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각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

논설위원 유태희

2016-06-07 08:11:00

 

▲     © 행복세종타임즈

1.

우리가 말하는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다. 얼 골은 혼魂의 얼과 모습形態의 꼴을 말한다. 즉 '얼의 꼴'은 다시 말하면 영혼의 모습을 말한다. 사람의 영혼에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대개 얼굴은 자기의 내면에 모습이 어떠한가를 나타내는 척도요,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국립박물관에 가면 동물의 얼굴과 비교한 인간 얼굴에 대한 습작Etudes sur la physionomie de l'homme dans ses rapports avec celle des animaux이라는 아티스트 샤를 르 브룅(Charles Le Brun)의 작품이 있다. 인간과 동물의 얼굴을 대비시켜 특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서로 비교한 작품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만 얼굴(prosōpon)이 있다고 했다, 그렇듯 새의 얼굴이라거나 소의 얼굴이라고는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얼굴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판단하고자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페르소나persona의 사전적 의미는 ‘인격’ ‘위격位格’ 등의 뜻으로 쓰이는 라틴어다. 하지만 본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말은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워낙 여러 본질이 섞여 있어 객관적 파악이 쉽지 않다. 다양한 색깔이 촘촘히 배열된 빛의 스펙트럼 같은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한 인간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체성正體性identity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이다. 정체성은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함의한다. 정체성은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세상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자각을 한다. 그러면서 정체감의 형성 과정에서 아동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소망, 사고, 기억, 외모 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기의 정체성을 갖는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오고 얼굴의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더불어서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인간이 종교를 갖는 것도 정체성 형성과 연관이 있다. 신과의 관계 설정이나 우주와의 관계 설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존재의 안정감을 유지하며 삶의 부조리나 희로애락을 처리해 나간다. 정체성은 철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인데 인터넷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정체성 문제도 다각도로 조명되었다. 오프라인에서의 인격과 온라인상에서의 인격이 전혀 다르게 자신의 삶을 연출할 수 있게 되면서 당사자도 어느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인지 혼란스러워지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가 탐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자기의 정체성에 확신을 갖게 한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성형공화국이라 부른다.

 

 2.

우리나라는 마치 영화의 보여주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온 사람들이 성형에 관심을 갖고 서구형 얼굴을 추구한다. 한국적인 우리들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서양미인이 못되어 안달이 난 형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쌍꺼풀이 없고, 길고 위로 살짝 올라간 눈, 튀어나온 광대뼈, 너무 높지 않은 코,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알맞은 작은 키가 미인의 절대 기준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우리들의 인식에 자리했던 미인의 기준은 어느새 높은 코와 쌍꺼풀진 시원한 눈, 하얀 피부의 얼굴이 미인의 기준이 되었으며 그들을 우리는 또 인조인간이라 부르는 불편함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보여주는 비주얼의 현시대와 상업적 매스미디어들의 합작품이거니와 아무소리도 없이 수수방관하던 그 잘난 어른들의 탓과 균형을 생각하지 않은 교육구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 세태를 반영하듯 요즈음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갈수록 더 늘고 비싼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성형 계까지 든다고 한다.

 

원래 성형수술은 상해 또는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인체의 변형이나 미관상 보기 흉한 신체의 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회복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가 성형대국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연예산업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하면서이다. 그래서인지 인턴의사 전공의 1지망 1순위가 성형외과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의 강남에서 술집 식당 카페 옷가게 다음으로 많은 것이 성형외과라고 한다. 이런 기형적 성장은 현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미성년자는 3개월, 성인은 7일의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갖는다. 호주의료위원회MBA는 9일 성형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환자들의 불만도 크게 늘자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내놓았다. 새 지침에 따르면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성인들에게는 사전에 7일 동안 곰곰이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했다. 특히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3개월간의 숙려기간과 함께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일반의GP 등의 상담을 거치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보톡스처럼 주사를 통한 물질 주입을 처방하게 될 경우 의사들에게는 미리 대면 혹은 최소한 화상을 통한 상담을 의무화했다. 아울러서 의사들의 경우 마취 수술을 하려면 응급의료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수술 후 보살핌과 관련해서도 확실하게 책임을 떠맡고 있다.

 

이 밖에도 의사들은 상세한 수술비용 정보를 서면으로 발행해야 하고, 의사들이 이 지침을 어기면 징계에 회부되며 최악에는 면허 취소도 감수해야 한다. 호주 당국자들이나 전문 의사그룹에서도 모든 수술은 심각한 것이고 환자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조치를 강구했다는데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발의가 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기 불필요한 성형을 하다가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일 정부도 최근 청소년에 대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지난 2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기독교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PD)이 차기 정부에서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치료 목적 이외의 성형수술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타이완 정부도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를 이유로 들며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미용성형 수술을 금지했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2009년 12월 18세 이하 청소년의 가슴성형수술 또는 다른 성형수술 금지법안을 입법화한 적이 있다.

 

우리도 여기에 발맞추어 획일화된 미의 기준과 외모 지상주의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동을 거는 입법 움직임도 뒤따라야 한다. “청소년 시기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미숙한 상태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아닌 매스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을 보여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거기에 어른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외모지상제일주의에 빠져 있는 아랫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대통령도 성형외과 도움을 받는다고 수군댄다. 하기야 대통령이 여자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외순방외교에도 많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그까짓 보톡스 한 대 어떠랴, 하지만 문제는 모든 국민이 대통령의 얼굴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적 행위뿐 아니라 도덕적 사회적 총체적인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의 최고 통치자의 처신이 문제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총리에게 세계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까닭을 보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어떻게 살 것인가?

 

3.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눈으로 자신을 조각한다. 인간은 성형을 통하여 자기신체에 자기결정권을 신이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다시 성형의 발달로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외모를 부정하고 스스로 원하는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인류에게 있어 또 다른 해방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성형을 "칼을 사용하는 정신의학"이라고도 부른다. 2009년까지 전 세계 3만여 명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1,729만 5,557번의 수술을 치러냈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수술을 받은 이들은 꿈꾸던 결과를 얻어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결국 상대방에게 호감과 경쟁력을 얻기 위한 성형은 타인의 욕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타인의 욕망에 따라 자신의 육체를 개조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결정권은 역으로 상실된다. 피그말리온이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면 성형수술을 통해 생명 있는 육체는 조각으로 변질된다. 그것도 스스로를 투영한 조각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반영한 조각으로 자기의 진짜 몸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성형수술을 하는 동기는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향상 의지보다 남들의 시선에서 나온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성형수술건수로 우리나라가 인구 1천 명당 13.5건, 세계 1위다. 2위가 그리스 3위가 이탈리아 4위가 미국 순이었다. 이 얘기는 도시에 사는 19세에서 49세 사이 한국 여성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성형수술을 받은 셈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시술 건수가 가장 많은 것은 지방 흡입술, 바로 비만 관련 성형수술이었다. 2위는 가슴 확대술, 3위가 쌍꺼풀 수술 순서였다. 많이 하는 성형수술의 부위도 나라별로 달랐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코 성형이 유독 많았거니와 한국은 이제 높은 코와 쌍꺼풀진 눈을 가진 똑같은 미인들을 가지게 양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에선 이미 법안으로 금지 시켰고 미국에서도 조차 성형광고를 좋게 보진 않는다. 미디어에선 연예인들이 신선하게 성형을 밝히는 게 미덕인 것처럼 포장해 속의 완성이 아니라 겉의 화려함을 추구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꺼림직 하고 뭔가 명쾌하지 못하다. 결국 그게 그대로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대한민국은 성형대국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알맹이는 없고 겉의 모방된 모습만 있다고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속보다 겉의 화려함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에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진실의 그것을 목표로 하고 지향해야 할 것이다.

 

處其實不居其華

故去彼取此

 

도덕경에도 진실한 곳에 거하지 화려한 곳에 거하지 않는다했다. 겉의 화려함에 속지 않고 도리에 취할 뿐이다.

 

참뜻의 이름 없든 있든 道名無有

길이 길 되면 같은 길 아니며 道可道非常道

이름이라 이름 붙어 같은 이름 아니다 名可名非常名

 

즉, 어떻게 취해야 할지를 알고 그에 따라서 취한다는 뜻이며,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부모가 쌍꺼풀을 해주는 것은 어른의 짓이 아닌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무분별한 성형은 절제되어야 하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인 것이다.

 

설사 관상이 안 좋아서 운명이 정해져있다 하더라도 결국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남을 위하는 보시공덕과 습관, 그리고 용기다. 그리고 아무 재산이 없더라도 줄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이 정신 육신 물질 세 가지의 방면으로 공덕을 쌓는 일이니 이만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