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 국회의원

김헌태논설고문

2015-12-05 07:26:00

 

▲     © 행복세종타임즈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불감증이란 말이 있다. 안전불감증과 도덕불감증, 부패불감증, 성불감증 등이다. 불감증(不感症)이란 말은 말 그대로 감각이 둔하거나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성적(性的))인 용어나 심리학 용어로 쓰이고 있지만 여기에 수식어가 따라 붙으면서 안전불감증, 도덕불감증 등으로 안전이나 도덕에 대한 무감각과 질타성(叱咤性)) 의미가 함축된다. 그래서 불감증이란 말에 어떤 접두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 현상과 사안에 대한 줄임말로서 사용되고 있다. 성적용어 이외로서의 용어로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일부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최근 또는 그동안 벌였던 일련의 사건 및 사태들을 불감증이란 용어로 축약해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공인의 행태를 정리해 보자. 먼저 신기남이란 국회의원의 사례이다. 경희대 로스쿨 졸업시험에 낙방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학사행정에 개입하여 세간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아들 로스쿨 구제 청탁 및 압력’ 의혹은 고발대상으로 아마도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란 신분으로 자신의 아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압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참으로 사려가 깊지 못한 행동이다. 로스쿨 관련 학생들은 물론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다.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원이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자식을 해당학교 로스쿨 졸업시험에 통과시켜 변호사를 만들려고 한 이런 못된 행동에 불감증을 붙여본다면 공인의식불감증과 부정부패불법불감증, 직무불감증, 수치심불감증이다. 4선의 중진 국회의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간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것 말고도 다른 청탁 버릇이나 압력 행위가 타성이 되어 이른바 청탁불감증에 젖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는 그럴만한 연조가 있는 중진의원이 ‘공과 사’ 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가관행위는 또 있다. 국회에서 ‘하늘아래 딱 한 송이’란 자신의 시집을 남의 회사 신용카드체크기까지 동원하여 판매한 국회의원인 노영민 의원의 황당 행위이다.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정당대표의 비서실장까지 하고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이란 중차대한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는지, 머리가 있는 사람인지 그 인격과 공인으로서의 수준을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얼마나 좋은 시집이고 얼마나 필요한 시집인지는 모르지만 장사꾼이 되어 판매인지 강매인지 모를 행위를 한 것이다. 그것도 국회에서 버젓이 자행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다. 낯이 두꺼워도 이렇게 두꺼운가. 이것을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한다. 수치심불감증과 도덕불감증이 극치를 이룬다. 자신이 책장사인지 국회의원인지 사리분별조차 하지 못하니 국민들만 억장이 무너진다. 이것은 부패불감증에 다름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란 직분을 이용한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자신의 책이름처럼 ‘하늘아래 딱 한 사람’이다. 국민과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고 올곧은 일을 생각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불감증의 정도가 이 모양이니 정말 한심하다. 이런 함량미달인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과 산업자원위원장으로 중책을 맡고 있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이었다. 무슨 일이 제대로 되었겠는가 싶다.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청탁불감증 사례도 있다. ‘윤후덕의 따뜻한 동행’이란 책을 펴낸 윤후덕 이란 국회의원도 지나온 삶이 고스란히 담겨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 2011년도 출판기념회의 기사가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항상 낮은 자세로 따뜻한 동행을 강조하며 참으로 훌륭한 인사로 포장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 국민들의 박수가 늘 끊이질 않고 지역구인 파주에서도 찬사가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2년 전인 2013년 자신의 딸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경력 변호사 채용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고발까지 당했다. 당사자도 사과를 했다. 안 들켰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이것은 직권남용죄와 뇌물죄도 적용된다고 한다. 아무튼 청탁불감증과 도덕불감증, 부패불감증, 국민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따뜻한 동행인지 묻고 싶다. 작은 것도 침을 튀기는 해당 정당도 어쩐 일인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어물쩍 넘어갔다.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이다.

  이처럼 이런 저런 비리와 부패로 개망신을 당한 국회의원이 19대 국회에서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들은 법의 심판대에 올라 감옥에 갔거나 현재 진행형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이들은 이른바 정당의 검증과정인 공천심사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하지만 검증이 무색할 정도로 각종 불감증으로 얼룩져 대한민국의 제 19대 국회가 만신창이 되어버렸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가 돼서야 생소한 얼굴을 접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마디로 “처음 보는 얼굴이네! 저런 사람도 있었어?”이다. 그런데 매스컴에 제법 알려진 불감증 국회의원들은 아는 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치민다. 머쓱하고 씁쓰레한 얼굴표정과 이중성 민낯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동안 속았다는 국민들의 배신감이 더욱 크다. “저 사람마저”란 탄식을 국민들은 토로(吐露)한다.

 

내년 총선에도 갖가지 공천심사조건을 갖다 붙이고 마치 최상의 후보자를 내세우는 양 요란을 떨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감정에 기대고 기득권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챙겨온 국회의원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제대로 검증이 될 리가 없다. 국민들도 그동안 학연, 지연, 혈연 등에 얽매이지는 않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참으로 역겨운 불감증 국회의원들의 민낯을 보게 한 책임이 스스로에 있다.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여야 그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대대적인 자기혁신이 절박하다. 허구 헌 날 그 밥에 그 나물이면 안 된다. 불감증 국회의원들이 다시 국회에 입성하고자 한다면  언감생심(焉敢生心)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철저한 검증노력이 필요하다. 19대 국회는 모든 면에서 한마디로 졸작이고 낙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가오는 20대 국회는 성숙하고 수준이 높은 국회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잃었던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정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치개혁, 정당개혁은 필수이다. 국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조차 불감증이면 안 된다. 국민배신의 불감증 국회의원들을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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