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도 계급인 사회

사람에게 먹는 것은 하늘이다

유태희논설위원

2015-11-02 10:03:00

 

▲     © 행복세종타임즈

 

 

먹는 것도 계급인 사회

 

 옛부터 우리는 '사람에게 먹는 것은 하늘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헌데 요즈음 먹거리논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26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소·돼지와 같은 붉은 고기를 발암가능물질 2A급으로 규정한 것이 문제로 불거졌다. 다름아닌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가운데, 국내외 가공육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음식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마도 머나먼 고대부터 음식의 차별화는 있었을 것이다. 먼저 보았거나 잡은 사람은 먹이의 분배에서 우위를 점했을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어쩌면 가장 사회적인 것이다. 또한 음식은 사람이 사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생명의 유지를 위해서이고 즐길 거리 중 하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식이 사회적인 이유는 음식이 사람과 사람간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데에도 있다. 우리는 만나서 식사를 하며 친해지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에서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규율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갖춘 노동계급을 양성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다. 각자 이윤 추구에 바빠서 사회 차원의 과제를 고려할 여력이 없는 개별 기업을 대신해 이러한 구실을 수행한 것이 바로 국가였다. 국가가 경제 자본의 주체를 대신해 총자본으로서 행동한다는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로 표현되는 최근 사회적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자기 노동력을 건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임무는 각 개인의 몫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미국 사회에서 비만은 이미 건강상 문제를 넘어서서 계급적·인종적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통계를 보면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기름기 많고 불건전한 음식을 먹고 수백 파운드에 이르는 체중과 심장 관련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은 대개 저소득층이나 유색인종이며,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이는 상류층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래서 먹을거리의 계급화는 21세기의 새로운 ‘사회변혁 키워드’가 될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로 먹거리의 계급화이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메르스사태에도 메르스는 가난한 저소득층의 문제이지 상류층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 병은 면역력과 관계가 있으며 나쁜 환경에서 힘든 일을 하는 저소득층이 대부분 메르스에 걸린다는 루머성 글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좋은 음식먹고 충분히 쉬면서 운동을 하는 상류층은 메르스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명박정부 초기 광우병 파동 때 나온 "나는 싼 쇠고기 실컷 먹고 죽을 란다"라는 말은 지금 또 다시 저항의 카피로서 등장할지 모른다. 나빠도 좋으니까 고기라도 실컷 먹고 죽겠다는 저소득층의 외침이 큰 반향을 불러올지 모른다.

 

작금에 사태를 살펴보면 음식산업이 근대사회로 접어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하면서 문제도 같이 잉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서는 사먹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음식산업의 상업화가 진행이 되었다. 또한 세계화 시대가 도래 하고부터는 전 세계에서 재배된 작물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햄과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가공육 소비도 급증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바로 먹는 것이 '계급화'된다는 것이다.

 

사회 계층에 따라 식품 소비 패턴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어느 나라나 있는 것이고,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것을 택하고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처지에 좌우되고 불평등은 몸에 상처를 남기고 결국 병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밥상’의 저자인 마이클 폴란에 따르면, 현대 사회가 형성이 되고,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영양적인 식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사람들은 즐겁고 맛있는 식사가 아닌 몸에 좋은 식사를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식탁에 몸에 좋은 식사가 올라오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몸에 좋지 않음을 알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질이 좋지 않은 고기를 먹게 된다면,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아니라 짜증나는 식사가 될 것이다.

 

그래서 대안을 찾은 것이 텃밭에서 찾았다. 마이클 폴란은 오늘날의 수많은 만성질환들은 음식의 산업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수의 습격에서 문제점으로 제시한 대규모 단일 사육과 재배 방식에서의 문제, 그리고 현대 사회에 들어서게 되면서 나타난 가공식품 등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병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마이클 폴란은 채소위주의 식사를 말한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이를 통해 만든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음식을 맞이한다면 행복한 삶은 열린다는 믿음은 아직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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