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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가 어느 때부터인가 총리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됐다. 이른바 인사청문회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년 6월 23일 제16대 국회가 인사청문회법(법률 6271호)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인재에 대한 정보력을 갖고 국정을 이끄는 정부에서조차도 인물선정이 결코 쉽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상당수 인물들이 청문회 절차를 거치면서 낙마한 경우가 역대정권에서 거의 차례대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좀 심하다.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장상과 장대환, 이명박 정부시절 김태호, 박근혜 정부 들어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등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인사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논문표절 등 갖가지 이유로 낙마하는 사태를 빚었다. 제대로 검증도 하기 전에 언론과 야당의 폭로 등으로 항복하고 말았다. 낙마파동, 인사 참사 등의 용어로 대변되었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도덕성, 전관예우 등 공직후보자로서의 흠결이 폭로되고 이를 견디다 못해 자진사퇴하는 후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사검증의 과정에서 이른바 치부가 들어나며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라는 의식이 팽배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매우 컸던 것도 사실이다.
비단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장관 후보자들까지 공직에 진출하려던 인물들의 낙마가 적지 않았다. 공정하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통해 흠결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이 공직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드러난 흠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은 그대로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다. 워낙 까다롭다보니까 대통령이 부적격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부분은 그대로 용인하며 인사를 강행해버리며 인사청문회의 검증기준을 하향조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치부는 국민들이 볼 때에도 인정할 수 없는 수준과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믿을 놈 없다’라는 의식이 팽배하고 검증을 통해 국민들조차도 수준이 낮은 부적격 인물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버젓이 장관으로 임명되고 우스꽝스런 사태로 그 자리를 물러나는 해프닝도 경험했다.
요즘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사전 검증작업이 한창이다. 예외 없이 벌써부터 부동산 투기니 병역검증이니 하면서 속살 파헤치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꼭 이런 검증에는 의혹을 살만한 일들이 꼭 도출된다는 사실이다. 다만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정상적으로 빚어질 수 있는 사안이거나 불가피한 병역면제 사례의 경우조차도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봐주는 식도 더욱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후보자들이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임명되었거나 낙마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도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지는 재삼 깨닫게 된다. 수도자와 같은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참으로 어렵고 힘든 길이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수준 높은 도덕적 의무이다. 오죽하면 지난번에 국무총리를 교체하려다 인물선정에 실패하자 현 국무총리를 그대로 유임시켜 이제껏 국정을 이끌고 있는 가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완구내정자는 충청권 출신으로 이번 정권 들어 자신감 있게 천거된 인물이라는 세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에 황당한 사안이 발생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른바 호남총리니 충청총리니 하는 지역 주의적 발상에 기반을 둔 황당한 총리론이다. 제1 야당의 중요인물인 문재인의원이 이런 주장을 제기하고 탕평이니 하면서 자기합리화 변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가볍고 수준이 낮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충청권 여당정치인들은 호남총리론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에 맞서 길길이 뛰며 충청도를 무시하는 망발이라며 온갖 수사를 총동원해 원색적인 성명서를 발표하고 성토했다. 그러나 이는 지역주의 대결구도로 끌고 가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일단의 제스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충청도, 멍청도 사례나 세종시 원안고수 사례 등에서 충청권이 결집하며 위용을 보여주었던 그 때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다는 의혹의 눈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전체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호남이나 충청도만을 위해 일하는 총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무총리가 출신지역을 위해 일하라는 그런 조항은 헌법 어디에도 없다. 국민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라는 것이 기본적이 책무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충청도 출신의 세계적인 인물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충청도나 대한민국만을 위해 일하는 총장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이완구 총리내정자가 충청권 출신이라고 해서 충청도만을 위해 일하는 총리가 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고자 지금 강인한 의지로 서슬이 퍼런 인사검증의 칼날을 마주하고 때론 부모로서 자식 때문에 눈물을 짓고 때론 투기의혹에 솔직 담백하게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당당한 검증의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충청권의 정치인이나 주민들도 소아병적인 지역대결구도의 언행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충청지역에서 훌륭한 큰 인물이 탄생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바로 설 수 있도록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충청주민들이 나라를 위하고자 하는 큰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나아가 충청주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대한민국의 승리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인사검증절차를 무난히 극복하고 충청총리도 아니고 호남총리도 아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이완구 국무총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인사청문회에서 명쾌하고 멋진 모습으로 검증절차를 무사히 마무리하길 충청도민들은 물론 국민들도 모두가 바랄 것이다. 이는 인사검증의 파고를 넘지 못해 낙마하며 가득이나 인물난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아온 이 나라에서 새로운 희망과 등불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향후 난마처럼 얽힌 대한민국을 위해 큰일을 하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역사적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