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정치 시나리오

유태희 논설위원

2016-04-29 08:38:00

 

▲     © 행복세종타임즈

 

프롤로그

이제 총선이었던 4월 13일이 지나고 세월호의 4.16도 지났다. 세월호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총선 직후부터 야당의 주요한 지도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내년 대선은 물 건너갈 것이다. 그와 함께 세월호도 영원히 역사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오늘도 안전제일이라는 깃발은 열심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불평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초고령화 사회라는 인구절벽에 다다르게 되고, 한국 사회가 다시 일어서는 데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대통령은 알까? 대통령은 국회만 쳐다보고 국회는 아직도 자욱한 먼지만 날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영·유아 무상보육과 함께 스웨덴도 후퇴한 노령연금 정책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이미 그때 보수가 아니라 진보였다.

 

그 전에 박근혜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지금의 세종시를 관철시켰다. 행정비효율뿐 아니라 국가위기 때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무시됐다. 순전히 충청표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이처럼 모든 정책 결정엔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가 잣대였다. 이러니 지난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그저 대북정책만 다를 뿐인 좌우, 지역대결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꾼들의 신의 한 수만 허공을 날아다녔다.

 

재원 없는 복지로 국가부채는 폭증하는데도 증세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공무원 연금개혁은 용두사미가 됐다. 게다가 세수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리는 것 같은 편한 수법만 썼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여전히 추진 중이고 청년실업은 도를 넘었으며 불황으로 도산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했다. 중산층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도시근로자는 전셋집에서 사글세로 옮겨야 했고, 그것도 1시간은 더 가야 집이 나오는 곳으로 가야했다.

 

스토리 1.

총선이 끝나자 정치전문가들은 정치 판세를 두고 황금분할이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앞날은 정말 캄캄하다. 그리고 대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카메라 앞에선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고 문이 닫히면 계파싸움으로 치열하다. 그들은 여전히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고 정국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권력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기문을 데려오든 전장에서 쓰러진 장수가 권토중래하든 잘만 추스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판에서 신의 한 수가 나올 것처럼 말이다.

 

돌이켜보면 4.13 총선의 핵심은 박근혜와 유승민의 싸움이었고, 박근혜는 유승민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실패했다. 유승민 하나를 찍어내기 위해 대구와 수도권에서 적어도 10석 이상을 잃었고 그래서 친박도 끝났다. 이번에 당선된 친박은 이번 임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친박에게는 아쉽지만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다. 아마 세종시의 박종준낙선자도 그럴 것이다. 다음의 새누리당 실력자가 분명코 박근혜대통령과 관련된 사람은 국회의원공천을 주지 않는 것이 자명한 것처럼.

 

지금 주인 없는 무주공산의 여당에서 레임덕은 대통령에 대한 당내 쿠데타의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 뒤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조기 전당대회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새로운 지도부가 대선을 관리하게 되고, 현역 의원들은 임기 중 절반 이상을 새로운 대통령과 보내게 될 것이다. 그게 누군지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이다. 계룡산의 정도령은 아직도 살아서 날아다닌다.

 

스토리 2.

총선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여전히 적지않은 기대를 보여주었다. 지난 몇 년간의 당 상황을 생각해보면 국민들께 백번을 절해도 모자라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나면 제 병이 도져서 역시 우리가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는 자만에 빠져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 계파 싸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대선은 끝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뿐더러 국민당의 안철수에게 장수의 갑옷을 입힐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이 없지 않다. 비례대표 공천이 엉망으로 진행되던 와중에 열린 중앙위원회는 합리적 개혁세력의 다수가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목소리가 당에서 주류가 되려면,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긴 하지만 누가 그 십자가를 질 것인가? 그래서 다시 캄캄하다.

 

스토리3.

총선 후 정리 단계에서는 국민의당이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다. 창당부터 선거를 치르는 와중에도 친안(安)과 비안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다. 최근의 움직임으로 보아서는 안철수의원이 주도하는 세력과 천정배의원 세력의 주도권 싸움이 곧 큰바람을 일으켜 그들도 기성정당이나 다름없다고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다. 이것이 총선 이후 안철수의 대선 주자로서의 상품가치가 변수가 될 것이다. 관건은 당내 호남 주류와 천정배와의 관계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안철수는 또 탈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김한길은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톤 앤 매너

사회에서 특정하게 기능하며 사회적으로 특정한 의미와 상징을 갖는 사회적 행위에는 모두 각각에 걸 맞는 톤 앤 매너가 있다. 즉 행위는 행위자체만으로 행위일 수 없고 맥락과 양식이 맞아 떨어져야 제 기능을 한다. 그것은 사고로 고인이 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을 정상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불통의 보수, 오만한 진보는 이제 그만이라는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유권자들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젠 합리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누가 변화된 민심을 읽고 적응할지에 대해서.

 

엔딩

총선 이후,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박근혜 이후, 절대 절명의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정치에 임하기를 바란다. 제발 야당의 주요한 지도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정치라는 것이 타협과 조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협치協治의 정치만으로도 박근혜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대한다, 대통령임기 마치는 날 이런 1면 톱기사가 뜨기를

 

“성공한 대통령 미소 지으며 청와대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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