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가 곧 통일 대박이다.

논설위원 유태희

2015-12-08 09:40:00

 

▲     © 행복세종타임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에 있어서 미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새로운 외교안보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안보·경제복지·국위선양·조국통일을 외교정책의 기본목표로 삼고, 구체적인 상황변화에 따라 그 우선순위와 내용을 조정해 나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건국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미약한 국력 때문에 주변정세나 국제질서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이에 적응하는 형태로 외교정책을 수립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상황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을 할 수 없었고, 외교적 선택이나 영향력의 범위도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발전을 거듭하여 그 활동범위가 계속 확대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 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9월 3일 출국했을 때 국내언론들이 치열하게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다.

박대통령의 방중을 찬성한 측은 무엇보다도 북핵北核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 한국과 중국의 관계강화가 시급하기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과 달리 반대한 측은 그의 중국 방문이 우리에게 긴요한 한미동맹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내세웠었다. 작금에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국제정치의 성격과 권력구조의 큰 전환기라는 것은 도처에서 그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계속해서 악화되는 중동의 종파전쟁과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체결한 국가들 사이의 영향력 경합은 3차전쟁의 가능성마저 상승시키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난민의 집단적 이동은 향후 사태를 전망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럽연합 전체를 심각한 시련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국가들 간의 영토분쟁까지 더해 해양국제법과 해로안전의 원칙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모두가 자국의 이익에 맞물려 세계평화와 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살펴보면 이것은 모두 초강대국인 미국의 외교정책의 변화에서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 동안 펼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의 성과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이루었고 곧이어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을 이루는 큰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적성국가와 관계 개선 이후에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것은 지난 7월에 있었던 미 하원의원의 ‘한국전쟁 종식 결의안’의 발의가 그것이다. 이 징후들을 대북관계의 개선으로 보는 외교전문가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20일에 있었던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북정책 청문회에서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문제에 대해“아무런 변화도,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며 회의론을 제기했다. 청문회를 주최한 코커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참한 실패’라고 비판하며 “북한은 미국의 역대 행정부를 거치며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증강해왔고,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가난을 겪고 김정은 정권이 저지른 야만적 처우의 희생물이 됐다”고 말한바 있다.

 

한 국가의 외교 정책의 방향은 그 나라가 가진 외교 정책에 따라서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주변 국가들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자주적인 입장의 견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찾아 온 신냉전의 앞에 서서 미국의 첨병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과거처럼 북방과 완전히 외교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지금 경우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가 어떤 외교적 원칙과 역량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서 오히려 세계의 외교가를 주도할 수도 있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단을 극복하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동북아의 역사를 만들어 가려면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상생은 필수적 요소일 것이다.

 

이러한 때에 나온 미국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이사의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오바마의 마지막 한 수는 평양’이라한 발언이다. 2017년 1월 오바마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전 북한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지켜볼 일이지만 미 유력 의원들이 한국전쟁 종료선언을 위해 발의를 하는 등 워싱턴의 기류도 심상찮은 관계로 이것에 대비한 준비도 있어야할 것이다.

 

이제 박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전을 시작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와 분단 70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감안할 때 통일대박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남북 당국 회담의 틀이 마련됐다. 장관급이 아니라 차관급이고 장소도 서울과 평양이 아닌 개성이지만 8.25 합의에 따른 남북 간 당국 회담 개최가 가능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인 '평화적 통일 기반 구축'은 '통일 준비'라는 구호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실제 일궈내고 남북의 화해 협력을 한걸음씩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 성패는 바로 남북 당국 회담의 성공에 달려 있다.

 

나아가 국정 및 통일정책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문제 해결에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한다. 민생경제가 악화되고 경제적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통일문제에 회피적인 대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 회복에 전념하고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식어가는 통일대박론이 재 점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자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힘을 다해 대비하는 길만이 통일대박의 날을 확실하게 앞당기는 대드라마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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