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길, 국민 통합이 우선이다

김헌태논설고문

2025-04-04 15:46:47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고 파면이 선고되면서 대한민국은 초유의 헌정사적 국면을 맞이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 결과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통합과 국가 운영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파면되었다. 헌법 제68조 2항에 의거하여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6월 3일 이전에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순한 권력의 교체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지켜내는 중대한 전환기이자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대화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단 하나, 바로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의 본질 회복이다.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사회는 분열되어 있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거리로 표출되었고, 도심 곳곳에서는 격렬한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분노와 증오, 극단적 언행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는 현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파면 선고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긴급 담화를 발표하며 국가 안정과 질서를 호소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분열된 민심을 단시간에 봉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탄핵에 찬성한 이들은 헌법 질서 수호와 책임 정치 구현을 외치며 ‘정의’를 말하고, 반대한 이들은 정치적 음모와 편향된 판단을 지적하며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정의와 자유가 충돌해서는 안 된다. 정의는 자유를 보장하는 토대이며, 자유는 정의 위에서만 온전히 설 수 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가장 먼저 상처를 입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는 국가적 사명

대한민국은 이제 두 개의 길 앞에 서 있다. 하나는 분열과 갈등의 길, 또 하나는 통합과 미래의 길이다. 전자는 짧은 분노의 발산으로 사회적 불신과 국가적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고, 후자는 아픔을 감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길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국민 통합은 정치인의 말 한마디, 언론의 기사 한 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지도자들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을 다하며 겸허히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로 민심을 갈라놓기보다, 사실과 품격 있는 논조로 국민의 눈을 열어야 한다. 국민은 냉정한 판단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증오보다 화합을 선택해야 한다.

선거는 또 다른 분열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집권 정당의 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분기점이다. 이 선거는 갈등과 보복의 정치를 멈추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대전환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쪽의 지지로는 결코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절반이 아닌 전 국민을 끌어안는 포용의 정치만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당과 후보들은 증오와 혐오의 언어를 삼가야 한다. 상대를 공격하고 국민을 편 가르는 유세가 아닌, 나라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언행의 품격이 곧 정치의 품격이다. 국민은 이러한 정치인에게 투표해야 하며, 오직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

이 혼란의 시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헌법이고, 민주주의이며, 국민이다. 헌법은 나라의 뼈대요, 민주주의는 숨결이며, 국민은 그 자체가 나라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국민적 갈등은 제도와 절차에 따라 치유되어야 한다. 길거리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제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 어느 진영에 서 있든, 하나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상처를 주고받기보다 상처를 보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애국은 정권이 아닌 나라를 위하는 것이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견을 품을 줄 아는 품격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을 가진 나라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늘 새로운 길을 찾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갔다. 이번 탄핵과 선거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함께 손을 맞잡을 시간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서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미래를 향해 걸어갈 때 비로소 이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정치인은 그 길을 열어야 하고, 국민은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다. 국민이 깨어 있다면, 이 나라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더 강하고 더 아름다운 나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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