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모든 지표가 최악이니 참으로 걱정이다. 추동력을 잃고 있다. 국민들의 한숨과 고통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젊은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텅 빈 가게를 허탈한 눈망울로 지키며 망연자실하고 있으니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나라꼴이 됐는지 참으로 비감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조기선거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정부는 이후 마치 국민들에게 파라다이스를 선물할 듯이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엄청난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루었고 여기에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지난 지방선거마저 싹쓸이 하며 그야말로 국민들의 ‘묻지 마 신뢰’를 얻었다. 보수건 진보건 절대적인 지지로 정치사에 보기 드문 정치적 입지를 확보했다. “국민들의 지지가 두렵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그야말로 불문가지(不問可知)인 것이다. 그만큼 국민에 대한 기대에 보답하고 희망의 비전을 주어야 할 책무가 당연히 주어졌음도 역시 불문가지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런 신뢰와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남북문제와 관련된 당초의 기대감이 점차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무엇인가 신뢰감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민경제의 위기감이 그 무엇보다 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갈망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 아니라 각종 적폐를 청산하며 새롭고 정의롭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향한
나름대로의 바람이었다. 늘 정치는 국민들을 괴롭히고 실망을 줘 왔기 때문에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감옥에 갔어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당위성을 보내면서 말이다. 최소한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담보하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에 이르는 길에 평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환호했고 그에 대한 신뢰를 지방선거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지내온 지난 8개월여이다.
그러나 이런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이 경제위기이며 실업대란이며 고용쇼크, 폐업대란이니 과연 이게 국민에 대한 보답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책을 어떻게 세워놓고 추진하고 있기에 국민들의 고통을 배가시키는지 답해야 한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업체와 영세자영업자들을 왜 더 이상 견디지 몰할 정도로 내몰고 있는지도 말이다. 어느 정도인지는 요즘 각종 암울한 지표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IMF체제나 금융위기 때를 방불케 한다. 통계청이 내놓은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8만 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겨우 5,000명 증가했다. 이는 2010년 1월 마이너스 1만 명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 증가폭이다. 실업자 수는 7개월 째 100만 명을 웃돌았다. 고용이 역대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도 90% 선이고 상반기 체감실업률은 11.8%로 공식실업률 3.7%를 훨씬 앞지르며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소득 주도 정책을 펴면서 경제·고용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민간 일자리마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도소매업, 숙박업, 제조업 등에서 경제의 중심인 40대 취업자 감소가 많은 것도 걱정스런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하니 67만 8천 명 취업준비생 중 30만 명가량이 공공기관 등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내수침체 탓에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급증해 한마디로 ‘폐업대란’이다. 호프·식료품은 매달 5%대 감소해 지난해 폐업자수가 무려 90만 8076명에 달하고 있다. 올해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초 동력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인력을 고용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곳곳에서 가족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월급마저 줄어들어 가정경제에 치명타를 당하고 있다. 폐업대란 아니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그야말로 경제는 난장판이 되어버리고 있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에다 고용이 바닥이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곳곳에서 연쇄적인 도미노현상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경제정책 해법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정부는 이 지경의 경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부처가 있고 청와대에 경제수석이 있고 일자리위원회가 있고 온 나라에 경제전문가 천지인데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방임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대의 허상을 쫒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며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정책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도 답변해야 한다. 이 쯤 되면 경제정책 실패로 경제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하고 과감히 교체해 좌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고름이 살이 되는 것이 아니다. 허황된 경제논리와 탁상공론으로 국민고통을 볼모로 국민경제를 시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중에 나가 자영업자들의 눈물과 통곡의 소리를 들어보라. 그 암울한 현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제 2, 제 3의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말이다.
느닷없이 국세청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전체 개인사업자의 약 89% 수준인 519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전체 법인의 70%에 해당하는 50만 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법인세·소득세 등을 제대로 신고했는지에 대해 내년까지는 별도로 따지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어딘지 개운치 못하다. “세무검증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겠다”라는 것인데 탈세를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방조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정당한 세금납부는 당연히 이뤄져야할 국민의 의무인데 무엇을 묵과하겠다는 것인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게 요즘의 고용, 실업, 폐업의 근본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비정상을 마치 눈감아주겠다는 식의 이런 것이 대책일 수 없고 해법일 수가 없다. 논리의 비약이자 책임전가일 뿐이다. 세금은 세금일 뿐이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여기에 비롯된 것이 아님을 모든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소득주도 정책 등 모든 경제정책은 국민들이 고루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윤활유가 되어야지 족쇄가 되면 이는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정책은 결코 존속될 수 없다. 작금의 고용대란, 실업대란, 폐업대란 등의 위기상황과 국민분노가 바로 이것을 말해 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며 일자리위원회가 발족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잊혀진지 오래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일자리 창출한다고 요란을 떨어놓고 이 지경이니 말이다. 그 돈은 다 어디에다 썼는지를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대책을 내놓아도 처방전이 되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고 그 때뿐인 정책만 난무하니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내놓은 정책마다 따로 국밥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등어리’ 가려운데 ‘발바닥’을 긁고 있으니 이런 모순된 경제정책과 처방전으로 과연 이 경제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국민들의 걱정과 한숨,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교만한 정권은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말로(末路)는 비참하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헛된 지지율 꿈을 버리고 다시금 국민을 바로 생각하며 위기의 나라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심지어 민주주의까지 걱정하는 국민들의 오늘의 모습을 냉철히 헤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