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

김헌태논설고문

2024-06-09 08:54:41

 

 

 

  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한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다. 벌써 2년 4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참혹한 전쟁이다. 미국과 유럽의 무기 지원으로 버티는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불안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전선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미국의 지원이 늦어지면서 빚어진 것이다. 러시아군은 이 기회를 이용해 포격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과 산업, 군수지원시설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설이 불거지자 서유럽 국가들이 파병과 러시아 영내 타격 허용을 들고나왔다. 미국도 뒤늦게 동조하고 있다. 그러자 러시아는 전술핵 사용론으로 받아치고 있다.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나토와의 정면충돌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는 곧 3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도 전쟁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상자는 물론 도시 곳곳이 폐허가 됐다. 얼마 전 러시아에 억류돼 있다가 2년 만에 자국으로 돌아온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의 사진이 공개됐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모습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나치 수용소가 연상된다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러시아도 이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수출 부진으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병사도 50만 명 정도가 전사했다는 추계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양측의 비극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전쟁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도 참혹하다. 가자지구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보복으로 맞섰다.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되었다. 하마스는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등 250여 명의 인질을 잡고 이스라엘과 정면 대결 양상을 빚었다. 잠시 휴전 협상으로 100여 명이 풀려나고 최근에는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등에 있는 하마스 은신처에서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인질을 무사히 구출됐다. 하지만 휴전 협상이 겉돌면서 아직도 130여 명이 풀려나지 못한 상태다. 이 중 일부는 전쟁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최소 40명은 숨진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전쟁범죄로 낙인이 찍히고 국제사회가 휴전을 독려하며 라파지구 전투를 만류하는데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를 박멸하고 인질을 구출한다는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이지만 하마스 측은 우리 민족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범죄자인 적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저항도 계속될 것이라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휴전 협상도 결렬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이 친 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 남부를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가자 전쟁이 확대할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은 레바논 침공이 이란이 사태에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침공은 이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중동지역의 분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사회의 구호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참상은 비극 그 자체다. 개전 후 지난 2월까지 2만 9천 명이 넘게 사망했고 지금은 3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사망자의 60% 이상이 민간인이고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생지옥의 현장이다. 전쟁의 참혹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아시아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오는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준비할 것이라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 쪽에서도 흘러나오고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올해 방위백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사태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방위성은 백서 초안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정보감시정찰(ISR) 수단 확보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하며 “질적인 의미에서 핵·미사일 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고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고체연료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난해부터 발사해 장비 체계의 다양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동아시아의 긴장 상태를 잘 말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떠질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다.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무엇이 빌미가 되어 전쟁이 촉발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의 시작이 황당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우려의 시각이 커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북한이 내려보낸 오물풍선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미사일을 발사하던 때보다 더 큰 쟁점이 되었다. 급기야 정부가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맺었던 9.19 군사합의의 모든 효력을 정지하고 군은 군사분계선과 서북도서 일대의 모든 군사 활동이 재개했다. 대북확성기 방송도 재개할 수 있다. 북한 도발에 측각적으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대고 포 사격을 감행하는 등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해 왔다. 남한을 주적으로 못을 박고 핵 사용도 법제화하며 도발 의지를 불태웠다. 늘 긴장을 유발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장해 왔지만, 오히려 우리나라가 이상할 정도로 만성화되어 미온적인 대처에 급급했다. 세계적인 군사력을 갖춘 나라가 되어 K-방산이 뜨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북핵과 마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할 수 있게 용인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면 단기간에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균형을 맞춰나가자는 것이다. 일견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유비무환이기 때문이다. 늘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큰소리를 치는 것은 바로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식 무기가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핵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핵을 사용하기 위해서 핵무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모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 바로 힘의 균형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언제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뜻을 기린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피와 땀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이를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새롭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보다 더 참혹한 6·25전쟁을 치른 나라이며 민족이기 때문이다. 동족상잔으로 전쟁으로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만도 천만 명이 넘었다. 2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난다. 물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다. 6·25 노래를 접하면 늘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이다. 이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전쟁이 정전협정이란 이름으로 70년을 넘기고 있다. 깊이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는 6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평화 쇼도 벌이고 남북한 화해 분위기도 조성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가 살벌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불바다 발언이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땅굴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핵과 미사일을 갖고 틈만 나면 위협하고 있다. 주적으로 우리나라를 아예 명시해 버렸다. 우리를 주적으로 삼고 강경하게 대적하는 북한을 두고 일방적인 평화 타령이나 할 그런 한가한 시점이 아니다.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지 않고 안일한 평화나 주장하고 이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힘이 없어 일제 36년간을 나라를 잃었고 6·25전쟁으로 통해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참담한 비극을 경험했다.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6월에 더욱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할 호국보훈의 정신은 불행한 민족사를 통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선다. 바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설마 하는 안일한 자세로 상존하는 전쟁위험을 가볍게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평화의 길은 우리가 힘을 갖추는 때 비로소 열리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펼쳐지는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물론 위정자들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애국·애족 정신과 유비무환의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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