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연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 어쩌란 말인가?

김헌태논설고문

2024-12-22 13:55:35

 

 

 

2024년의 연말이 찾아왔지만, 대한민국의 거리와 상점가는 예년과 같은 활기를 잃었다. 계엄 사태 이후 경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지만, 올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실종된 연말 자영업자들은 신음하고 있다. 연말 특수는커녕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이들이 처한 난맥상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빙하기’에 빠진 자영업 경제가 위기 상황이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는 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되었다.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정치와 경제 상황에 지갑을 닫았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두 배의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와 운영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 씨는 “이맘때면 단체 예약으로 가게가 북적였는데, 올해는 예약이 거의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매출이 평균 88.4% 감소했으며,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실태조사에서도 46.9%가 계엄 사태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분위기를 살려줄 송년회나 단체 회식이 대거 취소되고, 여행객들의 투숙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매출 회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부산의 한 소상공인은 “매출이 줄어들어 직원 월급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미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연말 분위기는 사라졌다. 명동, 강남 등지의 상권은 한때 붐볐던 쇼핑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특히 연말 특수를 노리던 소상공인들은 단체 모임 취소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전통주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평소 연말이면 12월 매출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전, 충남, 세종 등 충청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전의 은행동 상권은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세종시의 상가 공실률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계엄 사태 이후 단체 예약이 거의 사라졌다. 겨울방학 시즌에 가족 단위 손님을 기대했지만, 예약은 지난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세종시는 연말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공실률 상승과 소비 심리 저하가 맞물려 상권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 충북 또한 연말 경제 침체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주의 주요 상권인 성안길은 한때 붐비던 거리였으나, 지금은 상점들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연말 매출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충북의 한 소상공인은 “손님이 없어서 매장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정치적 불안정성과 연말 경기침체를 극도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혼란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정책 결정이 지연되면서 내수 진작과 경제 회복을 위한 적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하고,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 운영자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객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상점들의 연말 할인 행사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황은 지역 경제와 골목 상권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급 궁여지책으로 지역화폐나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춘천시를 포함한 강원도는 지역 상품권을 대대적으로 발행해 소비를 촉진하고 있으며, 전북 정읍시는 민생 회복지원금을 지급하며 지역 내 소비 진작에 나섰다. 충북 지역 또한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며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소비를 장려하고 지역 내 순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궁여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천에서 지역 상품권을 활용해 자영업을 이어가는 이 모 씨는 “상품권 사용으로 매출이 약간 늘었지만, 전체적인 매출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품권 발행은 일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상품권 발행으로 인해 재정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내수경기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자, 전국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원도는 긴급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품권 발행을 확대했으며, 전북 정읍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민생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금을 지급하며 위축된 경기를 살리려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소비 진작과 내수 회복을 위한 대책들이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근본적인 경제 기반의 붕괴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첫째,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환경이다. 이를 위해 세금 감면, 임대료 지원, 그리고 대출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예컨대, ‘안심하고 소비하세요’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셋째, 지역 상품권 정책을 보완하고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발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권 사용처를 늘리고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상품권 정책과 연계한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상생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과 디지털화 지원으로 가능하다. 예컨대, 온라인 플랫폼과의 상생 협력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지역 가게를 이용하고,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비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에 나서야 한다.

 

올해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고 암울하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그리고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적은 노력이 모여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종된 연말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다. 정치적 안정도 절실하다. 대내외 신인도를 높이면서 바닥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이 길을 향해 함께 노력할 때, 2024년의 연말의 거리와 상가들은 더 따뜻하고 희망찬 모습으로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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