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가로수관리를 새롭게 해야 한다.

유태희 논설위원

2016-10-18 04:05:00

 

▲     © 행복세종타임즈

인류 역사상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문명의 모습이 다양하듯, 문명을 담고 있는 그릇인 도시도 다양하다. 따라서 도시의 보편적인 특징을 간결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세종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도시를 기획하고 만드는 중인지라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도시가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의 중심' 장소로 기능해 왔음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다. 도시는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을 선도해 왔으며, 다양한 사상과 예술이 창조되고 전파되는 중심지였다.

 

도시는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일으켰고, 새로운 기술과 발명을 전파·확산시키는 변화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도시가 농촌 또는 촌락과 크게 다른 점은 밀집성이다. 도시에서는 한정된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의 편의를 위해 도시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농촌이 보유하지 못한 고차원의 상업·교육, 교통·서비스, 문화와 레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다. 밀집성은 도시가 지닌 산업 특성에 연유한다. 농촌의 경우 토지를 기반으로 하는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도시에서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 2·3차 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2·3차 산업의 경제활동은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계에서 도시 공간이 차지하는 면적은 넓지 않지만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있다.

 

도시와 촌락을 가르는 기준은 국가별로 매우 다양하다. 즉 인구수와 인구밀도로 도시와 촌락을 구분하거나 1·2·3차 산업에 종사하는 종사자 비중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주자가 5만 명 이상 있어야 도시로 보지만,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의 경우에는 인구 200명 이상이면 도시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세종시는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도농복합도시인지라 어떻게 도시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인들이 꿈꾸는 명품도시에 새로운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도시는 시대의 산물이다. 도시의 모습은 국력과 사회상을 반영한다. 그리고 도시의 완성은 공간의 배치를 자연과 얼마나 어울리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더구나 현대의 도시는 공원의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가로수의 기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로수를 심는 목적은, 첫째 사람들 보기 좋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 사람 마음도 포근해 진다. 그리고 여름철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도 한몫을 한다. 가로수 잎이 무성하면 그만큼 많이 그늘이 지고 그늘이 지는 만큼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잎과 줄기가 물기를 많이 머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도시를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세종시 외곽의 농촌지역에 가로수의 가지들을 잘라버리는 일들이 매년 반복 되서 일어나고 있다.

 

도시에서의 가로수의 역할은 도심지 내에 녹지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녹지 네트워크의 한 축을 형성하여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한 지역을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태양열을 차단하고 도로를 따라 바람의 길을 유도하는 등 기후조절 효과도 있다. 도시 내 공장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냉난방기로 인한 열 배출, 직사광선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도로의 아스팔트의 열기가 대기 중으로 반사하여 여름철 도시 내 기온상승이 나타나는데, 이때 직사광선을 차단해 주며 증산작용을 통한 수증기 방출로 주변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건물 등 구조물 사이에 식재되어 대기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풍구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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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를 이렇게 짧게 깎아 버리면 가로수를 심는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이처럼 가로수 심는 목적과 어긋나는 일을 행정관청에서는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로수는 대기오염 등 도시환경을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도시공해의 주요 물질인 아황산가스(SO2)와 이산화질소(NO2) 및 분진(粉塵)을 흡수·흡착하여 제거해준다. 수목이 없는 도로에서는 공기 1리터 중 10,000~12,000개의 분진이 있으나 수목이 있을 경우에는 분진이 1,000~3,000개로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소음의 약화 및 차단 효과와 도시 내 습기를 보충하고 건조를 방지하며 화재나 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 조례에 의하면 가로수 가지치기는 원칙적으로 나무 가지가 전기 줄에 닿아서 위험하거나, 교통표지판을 가리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더구나 이런 관리는, 나무라는 생명체의 본래 습성과도 어긋날뿐더러 나무의 가지를 그렇게 함부로 잘라버리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나 시민들의 마음도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가지치기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가로수 가지치기에 원칙이 없이 마구잡이로 흉물스럽게 자르는 일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간판을 가린다는 상가의 민원이 있을 것이고 농민들이 햇빛을 가리는 가로수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녹음이 우거진 길의 상권은 일반적으로 더 발달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어쨌거나, 가지치기는 신경 써서 잘 하지 않으면 생명의 본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복도시 명품도시를 세종시의 슬로건으로 내세운다면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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