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귀하고 고귀하다.

논설위원 유태희

2017-03-07 07:01:00

 

▲     © 행복세종타임즈

요즘 범신론pantheism汎神論에 대해 탈동성애를 이끄는 트루스익스체인지의 피터 존스 대표가 기독교 동성애 대책아카데미에서한 강연이 논란이 일고 있다. 범신론은 하나님의 ·여 구분을 파괴하는 동성애 옹호밑바탕엔 범신론 깔려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복음주의교회가 동성애 이슈를 다루며 놓친 것은 이웃사랑보다 하나님 사랑이 앞선다는 점이라며 교회는 인간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부터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종교계는 다시 동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범심론은 신이란 없고 그 대신 현존하는 우주 안에 나타나 있는 실재··이법들의 총합이 있을 뿐이라는 교리다. 이와 비슷한 교리인 '만유내재신론'은 신이 비록 자기 존재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일부에 해당하는 우주를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범신론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의식이 전체로서의 자연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보는 범심론, 세계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며 궁극적인 비실재라고 해석하는 비우주적 범신론, 합리적인 신플라톤주의적 범신론, 직관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범신론이 있다. 힌두교와 불교의 교리에는 여러 유형의 범신론이 혼합되어 있으며, 이러한 범신론 형태가 베다·우파니샤드·바가바드기타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범신론적'이라는 형용사는 합리주의 자유사상가 존 톨런드가 그의 저서 올바로 진술한 소치누스주의 Socinianism Truly Stated(1705)에서 처음 사용했고, '범신론'이라는 명사는 몇 년 뒤에 톨런드의 반대자 중 한 사람이 처음 사용했다. 1828K.C.F.크라우제는 범신론이라는 용어를 자신의 철학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했다. 이 두 개의 용어는 동양·서양을 가릴 것 없이 여러 철학 전통의 특정 측면을 나타내는 데 소급 적용되어왔다. 여러 그리스 철학자, 특히 크세노파네스·헤라클레이토스·아낙사고라스·플라톤·플로티노스 및 스토아 학파 주창자들은 서양 범신론의 기초를 닦는 데 이바지했다. 신플라톤주의와 유대-그리스도교 신비주의를 통해 전달된 이 전통은 요한네스 스코투스 에리게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쿠사의 니콜라우스, 조르다노 부르노, 야코프 뵈메에 의해서 중세와 르네상스 기간까지 지속되었다.

    

유대인 합리주의자 베네딕트 스피노자(1632~77)가 가장 철저한 범신론 체계를 공식화한 것은 서양 철학에서 근대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는 무한한 속성을 지닌 단 하나의 실재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과 자연은 하나의 동일한 실재를 가리키는 2개의 이름일 따름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과 세계'는 신보다 훨씬 더 큰 총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신의 필연성은 세계의 필연성을 뜻하며 자유의 어떤 가능성도 배제한다.

전통적으로 범신론은 정통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에게 배척을 당해왔는데, 그 이유는 범신론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신을 비인격체로 만들며, 초월신보다는 내재신을 암시하고, 인간과 신의 자유를 배제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새뮤얼 존슨은 범신론이 "신과 우주를 혼동한다"고 했다. 스피노자는 초월적 신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간은 보상을 기대하기보다 신이 내리는 징벌을 피하고자 신에게 봉사하기 때문이며, 설사 보상을 받는다 해도 살아있는 동안에 받는 것이 아니라 죽은 후에 받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을 초월적 존재로 인식하는 한, 인간은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이 행복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초월적인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행복은 고귀한 것이다. 그래서 온 천지에 널려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 길가에 돌처럼 널려 있는 것이라면 행복하기에 노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노력 없이 행복할 수 없다. 그러나 행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행복을 포기하는 삶은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 스피노자는 신이 곧 자연임을 밝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했다. 그리고 파문을 당하여 박해를 받으며 소외된 삶에서 행복을 찾는 길을 몸소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에 일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유심히 관찰하며 개념을 정리하다보면 어느 순간 하는 소리와 함께 깨달음의 빛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행복해지는 자기보존의 첫걸음이요, 타인의 보존을 위협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상황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타파되어야 한다. 지금 광화문과 전국에서 타오르는 촛불이 우리의 행복을 얼마나 증진시킬까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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