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의 전쟁

김헌태논설고문

2016-08-22 09:23:00

 

▲     © 행복세종타임즈

 

2016년 여름은 대한민국이 폭염과의 전쟁을 치른 여름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다. 열대야의 무더운 밤도 서울의 경우 30일을 넘어서 기록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국이 펄펄 끓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심지어 경북 경산에는 비공식기온으로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폭염도 있었다. 대전, 대구, 경주 등도 37도를 넘어서는 가마솥더위를 경험했다. 입추가 지나 말복이 지났는데도 폭염의 기세는 누그러질지 모른다. 이번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 짜증스럽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늘 뒷북을 치는 바람에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에 회의를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까닭은 무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예보가 전혀 맞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기상청도 아마 이번 여름이 정말 야속할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이든 어르신들도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번 여름의 무더위가 무섭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니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는 온 국민들의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무더운 여름이던 매서운 추위의 겨울이던 우리 사회는 늘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사랑의 연탄배달이다 뭐다 해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도 이번 여름은 정반대인 것 같다. 난방에 대한 복지 못지않게 냉방에 대한 복지도 중요하련만 대한민국의 복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소외계층의 건강한 여름나기가 참으로 어려운 요즘이다. 일부에서 다소 관심을 갖는 것 같지만 이 역시 그렇게 선뜻 다가오는 지원이 아니다. 그래서 전기요금 비용부담이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에너지 소외계층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정부의 복지예산도 전무해 냉방복지는 아예 관심 밖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올 여름이 이처럼 무더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무엇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름이 폭염과의 전쟁을 치루는 여름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불볕더위에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지도 못한 국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요금과의 전쟁을 함께 치르는 폭염과의 전쟁이라고 한다면 비상시국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이 30도를 넘어 심지어 40도가 넘는 가마솥더위에 시달리는데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어불성설이다. 이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솔선해서 그 대처방안을 찾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꼭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해야만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를테면 물가와의 전쟁, 부패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 조폭과의 전쟁 등등 일전불사의 의지를 불태우는 전쟁들이 줄곧 있어왔다. 이번 여름 불볕더위는 그야말로 폭염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누진제 폭탄을 쏘아대는 곳이 한전이고 정부라고 한다면 이는 아군적군도 모르고 어리석은 전쟁을 벌이는 사오정군대 사령부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요금문제에 접근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알아서는 안 된다.

 

지금 7월과 8월의 전기요금이 부과되면서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득이나 멈추지 않는 폭염에다 속에서 열불까지 더해지니 이 여름 얼마나 더울 것인지 생각해 보라. 국회와 청와대, 관공서에서 틀어대는 전기는 어느 정도인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를 경청해야 한다. 국민들이 폭염을 견디려고 필요에 의해 쓰는 전기를 왜 낭비하는 전기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한전이 요즘 지하철 등에 쓴 표어에는 ‘함께하는 사회, 한전이 꿈꾸는 세상’ 라는 글귀가 보인다. 일견 참으로 좋은 말인데도 요즘의 한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로 다가서고 있다.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는 아군인 국민에게 전기요금 폭탄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민들은 임시방편이 아니겠느냐 하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금 폭염과의 전쟁에 따른 피해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과실 표면이 익어버리는 ‘일소현상’이 극심하여 과수농가들이 울상이다.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이른바 ‘과일들이 화상이 입었다’라는 표현이 더 실감이 난다. 그런가 하면 폭염에 가축과 양식장 물고기의 피해 규모도 엄청나다. 올 여름 폐사한 가축이 357만 마리가 넘고 있다고 한다. 바닷물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이상수온현상 때문에 어패류 폐사가 경남북 연안에서만 138만 마리 이상이다. 충남 태안의 가두리 양식장에도 폐사한 물고기가 양식장을 가득 매우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올여름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자수가 2천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폭염전쟁이 아직도 진행형이니 모두가 참으로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여름 폭염과의 전쟁을 통하여 정부의 위기관리와 대응능력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전기요금 폭탄을 국민에게 쏘아대는 희한한 모습도 보고 소외계층을 나몰라하는 냉방복지의 허상도 보았다. 전 국민이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는데도 정부는 전기요금계산만 하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자 그때서야 전면 개편하겠다는 항복문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160만 명의 저소득가구들이 월 92만원으로 버티는 그야말로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으로 다 갖다 바치면 무엇으로 먹고 살라는 말인가 아우성인 것이다. 폭염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여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이 바로 그 해법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 폭염과의 전쟁에서 정부나 한전, 산자부, 복지부, 지방자치 단체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해 받은 국민의 상처와 고통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폭염과의 전쟁인 비상시국 유비무환의 자세가 부족하다. 또 다른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거울삼아 대오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을 언제나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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