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단상(斷想)

충남도립대학교 김은희 교수

2019-08-05 09:07:00

▲     © 세종타임즈

 

그칠 것 같지 않던 장마도 때를 이길 수는 없었는지 볕이 들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밝은 햇살이 더없이 고마운데, 그렇다고 지난 장마가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시월이 되면, 경남 거창 남덕유산 자락에 둥지를 튼 지 2년이 된다.

 

장마가 한창인 때 잠깐 든 볕에 청양고추 7박스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었고, 해가 없으면 곡식이 영글지 않는 줄 알았던 초보 시골 사람에게 텃밭의 옥수수, 호박, 오이, 가지 등은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비가 오고 구름이 끼었다고 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우리들이 ‘옳다’고 확신하는 형상 뒤에 확실히 존재하는 불가지(不可知)한 세계를 우리는 아주 쉽게 ‘없다’고 단정한다.

 

내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나는 정말 아는 게 없다.

 

 

 

이곳은 해발 650m 고지대라서 비도 많이 오지만 안개도 잦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첫머리가 연상되는 날이면 정말 안개는 수십만 대군이 진격해 오듯 거대한 안개 먼지를 일으키며 온 골짜기를 집어 삼킨다.

 

그즈음 태어난 지 일 개월도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밭에 나간 남편의 뒤를 밟아 기어코 우리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목숨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생명을 부여받은 것들의 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아직 이름도 없이 ‘나비’라 불리는 새끼 고양이는 5일 만에 몰라보게 건강해졌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분주하기 그지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기댈 작은 언덕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서 퍼덕이는 물고기에게 수만 리 밖 거대한 장강(長江)의 물이 무슨 소용이랴. 일단 작은 생명을 살려는 놓았는데 원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윌슨과 베리)는 무척 예민해져서 낯선 고양이를 볼 때마다 하악질이다. 말이 안 통하니 ‘공생(共生)’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편은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에 오늘도 걱정이 태산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말 ‘태산을 짊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청소를 하다 달력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7월 24일 ‘방울이 입양(?)’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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