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 항상 같은 일은 아니다

논설위원 유태희

2016-11-12 06:09:00

 

▲     © 행복세종타임즈

 

오늘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박근혜 최순실게이트규탄 3차 촛불집회는 박근혜정부가 시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이른바 반정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역사는 불복종 행위로 시작됐으며, 그와 동시에 인류의 자유와 이성도 시작됐다는 정신분석학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말이 맞는지 모른다. 정권의 이런 인식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 진압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목숨을 잃은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해서도 애초에 불법 시위에 참여한 것이 잘못이라던 현 정권 및 새누리당 의원 다수 의견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국외로 돌려보면 반대의 평가가 나온다. 유엔은 지난 617일 발표한 특별보고서에서 한국의 집회 금지 규정이 한국에도 적용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부합하지 않으며 불법 집회 주도자 처벌 또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비민주적 상황 하에서는 조직적 저항의 권리가 무조건적 법규 수호에 우선한다는 국제사회의 확립된 원칙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헌법학자 알렉산더 빅켈은 우리는 오로지 법에만 의존한 채,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 하는 본연의 의무를 방기할 수 없다. 세상에는 좋은 법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법도 있기 마련이며, 나쁜 법에 저항하고 불복종 하는 것은 자유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전통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법은 통치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법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목사는 버밍엄 감옥으로부터의 편지인간에게는 불의한 법에 맞설 도덕적 의무가 있다.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저질렀던 일은 모두가 그 당시 그 시간에는 합법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헝가리의 독립투사들이 조국에서 행했던 일들은 모두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 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또한 미국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의 저서 시민불복종에서 우리는 국민이기에 앞서 인간이어야 한다. 옳음보다 법을 더 존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시민불복종 운동을 정당한 권력에 적용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면 착각이고, 어디까지나 시민불복종운동은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만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적용해야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전쟁, 학살, 노예제도와 같이 가장 끔찍했던 일들은 불복종이 아닌 복종의 결과였다.

    

미국 현대사의 양심으로 불리는 하워드 진Howard Zinn의 저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미국 민중의 역사>에서 그는 열악한 노동자, 유색인종, 빈곤층에 대한 좌파적 담론을 통해 민중의 역사는 사회변화가 역사적 영웅들의 활약보다는 풀뿌리운동을 통해 이뤄졌음을 주장한 것을 보더라도 그 동안에 있었던 민주화운동이 그의 말처럼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저항은 민주주의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인 것도 사실이다. 설사 그것이 북한을 마주하고 155마일의 휴전선이 있다고할지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만큼 애국심에 눈멀지 말라는 역시 미국의 시민운동가 말콤 X의 말을 되새기며 오늘 시위에 참가한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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