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한국영상대학교 연기과 교수 정인숙(배우)

2015-12-08 09:27:00

 

 

 

▲     © 행복세종타임즈


연극을 흔히 종합예술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작 연극의 요소에는 ‘배우 ․ 희곡 ․ 관객’ 셋 밖에 없다. 관객이 연극의 요소에 반드시 들어가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화려한 무대장치를 보여주거나 연출과 배우가 아무리 훌륭한 연극을 만들었다 해도 그걸 봐 주는 관객이 없다면 막은 결코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이 극장을 찾는 이유는 첫 번째 오락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고, 두 번째 뭔가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고, 세 번째 ‘자극’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처럼 ‘오락적 ․ 교육적 ․ 자극적’ 이유 때문이라 말할 수 있지만 좋은 연극이 되려면 관객들을 고루 만족시키기 위해 이 세 가지 이유들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일반 대중들은 앞서 얘기한 세 가지를 얻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연극을 보려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현장성’의 경험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배우의 현존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것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극의 매력이다. 이렇듯 직접성 속에서 집단 경험이 이루어지며 관객들은 영화나 TV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되는 셈이다.

  

관객을 단순히 ‘관람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관객은 재정적 후원자의 역할도 담당한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금에 의존하거나 티켓 판매를 하는 것이다. 극단이 지원금에 의존하는 목적은 흥행에 실패했을 경우 그 부담을 줄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연극을 제공함으로써 대중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연극은 대중에게 친근하지 못한데다 관람료마저 영화보다 비싸다. 따라서 일반 대중은 한 편의 연극을 보기보다 스케일이 훨씬 크고 값싼 영화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극을 보는 게 가장 유익할까? 연극을 보는 방법은 정말 따로 있는 걸까? 이들 물음에 답은 “없다.” 연극을 관람하는 데도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진 않다. 작품을 올릴 때 연출은 분명히 표현하려는 ‘무엇’이나 그 이유다운 이유를 갖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건 연출의 생각일 뿐이며 관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다고 하여 ‘틀렸다’고 지적할 순 없는 일이다. 연극을 자주 접하지 못한 관객이라 해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의 눈은 예리하고 냉철하다. 서투른 배우의 연기를 보면 교감이 되지 않음을 느끼고 냉정할 정도로 무관심하거나 속으로 야유를 보낸다. 그건 곧 관객이 ‘장면 관찰자’로서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출의 의도가 뭘까, 저 배우는 무엇을 표현하려는 걸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슬프면 슬퍼하고, 기쁘면 기뻐하고, 무서우면 무서워하고, 울고 싶으면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울 일이며 그렇게 순간 무대를 보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오늘 공연 보길 참 잘 했다’고 느꼈다면 그 공연은 좋은 공연이었을 것이고 ‘에이, 이게 뭐야 ~ ’란 생각이 들었다면 그 건 별로였을 것이다.

  

배우로서 내 공연을 보고 간 사람들이 그 공연을 생각할 때 마다 행복해 했으면 좋겠다. “그 공연 다시 안 해? 너무 좋았는데”라는 말을 들으면 설레기도 한다. 좋은 배우, 좋은 연극은 배우와 연출이 만드는 게 아니다. 당연히 좋은 희곡으로 ‘배우, 연출, 관객’이 하나가 될 때 의도치 않게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곧잘 질문한다. “연기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난 이렇게 답한다. “연기는 시스템도 아니고 특별한 방법도 없으며 그냥 자기 자신이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2015.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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