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이 던지는 메시지

김헌태 논설고문

2019-09-08 09:06:00

 

 

▲     © 세종타임즈

 

이솝 우화에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접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누구나 동화책을 통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양을 치던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두 번이나 거짓말을 해 마을 사람들을 속여먹었으나 세 번째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거짓말로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모두가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내용이다. 어린이 동화의 재미와 재치를 더하고 있는 우화는 그야말로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많은 풍자와 교훈의 뜻을 의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피소포스(이솝)가 지은 우화를 말하는데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어쩌면 그토록 오늘날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양치기 소년 우화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알리는 교육 자료로 더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어른 사회에서도 역시 거짓은 불행은 자초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교훈적인 사례로 쓰여 지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서 한번은 속여 먹을 수 있지만 거짓말도 자주하면 이는 불신으로 이어져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결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도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거짓은 위선이요 참이 아니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을 올바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고로 거짓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사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리라.

 

그러면 거짓말을 누가 왜 하는지 살펴보면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잘못된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법적으로는 위증이자 사기이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통하여 양치기소년은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양과 마을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비극을 자초하고 마는 것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사필귀정(事必歸正),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승자박(自繩自縛), 어불성설(語不成說), 이율배반(二律背反) 등의 용어로도 적용이 된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지록지마'(指鹿之馬)와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포장기법과 억지가 등장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포장하고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게 된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2심에서 정신병원에 자신의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라는 죄명으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다시 말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최종심에 따라 지사직의 상실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거짓말로 패가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요즘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 표창장과 관련 검찰은 조국부인 정경심을 사문서 위조로 기소했다. 즉 거짓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위조라는 것은 그야말로 허위로 꾸민 것을 말한다. 총장은 상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임을 했다고 해달라는 등 갖은 이유를 갖다 붙이고자 목불인견(目不忍見) 사태를 자초하고 말았다는 비난이 거세다. 한마디로 거짓을 말해달라는 것인데 임기웅변으로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비겁함과 위선이 자리하고 있다. 장관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거짓을 꾸며 눈과 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를 둘러싸고 보이는 치졸한 행태가 너무나 수준이하이고 과연 교육자가 맞는가 싶다. 동양대학교 총장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마치 거짓을 감싸주지 않았다며 비난하고 당사자는 아니라는데도 위조가 아니라는 억지 강변을 늘어놓고 이를 포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참으로 교언영색이 아닐 수 없다.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거짓인 위조냐 아니냐이다. 당사자 총장이 아니라는데 왜 총장보고 거짓을 말하라고 강권하는지 모를 일이다. 1차 거짓에서 2차 거짓을 낳고 있다. 그 거짓에 동참하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속임하자는 것인데 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남을 속여 불법으로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불법으로 이익을 얻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는 사기죄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살았다. 바로 이솝우화인 양치기 소년의 교훈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개념도 이를 통하여 배웠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이다. 이런 교육을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의 국민들이다. 그러나 교육자나 사회지도층이 거짓을 말하고 이를 위장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자 한다면 이는 이른바 위선이자 사기이다. 양치기 소년과 같다.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위인에 다름 아니다.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는 도덕과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남을 잘 속이고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문제로 넘어간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사회적인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미 중증인 심각한 정신병적 증세를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기전과자들을 보면 똑같은 수법으로 지속적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을 늘 접하게 된다. 거짓을 말하는 자들은 거짓말이 양치기 소년처럼 습성화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거짓과 진실게임에서 승자는 분명 진실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거짓말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며 척결대상이다.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뜬 구름 잡는 헛된 행태는 추악한 죄악이자 범죄이다.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에 다름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의 자세는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 강렬한 메시지를 고대 그리스 양치기소년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해 교훈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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