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의 3월은 자기소개의 달이다. 지난 한주동안 대학 강의실에서 신입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키워드로 자기소개하기’ 미션을 부여하자 학생들은 이름을 말한 뒤 자연스럽게 MBTI 유형을 밝혔다. "저는 INTP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처음에는 말을 잘 못 거는 편이라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ENFJ예요. 지금은 처음이라 조심하고 있지만 조금 지나면 엉뚱한 매력을 발산합니다"라며 저마다 자신의 MBTI 유형에 덧붙인 자기소개를 했다. 유형을 언급하자 며칠 동안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와 같은 유형이네’ 하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이제 MBTI는 젊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사람의 성격을 에너지의 방향, 정보수집 방법, 의사결정 기준, 생활양식등 네 가지 기준을 통해 분류하는 성격 유형 검사다.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의 조합으로 총 16가지 유형이으로 구분된다. MBTI는 단순한 성격 테스트가 아니라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융의 이론을 근거로 만들어진 성격검사 도구이다. 개인의 성격특성을 짧은 시간안에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소통 방식과 문제 해결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TV 예능에서도 출연자에게 "MBTI가 뭐에요?"라고 묻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대학가에서는 친구를 사귈 때도,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MBTI 유형을 먼저 확인하며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반적인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이러한 문화가 아직 낯설다.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MBTI를 따지는 거야?"라고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MBTI에 대한 호불호를 따질 때가 아니다. MBTI를 모르면 젊은 세대와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중장년층은 MBT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MBTI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퇴직 후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이들에게 MBTI는 가족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MBTI 유형이 뭐니?” 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긴 시간 대화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MBTI 유형의 특징을 활용하면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형(F)인 자녀에게 논리적으로만 조언하기보다는 공감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내향형(I) 배우자가 조용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다. 이제 중장년층도 ‘MBTI 유형이 뭐에요?’ 라는 질문에 “ISTJ입니다.” “ESFP입니다” 등으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칼럼니스트 MBTI커뮤니케이터 소개
충남도립대학 교양과 외래교수
2006년 MBTI를 접한 후 2008년 MBTI 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그후 약 20년간 MBTI를 일상에서 적용하고 있다. MBT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제대로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됨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공공기관, 기업, 대학 등에서 MBTI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