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체육계의 병폐 척결해야 한다

김헌태논설고문

2024-08-18 09:39:23

 

 

 

최근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발언이 체육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안 선수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배드민턴 협회의 지원 부족과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불만을 넘어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배드민턴 협회를 비롯한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재조명하게 했으며,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을 통해 그동안 감춰져 있던 배드민턴 협회 등 체육계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안 선수는 "훈련 시설과 환경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하다"라고 말하며,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폭로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배드민턴 협회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체육계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국 체육계는 오랜 시간 동안 성과 지향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성과를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인권과 복지, 그리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낸 사례다. 특히 배드민턴 협회는 오랜 시간 동안 선수들에 대한 일방적 통제와 압박을 통해 성과를 강요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선수들이 자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만들고,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배드민턴 협회 내부의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협회의 주요 결정들이 선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고, 협회 내부의 권력 구조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 첫째, 체육계는 선수 중심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정기적으로 선수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체육계는 선수들의 인권과 복지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선수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전체 체육계의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체육계는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훈련 환경 개선과 함께 선수들의 복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체육계 내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각 협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감사 기구를 설립하고, 협회의 운영과 결정을 투명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한, 체육계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한양궁협회처럼 선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모든 결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체육계는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선수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육계는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선수들의 개별 역량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의 은퇴 후에도 체육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마련해, 선수들의 경력 전환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은 체육계의 오랜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 기회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한국 체육계는 반복되는 문제 속에서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체육계가 안세영 선수의 용기 있는 발언을 계기로 삼아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이다.

 

물론 체육계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과 협회,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노력한다면, 변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이 한국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처럼, 앞으로도 체육계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한국 체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중앙이든 지방이든 체육계의 변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스포츠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존중받고, 공정한 환경에서 훈련하며 경기에 임할 수 있을 때, 한국 스포츠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문체부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충격적인 사안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관행처럼 자행되었던 부조리와 비리가 하나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 대신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본다'라는 뜻인데 행여 선수들을 곰처럼 여기며 협회만 배를 불리는 행태를 자행해 오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불합리한 관습이 바꾸길 바라는 안세영 선수의 발언이 한국 체육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되어, 앞으로 더 많은 선수가 체육 발전과 권익 옹호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열린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고질적인 병폐와 부조리, 비리를 척결하고 한국 체육계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안세영 선수의 용기 있는 소신 발언이 국민공감대를 형성하며 일파만파로 그 파문이 확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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