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무궁화냐 복숭아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논설위원 유태희

2016-09-02 09:50:00

 

▲     © 행복세종타임즈

 

우리는 21세기를 흔히 ‘문화의 시대’라 말한다.

혹자는 ‘문화의 혼돈시대’라 말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문화산업의 엄청난 성장과 문화의 국제교류, 혹은 문화의 생산과 세계화를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지금의 지구촌은 사람·자본·기술·문화 등이 영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고, 지구상의 어느 지역 또는 지방에도 아주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울러서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의 집합을 말한다. 그러므로 문화의 정의라는 용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다담론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문화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colore에서 유래했다. 즉,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 자연 사물에는 문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이라면 어떤 것이든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말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에 대립되는 말이라 할 수 있고, 인류가 유인원의 단계를 벗어나 인간으로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문화를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하는 인류학의 관점이 이런 문화의 본래 의미를 가장 폭넓게 담은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서 문화라는 말은 그렇게 넓은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된다. 문화에 대한 정의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인간적 산물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역사적 시대, 사회 집단, 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프랑스 도시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도시는 인류의 집합적 발명품”이라고 했다. 도시는 서로 교류가 없던 고대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고대 인류의 집단적 무의식의 배열이 만든 예술작품이라고도 불린다. 도시는 시설, 관공서, 금융시설, 시장, 골목가게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장소다. 도시인문학자 팀 크리스웰의 구분에 의하면 ‘공간’은 의미 없고 텅 빈 물리적인 곳이고, ‘장소’는 의미와 관계, 교감이 있는 곳이라 했다. 예전에 조치원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신도시보다 조치원이 편하다고 하는 이유는 재래시장과 조치원역, 그리고 오송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치원의 미래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쯤에서 세종시는 과연 행복도시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세상은 지금 국가와 국가의 경쟁에서 도시와 도시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지만 세종시는 이러한 준비가 모자란듯하다. 세계로 통할 수 있는 지방적 차별성의 구현을 일컬어 지방화전략이라 한다. 지방이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지방의 장소 그 자체에서 연유한다. 거기엔 지방 고유의 자연, 역사, 풍물, 민속, 특산물,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의 시련을 이겨낸 삶의 향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처럼,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주장이 가능하다. 문화에 대한 요구가 폭증함에 맞추어 문화의 발달을 자극하는 여건도 괄목할 만하다. 그래서 조치원의 복숭아가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상품으로서도 손색이 없거니와 미래의 먹거리로서도 좋은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당국에서 이 정도의 집중도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당연히 뒤처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도시 세종, 명품도시 세종을 지향하고 있는 이 문화도시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인터넷에 들어가 복숭아라는 키워드를 치면 무엇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본다면 대답은 확실해진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시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집중을 한다 해도 명품 콘텐츠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시청에 가보면 시장실이나 복도에 세종시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거의 없다. 또한 엄연히 세종시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의 오케스트라악단을 행사 때 마다 쓰고 있다. 로컬 푸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예술local art도 중요한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세종시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조치원복숭아문제를 살펴보자. 어떻게 무궁화축제에 복숭아를 넣어 축제를 할 수 있을까? 두 명의 주인공Double Casting이 존재하는 축제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것이 주제고 부주제인가? 축제라는 것이 펼쳐놓고 예술인들이 공연을 한다고 해서 방문객이나 시민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람들의 눈높이도 달라졌거니와 외지 방문객들도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평가를 하고 입소문과 소셜 네트워크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 시절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을 영접하고 엘리제궁으로 가는 카퍼레이드를 하였다. 이는 프랑스에게 있어 굉장히 우호적인 동맹국에게만 허가되는 것으로 이전에 그 경로를 따라 퍼레이드를 개최해준 인사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유일하다 고했다. 그 후 1993년 당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자기 나라 고속전철인 테제베TGV를 팔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 때 미테랑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외규장각 도서인 의궤 297권의 책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중 한 권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를 가져와 일부를 우리나라에 주고 갔다. 이렇듯 한 국가의 수반이나, 도시의 대표들은 국민이나 시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춘희시장은 복숭아를 팔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이 있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조치원의 복숭아를 팔아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경주하였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 비전을 가지고 활기찬 경제로서 행복한 주민이 되도록 하겠다는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의 목표는 어디로 갔는가? 세종시 정부의 균형발전국과 청춘조치원과가 지역 내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갈등해소를 위한 직접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지 오래다. 시정부에서는 이미 시정 100대 추진과제로 추진 중에 있지만 지역상인과 거주민들의 여론에는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본 사업의 성패는 주민들의 협조에 달려있는 만큼, 단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치원은 읍면지역을 대표하는 구도심으로 지역 내 균형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부권 경제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세종시 자족기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치원읍에 인구유출이 이어지고 있어 주민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예산 만능주의에 젖어 인프라 구축에만 주력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선출직인지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조치원읍면지역을 그렇게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세간에 들리는 이야기로 표가 많이 나오는 신도시지역에나 신경을 쓴다는 시장의 생각이 헛소문이겠지만 이 지역의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행복도시, 명품도시는 이렇게 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세종시가 명품문화도시를 지향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처음이 역사적 정체성이다. 일정한 시간을 경과해 하나의 틀이 정체화 되어 특성화 된 도시가 문화도시인 것이다. 그것은 단지 특징적인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거나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가치 있는 역사적 문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통해 도시의 공간에 정체화 되어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이 현재적 삶에 체화되고 규정되어 있을 때 문화도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가 일상으로부터 투영되는 특징적인 공간성이다. 그것은 일종의 다른 도시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도시 공간에 체화되어 있는 도시의 이미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양태가 공간 속에 체화되어 있고. 그 체화된 양태가 특징적인 공간문화를 만들어 낼 때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치원복숭아축제가 체화될 때쯤 무궁화축제에 복숭아 하나가 껴들어간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 번째가 예술성, 문화와 복지의 체험, 다양한 행위와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이는 문화도시는 적어도 예술성과 그에 기초한 행위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공공인프라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다양한 문화시설과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세종시는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지 못하거나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것을 창출시키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네 번째가 유통과 판매를 대행하는 마케팅이다.

도시마케팅은 도시와 관련된 고객에게 가치Value를 창조Creating하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ng하고, 전달Delivering하며, 지방자치단체와 해당주민들Stake holders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고객과의 관계Customer relationships를 관리하는 도시의 기능이자 과정이다. 도시마케팅은 경쟁시장, 상품, 고객 등으로 구성된다. 결국 모든 지자체들이 도시민들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국내 및 국제 경쟁시장에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상품화 하여 고객들에게 인식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과 자본을 유입시키려 하는 것이 도시마케팅의 최종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과 관련 있는 빅데이터들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하지만 홍보의 방법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더구나 이제 세상은 소통의 구조가 사진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 채널까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SNS로 바뀌고 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대표 채널 3가지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 대한 연구와 함께 세종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질 높은 정책개발과 시행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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