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조치원이다.

논설위원 유태희

2016-07-05 07:14:00

 

▲     © 행복세종타임즈

 

영국의 브렉시트가 찬성 쪽으로 결정되었다. 그 동안 대륙의 유럽인들은 유혈로 점철된 역사를 뒤로하고 공존공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국가로서의 주권을 포기하고 통합번영을 전진시켰었다. 그런데 영국인들이 바로 그 주권을 다시 찾아 가기로 한 것이다. 조약과 국제적의무의 네트워크로 얽힌 오늘의 세계에서 주권은 상대적 가치인데도 불구한데 그렇게 했다. 영국은 이렇게 해서 둘로 갈라졌으며 다시 여러 개로 갈라질 것이다. 모두 정치지도자들의 잘못 선택한 결정 때문이다.

 

현대는 국가와 국가의 경쟁에서 도시와 도시의 경쟁으로 변했다.

 

그런데 세종시는 어떠한가?

조치원을 기반으로 한 세종시 이전의 연기군원주민들은 시행정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에 복숭아축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춘희시장이 이끄는 세종시 행정부가 출범하고 첫해에 조치원 전통시장에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복숭아축제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도에는 이 행사를 조치원의 고려대학으로 옮겨 진행을 했고 원주민들과 시장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자 ‘전통시장축제’라는 이름으로 지원금을 주고 무마를 했었다. 헌데 이제는 다시 복숭아축제를 봄에 복사꽃축제라는 이름으로 대체하고 여름에는 호수공원일원에서 무궁화축제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치원복숭아를 판매하고 전통시장과 고려대학에서도 같이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치원복숭아축제라는 최고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철학의 부재에서 나왔다고 본다. 이것은 원칙도 철학도 없는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찌 이를 모두의 축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근래에 들어서서 대한민국의 지방정부들은 지역산업발전 및 경제 활성화 그리고 문화관광 차원에서 지역 브랜드 개발과 특히 지역 대표성을 지닌 지역특산물 또는 지역특화상품의 고품격 명품化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특산물의 명품化는 개인의 노력으로 달성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화기획은 당연히 문화경제화란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개인들을 집단화시키고 교육과 홍보, 마케팅으로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개발방법, 규격화, 마케팅 등을 비롯하여 관련 교육 강좌, 나아가 지방정부는 상설지원 기구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조치원의 복숭아와 같은 특화상품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모든 체계를 갖춰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상에 ‘복숭아’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경기도 이천이나 충북복숭아가 나타난다. 이미 조치원의 복숭아는 국민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젊은 층을 끌어들여 미래의 소비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조치원복숭아 축제는 우리만의 축제라고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하나의 선택과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여기저기서 축제가 아닌 판매전을 세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축제를 통한 상품이미지 만들기와 상품이미지의 고정화는 포기한 것이다. 무궁화와 복숭아의 두 개에 이미지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축제祝祭Festivals feats 라는 말은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은 성일聖日을 뜻하는 'festiva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이것은 축제의 뿌리는 종교의례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종교적 기원으로서의 축제는 강력한 사회통합력을 지니며 성스러운 존재나 힘과 만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서 축제는 지역민을 하나로 묶는 일뿐만은 아니다.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소통을 위한 장이며 특정상품을 인식 속에 자리매김하는 날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 역시 문화기획의 한 분야가 될 것이다. 우수한 지역특산물이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자들의 문화로서의 명품에 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역의 특산명품을 즐긴다는 것은 곧 지방의 문화를 즐긴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 그 자체만으로 지방문화의 긍지를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명품에는 내 고향 것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축제가 지역 기반 문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놀이 문화의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축제는 점점 대중적이고 효율적인 기획과 제작 방식을 활용하며, 참여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유도하는 이벤트가 있어야한다.

 

축제는 관람객들의 경험 방식에 따라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로 나눌 수 있는바 우리 세종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라꽃 ‘무궁화’를 확산시키고 보급을 한다는 이유로 무궁화 전국축제를 개최’(16.8.5~15/수원시와 공동)하여 대외적 위상 제고한다는 이 축제는 벌써부터 말이 많다.

 

이춘희시장은 시정 2기에는 상생과 도약, 순환과 소통을 외치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시작부터 벌써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민들이 무궁화축제를 원한단말인가? 아니면 시민들이 복숭아축제를 원하는 것일까?

복숭아축제는 단순한 판매행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하는 축제여야 한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구도심의 상징으로서 축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예수정신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문화기획이란 협의의 의미로 통상 공연예술기획, 축제기획, 컨벤션을 포함하여 오늘날 미술관ㆍ박물관기획과 같은 전시기획 등을 언급할 수 있기만, 광의적 의미에는 문화정책수립까지 포함한 문화산업기획을 의미하며, 나아가 문화예술도시 만들기와 같이 도시기획까지 포괄하면서 소외된 시민들을 포옹하고 아우르는 철학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역사학에서도 흔히 축제를 두 개의 상이한 모델, 즉 뒤르켐적인 모델과 프로이트적인 모델로 구분하고 있다. 뒤르켐은 종교를 개인적이고 신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사실'로 보며, 축제를 "사회적 통합을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적 형태"라고 규정한다. 즉 그에게 있어서 축제 개념은 제의rite와 동일하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Huizinga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하였다. 호이징가의 견해를 더욱 발전시킨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 Cox는 바보제祭에서 "인간은 일상의 이성적 사고와 축제의 감성적 욕망 사이를 넘나들면서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고, 또 그를 통해서 문화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이번 복숭아축제는 조치원 복숭아문화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조치원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기본 명제를 무시하면 안 된다. 복숭아축제의 실패는 리더의 축제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축제행사의 ‘전문성 부재’다. 축제를 기획하는 주최 측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축제를 만들려는 데 많은 신경을 쓰면서도 ‘조치원적인 것’에 너무 소홀했고 한 마디로 문화 마인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축제는 이 같은 전통에 토대를 둬 축제현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조치원문화와 세종시의 정체성을 축제를 통해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복숭아는 조치원이다.

따라서 복숭아축제는 조치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종시가 노무현이 아니듯이 세종시의 호수공원이 복숭아의 대명사가 될 수 없다. 축제라는 성스러운 영역이 세속적인 영역 속으로 하나 둘씩 편입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생활의 단절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축제들은 성·속의 구분에 기초한 일종의 의례적 사건이나 집단적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라도 축제는 원래 개인 또는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 혹은 시간을 기념하는 의식이라는 의미를 마음에 새기면서 복숭아축제는 원래의 조치원에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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