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산골사는 이야기

들꽃향기

2015-12-04 08:30:00

 

     

 

       

▲     © 행복세종타임즈


    첫 발자국

 

2003년 4월 15일 새벽 4시30분 ...!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새로 구입한 1ton 트럭의 경쾌한 금속성이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화물칸에는 나머지 이삿짐이 가득 실려 있었고 우리 부부는 혹시 잊은것이 없는지 집 안팍을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모든 것이 이상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두 아들 에게도 오지 말라고 했다.공연히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된다.

우리 부부는 차에 올라 그간 살던 정든집을 뒤로하고 서울을 떠나고 있는중 이었다.

어찌보면 빚쟁이에 몰려 새벽에 아무도 몰래 도망치듯이 그렇게 서울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긴 세월 그래도 정 붙이며 살던 그런 곳 이었지만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정선으로의 첫 발자국을 그렇게 내 디뎠다.

 

아직 사방은 캄캄했고 인도에는 가끔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외에는 그나마 차분한 시간 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의 터널을 뚫고 서서히 서울을 빠져 나왔다.

중부 고속도로로 접어들 즈음 사방은 천천히 어둠속에서 깨어나고 있었고 저 멀리서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차를 타고 출발한 후 우리는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트럭의 금속성과 어두움을 익히며 그냥 그렇게 내 달렸다.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어느덧 영동 고속도로 분기점에 접어 들고 있었다.

차창밖 으로는 봄기운이 완연한 찬란한 아침이 어느새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동안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키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뿐, 그동안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막상 가보지도 않았던 강원도 정선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랜 침묵 끝에 내가 말을 걸었다.

" 여보... 괜찮아..."

아내는 별 이상 없다는듯

" 나는 괜찮아..."

하고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단호하고 경쾌하게 대답해 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차는 영동 고속도로를 달려 문막 휴게소에 도착 했다.

우리는 아침 식사겸 휴식을 위해 휴게소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아침 식사로 소머리국밥을 한그릇씩 비우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마시며 조금씩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있었다.

약 3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정선으로의 갈 길을 재촉 했다.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를 따라 안흥 찐빵 마을을 지나 점점 도로가 험해지는것을 느끼며 평창을 지났다.

산세는 점점 가파라지며 도로는 꾸불꾸불 춤을 추었고 오르락 내리락을 수차례, 어느덧 정선의 관문격인 비행기재 터널을

지나 점점 정선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었다.

자연의 신비는 극치를 이루었고 봄기운으로 물이 오른 산과 들은 연한 녹색의 향연을 뽐내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나즈막한 농촌의 집들은 정겹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차는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을 지나 정선 읍내로 들어서고 있었고 자그마한 시골도시의 정겨움이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듯 했다.

정선읍을 지나 약 20분경...

우리는 드디어 우리가 살아갈 약속의 땅 입구에 도착했다.

 

하늘은 맑고 높은 하늘엔 새털구름이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곳 입구에서 목적지 까지는 약 30분...!

비포장도로에 그것도 산길, 길 이라야 경운기가 힘겹게 다닐 정도의 잡초가 우거진 길 아닌 길을따라 개울을 7군데를

건너야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길은 돌 투성이의 거친길 이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고 돌아 속세의 더러움을 씻어 버리기라도 하듯 개울을 지나

비틀비틀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 한발한발 더디게 다가갔다. 좌우로는 우거진 숲으로 사열하듯 빼곡했고 하늘은 숲에 가려

가끔 힐끔 거릴뿐 침침한 숲 터널을 한참을 더듬어 올라가야 했다.

드디어 저멀리 빼꿈히 우리의 터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을 떠나 4시간여 만에 우리의 목적지에 어렵게 도착할 수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봄볕은 따사로웠다. 숲 사이로 뚫린 하늘은 푸르다 못해 푹 빠지고 싶을 정도로 맑고 깊었다.

숲속에선 이름모를 산새들의 합창소리가 우리를 환영이라도 해주는것 처럼 소란 스러웠다.

아니면 이 조용한 산속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왠 불청객이 나타나 무슨일인가 궁금해서 그런지도 모를일 이었다.

우리 부부는 따사로운 햇살의 축복과 봄날의 싱그러움속에 마음의 짐을 털어 버리고 최종 목적지에 첫 발자국을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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