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름다운 마무리

김헌태 논설고문

2015-12-19 05:22:00
▲     © 행복세종타임즈

 

2015년 을미년이 저물고 있다. 세밑 끝자락에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연초에 굳은 각오로 세웠던 한해의 계획들이 제대로 실천이 되었는지를 회고해 보면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된다. 그만큼 마음먹은 대로 세상일이 순탄하게만 흐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작게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에 열심히 했는지도 돌아보게 되며 경제적인 활동, 사회적인 활동, 그리고 이웃을 위한 활동 등에 보람이 있는 해를 보냈는지를 되돌아보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한마디로 올 한해 미진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는 해마다 연말이면 겪는 회한(悔恨)이다.

 

청양의 해 을미년이라 평화롭고 온유한 세월을 기대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한해였던 것 같다. 지난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누적 격리자만 약 1만 6천 명에 감염자 186명이 메르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중동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한민국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질병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큰 사태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대전의 대청병원은 세계적인 모범퇴치 병원 사례로 꼽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병원이 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월 11일 오전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는 역대 최고의 추돌 사고였다. 안개 속에 황당한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낙뢰로 케이블이 끊어진 서해대교는 16일 만에 재개통을 하기는 했지만 연말에 자칫하면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지저분한 사건도 이어져 세간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모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킨 사건은 연초까지 큰 이슈가 되었다. 국민 분노와 국제적인 망신살을 뻗친 사건으로 ‘땅콩회항’이란 신조어를 남겼다. 지난 1월 이런 와중에 생긴 인천어린이집 교사 양 모씨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4살짜리 어린이를 주먹으로 내치는 황당한 폭행 장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국민들이 경악했다. 급기야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법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장난친다는 이유로 탁자를 밀어 네 살배기 아이의 이빨을 부러트리는 사건이 재발하였다. 그것도 역시 인천이었다. 근절되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폭행에 부모들의 걱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촉발된 남북 간 대치상황은 전쟁 불사의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였다. 북한은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이에 맞서 한미당국은 공동대응에 나섰다. 북한이 8월 22일 17시(한국시각 17시 30분)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추가 도발까지 우려되며 초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 상황이 전개됐다. 하지만 남북이 극적인 고위급 대화로 남북합의가 이뤄져 위기 상황은 가까스로 종료되었다. 이 과정에서 북의 도발에도 동요하지 않는 훌륭한 국민의식과 성숙한 대응자세를 확인하는 값진 결과도 얻었다. 단호한 정부의 자세에도 돋보였다.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루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국외적으로는 알카에다 하부조직이던 ISIL이 IS(이슬람국가 )로 개명하여 탄생한 IS는 빠른 속도로 그 세력을 확장하여 각종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파리의 만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여 12명 살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여객기 폭발 테러 224명 전원 사망, 요르단 조종사 산 채로 화형,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주변에서 3번째 자폭테러, 파리에서 테러범들이 총기난사 15명 사망 등등 전 세계가 경악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지금 유엔을 포함한 전 세계는 이들의 퇴치를 위하여 부심(腐心)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들의 표적이 되는 국가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국내적으로는 노동운동이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는 서울 도심한복판에 불법폭력이 난무해 국민들이 경악했고 비난도 거셌다. 당연히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조계사로 피신했던 민노총 위원장을 비롯하여 지도부에 대한 체포가 계속되고 있다. 11월과 12월은 집회 및 시위와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행위가 세밑 사회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은 여야모두가 총선과 세력다툼 등의 이유로 내홍을 겪고 있다. 집안싸움으로 콧잔등이 아물 날 없던 야당이 급기야 분열사태를 빚고 있고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다보니 국회는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구획정법안마저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파행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선거구도 없이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주체들이 이 모양으로 국민생각과 동떨어진 행각을 지속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그렇게 자신이 없고 직무유기를 밥 먹듯이 하고 제 역할을 하기 싫으면 19대 국회의원들은 모조리 20대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나오지 말아야 한다. 출마 그 자체가 모순이다.

 

돌이켜 보건데 이런 저런 사건사고로 얼룩져 국민들의 고통이 심했던 한해였다.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고 청년들의 실업대란은 눈물겹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었다. 을미년이 다 가는 시점에서 조차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 무책임한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묵은 때는 씻어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이라도 잠시나마 제 정신을 차리고 미진한 한해를 뜻깊게 잘 마무리해야 한다.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못 다한 일들을 찬찬히 점검해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아름다운 마무리로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평화롭고 희망찬 사회적 분위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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