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정치인들의 비하발언이 잊히나 싶으면 터져 나와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이런 배경에는 평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제되지 않은 언어구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무심코 던지 돌이 개구리에 맞아 죽거나 치명타를 입히는 경우를 상정하면 될 듯싶다. 50만 환우들과 600만 명에 달하는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병마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가득이나 한평생을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한한 자괴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정신장애인 비하발언 일지를 살펴보면 지난 해 연말에 발단하여 연초부터 규탄집회가 열리며 장안을 뜨겁게 달궜던 것을 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해 12월 28일 오후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발대식 현장에서 내놓은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면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인가’ 싶을 정도로 보이는 그런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날 이해찬 대표는 ‘정신장애인’ 발언에 앞서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이 많아 저도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말하다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며 “제가 말을 잘못했다”고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애인단체들이 발끈하며 성토하고 나섰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올 1월 10일 전국 17개 지부 200여명이 국회의사당 앞을 찾아가 정신장애인비하발언을 강렬히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심지어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부적절한 비하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걷잡을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이해찬 대표는 결국 사과문을 냈다. 이해찬 대표는 “축사 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있다는 비유를 들었다”면서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사실 평소 자신의 성향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시 야당들도 장애인비하발언을 일제히 성토하는 논평을 일제히 내놓으며 부적절성을 강력히 성토하기도 했다.
문제가 또 터졌다. 박인숙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지난 16일(월) 청와대 앞 삭발식에서 자신이 의사라며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정신병자를 믿는 사람은 뭔가”라는 등등 부적절한 막말을 쏟아놓았다. 관련 단체들이 발끈하며 이는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행위로서 가족 앞에 즉각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작 자신은 소아과의사로서 정신분야 전공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마치 이해찬 대표의 비하발언을 성토하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형국이었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할 국회의원이자 의사인 공인이 오히려 편견 부추기며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막말로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환우,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분개했다. 나아가 박인숙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자질은커녕 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마저 갖추지 못한 인물로 국민들을 대표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성토하고 사과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박인숙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패이스북을 통하여 ‘정신질환 또는 장애를 가진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통하여 “조국장관과 그 가족의 끝없는 비리, 탐욕, 뻔뻔함, 거짓말, 불법, 편법에 너무 분개한 나머지 조국과 그 가족의 잘못을 지적하고 강조하려다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하게 되었다며 저의 이 잘못된 발언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역시 숙였다. 하지만 패이스북 사과의 수용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다.
여기에다 불을 지핀 유튜브 채널도 있다. 역시 성토대상이 되었다. 박인숙 국회의원의 정신질환자 비하발언과 관련 전국의 정신분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채널인 배승희 민영삼 유튜브 방송이 관련단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내놓아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유관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유관단체들은 배승희 민영삼 따따부따 유튜브 채널이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경 윤석열검찰과 관련한 방송 진행도중 배승희 진행자가 박인숙의원의 정신질환자 막말파문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근데 단체들 민주당 이해찬의원이 얘기할 때는 가만있고 한국당의원이 얘기할 때는 그렇게 하시는 줄 몰랐어요”라며 비아냥거리는 멘트를 하자 민영삼 진행자가 이를 맞받아 ”그것도 몰라요, 몰라요 조로남불“, 배승희 진행자 ” 하하하(조롱투로), 민영삼진행자 “ 그것도 몰라” 하면서 단체들이 마치 무슨 정치적 색깔을 갖고 있는 것처럼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하발언으로 즉각 사과하고 적절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단체는 이들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앞서 모두(冒頭)에서 밝힌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발언으로 해당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역시 뜨거운 감자이다. 정신장애인비하의 본질을 보지 않고 정치적 편견이 작동한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단체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사실 정신장애인 비하발언에 관한 한 여야정치인 불문이었다. 오산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의 막말 사태와 관련해서도 지난 7월 3일 오후 1시 경기도 오산시 성호대로에 위치한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산 사무실 앞에서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을 비롯하여 대한의사협회 최대집회장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신병원 개설과 관련 막말사태를 빚은 안민석 의원의 대국민사과 및 의원직 사퇴촉구 궐기대회를 갖고 강경투쟁입장을 천명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정신장애인 비하발언을 접하면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옛날부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한 치 혀가 사람을 죽게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이를 익히 잘 알고 지혜롭게 살았다. 이 말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무한한 교훈과 경각심을 함축의미로 담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지도층이자 공인이며 국민들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장애인들을 향한 부적절한 비하발언으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마음의 상처를 준다면 이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다. 비하발언을 내놓고 비난이 쏟아지면 마지못해 사과하는 그런 악순환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사과할 말을 왜 하냐는 비난이 거세다.
정신장애인들도 엄연한 유권자들이다. 이들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주인이다. 가족을 포함하면 6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간단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들은 감기처럼 질환을 앓고 병마의 고통을 이기고자 투병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모든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인권과 권익이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절실한 듯싶다. 이번 비하발언 사태는 무릇 공인은 이른바 ‘개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 언행을 조심하라는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