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하루 동안 전국 개원의까지 참여하는 집단 휴진(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전체 의사 집단휴진은 2000년, 2014년, 2020년에 이어 4번째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도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라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은 “정부의 무책임한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사태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이 의료 농단이고 교육 농단인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투쟁한다는 대목에서는 섬뜩함마저 느낀다. 그동안 전공의 파업으로 대학병원 등이 진료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으로 국민불편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데도 이제는 동네 병·의원까지 끌어들여 전국적으로 휴진하면 환자들의 고통은 심화할 것이 뻔하다. 이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주된 이유는 대학정원 증원 문제였지만 이제는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27년만'의 의대 증원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5월 30일 ‘2025학년도 의과 대학 대입 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이미 지난 5월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년도 대학입학 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면서 각 대학은 내년도 모집 요강확정·고시에 들어갔다. 모집 요강 공고를 거쳐 7월 초 재외국민전형을 시작으로 9월 초 수시전형 접수를 한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이 수험생들에게 공고되어 내년도 의대 증원은 현실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의협의 반대 저항이 무색해졌으나 이제는 집단휴진이라는 강경 카드를 내밀고 있다. 국민 공감이나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마이웨이 투쟁이다.
9일 의협은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열고 “18일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4∼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총파업 투표에 활동 의사 11만1861명 중 7만800명(63.3%)이 참여했고, 5만2015명(73.5%)이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의협은 앞서 3일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총파업 날짜를 20일로 잡았으나 실행 시점을 이틀 앞당겼다. 17일 예정인 서울대 의대·병원 집단휴진일 바로 다음 날 연이어 파업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은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길인지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동네 의원까지 끌어들여 국민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모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민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에 참여해 국민 고통을 심화시키는 것은 수준이 낮은 투쟁이다. 지금 의협이나 전공의들이 하는 파업을 보면 마치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는 차량같이 느껴진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어느 누가 동네 병·의원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투쟁에 나선 의사들을 향해 잘했다고 손뼉을 쳐줄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국민과 환자들이 대학정원을 늘려달라고 주도했다는 말인지 답해야 한다. 왜 툭하면 국민생명을 담보로 협박하는지 참으로 이성적이지 못하다. 마치 인질극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런 강경투쟁에 대해 정부도 국민 생명을 담보로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명하고 강대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17일 서울대병원의 일부 교수들의 휴진과 18일 집단휴진 강행에 이어 심지어 19, 20일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부에 달렸다면서 파업이 이틀 이상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아직도 국민생명을 담보로 해서 정부를 압박하여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워버리는 어리석은 집단휴진은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사회지도층인 의사들의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며 벼랑 끝 전술로 극한 대립을 멈추지 않으면서 기약 없이 국민 고통만 극심해지고 있다. 집단휴진은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다. 이런 행위를 지속한다면 국민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양식 있는 단체에서는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청량제가 되고 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은 불참 선언으로 올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결정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은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 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환자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뇌전증 협의체는 의협의 집단행동에 대해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라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의협을 향해 환자를 겁주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런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국민생명을 나 몰라라 하며 거리로 나서며 집단휴진을 불사하겠다는 자세와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촌철살인과 같은 이런 말이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 같은 의사들조차 투쟁방법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중중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분을 포기한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소인배 행위이다.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진료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도 의술이 꽃피고 아프리카에서도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인술을 베푸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도 그렇다.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다시금 생각난다. 독일계의 프랑스 의사·사상가·신학자·음악가로서 프랑스령 적도아프리카의 랑바레네에 병원을 개설한 의사이다. 생명존중의 철학을 갖고 아프리카 의료 봉사는 물론 더 나아가 인류의 형제애를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상도 받았다.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가서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해 주고 인류를 위해 봉사한 훌륭한 위인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업적이 더욱 빛을 발하는 요즘이다. 집단파업과 집단휴진으로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을 대변하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악스럽다. 새삼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선서가 이들의 행동이 그동안 국민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너무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거세다. 히포크라테스 선언문 (Hippocratic Oath)에는 “나는 의사로서 인류에 대한 봉사의 신성한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내 의술의 최고 가치로 삼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모든 환자를 진심으로 보살피며, 나의 지식을 계속 증진시켜야 할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나는 의사로서의 명예와 양심에 따라 이 선언문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 대학을 졸업할 때 쓰이는 현대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되는 제네바 선언문에 어디 한구석에도 국민과 환자 생명을 볼모로 잡고 투쟁에 나서라는 대목은 없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구구절절이 감동적이다. 그 일부를 살펴보면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습니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습니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습니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의 명예를 걸고 서약한 사람들이 의사들이며 의협 구성원이다. 그런데도 이 위대한 정신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시점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전국적으로 규합하여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인질극을 방불케 하는 집단휴진에 나서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지 말이다.
다행히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뇌전증 전문 교수협의체의 양식 있는 불참 선언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산모와의 약속을 깨지 못한다“라는 분만병원들의 입장이다. 아픈 아동들을 생각하는 아동병원들의 불참 선언에 대해 의협 측이 발끈하며 불미스러운 모습으로 비난전을 벌여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아동병원협회 측은 “투쟁의 원칙에는 동의한다. 총궐기대회에도 참석하고 싶으나 아동병원마저 휴진하면 아픈 아이들이 오갈 데 없어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자 아동병원의 집단휴진 불참 선언에 심사가 뒤틀린 의협회장이 내놓은 발언이 가관이다.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라는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는 이들이다."라며 공개적으로 전국아동병원 원장들을 비난했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픈 아이들에 대한 진정성을 일축하고 불법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 목불인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네 의원들도 전적으로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예상만큼 동참 분위기가 확산하지 않는 분위기다. 화가 난 환자단체도 휴진 철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측에 “두 번 다시 이런 파업을 당하지 않도록 응급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중단되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공의와 의협과의 주도권 다툼도 심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자중지란이라한다. 집단휴진으로 총궐기해서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두고 볼 일이다. 집단휴진으로 국민을 위협하며 정부를 이기고자 하는 의협의 행태는 상처뿐인 영광의 길이다. 지난 2월 20일 전국의 전공의 파업으로 비롯된 오늘의 사태는 대학정원 증원 반대라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하지만 이제는 공허한 주장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집단휴진 강행은 국민을 협박하며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저버리는 비이성적인 자세이다. 집단휴진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해 강경대응방침을 천명한 만큼 법대로 단호하게 대처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