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위문화 시민들이 만들자

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태희 논설위원

2015-12-09 05:43:00

 

▲     © 행복세종타임즈


문화는 인류학의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개념이면서도, 인류학자들 간에도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계에서 인간을 다른 종으로부터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인간은 문화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에 학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좀 더 나아가보면 한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찾아볼 수 있는 관습적인 행위 및 그런 행위의 산물을 문화라고 부르고 있다. 즉, ‘한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의 총체(totality)’를 가리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의를 내린 학자 중 ‘타일러(E.B. Tylor)’는 그의 저서에서 문화를 “지식, 신앙, 예술, 법률, 도덕, 관습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얻어진 다른 모든 능력이나 관습들을 포함하는 복합총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화는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학자로 ‘화이트(Leslie A. White)’는 ‘인간은 상징(symboling)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임에 유의하여 이것이 바로 문화의 기초라고 파악하고 있다. 즉, “상징행위에 의거한 사물 및 사건들을 인간 유기체와의 관련에서보다는 다른 상징물들과의 관련에서 고려했을 때 그것을 문화”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학자들은 모두 문화를 인간 고유의 소유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문화의 의미는 크게 좁은 의미의 문화와 넓은 의미의 문화로 나눌 수 있다. 좁은 의미의 문화란 문학이나 예술 분야와 관련된 의미로 정신적이고 물질적으로 진보된 상태나 세련되고 교양 있는 모습을 말한다.

 

문화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cultura에서 파생한 culture를 번역한 말로 본래의 뜻은 경작(耕作)이나 재배(栽培)였는데, 나중에 교양·예술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영국의 인류학자 E.B.타일러는 저서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 1871’에서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를 내렸다. 여기에서 문화란 인류에서만 볼 수 있는 사유思惟, 행동의 양식이나 생활방식 중에서 유전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서 소속하는 사회와 협동을 학습한 사람들의 집단으로부터 습득하고 전달받은 것 전체를 포괄하는 총칭이다. 그러므로 사회 속에서 행해지는 사람들의 행위나 그 결과물에는 필연적으로 그들의 가치관, 신념, 인식 등 정신적인 내용도 함께 반영되는 것이고 그런 요소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받아들여져 그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인류학자는 '문화란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학습되고, 공유되고, 양식화되어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것'이라 했다. 또한 문화는 사람들에게 구속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결속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같은 언어를 쓴다든가 아니면 같은 종교를 갖고 있다든가 하여, 같은 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간에는 쉽게 친근감이 형성되고 쉽게 단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같은 사회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문화가 서로 다르면 대립 의식이 생기고 사회적 분열이 초래되기 쉽다. 요즘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집회가 말썽이다. 우리 사회에서 집회 및 시위는 다중이 모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집단의 의사나 요구를 표명하는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서보다는 무질서․폭력사태․사회불안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한 불법폭력시위로 국민과 경찰관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빈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작 집회 및 시위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의 집회 및 시위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경찰력 동원에 따른 치안력을 낭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준법집회의 자율적 관리와 평화적 집회 및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부단한 노력들이 집회하는 사람들이나 경찰 측에 있었다. 그 결과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를 이용한 폭력집회가 대폭 감소하는 등 집회 및 시위 문화의 평화적 진전추세가 확산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회질서유지는 물론 경제안정․대외신인도 확보를 위해서도 국민의 준법집회는 한층 더 보호하고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문화를 만드는데 동참해야한다. 또한 집회를 기획하는 집단이거나 참가자들은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문화를 만드는 최일선의 당사자들이므로 경찰이 제시하는 폴리스라인을 지키는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법시위를 할 것이며 언제까지 이렇게 강압적인 과잉진압을 할 것인가?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집회시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집회문화는 서로의 공동이익을 위해서도 그렇거니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문화국민의 자질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직도 기회는 있다.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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