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농업정책의 전반적인 제고가 필요하다.

유태희 논설위원

2016-10-23 08:28:00

 

▲     © 행복세종타임즈

 

풍년은 풍년인데 반갑지 않은 풍년 어찌할 것인가?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의 농촌들녘에 가보면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은 보기만 해도 넉넉한 마음이다. 풍년의 상징적인 벼이삭을 수확기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매년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벼수매가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농산물은 올라가는데 그중에서 쌀 가격은 곤두박질을 친다. 우리나라 면적의 8%가 벼농사를 짓는데 이제는 정부에서 효율적인 조정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부는 쌀이 우리나라의 주식이고 쌀 수입으로 인한 농민 피해 등을 감안해 수입쌀에 대해 고율(523%)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외국산 쌀 가격이 국내 쌀의 20%라고 해도 수입관세를 부과하면 국내산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와 관계없이 의무수입물량(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으로 연간 40만t 정도를 수입해야한다. 향후 협상을 통해 MMA 수입물량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하지만 농업보호가 농업을 뒤처지게 한다.

쌀이 과잉으로 생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의 보조금으로 과잉생산을 해도 정부가 이를 사주므로 농민 입장에선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부 농민들이 채산성이 높은 여타 작물보다 벼농사를 고수하는 이유다. 또 하나는 쌀 소비 감소다. 쌀(밥) 위주의 식생활이 점차 서구형으로 바뀌면서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과잉 쌀 생산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쌀 위주의 농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농업직불금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농업 참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 스마트농업을 접목하면 우리나라 농업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이제 정부는 쌀 풍년농사로 과잉 공급되는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작황이 평년작보다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초과 생산량을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명문화한 '집하 원활화 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다. 작황이 좋더라도 초과 생산량이 시장에서 확실하게 격리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동요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도 쌀 풍작의 경우 초과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여 가공용·사료용·주정용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쌀 소득보전 직불제와 함께 사전 사후적으로 농가 소득 보전과 시장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논에서 쌀 이외의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7%도 안 되고 옥수수와 콩 자급률은 각각 1%와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농업 정책이 쌀 생산에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정책 변화가 시급한데도 이것이 시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쌀농사만 해온 논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콩이나 옥수수 등 잡곡을 재배하게 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쌀을 생산하나 콩 또는 옥수수를 재배하나 소득이 같게끔 생산전환 직불금을 지원하면 굳이 쌀 재배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지정지와 수리조건이 좋은 데는 쌀을 재배할 것이고 경작여건이 다소 불리한 곳은 콩이나 옥수수를 심는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5만ha만 쌀 생산 조정을 할 수 있다면 25만t의 초과 물량을 줄일 수 있다. 재정부담 측면에서도 적은 예산으로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농업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쌀 수급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쌀생산조정제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휴경 등 생산조정 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쌀 수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경제 때문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쌀 생산조정제는 단기적으로 중단, 재검토해야 한다”며 “쌀 과잉수급 문제는 농지은행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정부도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알고 있는데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세종시에서 제법 큰 규모의 생산자는 “쌀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생산조정을 위한 휴경제는 수매가가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다만 논의 황폐화를 방지하도록 연 2회 이상 경운을 의무화하거나 녹비작물 재배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서 농약대국이 돼버린 한국농업의 실정을 바라보면 걱정이 앞선다. 왜나하면 OECD 주요 15개 국가의 농약활성성분 조사표를 살펴보면 뉴질랜드가 1ha당 0.27kg을 사용해 가장 소량의 농약을 사용하는 걸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12.41kg을 일본은 가장 많은 16.99kg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예일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이 얼마 전에 공동 발표한 ‘환경지속성지수(ESI)’에 따르면 일본의 농약사용량은 4.31kg으로 4배 가까이 줄어들었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의 농약사용량은 12.8kg으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캐나다의 21.3배, 뉴질랜드의 12.8배, 미국의 5.5배, 일본의 3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농업은 농약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한마디로 농약대국(農藥大國)이 돼버렸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범죄에 대한 공포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보다도 안전식품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농업은 농약 사용량을 대폭 줄여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질 좋은 농산물을 수입농산물에 비해 고가로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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