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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찾아왔다. 혹독한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이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한숨과 기대가 교차한다. 새해 첫 달이 차가운 현실을 각인시켰다면, 2월은 그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은 어떤 자세와 각오로 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가?
혹독한 1월, 시련의 땅이 된 대한민국이다. 지난 1월,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이 마비되었고, 경제 활동은 위축됐다. 영하 17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난방비가 폭등했고, 소상공인들은 줄줄이 폐업을 고민해야 했다. 한파 속 길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후만 얼어붙은 것이 아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는 국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경색으로 '영끌' 대출을 감행했던 이들은 이자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좌절하고, 중장년층은 은퇴 후 불안한 노후를 걱정한다.
정치권의 모습은 더욱 참담하다. 여야는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했고, 대통령 탄핵 시도와 끝없는 정치적 공방 속에서 국정은 표류했다. 민생 법안들은 국회에 발이 묶였고, 민심은 점점 더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져갔다.
2월이 도약의 기회인가 침체의 연장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을 준비하는 달이다. 춘분을 앞두고 대지는 서서히 녹기 시작하지만, 우리 사회의 동토는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은 더욱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경제 회생이 시급하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대기업조차 투자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노동 개혁과 연금 개혁 같은 시급한 현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하는 사이,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안보 상황도 심각하다. 북한은 연초부터 도발 수위를 높이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국익을 수호할 수 있을지, 2월은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희망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이겨냈다. 우리 민족은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DNA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시련 역시 우리의 저력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이제 국민이 모두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치가 혼란스러우면 시민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하고, 경제가 어렵다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개인의 생존만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도모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저력이 있다.
2월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의 봄이 될지, 더 깊은 침체의 연장이 될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혹한의 계절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좌절만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단단한 의지여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떤 2월을 만들어갈 것인가?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시간을 맞이할 것인가? 2월이 왔다. 결단과 실천의 시간이 도래했다. 우리가 모두 희망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