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에게 보낸 국민 환호

김헌태논설고문

2023-10-08 13:26:03

 

항저우 제19회 아시안 게임은 모처럼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태극전사의 멋진 모습에 국민은 환호했다. 금메달도 자랑스러웠지만, 동메달도 값진 모습을 보였다.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불태우며 이룩한 경기 장면과 결실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영을 비롯해 탁구, 양궁, 축구, 배드민턴에 이르기까지 뉴스타의 탄생과 최강의 기량을 선보였다. 만리장성의 장벽은 넘은 탁구 여자복식의 드라마는 국민에게 무한한 엔도르핀을 선사했다. 시상식 장면의 정겨움도 중국 대륙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기에서는 당찬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기 후에는 보여준 신유빈, 전지희 선수의 겸손함과 구김살 없는 순수함이 금메달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런 결실을 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준비과정을 거쳤을까 생각하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기쁨과 눈물이 교차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항저우 하늘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함께 즐긴 국민은 오랜만에 환호와 함께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느끼는 시간을 보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을 보면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보았다. 비겁한 경기 행태로 스포츠정신을 먹칠하던 모습이다. 바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 준결승전이었다. 경기 내내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거칠고 험악한 태클과 경기 자세는 추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승패를 떠나 축구 경기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행태는 박수는커녕 야유의 대상이 되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 하면 된다는 식의 비겁한 자세는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과 거리가 멀었다. 결국 도를 넘는 추한 반칙으로 퇴장당하는 수모를 당한 쪽은 우즈베키스탄 선수였다. 반면에 이에 당당하게 맞선 대한민국 선수들의 멋진 경기 모습은 더욱 빛났다. 그래서 승리의 감격도 컸다. 사실 중국과의 8강전도 마찬가지로 중국팀이 거칠게 다가섰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경기는 결과도 역시 패배자의 길이었다는 것이다. 정당한 승부야말로 승리의 기쁨도 배가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겁한 상대 선수들의 경기 모습과 자세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의 선수들의 모습에서 아름답지 못한 행태도 목도되었다. 특히 패배 후 북한 선수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참으로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탁구가 됐건 배구가 됐건 남북 대결 경기에서 패배한 북한 선수들은 참으로 무미건조한 악수와 냉랭한 표정을 보였다. 마치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이들의 경직된 자세는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여자 복식 탁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여준 여유 있는 밝은 모습과 대조되는 북한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은 어딘가 어색하고 밝지 못했다. 사실 은메달도 매우 값진 것임에도 그랬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패배한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들에게 살갑게 다가서는 우리 선수들이 오히려 멋쩍은 모습이었다. 승자와 패자의 진정한 격려와 축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양궁이나 다른 경기장에서는 패자나 승자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멋진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서지만 유독 북한만은 그렇지 못했다. 앙숙처럼 외면하고 퉁명스러운 겉치레 인사로 경기를 마감하였다. 우리 선수들의 환한 모습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멋진지는 탁구 시상식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정감 어린 배려장면을 보면 안다. 중국 대륙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동메달 시상 장면이었지만 금메달 시상보다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며 그 결과를 더욱 빛나게 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숱한 땀방울을 흘리고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멋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비겁한 경기 자세로 임하는 선수와 팀들은 박수받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는지 자못 궁금하다. 정정당당한 선거운동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여당과 야당이 늘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데 과연 정정당당한 논거를 갖고 대립하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당리당략에만 급급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페어플레이는 뒷전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안 게임이 바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르는 정치 자세야말로 바로 스포츠정신이나 태도와 마찬가지다. 반칙하지 않고 경기규칙을 준수하며 페어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와 선출직 정치인의 자세와도 비견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아시안 게임은 감동 못지않은 또 다른 커다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난마처럼 얽혀 싸움터 같은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 정치판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북한 선수들이 우리 선수에게 보여주는 냉랭한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정치 현장에서의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과 반목은 박수갈채는커녕 국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동 없는 대한민국 정치도 아시안 게임 시상대에 당당히 선 우리 선수들의 멋진 승리의 모습을 본받아 새롭게 거듭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 힘든 길을 걸어왔는지 우리 선수들의 값진 준비과정이 교차한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이룩한 이런 승리야말로 진정한 승리임이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우리 정치와 선거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인들도 국민 환호를 받으려면 법과 질서를 철저히 준수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한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치선수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아시안 게임의 환호는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값진 승리를 일궈내기 위해 투혼을 불태운 우리의 젊은이인 태극전사들에게 보낸 국민 감동의 선물임을 직시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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