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 사라지는 상권과 고통받는 자영업자들

김헌태논설고문

2024-09-21 05:51:57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자영업 폐업률과 함께 상가 공실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국의 주요 도시들이 고통받고 있다. 서울, 세종시, 대전과 같은 주요 도시는 물론 지방의 관광지까지도 상업 활동이 급격히 쇠퇴하며 '유령 건물'이 늘어나는 현실이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자영업의 어려움과 각 지역별 상권 붕괴 실태를 살펴보며, 구체적인 공실률 데이터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영업의 위기를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경제 불황과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특히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 고정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 결과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영업 폐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울과 주요 지방 도시에서 이 현상은 올해도 더욱 두드러진다.

 

올 1분기 전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대형 상가의 전국 평균 공실률은 13.8%로 주요 도시를 살펴보면 세종시가 25.7%, 울산 19.9%, 대구 18.2%, 광주 16%, 대전 15.4%, 부산 15.3%, 서울 8.5% 등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20.6%, 충북 20.1%, 전북 19.1%다. 세종시의 2분기 상가 공실률 25.7%는 ‘전국 최고’이며 투자수익마저 하락하고 있다. 

 

대전시는 과거 과학 도시로서 번성하던 상권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증가하며 상업 시설 공실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대전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에 달한 데 이어 올해 15.4%로 급증했으며 특히 중구와 서구 지역의 상가 공실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 중구 은행동, 서구 둔산동 일대는 한때 대전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번성했으나, 현재는 빈 상가가 늘어나며 점점 쇠락해 가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동의 경우 대전의 대표적인 상권이었지만,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 상거래의 확산으로 인해 유동 인구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이는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상권의 공실률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세종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종시는 행정 중심 도시로 개발되었으나, 지나치게 많은 상업 시설이 공급되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2분기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전국 최고 수준이며, 이는 전국 평균 13.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세종시의 상가들은 특히 신도시 개발로 인해 빠르게 팽창했지만, 지역 인구 대비 상업 시설이 과잉 공급되며 수많은 상가가 비어 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세종시 고운동과 나성동 지역은 상업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장이 비어 있으며, 신규 자영업자들의 입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세종시의 공실률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 도시는 비교적 새로운 계획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이곳의 상가 공실률 증가는 단순한 경제 침체 이상의 문제로, 인프라와 상업 구조가 도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서울시 역시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은 한때 활기찼던 상권이 이제는 공실로 가득 차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과 소비 감소가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명동, 강남역, 홍대와 같은 번화가는 코로나19 이후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명동의 경우, 한때 해외 관광객들로 넘쳐났으나 현재는 빈 상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요 쇼핑몰이 위치한 중심가조차도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으며, 그 자리는 '임대 문의'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상태다. 서울시 상권의 붕괴는 자영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전과 세종시 외에도 전국의 관광지와 지방 도시들 역시 심각한 상권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제주도, 강원도, 부산 등 주요 관광 지역들은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감소로 인해 자영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특히 제주도는 해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한때 번성하던 제주시의 상권조차도 유령 건물로 채워져 가고 있다. 강원도는 겨울철 스키 관광객에 크게 의존했으나, 팬데믹 이후 이마저도 급감하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평창과 강릉 일대는 스키장과 연계된 상권들이 공실 상태로 방치되고 있으며, 이는 관광지의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자영업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자영업의 위기는 단순히 경기 침체의 문제를 넘어서,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임대료 감면 및 고정비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이 시급하다. 일시적인 지원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비즈니스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오프라인 상권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종시와 대전시 같은 상업 지역은 상권 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공실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자영업 위기는 단순한 지역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자영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과 지방 도시 할 것 없이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상가 공실률의 급증은 지역 경제의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자영업 붕괴 현상의 일환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공실률이 급증하고 자영업자들이 속속 폐업하는 현실은 곧 지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모두 힘을 합쳐 자영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실행하고 새로운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 붕괴는 곧 지역 사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대한민국 경제에 기본을 무너트리는 위험천만한 사태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히 제시되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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