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의 새판을 짜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논설위원 유태희

2016-05-20 08:42:00
▲     © 행복세종타임즈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7일 한 인터넷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대선 전망에 대해 정권교체는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2017년 정권 교체가 무르익었으며 여당 정계개편 가능성 낮다고 말했다. 김종인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내년에 정권 교체 분위기가 거의 무르익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각 당의 삼자구도로 가는 것이 단일화를 이루려다 실패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번의 '내전(內戰)'을 계기로 정계 개편 논쟁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정계 개편론 이면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잠룡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19대 국회 종료로 자유인이 된 정의화 국회의장이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고, 전남 강진에서 은거하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도 '새판 짜기'를 내세우며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해 언론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13총선을 계기로 3당 체제가 들어선 데 이어 만약 올 하반기 4당 체제로 분화하면 내년 대선은 구도 자체가 심하게 요동치게 된다. 일각에선 1987년 대선처럼 4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다소 이른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분당이 가속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의 책임론에 한 발 뒤로 물러난 김무성과 역시 같은 입장의 문재인도 이런 와중에 세의 결속을 꾀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서 충청 대망론의 새로운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아직 7개월 남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이달 25일 방한 때 정치인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본주의 영광의 30년이 끝나는 1975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20년은 자본주의 대호황의 종말과 함께 등장하는 신자유주의, 베를린장벽의 붕괴가 상징하는 공산주의의 몰락, 그에 따른 좌파 정당의 명암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좌파들은 세계시장에 자유롭게 작동하는 신자유주의에 도전하기는커녕 여전히 지역주의에 연연하고 머무르며 수세에 몰린 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좌파의 암울한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자 손학규가 중도의 새판 짜기 카드를 들고 나오고 정의화국회의장도 창당의 속내를 비쳐 합종연횡의 새판이 요동치고 있는 오늘이다.

 

‘사회주의 100년’은 에릭 홉스봄의 말처럼 서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지난 100년간 얻은 주요 성과인 자본주의를 문명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럽 사회주의 정당들이 발전해가면서 필요에 따라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밖에 없었고, 빌리 브란트가 ‘최종 목적의 신학’이라고 부른 자본주의의 폐기를 단념하는 과정과 흡사한 현장을 우리는 지금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금에 와서 선거의 패배가 어느 특정인, 특정세력 탓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굳이 따진다면 그것은 새누리당과 정부의 총체적 패배일 뿐이다. 옛말에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匹夫有責)이라고 하는 것처럼 정당 및 정권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갖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지도부가 엄연히 갖춰져 작동해 공천을 좌지우지 해온 정당이 아니던가. 하지만 당연히 책임 소재는 가려져야 한다. 그래야만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결과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주권자의 명령’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선거 뒷수습을 하고, 곧바로 일자리를 비롯한 민생문제 해결에 나섬으로써 서민들을 위해 일하라고 유권자가 요구한 것 아니던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다음엔 의석을 더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정권을 내놓게 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일지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가 융성할 수 있었던 데는 리쿠르구스의 법제개혁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의 법은 이후 600년간이나 개정 없이 행해졌다. 그는 법제 개혁 작업을 모두 마친 후 시민들을 모아놓고 당부했다. 자신이 만든 법에 대한 신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델피신전으로 가려하는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고치지 말고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그러마고 서약했다. 그는 델피 신전에 가서 신탁을 구했다. 신은 그의 법이 훌륭하고 그 법대로 하면 나라가 융성할 것이라는 신탁을 내렸다. 그는 이 내용을 적어서 스파르타로 보냈다. 스파르타 시민들이 영원히 이 법을 지키기를 원했기에 자신은 자결했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결연한 의지로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는 새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집권여당은 보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의무가 있다. 누구를 중심으로 모여 정치의 괴를 같이하더라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발전시킬 수 있는 각고의 노력을 내놓아야 한다. 또다시 차기 대통령을 옹립하기 위하여 무리들을 짓는 정치추태를 보인다면 새누리당은 대한민국호에서 하선시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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