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하모닉 센트럴파크 공연이 3년 만에 이루어져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5월 15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3년 만에 열린 뉴욕필하모닉 ‘콘서트 인 더 파크’ 공연을 찾은 5만여 명의 뉴요커들이 초여름 밤의 그레이트론을 가득 메웠었다. 특히 이날 공연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뉴욕필과 협연을 펼쳐 뉴요커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김 바이올리니스트는 센트럴파크에서 얍 반 츠베덴이 지휘한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했다.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환호했다. 김봄소리는 뮌헨 ARD 국제 콩쿨로 시작해 줄리어드 스쿨 콩쿨,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쿨 등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은 우리 대한민국의 보배같은 연주자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1873년 16년의 공사 끝에 완공된 미국 최초의 대형 도시공원이다. 150년의 역사를 가지며 현대 도시공원의 시발점이자 대명사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평지처럼 보이지만 작은 구릉지대와 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이곳은 베데스타 테라스와 ‘더몰(The Mall)이 있어 이름모를 연주자들이 공원관리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공연을 할 수 있다. 우리 예술가들이 부러운 이유가 된다. 여하튼 센트럴파크에는 인공 호수와 연못, 여러 개의 산책로, 2개의 빙상장, 동물원, 정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넓은 자연림이 있다. 더구나 외부 노천극장과 델라코트 극장이 있어 여름마다 ’햄릿‘ ’리어왕‘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린다.
그렇다면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시작된 축제는 어떨까? 우리도 예술의 전당과 호수공원이 있고 중앙공원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더구나 국립수목원과 박물관, 이응교가 있어 이것을 연결하면 센트럴파크 못지않은 멋진 문화 벨트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비단강(금강)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소리이다. 호수공원 수상섬에서 개막된 축제의 대부분은 음악이 주를 이룬다. 음악은 소리의 높낮이·장단·강약 등의 특성을 소재로 하여 목소리나 악기로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예술이다. 아무리 야외무대라 해도 들리는 연주 소리가 귀를 거슬리니 너무 아쉬웠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관객이나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까지 한 곳을 향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관객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아름다운 합창을 귓등으로 듣게 된다는 것이다. 뭐랄까, 이건 마치 호수에 사는 물고기를 위한 연주회처럼 보인다.
우리 귀에 들리는 음악에는 어떠한 규칙이 있다. ‘수는 만물을 지배한다’라고 말한 피타고라스의 말을 빌리면. 길이가 다른 두 줄을 튕길 때, 그 두 줄의 길이의 비가 간단한 분수로 표현될 때 듣기 좋은 화음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줄의 길이가 2:3이면 이 간격을 ‘완전 5도’라 하여 듣기에 가장 편안한 화음으로 알려져 있다. 이 피타고라스의 발견은 기하학이 아닌 수를 기본으로 하는 규칙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밝힌 최초의 사건이 소리과학의 발전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귀는 매초 고막이 흔들리는 횟수를 듣고 파동의 음높이를 인식한다.
한 대의 악기 연주에서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지만, 두 대의 악기는 연주할 때는 두 악기가 만들어 내는 위, 아래, 위, 아래 압력의 파동이 정확하게 서로 맞아 떨어져야 두 배의 파동을 만든다. 이것은 곧 음악을 연주하는 무대는 특성상 관객과의 친밀도, 음의 풍부성, 객석에서의 균일한 음질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계단계부터 객석의 음향성능을 예측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한 후 최적화된 음악당의 설계가 필요했다. 따라서 세종축제같은 규모의 개막식공연은 여기에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다. 차라리 중앙공원의 무대를 보완해 개막식 공연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세종축제 공연을 훌륭하게 기획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행사를 소화해내는 문화재단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