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갈등과 사회분열

김헌태 논설고문

2016-03-18 03:21:00

 

▲     © 행복세종타임즈

4.13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의 공천갈등과 진통이 심상치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극히 정제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같은 정체성을 갖고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말 헷갈린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나름대로 자기들의 잣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전쟁에서 빚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들을 볼라치면 과연 정도(正道)와 정법(正法)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이른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수법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다. 정당한 룰의 경쟁에서 승패가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듯한 정치판의 묘수(妙手)가 마치 알파고가 뒤에서 조정하는 듯한 묘수의 느낌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아무튼 총선을 코앞에 두고 피를 튀기는 살벌한 분위기로 벌어지는 혼탁하고 혼란한 정쟁의 소용돌이는 국민들이 한숨을 짓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자들도 등장하여 정치갈등을 넘어 국민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정당의 분열 못지않은 국론분열이 더 걱정이다. 국민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정치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형국이니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정치가 이처럼 겉도는 이유는 제몫을 다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단호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른바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식의 지역주의와 정당패권주의에 얽매이고 ‘보수냐 진보냐’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정치판에 이른바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오로지 거대 여당과 야당에만 연연하며 기타 정당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알릴 기회는커녕 어떤 정당이나 인물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정치현실이다. 어찌 보면 선거 초기부터 불공정을 깔고 경쟁을 시키고 있다.

 

유권자들은 거대 정당들의 혼탁한 모습과 이들의 이름만을 주로 듣고 선거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종편의 경우가 온통 그렇다. 그러니 기득권 거대 정당들의 교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벽보를 보아야만 아는 정당과 후보들이 즐비할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 선거라면 모두가 동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들조차 거대정당들에만 집중해대니 마치 이들은 마라톤으로 이야기하면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뒤따라오지 못하는 곳에다 놓고 출발시키는 불공정 경기 즉 불공정 선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불공정판에서도 유권자들의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른바 공천학살을 주장하는 이들이 자기 정당을 뒤쳐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다른 정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등장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혼란이다. 정치발전과 민주발전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가 정당들의 공천전쟁으로 자칫 사회분열과 혼란의 장으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있는 정치판이다. 유권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이처럼 불안정하다면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누구의 얼굴을 보며 나라의 미래를 맡겨야 할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가는 정치의 광장은 결코 교과서적으로만 순진하게 볼 수 없는 것 같다. 막강한 정치권력을 향한 정당정치의 지향점과 과정이 결코 단순한 셈법으로 헤아린다는 것은 정말 어림도 없다는 것을 이번 공천전쟁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잔인한 4월을 향한 3월의 소용돌이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와 민 낮을 그대로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결코 국민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줄을 잘 서고 당만 잘 타면 국회의원 배지를 거뜬히 달 수 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정치의 기득권 타파도 쉽지 않지만 이들의 배에 올라타기도 결코 쉽지 않음을 보게 된다.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말만 주인일 뿐 국민들을 딛고선 또 다른 주인이 되어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는 세상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정치인들의 마이웨이 세상으로 다가설까 두렵다. 다시 말해 알파고를 만든 사람은 인간인데 그 알파고가 다시 인간을 지배하는 그런 걱정 말이다. 물론 기우(杞憂)이길 바라지만 그저 기우로만 볼일은 아니다. 그런 정치의 조짐이 여야 정당들의 이번 공천과정에서 여과 없이 투영되었다. 이로 인해 자칫 향후 정당정치의 심각한 갈등과 국론분열의 부작용이나 후유증마저 우려된다. 

선거를 하는 이유가 나라의 일꾼을 바로 뽑아 선량들에게 국민의 일을 잘 대행해 달라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권력을 독식하는 놀음에 앞장서라고 하는 것이 선거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선거판을 만든다면 이는 시작부터 패가망신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자신들이 작금에 행한 공천행각이 정치적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어떤 심판을 내릴지를 분명히 보아야 할 4,13 선거, 20대 총선이다.

 

한 원로의 말씀이 생생하다. “나는 오랜 세월 이들이 잘되기를 열망하며 돕기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공천행각과 이중성에 분노하며 앞으로는 나의 생각을 접고 성토하는 자로 돌아설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공직에 오랜 세월 몸담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사회와 올바른 정치를 한평생 희원하던 한 원로의 말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던져주는 마이웨이 정치, 패거리 정치,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는 독선에 대한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합집산의 20대 총선은 보수와 진보와의 싸움도 아니요, 여야의 싸움도 아니다. 이는 정치갈등으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그릇된 정치, 잘못된 정치로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조장한 정상모리배(政商謀利輩)들을 퇴치해야 하는 싸움이자 주인인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에 대해 민주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일꾼을 올바로 선택하여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판을 바꾸어야 한다. 이번 총선을 통하여 정치개혁, 정당개혁의 새로운 시대를 국민 스스로가 기필코 만들어야 한다. 선거철에 날뛰는 정상모리배들 때문에 사회가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게 볼래야 볼 수 없는 국적불명의 정치행각들이 판을 치며 국민들의 마음을 참 아프게 하는 요즘이다. 선택은 이제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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