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그 출구는 어디인가?

김헌태논설고문

2025-01-11 16:16:30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 세대 간 갈등, 이념 간 충돌로 국민들은 피로감에 지쳐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3%가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치권의 대립은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고 있다. 민생 법안들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각종 개혁 입법은 여야 간 갈등으로 인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국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 지표 역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 환경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3%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경영 위험 요인"이라고 답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 년 동기대비 약 3% 내외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정확한 연간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업종의 경우 폐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 업종의 폐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중대형상가 전국 평균 공실률이 12.7%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가 23.8%로 전국 1위이고, 충북이 19.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세종시는 한솔동ㆍ나성동 집합상가의 휴·폐업 증가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공실률이 집계됐다. 세종시는 중대형상가 전국 평균 공실률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다. 대구, 광주 등 다른 지방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장기간 흉물처럼 방치된 상가가 전국에 즐비하다.

 

건설업계는 요즘 몰아닥친 한파 못지않게 혹독한 한파에 직면해 있다.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약 5만 8천 가구로, 2019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무려 1만8,644채이고 대부분이 지방에 포진해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로 버티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연쇄 부도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줄도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건설근로자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가계부채도 천문학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으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모 시중은행의 금융지주 회장은 높은 환율과 내수 부진,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4년 0.31% 수준이던 관련 회장의 소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새해 0.34%까지 뛸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설 연휴를 맞아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임시공휴일로 경제 전체에 생산유발액 4조2,00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6,300억 원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후퇴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3으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이던 지난 2020년 3월 18.3포인트 떨어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청년 실업률도 높아가고 있고, 체감실업률은 25%에 육박한다. "끼니를 줄였다"라는 20·30세대가 31.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는 청년층의 고단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내수진작 효과는 설 이후 드러날 것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작금의 현실에 걸맞은 민생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이 나와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특별 금융지원과 함께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창업기업 법인세 감면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금 증액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제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권의 각성이다. 여야는 하루속히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통합기구를 설치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층 주거 안정 대책,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 개혁,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 등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업들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노동자 처우 개선, 상생 협력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기업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시민사회도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를 줄이고 건전한 토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을 지니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그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지금의 난관도 국민적 단합과 지혜를 모은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시민사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립이 아닌 협력, 분열이 아닌 단결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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