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탄핵인가?

김헌태논설고문

2024-11-30 11:20:47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탄핵’이다. 경제난과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회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갈등과 정쟁의 중심에서 탄핵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탄핵은 헌법이 보장한 엄중한 절차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적 무기로 전락한 듯하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탄핵 정국을 만드는가?

 

탄핵 남발은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탄핵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공공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오늘날 탄핵 논의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책임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은 탄핵을 정치적 압박의 카드로 꺼내 들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설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탄핵 추진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어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국민은 이런 대립적 정치 행태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헌법적 책임과 공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갈라놓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생과 외교가 뒷전이 된 정치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치적 갈등에 매몰된 국회는 국민이 직면한 시급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경제는 전방위적인 위기에 놓여 있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보다는 탄핵 정국과 내부 권력 다툼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시대를 맞아 한미 관계는 새 국면을 맞고 있고, 북한 문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긴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그러나 국회는 외교 전략과 대책 마련보다는 내부 정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 내부의 부패와 무책임이다. 정치적 부패 민낯을 접하며 국민의 피로감이 더하고 있다. 여당 내부의 암투와 야당 인사들의 비리는 정치적 도덕성을 크게 훼손했다.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에 몰두하며 국익을 외면하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했고, 정치 혐오를 확산시켰다. 정치권의 부패 문제는 탄핵 정국의 또 다른 본질적 문제이다. 최근 정치 브로커들의 폭로전과 추잡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치적 도덕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폭로한 비리 거래와 권력형 청탁 사례는 단순한 스캔들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정치인들의 사리사욕과 불법적 행태가 국민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권력과 돈, 그리고 불투명한 거래가 얽힌 이 구조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극대화하며, 민의를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사적 이익 추구의 장으로 변질된 현실을 고발한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는 ‘그 끝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문제 해결보다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여당은 내부 단합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정 운영에서 혼선을 빚고, 야당은 비리와 연루된 인사들의 행태로 인해 도덕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민은 이러한 정치적 대립과 소모적 정쟁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을 대표하고 민생을 책임지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정치개혁과 국민 의식의 개혁이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 여당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민생 해결에 집중해야 하며, 야당은 건설적 비판과 대안을 통해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 역시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를 이루기 위해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 브로커와 같은 부패의 뿌리를 뽑기 위해 국민 감시와 척결 의지가 투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탄핵 공화국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과 혼란의 시간을 지나 안정과 번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 국회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넘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위한 협력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 방향성을 명확히 하며, 국민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와 국민 모두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탄핵이 아닌 대화와 협력, 분열이 아닌 통합과 혁신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치권이 이를 위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구를 위한 탄핵인가? 이 질문의 답은 국민을 위한 정치와 국가의 안정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이 길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임을 직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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