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이 체감하는 소비 진작 효과의 양극화 분석

김헌태논설고문

2025-07-27 07:21:38

 

 

 

 


전 국민 소비쿠폰, 기대 속에 시작되다

지난 7월 21일부터 본격 지급된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 소비쿠폰’은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민생 회복 정책의 핵심축이다. 비수도권 3만 원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5만 원이 추가 가산되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1인당 최대 55만 원이 지급된다, 무려 총 13조 9천억 원이라는 전례 없는 예산이 투입된 이 정책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 여력을 키워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목적 아래 시작됐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이 주어지며 생계안정과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일부 마트, 프랜차이즈 직영점, 편의점 등은 쿠폰을 활용하는 젊은 층의 발길이 늘며 빠르게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홍대, 대전 유성의 장대동 먹자골목 등은 주말마다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며 ‘소비쿠폰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직영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쿠폰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젊은 층의 이용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편중된 소비 효과, 재래시장은 외면당하다

그러나 소비쿠폰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는 말과 달리, 그 실질적 효과는 모든 시장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기대한 재래시장, 전통시장, 영세상점들의 회복세는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대전 중앙시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망원시장 등 일부 시장 상인들은 “쿠폰 쓴다는 손님은 많지 않고, 정작 현금이나 카드만 고집하는 기존 단골도 줄어들었다”라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소비쿠폰의 사용처에 대한 홍보 부족, 사용 편의성의 차이, 그리고 중장년층 고객층 중심의 재래시장 특성과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점은 POS 시스템이나 키오스크·테이블 오더 등이 없거나 결제방식이 단순해 모바일 기반 소비쿠폰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일부 영세상인은 QR코드 결제조차 익숙지 않아 ‘쿠폰 받고도 쓸 데가 없다’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소비 양극화 현실화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의 상대적 소외는 단지 결제 인프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비패턴 자체가 프랜차이즈 중심, 젊은 층 중심, 도심 상권 중심으로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주말이면 대전 유성구 장대동 일대 주점과 식당가엔 젊은 인파가 몰려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였지만, 그 바로 옆 전통시장 구역은 여전히 한산한 풍경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도 본사 직영점과 가맹점 사이에 매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제도에 친화적인 업종만이 소비쿠폰 효과를 누리고, 취약한 상권과 낙후된 상점들은 오히려 체감도 없이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쿠폰의 본질, 정책 목적과 괴리

소비쿠폰 정책은 단순한 소비 촉진이 아니다. 본래의 의도는 서민경제 회복과 골목상권 지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비 흐름을 보면 본래 정책 목적과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가 대형마트나 브랜드 매장에서도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의도치 않게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은 “우리는 쿠폰 혜택 대상도 아니고, 손님도 늘지 않는다”라며 되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정책 설계 초기 단계에서의 섬세한 소비 동선 분석, 대상별 구체화가 부족했음을 드러낸다.

 

소비쿠폰 정책의 허점과 맹점들

먼저 홍보 부족이다. 쿠폰 사용처, 신청 방법, 제약 조건 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제 사용률이 낮은 계층이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과 정보 취약계층은 정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다음은 사용처 제한이 불명확하다. 가맹점 등록이 안 된 영세상점은 쿠폰을 받을 수 없어 정책에서 소외된다. 이외에도 결제 인프라 격차가 크다. 모바일 기반 결제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시장 상인들이 많아, 소비자와 상인의 인식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 편차가 드러나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상권은 수혜가 집중되고, 농촌 및 소도시는 정책 실감도가 낮다.

 

진짜 소비진작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쿠폰 사용 가맹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QR결제, 모바일 결제 교육 및 장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쿠폰 사용처에 대한 지역별 상한선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즉, 일정 비율은 전통시장·소상공인 업소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셋째, 쿠폰 사용 후 인센티브 제공 방식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 사용 시에는 추가 포인트 제공 등의 보상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 유인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쿠폰 이외에도 영세상인을 위한 임대료 지원, 세금 감면 등 정책적 연계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단발성 소비 진작만으로는 소상공인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정책은 늘 숫자보다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소비쿠폰 정책이 단지 통계상 ‘소비 증가율’만을 목표로 한다면, 그 효과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비가 누구에게 가고 있는가, 어디서 소비되고 있는가, 어떤 경제 층이 그 혜택을 체감하는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다.

특히 이번 소비쿠폰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민생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적과 효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으려면, 정책의 설계부터 실행, 사후 보완까지 정치적 의도보다 국민 체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민생의 온도는 재래시장에서 드러난다

진정한 민생은 정부의 탁상이 아닌 전통시장 골목길에서, 식당 주방에서, 작은 편의점 카운터에서 체감된다. 소비쿠폰은 그 민생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중심을 더 작고 약한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소비쿠폰은 ‘돈을 뿌리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정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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