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노무현입니까?

논설위원 유태희

2016-05-23 09:08:00

 

▲     © 행복세종타임즈

 

며칠 전부터 세종시 길거리 여기저기에 플랜카드가 붙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종시는 노무현입니다” 이 플랜카드에 적힌 내용의 전말은 무엇일까?

 

이번 총선의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7선에 성공한 무소속 이해찬 당선인이 14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 시의원, 지지자 등 30여 명과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헌화, 분향했는데 이해찬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져 자살한 너럭바위 앞에 서서 "국가균형 발전 도시인 세종시에서 당선돼 오늘 이렇게 찾아뵙는다"고 인사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에 의해 탄생한 세종특별자치시는 비록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지만, 세종시와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종시는 노무현일까?

 

아무리 세종시를 만드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런 표현은 너무 정치적인 것은 아닐까? 1977년 박정희 전대통령도 행정수도를 이 근처로 옮기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의 원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너무 어법을 무시한다. 언젠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해서 학생들이 시험문제 답을 잘못 적었다는 말이 있었다. 낯설게 하기 위해 일부러 어법을 틀리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많다. ‘세종시는 노무현이다’라고 하면 세종시와 노무현이 동격이 된다. 예컨대 “I am a boy.” 라고 했을 때 번역은 “나는 소년이다”라고 한다. 곧 ‘나= 소년’이다. 나와 소년이 동격이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세종시와 노무현이 동격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국어교육을 전공했다는 교육의 수장이 그런 표현을 써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자라겠는가. 세종시는 세종시민의 도시다. 세종시를 지켜낸 것은 머리 깎고 투쟁한 원주민들이지 노무현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세종시는 원주민이다’라고 쓸 수도 없다. 세종시와 원주민이 동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이승만이다.

아니면 대한민국은 김구다.

 

이명박전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입법추진을 박근혜의 원안사수로 지금의 세종시가 지켜졌으니 새누리당이 ‘세종시는 박근혜다’라는 플랜카드를 붙인다면 어찌될까?

 

세종시는 정쟁의 장場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세종시는 세종시일뿐 각 당의 선전의 장이 아니다.

 

아울러서 지금 세종시에 노무현 연수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무현재단이 세종시에 노무현 연수원을 건립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해 봉하 마을에는 노무현 기념관.

서울에는 시민참여센터.

세종시에는 금남중학교 자리에 노무현 연수원과 호수공원에 노무현공원도 짓는다는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워싱턴의 기념관은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지금 세종시에는 유치원이 모자라 1천여 명의 학부모들이 유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 난리법석인데 그 건축비용으로 나라의 주인공들이 마음 놓고 배우고 뛰어 놀 수 있는 시설을 지을 수는 없을까?

 

노무현 전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과연 노무현 관련시설을 이렇게 여러 개 짓도록 했을까?

그래도 내일 비가 온다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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