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대한 몇 개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논설위원 유태희

2016-11-22 09:14:00

 프롤로그

▲     © 행복세종타임즈

20101123,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북한군의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16명의 군인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2명 사망했을 때 우리 군 수뇌부는 '우리 마음대로 북한을 공격해도 되는지'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국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쪽과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쪽으로 양분되어있었다. 그것은 자위권이냐, 교전규칙이냐를 놓고 허둥지둥하던 군 수뇌부는 상황이 다 끝난 뒤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당시 한민구합참의장이 "국지전에서 전투기로 타격하는 것이 교전규칙 사항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를 한미연합사에 물었고, 1주일 뒤에야 "한국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창피하고 한심스러운 일이지만 이 일을 놓고 한미연합사 정보작전부장 존 맥도널드 소장은 불같이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이라크의 신생 군대도 자기 목숨이 걸린 상황이 되면 스스로 판단한다. 그런데 어제 합참에서 뭘 해도 되느냐는 전화가 매 시간, 매 분 수도 없이 왔다. 어떻게 한국군이 이라크 군보다 못하단 말인가?"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한국군 수뇌부가 보여줬던 난맥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군대가 과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배치도 마음대로 못하는 우리의 국가안보는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비단 나만의 고민을 아닐 것이다.

    

2. 프롤로그

이제 다시 중국의 사드 대응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이다. 정권 교체에 접어든 미국을 향해선 사드 배치 여부를 미-중 관계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려고 하자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 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117일자 <로이터> 통신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인가의 여부야말로 트럼프가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중국 측 인사는 "사드 배치 여부는 미국과 중국관계의 정치적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전해진다. 이러한 보도는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곧 대통령으로 취임할 트럼프는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다른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지렛대로 삼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30%에 육박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강해질수록 경제 위기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하면 한국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사드 탈출구'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3. 에필로그

  

아울러서 지금 미국에는 우리에게 호의적일지 악의적일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는 트럼프정부가 들어선다. 일본 총리는 발 빠르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고 세계의 수뇌들도 앞 다퉈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판국에 우리는 하야니 탄핵이니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야권은 횡재한 듯 머리를 굴려대는 정치 싸움에 몇 개월씩 빠져 있다면 이것은 나라도 아니고 정치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4차 촛불도 했으니 이만하면 사람들의 분노도 어느 정도는 사그러들고 그 뜻도 하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살펴보면 이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아니고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우리 마음속에서 어제의 박근혜대통령은 이미 죽었다. 이제 이 사태를 더 이상 거리에 방치하지 말고 정치 속으로 끌어당겨 민주적인 대타협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현 정치권 가지고 부족하다면 정치 원로들이라도 나서서 도와야 한다. 아니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 원로 인사들이 모여 현 사태를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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