 '된다'라는 응답이 62.6%, '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37.4%였다. 이런 설문 조사까지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 부영그룹에서는 올해 직원 1인당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지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벌인 나라가 이제는 저출산으로 돈을 주면서 출산을 독려하는 나라가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고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미 0.65명까지 떨어졌다. 평생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으로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다자녀 가정도 예전에는 아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주택공급이나 대출 등에도 혜택을 주며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문제가 간단치 않다. 벌써 농촌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하고 군대 병력 감소 현상이 심화하여 각종 병역특혜도 철폐할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의 한 석학이 내놓은 섬뜩한 경고도 나와 있다. 한마디로 대비하지 않으면 닥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경고등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위기의 대한민국 현주소가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50년 뒤의 현실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5,167만 명이었던 인구가 2041년엔 5천만 명 이하로 떨어지고, 50년 뒤엔 3,6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가 지속하면서 65세 이상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727만 명까지 늘어난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생산연령인 15살에서 64살까지 인구는 반 토막 나면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밑돌 것으로(45.8%) 예측됐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기에다 초고령사회로 치달으면서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2,177만4,000가구) 가운데 34.5%(750만2,000가구)가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2%로 처음 30%를 넘어서며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젊은 세대들은 물론 독거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까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를 막기 위한 지원조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실 건전한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5월을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저출산·초고령사회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달이 아니라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회 모습을 그리는 달이다. 1억 원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나라가 아니라 삶의 가장 기초질서가 되는 안락한 가정을 꾸리며 나라의 기틀을 다져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육과 주거, 경제적인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16년간 저출산 예산을 280조라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 0.7명대 국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이 돈 다 어디에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인구절벽에서 허덕이는 나라가 됐으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어린이날 노래가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5월의 정취는 변함이 없다. 역마리미드의 인구형태를 갖는 기형적인 나라의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 어린이날 노래도 힘차게 부르고 가이없는 어버이 은혜를 노래하는 달의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를 다시금 가꾸어야 할 시점이다. 위정자들은 당리당략에만 몰입해 정쟁만 일삼을 일이 아니라 나라의 근본과 기초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며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식 정치로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인 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앞날과 국민을 위해 보다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이 절실하다. 그래서 올 5월은 좀 더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살피고 외롭고 고독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일깨우며 어린이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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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
총선도 끝나고 이제 새로운 내일을 향한 준비도 끝났다. 여소야대 정국의 미래의 길은 아직은 미지수다, 오는 5월 30일이면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야당이 제1당이 되어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여당과 정부는 힘겨운 국정운영이 불은 보듯 뻔하다. 벌써 그런 조짐을 보인다. 야당이 장악한 제22대 국회의 모습은 제21대 국회보다도 더 강경 분위기가 예상된다. 모든 것이 쉽지 않게 돌아갈 것은 뻔한 이치다. 와신상담의 심경으로 입성한 인물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판에 계류 중인 인물들도 있다. 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법무부 장관이었던 인물 두 명이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에 입성했다. 여기에다 당시 검찰총장과 반대 각을 형성했던 검사 출신들도 국회의원이 됐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각종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들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34%가량이 전과자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과 8범도 있었다. 모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자 12명 가운데 최소 5명이 전과자 또는 피의자·피고인이고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인물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인물도 당선되어 정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돈 봉투 사건 혐의자 11명도 당선된 총선이다. 앞으로 관련 인물들에 대한 법적인 처리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당선이 곧 면죄부는 아니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2대 국회가 생산적인 장이 아니라 제21대보다 더 극심한 정쟁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종 특검법이 양산되고 브레이크 없는 듯한 입법 독재가 우려된다며 벌써 불안감을 나타내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비생산적인 자세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국회가 된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처투성이인 인물들이 국민을 논하고 법치를 논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당과 야당이 상생하며 민주적인 논리로 국회를 운영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풀이 정치가 국회에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갈등과 대립을 촉발하는 법이 양산된다면 이는 사회불안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무소불위의 장이 국회가 되어 입법 독재의 비생산적인 의정활동이 전개되는 것을 불안감을 느끼며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고 국민을 위한 선거철 공약을 준수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발전방안을 찾는 국회상을 정립해야 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소야대의 자만심에 젖어 비상식의 의정활동이 자행된다면 이는 새로운 갈등과 대립을 촉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파업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며 동조하고 있다. 폐해가 심각하다.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국민의 생명까지 담보하고 있는 이 사태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다. 대형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병원 주변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마저 장사가 안되어 한숨짓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식이니, 국민도 의아해하고 있다. 정부와의 대치 국면은 강경일변도라 대화는커녕 제대로 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마지노선 게임을 하는 듯하다, 이러니 병원 운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기도 하다, 벌써 병원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 자칫 도산 우려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끝나면 돌아갈 병원이 없어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 일반사업장에서도 파업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아예 폐쇄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의료계 파업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상생의 자세를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대립과 갈등은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정쟁이나 소모적인 대립에 몰입해서는 미래가 없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이런저런 갈등과 대립으로 사회적 불안이 심화하면서 급기야 물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올해 초 야채, 과일 등 신선 식품 가격이 폭등했다. 이제 생필품·가공식품 가격 폭등 현상이 우려된다. 원재료 값이 너무 뛰고 그동안 오른 인건비, 전기세 등도 만만치 않아 기업들은 시중의 눈치를 보며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의 12개 생필품 가격이 당장 다음 달부터 인상된다. 과자와 김 등 식품 가격도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도미노 물가 인상의 신호탄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의 삶이 힘겨워진다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봉급이 깎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건설경기 부진으로 철근값은 오히려 크게 하락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란 순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민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사회안정을 기할 수 없다.
이런 난국에 처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치싸움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지는 민생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정쟁을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한풀이 정치나 정쟁에 몰입할 때 경제나 안보는 뿌리부터 썩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불안한 나라가 아니고 희망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이제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위정자들의 자세가 절실하다. 물론 주인인 국민도 상식을 바탕으로 도덕심과 준법정신, 애국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라 없는 국민, 국민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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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재앙이 우려된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벌써 두 달째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른바 ‘빅 5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하며 집단행동을 돌입해 의료대란이 현실화했다. 그동안 대화를 모색한다고 했지만, 정부와 전공의 측, 의사협회의 강경 입장으로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의료계뿐 아니라 노동계, 환자단체, 시민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의료개혁특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해 사회적인 대타협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사회적 협의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협의체는 의료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 관계자도 "의료계와 관련이 없는 국민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다.
비상 의료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실화한 의료대란은 극심한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대형병원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두 달째를 맞으면서 1년 내내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던 대형병원들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치료 위주로 재편되고 경증 환자들은 병·의원급으로 옮겨가면서 병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과 남은 의료진의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 수 감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수련병원들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무급휴가와 희망퇴직, 병동 통폐합 등 여러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려 몸부림치고 있다. 병원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면서 병원 인근의 식당과 약국, 상점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사태 발생 직후인 올해 2월 마지막 2주부터 지난달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지난해 2조6천645억 원에서 올해 2조2천407억 원으로, 약 4천238억3천만 원(15.9%) 줄었다. 환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병원당 평균 84억8천만 원가량 수입이 감소했다. 병원들은 비상 경영체제 돌입하고 직원 무급휴가·희망퇴직, 병동 통폐합, 마이너스 통장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손실을 대비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직격탄을 맞은 '빅5'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은 이미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의료대란이 자칫 병원붕괴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아산병원 측은 40일간 순손실이 511억 원으로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무급휴가를 권고하고 희망퇴직 신청 등 경영난 타개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비상 진료체계를 위해 예비비와 건보재정 5천억 원 넘게 투입한 상태다.
문제는 위급한 환자들이다. 의료 공백 두 달째 국민이 겪는 불편은 상상 이상이다. 절규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숨지거나 상태가 악화한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명은 족히 넘을 것 같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불리할 때마다 국민 목숨을 볼모 삼는 행태를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강경 발언도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길어지는 의료 공백의 직접적 피해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3차 병원이나 대학 부속·협력병원에서 진료 및 수술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 수술 예약 포기 사태도 빚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 장기화는 모든 병원 진료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5월 초 넘어가면 의료대란을 넘어 자칫 의료재앙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생명을 담보한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의료대란 상황이 지속되고 국민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측이나 의사협회 측은 의대 증원은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외에도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파업권 보장,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내세우며 새로운 조건을 첨가했다. 지난 2일에는 전공의 1만2천774명과 의대생 1만8천348명에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을 물은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천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대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 응답), '구체적인 필수 의료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버리고 환자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더 이상 의료체계가 불능이 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결국 의대 증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백지화를 주장하는 전공의의 강경 대치는 극과 극을 치닫고 해법을 찾지 못하는 꼴이 되고 있다.
국민은 묻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이 철회되지 않으면 이대로 의료대란을 넘어 의료재앙으로 가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인지 말이다. 응급환자의 수술이 미뤄지고 예약을 포기하고 생명을 잃어가는 절박한 의료현실을 외면한 채 의대 증원 백지화만을 끝까지 주장할 것인지 묻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생명을 볼모로 치킨 게임에 몰입할 것인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치권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이 문제의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정부에 떠밀 일도 아니고 정치적 득실만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치권을 열 일을 제치며 벌써 한풀이 행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금 이문제를 제쳐놓고 무슨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시급한 우선순위의 긴급사태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정치권의 우유부단한 처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틈만 나면 국민을 그처럼 외쳐대면서도 정작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는 왜 늑장을 부리는지 답해야 한다. 국민생명과 안위보다 중차대한 일은 없다. 의료대란이 의료재앙으로 사태가 악화하여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식의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자세는 금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이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것이 해법일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전공의, 의료계, 정치인, 시민 단체 등이 모두 나서서 의료재앙을 막을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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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을 지켜라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결과는 ‘ 야당 압승, 여당 참패’다. 이번 선거는 선거기간 내내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후보 자질 문제에서부터 범야권 후보의 편법대출과 막말, 아빠찬스, 전관예우 논란 등과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각종 악재와 대파 발언, 도피성 출국 논란, 의정 갈등 장기화 등이 성난 민심에 부채질했다. 이런 난투극 속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호소, 거야를 심판해달라는 호소는 정권 심판론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의회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 등 이념선거전략이 중도층과 20·30세대 등에 먹혀들지 않았다. 이는 결국 여소야대의 골격을 더욱 강화하는 총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2대 총선의 성적표는 민주당 175석, 국민의 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석권하고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였던 충청권의 표심도 민주당을 향했다. 대전은 민주당이 7석 전석을 석권했다. 충남은 민주당이 8석, 국민의 힘 3석, 충북은 민주당 5, 국민의 힘 3석, 세종은 민주당 1석, 새로운 미래가 1석을 각각 가져갔다. 수원, 용인, 평택, 화성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벨트는 화성을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한강 벨트도 민주당 압승이다. 국민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새로운 여소야대의 정치질서가 만들어졌다. 선거철 각종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후보들도 당선되었다. 법적인 문제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되어 있는 후보도 당선되어 22대 국회를 향한다. 과연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후보 자질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철 한때 제기된 문제로 치부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슈로 다시 등장해 논란을 확산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여소야대라는 것은 집권당인 여당은 물론 정부가 국회의 협력 없이는 국정을 이끌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다. 과거에도 여소야대가 있었지만, 중간에 여대야소로 정계 개편을 시도해 나름대로 난국을 타개해나갔다. 여소야대의 새로운 정치질서가 정권 후반에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국은 안갯속이다. 순탄할 것이라 보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정권 심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거대 야당에게 국민이 손을 들어준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위한 자구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당한 진통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민생이다. 선거철 여야를 막론하고 무수한 선거공약을 쏟아냈다. 저출산 대책에서부터 교육, 개발 등등 각종 지역공약과 국가공약을 내놓고 지지를 호소했다. 모두가 국민의 삶을 향상하겠다는 공약이다.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향상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그릇이라고 한다면 선거 승리자들은 승리에만 마냥 도취해 이제는 내 세상이라는 식의 오만을 벗어나야 한다. 더욱 겸허하고 그릇이 큰 정치지도자상을 보여줘야 한다. 소인배가 아니라 대인의 그릇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 절실하다. 이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승리자나 패배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총선을 통해 선택한 길이 결코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제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한 기본 약속 곧 공약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자신들을 선택한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이를 가볍게 알고 대립과 갈등, 증오와 반복의 정치를 일삼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래서 민생을 챙긴다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벌써 제22대 국회를 통해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하고 있다.
승리자인 민주당은 더욱 겸손한 자세로 정국을 새롭게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패배자인 국민의 힘은 그동안 무엇이 잘못되어 국민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모든 것은 국민 마음을 사로잡았느냐 아니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시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국민이 제시했다. 이유가 어떻든 여소야대의 정치 판도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입성하게 됐다. 새롭게 산소가 공급되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었다. 그렇다면 더욱 혈기 왕성한 국회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만하거나 입법 독재라는 용어가 등장하거나 민주 질서가 훼손되는 현장이 아닌 선진화한 제22대 국회상을 정립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체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치판을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바라보는 국민이 상존한다. 제22대 국회는 이를 불식하고 희망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대한민국의 추동력을 살리고자 하는 수준이 높은 정치인의 모습과 국민 행복을 향하는 국회 모습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늘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민생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안정과 민생안정은 일심동체다. 2024년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2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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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단상
제22대 총선 유세전의 열기가 뜨겁다. 경선에서부터 최종 공천을 거친 본선 후보자들의 선거전이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각종 막말 파문과 과거 행각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되는 후보의 참담한 모습도 봤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은 그래도 검증이 제대로 됐나 싶었지만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언행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본선에서 질주하는 후보도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지자 과거 여성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후보도 등장했다. 그 내용이 가관이다. 관련 당사자인 후보는 2022년 유튜브에서 ‘이대 초대 총장 김활란 여사가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시켰다’라고 말한 근거로 성공회대 교수의 논문을 언급했지만, 그 논문에 ‘성 상납’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위안부와 성관계했을 것’이라고도 했지만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역사학자 출신이 역사적 근거도 없는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당선돼 정치를 한다면 망언밖에 더 하겠나”라며 “자격이 없다”라고 분개했다. 2일 이화여대 측이 김 후보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3일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김 후보의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 총동창회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줬으며, 동시에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전이 한창이지만 여성비하 발언은 고발도 당하고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 후보자는 지난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137㎡(약 41평)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수금 31억 2,000만 원 중 11억 원을 대학생인 딸 명의의 사업자 대출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명의로 사업자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편법’ 논란이 일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감원은 "검사반에서 확인한 결과 (양 후보 딸 명의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허위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관련 후보 딸과 대출모집인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수사기관에도 통보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3일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관련 후보 자녀에게 지급된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일각에서는 사기죄 혐의로 대검에 고발장도 접수했다. 관련 후보자는 노무현 비하 발언으로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는 후보다. 당연히 여성비하 발언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무시하는 부실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모 후보의 남편인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업체 변호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논란도 비등하다. 후보의 배우자가 다단계 사기범 변호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것이다. 다단계 피해 액수는 최대 1조 원대로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에서 업체 대표 등의 변호를 맡아 총 22억 원을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액의 변호사비가 서민 피해자들의 피 같은 쌈짓돈에서 나왔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검찰은 투자자 10만여 명으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1조1,900억 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방문판매법 위반)로 이 회사 법인, 회사 대표 이 모 씨 등 10명을 지난 1월 이미 기소했다. 물론 후보자 당사자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희석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사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사 시절 공황장애를 이유로 1년 9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고 급여로 1억 원을 넘게 받아 갔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사유로 연가, 병가, 질병 휴직을 돌아가면서 썼는데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총선에 나와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마이웨이다.
모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 재개발지역 115㎡(35평형) 다가구주택을 11억8천만 원에 사들인 뒤 지난 2021년 4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현재 시세는 30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이 석연찮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본선에 올라와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한 후보는 자진하여 사퇴하는 불운은 겪기도 했다. 갭 투기 의혹과 재산 허위신고 논란이 불거진 후보는 등록신청을 하자마자 공천취소는 물론 제명처분을 당하는 불운의 사태도 빚었다. 5.18 발언과 관련 대구지역의 후보자가 공천이 취소되었고 10여 년 전의 난교 등 막말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부산지역 후보자도 나왔다. 종북 반미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1번 순위자도 결국 자진해서 사퇴해야 했다. 목발 지뢰 막말과 거짓 사과 후보자도 공천이 취소됐다.
낙마 이유는 가지가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막말 논란과 부동산 관련 논란, 재산형성 과정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쟁점이다. 한마디로 부실 검증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부실 검증의 따가운 질책과 함께 후보 사퇴를 종용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러니 이번 총선의 후보 검증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동안 과연 무슨 주장을 펼치고 표심을 얻으려 할지 자못 궁금하다. 선거전에서 폭로되는 것을 보면 절대 간단치 않다. 총선 이후에도 당락을 떠나 뜨거운 이슈로 재등장할 것은 뻔하다. 제22대 총선의 선거판이 참으로 혼탁함을 보여준다. 부실한 검증에 대한 책임도 없고 도덕 불감증도 여전하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것이라 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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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총선 유권자가 바로 잡아야
제22대 총선에 후보자들이 지난 28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거리는 요란한 유세차량들의 행렬로 선거운동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거리 유세도 펼쳐지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느 선거전과 마찬가지다. 각 선거 캠프에서는 유명 인사들을 내세워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들도 분주하다. 후보토론회를 개최하며 후보 검증에 나서고 있다. 후보토론회를 아예 거부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제22대 4·10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선거 벽보가 전국 8만3,600여 곳에 붙었다.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장소의 건물이나 외벽 등이다. 총선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한다. 새로운 화제도 등장하고 있다.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3월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부산·인천·울산·경남·대구·경기 등 전국 각지 4·10 총선 사전투표소 등 총 40여 곳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의 사전투표 조작 여부를 감시하겠다며 이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후보 등록이 끝나자마자 한 후보는 갭 투기 의혹과 재산 허위신고로 공천취소는 물론 제명처분까지 당했다. 그런가 하면 31억 아파트 사려고 딸 명의로 11억 사업자 대출을 한 후보의 행각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후보자 남편의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도 세간을 달궜다. 서민을 울린 다단계 업체의 사기 변호의 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38억 강남아파트 2채 후보와 20대 자녀에게 현 시세 30여억 원이 된 재개발지역 11억8천만 원의 부동산을 꼼수 증여한 후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다 박정희·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후보까지 등장했다. 총선이 막이 올랐지만, 이처럼 부실한 검증 논란과 후보자 결격 논란 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후보자들 가운데는 각종 논란에 휩싸여 몇 번이나 후보 공천이 취소되고 낙마하는 사례가 잦았다. 검증했다고 하지만 과거 행각이 문제가 되어 뒤늦게 이른바 읍참마속을 당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후보들의 행각이 새롭게 드러나며 총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검증은 각 정당이 알아서 하고 선택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후보 검증단계에서 걸러내야 하는데도 이를 부실하게 한 책임이 해당 후보의 정당에 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편법대출을 사과하면서도 언론을 탓하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두고 도덕 불감증이라고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4월 1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검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고가주택 구매를 위해 소득이 없는 딸 명의로 11억 대출을 했다는 점이다. 허위 서류제출에 따른 딸 명의의 사업자 대출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언론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남의 탓을 하며 강변하고 완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혼탁한 총선의 한 단면을 장식하고 있다. 결격 후보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 입후보자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4.8%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오후 7시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686명 후보 중 전과 기록을 제출한 후보는 무려 239명이었다. 3명 중 한 명꼴이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전과 4범, 5범, 6범, 7범에서부터 심지어 최다 전과 보유자는 11범을 신고한 후보자도 있다. 이런 인물들의 얼굴을 벽보를 통해 보아야 한다. 유권자의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총선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전과자를 공천해 놓고도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참으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회가 전과자들의 집합체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여기에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사람, 고등법원에서 2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대한민국 대명천지 총선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혼탁한 총선의 모습으로 역사에 회자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것을 정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몰래카메라 설치라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전투표소를 대상으로 설치했다가 발각됐다. 경찰이 용의자인 40대 유튜버를 검거했지만, 아직도 사전투표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의 논란을 불식할 책임이 주어져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시비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사전투표가 됐건 본투표가 됐건 공명정대하게 선거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민의 소중한 한표 한표가 부정선거라는 오명으로 낙인찍히는 선거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투개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올바른 총선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총선이 막이 올랐지만, 상대방을 비방하고 ‘내로남불’의 언행이 난무하고 있다.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후보들이 약점을 들춰내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이 판을 친다. 이는 공천받아서는 안 될 후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결격자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치부를 보기 위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 올바르고 성실한 일꾼을 뽑아 나랏일을 바르게 하라고 투표하는 것이다. 투기나 일삼고 부정부패와 불법 편법, 비리를 저지르고 표리부동하게 시정잡배와 같은 행각을 일삼는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전과자들이 판을 치는 제22대 국회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혼탁한 총선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선거를 철저히 감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이른바 사기 선거행태가 횡행하지 못하도록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막이 오른 이번 제22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보면 내일의 대한민국 정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반복의 정치가 지속되느냐 국민을 위한 진정한 화합의 정치를 펼쳐나갈 것이냐 하는 역사적인 선거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이고 역사에 기록될 총선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동력을 살려야 하는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쌈판 정치 구도를 만들어 놓으면 4년 내내 국민만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당들이 전과자들을 내세우고 지지를 호소한다고 하더라도 옥석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이번 총선의 혼탁상은 앞서 지적한 사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인 국민의 냉철함이 요구된다. ‘부화뇌동하는 투표’, ‘묻지 마 투표’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과연 참된 일꾼인지는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선거홍보물도 꼼꼼히 챙겨보고 공약도 잘 살펴 국민을 위한 자세와 도덕적 인품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38개 정당이 등록을 신청함에 따라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역대 최장 길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48.1cm보다 더 많은 정당이 신청함에 따라 3.6cm 길어진 51.7c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혼탁한 선거를 바로 잡을 사람은 바로 유권자인 국민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투표 순간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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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
이번 총선에서는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낙마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거 언행이 문제가 되어 구설에 오르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당들의 후보자 선정이 막바지까지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총선이 국민의 심판대라는 점에서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다. 성범죄변호 논란과 관련해 자진 사퇴의 이유로 등장한 표현이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서다.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는 표현도 나왔다. 이른바 5.18 발언과 관련 대구지역의 후보자 공천이 취소되었고 10여 년 전의 막말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부산지역 후보자도 나왔다.
공직자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만시지탄이지만 정도를 가리는 당의 결단이라는 평가로 당위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종북 반미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1번 순위자도 결국 자진해서 사퇴해야 했다. 목발 지뢰 막말과 거짓 사과 후보자도 공천이 취소됐다. 잇따르는 자진 사퇴와 공천취소의 핵심은 곧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칫 총선 판도를 뒤바꿀 수 있어 부랴부랴 상응한 조치가 수반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제22대 총선 낙마자들의 막말 파문과 행각은 한결같이 모두 과거의 언행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후보 검증을 부실하게 한 각 정당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보를 한곳에서 두 번씩이나 바꾸면서도 국민 눈높이 타령으로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다 보니까 실제 충격적인 등록 후보자들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22일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4.8%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오후 7시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686명 후보 중 전과 기록을 제출한 후보는 무려 239명이었다. 3명 중 한 명꼴이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전과 4범, 5범, 6범, 7범에서부터 심지어 최다 전과 보유자는 11범을 신고한 후보자도 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92명, 국민의힘은 55명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17명, 진보당 15명, 새로운미래 13명, 녹색정의당 8명이 전과자였다.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들을 내세운 것인지 각 정당은 답을 해야 한다.
부실 검증으로 공천취소와 자진 사퇴가 잇따랐던 이번 후보자 공천과정이 말로만 국민 눈높이지 기실 등록 결과는 전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로 보여주고 있다. 과연 유권자인 국민에게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인물들이 공정한 공천을 포장한 정당의 후보 검증 시스템을 거쳐 국민 앞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표리부동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낙마 후보자들은 희생양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공천이 취소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총선은 3명 중 한 명꼴로 전과자 후보자들의 오명을 안고 치러지게 되어 실망감이 매우 크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총선 판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보여줄 때가 온 듯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총선을 표방한다면 각 정당은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정정당당한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공약을 남발하고 쌈판 선거전을 펼친다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전인수식, 돈키호테식 기이한 언행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선거전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부정선거와 불법 선거를 배척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의 준동으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내세우는 논리를 살펴볼 때도 매우 중차대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엄청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정치의 안정화와 민주 질서 회복에 매우 중대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긍정적 대결보다는 자칫 좌와 우의 극단적인 이념대결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정당의 모순적인 행태를 바로잡는 해법은 이제 국민의 몫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전과자를 검증된 인물로 내세우는 정당의 표리부동한 정치 행각은 이제 총선의 심판대에 올랐다. 과연 누가 올바른 후보이고 인물인지 국민 눈높이로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당이나 부적절한 후보자들은 준엄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어김없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28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면 그 실체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부화뇌동하거나 편협한 자세를 벗어나 관조적 자세로 총선을 관망하며 올바른 일꾼이 누구인지 잘 가려내야 한다. 풀어내야 할 산적한 난제가 너무나 많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참된 일꾼이 선택받는 총선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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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파문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공천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공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삼 일깨우고 있다. 특히 후보자들의 과거 발언과 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의 주인공들은 천신만고 끝에 얻은 공천까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무심코 한 과거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줄을 몰랐을 것이다. 주워 담은 수 없는 과거 발언이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그만큼 공인의 언행이 경박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당사자들은 뒤늦은 사과로 몸을 낮추고 막말 파문을 가라앉으려 하지만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막말 파문의 당사자들이 유형은 다르지만 한두 명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막말 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망언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총선을 향한 치열한 경선을 거쳐 공천을 거머쥐고 안도했을지는 모르지만, 막말 파문 당사자들을 보는 각 정당의 입장은 단호한 것 같다. 이른바 꼬리를 자르지 않으면 총선에서 자칫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하는 듯싶다. 입이 화근이 된 총선 후보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게 되어 씁쓸하다. 각 정당도 악재 가운데 악재로 작용하자 재빠르게 공천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과거 발언이나 행적들이다. 백미는‘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으로 피해 장병 모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막말이자 망언이라는 비난을 쏟아졌고 다친 장병들에게 했다는 거짓 사과 논란까지 불거졌다.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지난 2017년 7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디엠지(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디엠지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최근 다시 회자한 것이다. 비무장지대 수색 작전 도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발목을 잃은 우리 군 장병들을 모욕한 ‘망언’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민주당은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설화로 개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폄훼 논란을 빚은 국민의 힘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도 공천이 전격 취소됐다. 과거에도 후보자들의 막말 파문으로 선거 판세가 뒤바뀌는 악몽을 경험한 정당들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공천을 취소하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부산 수영구의 장예찬 후보도 과거 막말 발언이 조명되면서 결국 공천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쓴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서울시민 비하 발언과 연예인 음란소설 집필 논란 등등 또 다른 발언도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중도층 민심 이반 등 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해 공천이 전격 취소되는 사태를 빚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된 후보들의 공천을 전격 취소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공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언행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언행이 모두 소환되며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출입 기자와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뜬금없이 과거 1988년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협박성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언행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건당사자 가족들은 물론 야당과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 언론을 겁박하고 5·18민주화운동의 배후설을 쏟아낸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이 발언의 파장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한마디로 혀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과거에도 식사 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부메랑이 되어 개망신을 자초한 사회지도층의 사례가 있었다. 뒤늦게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를 떠나 이미 세간에 회자한 막말 파문은 자신을 불태우고 만다. 과거의 발언이나 글은 물론 작금에 벌어지는 공인들의 막말 모두가 패가망신의 원인이 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사려 깊은 공인의 자세를 늘 견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관련된 옛말들이 많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말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지혜롭게 말하라, 그렇지 않다면 침묵하라." 등등 말조심과 관련한 명언과 속담이 참으로 많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요즘 정치지도자들도 선거철에 말을 함부로 하다가 뒤늦게 사과하며 난리를 피우는 장면을 너무나 자주 보게 된다. 과거 정치권의 노인 폄훼 논란은 지금도 틈만 나면 회자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쉽게 당시 상황을 접할 수 있다. 과거 17대 총선 때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도 ‘남은 수명비례 투표권 발언’ 후폭풍도 거셌다. 뒤늦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사과문을 발표해도 ‘때는 늦으리’다. 이번 총선 후보자의 언행의 문제가 아직도 세간에 회자하고 있다. 이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지난 2008년 칼럼을 통해 비하했다는 논란도 점화됐고, ‘이토 히로부미 발언’논란, 지난 2017년 일제 옹호 글의 페이스북 게재 문제 등 말과 글과 관련된 논란이 거세다. 사과하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고 해도 주워 담을 수 없다. 사려가 깊지 못지 못함을 자책해도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다.
4·10총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 후보자들의 말의 향연이 뜨겁게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막말 파문이 새롭게 등장할지 모르지만, 모름지기 사려가 깊은 언행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치열한 경선과 검증을 거쳐 공천받았다는 자부심과 함께 후보자들은 차제에 어리석은 언행을 멀리하며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모습으로 총선에 임하고자 하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202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