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연휴가 빨리 온 탓인지 귀성 귀경 모두가 그야말로 가면서 오면서이다. 추석민심은 그야말로 절제된 분위기에 쌓여 있었음을 보게 된다. 들녘에는 곳곳에 쓰러진 벼들이 태풍 링링의 상처를 그래도 보여주고 있다. 곳곳에 공원묘원에는 예나 다름없이 성묘객들이 대거 몰려 큰 혼잡을 빚었지만 귀경을 서두르는 모습이 어딘가 추석분위기가 예년과는 달라진 듯하다. 혹자는 썰렁한 추석이라는 표현도 하지만 일찍 찾아온 추석이 풍요로움보다는 다소 분위기가 다운된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기야 추분이 오는 23일이니까 본격적인 가을은 조금 남아있다는 느낌도 있다. 아직은 그야말로 이른 추석마저 가을처럼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로 “가을이 왔으되 가을이 온 게 아니다”라는 느낌이다. 가을장마에다 태풍에다 이른 추석이 겹쳐 시절이나 주변이 여물지 못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벌써 9월도 절반을 지났다. 참으로 빠른 9월의 지나감이다. 2019년도 3개월 반 정도만 남아있다. 이제 2019년을 정리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유수같이 지나가는 세월을 잊은 듯 사회는 온통 갈등과 분열, 불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서민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추석연휴가 썰렁한 분위기와 흉흉한 민심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추석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각종 격렬한 집회와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늘 들끓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곳이 콧잔등 아물 날이 없으니 이를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애꿎은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왜 이다지 대한민국 정치가 늘 격동과 시련의 연속인지를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국민들의 삶을 생각하기 이전에 오로지 당리당략과 이념논쟁, 개혁논쟁만이 난무할 뿐이다. 행복한 사회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다.
내년도 4월 15일에 제 21대 총선이 시작되니까 불과 8개월여 앞이다. 벌써부터 물밑 선거전이 본격화되었다. 내년 출마예정자들은 지역에 내려와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내년 선거를 앞둔 여야의 기 싸움은 아마도 거의 필사적일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만큼 내년 선거는 여러 가지로 상당한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의 셈법은 아주 극명하다. 국민들의 이분법적인 대립과 분열도 우려된다. 정치권의 줄 세우기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선거가 과열은 넘어 극단적인 분열양상과 불신의 골을 깊게 하는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벌써부터 진영논리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각 정당들은 내년 출마자들의 경합으로 진통은 물론 늘 선거철마다 그렇듯이 이합집산도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은 정치도 추래불사추임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낙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5만 명이 증가해 증가폭이 2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업자 수도 역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고용이 회복된다면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확대와 제조업 회복 덕이라고 하지만 지난 해 8월 취업자 수가 3천명으로 고용쇼크가 나타났던 기저효과도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 문제도 있다. 취업자가 늘어난 산업은 17만4천명이 증가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그리고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농림어업 등 순이었다. 하지만 감소한 산업은 제조업, 도소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금융보험업 등에서는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어 취업자가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미흡하다는 반응들이다. 우리는 단순한 취업자 수에 요란을 떨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청년실업이 해소되었다는 말을 듣지를 못했다. 경제상황이 좋아져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추래불사추이다. 체감경기가 싸늘하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면 일시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작금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반응들이다.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느끼는 취업전선은 추래불사추이기 때문이다. 과일과 곡식이 여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가을다운 풍요로운 가을을 느끼는 여유로움이 호들갑 떠는 조급한 마음보다 더욱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손함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