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조심 글조심 시대가 던져주는 교훈

김헌태논설고문

2024-11-03 09:57:57

 

 

 

스마트폰과 SNS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손쉽게 주고받는 메시지 한 줄조차 사적인 대화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는 물론, 스마트폰의 음성 자동 녹음 기능까지 보편화되면서 사적 대화가 정치적 폭로나 협박의 도구로 악용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흐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제 누구나 말조심, 글조심을 해야 하는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치 브로커 명태식의 카톡 유출 사건이다. 명태식은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공개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치적 저의를 숨기고 있으나, 그 내용은 공갈과 협박의 성격을 띠며 대화의 무서운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는 특정 정치 세력의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불신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정치적 피로감을 안겨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또 국가안보실 신원식 실장이 특정 국회의원과 나눈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정치적 논란은 더 가중되었다. 공적인 대화는 물론 사적인 대화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정치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벌어진 사건이 바로 그 증거다. 대한민국에서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가장 충격적인 SNS 채팅 유출 사건으로는 지난 2019년의 '버닝썬 게이트'와 연관된 유명 연예인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스캔들이 있다. 이 사건은 빅뱅의 전 멤버 승리와 가수 정준영을 비롯한 여러 K-pop 연예인들이 불법적인 성폭력 영상 촬영과 공유, 성 접대, 약물 남용, 경찰과의 유착 등을 포함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강남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정준영의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과 충격적인 대화 내용이 발견되면서 공개되었다. 연예인들은 이 대화방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사건에서 연루된 연예인들은 개인 휴대폰을 통해 불법 자료를 유포하며 친구들 간에 이를 자랑스럽게 대화하였다는 점이 국민들의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사생활과 불법 행위가 손쉽게 퍼져나가는 이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또 다른 관련 사례로는 고인이 된 모 연예인이 전 연인과의 관계에서 겪은 '리벤지 포르노' 사건이 있다. 전 연인이 그녀의 사생활 영상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으로, 당사자는 이러한 문제를 대중에게 고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그녀는 사회적 비난과 개인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는 SNS와 모바일 기기 사용의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화와 기록이 손쉽게 유포될 수 있는 시대에서 사생활 보호와 윤리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법적 규제 강화와 사용자 의식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시켜 준다. 한 번 새어나간 정보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교훈을 준 것이다. 사적인 대화가 쉽게 유출되어 개인의 인생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년 전 유명 연예인의 카톡 메시지가 유출되어 심각한 이미지 손상과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인과 나눈 대화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그 연예인은 큰 정신적 충격과 더불어 오랜 시간 재기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는 그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더욱 큰 낙인을 찍었다. 대화 한 줄이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시대다.

 

법적으로도 SNS와 녹음된 대화의 악용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법은 본인이 대화에 참여한 경우 녹음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유포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처벌이 사건 발생 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 억제력이 부족하다. 유출 피해자는 법적 처벌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명예와 신뢰가 송두리째 훼손된다. 한마디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식이 되어 버린다. 법적 보호의 한계가 더 큰 문제다.

 

결국, 이러한 SNS와 메시지 유출의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가 발달할수록 그 심각성은 커진다. 언제든 사적인 대화가 공적 영역으로 끌려 나올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욱이 SNS는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쉬운 온상이 되어 여론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 부정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퍼지며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이는 결국 SNS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개개인이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기업이 프라이버시와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은 SNS와 스마트폰의 정보 유출을 예방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대화 녹음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녹음 파일의 저장과 유통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또한, 허위 정보와 명예훼손성 메시지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플랫폼 스스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아울러 SNS 사용에 대한 책임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교육이 필수적이다. SNS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명예와 사회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모두가 자각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을 포함한 전 연령층이 SNS 사용 시의 책임감을 인식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적인 감정만으로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파장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말조심, 글조심은 이제 단순한 예의나 에티켓을 넘어 사회의 신뢰와 건강한 소통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말조심 글조심 시대가 던져주는 교훈이자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사례이다. 스마트폰과 SNS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주의 또한 필수적이다. 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밝고 건강한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진실 커뮤니케이션의 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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