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설 명절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휴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인 설은 가족의 화합과 전통의 계승,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특히 정치적 격변과 경제적 불안이 교차하는 현시점에서, 설은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가족과 함께 안정을 찾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회복을 도모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 속에서 이번 설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으로 설은 가족과 친지가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새해의 시작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세배와 덕담을 나누고, 떡국을 함께 먹으며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었다. 특히 설 대목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연중 최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황금기였다. 제수용품과 선물 세트 판매가 급증하고, 전통시장은 설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다. 그만큼 설은 설렘으로 가득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설 대목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소비 행태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전통적인 설 명절의 풍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은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들의 입지를 더욱 좁혔고, 비대면 명절 문화의 확산은 전통적인 명절 풍습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난, 그리고 특이한 휴무 일정이 겹치면서 설 명절에 대한 기대감마저 크게 감소했다.
정부가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31일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함에 따라, 이번 설은 최장 9일의 연휴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장기 연휴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관광업계는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우려로 가득하다. 소상공인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요 전통시장의 설 대목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징후를 보인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소비 행태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디지털화가 전통적인 설 대목 장사를 위협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최근 몇 년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공격적인 할인 행사는 가뜩이나 어려운 전통시장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대목 준비를 위한 재고 확보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상인들의 하소연은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은 설 명절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과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예산 집행 지연은 소상공인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각종 경제 정책의 표류는 시장의 신뢰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소비 심리의 급격한 위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여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각종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정치적 상황이 소비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특히 주요 교역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 연휴를 통한 내수 진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할인 쿠폰 정책을 도입하고,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며, 주차 및 편의시설 확충을 통해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명절 기간 매출에 대한 한시적 세금 감면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설 연휴 기간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화폐 사용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임대료 안정화도 도모해야 한다.
이번 설 명절은 전례 없는 도전 속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급변하는 소비 행태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동반한다. 9일이라는 긴 연휴는 내수 경제 회복과 국민적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한다면, 이번 설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도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때다.
설 명절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경제적 풍요나 휴식에 있지 않다. 가족과 이웃이 서로를 돌아보고, 공동체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설 연휴가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확인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